작품설명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아주 사소한 장난으로부터 야기되는 끔찍한 비극을 다루고 있는 <콧수염>은
실존에 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그것은 ‘기억’이라는 상념을 품고 있다.
사실의 부정은 다름 아닌 기억의 소멸이다.
기억..., 그것은 곧 실존을 뜻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 내가 배운 지식들, 내가 느끼는 감상들...
이 모든 것들은 ‘기억’에 의존한다.
이 ‘기억’들이 없다면 그 모든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것은 역으로 사람들이 더 이상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나도 역시 존재 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따라서 ‘기억’은 사실의 바탕이 되며, 존재의 근간을 이룬다.
‘기억’은 ‘실존’의 이음 동의어 이다.
연극 <콧수염 살인사건>은 이 ‘사소함에서 시작된 섬뜩한 악몽’을 긴박하고 속도감 있게
구성하는 동시에, ‘사소함’과 ‘섬뜩함’의 충돌에서 오는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밀도
있게 표현하며, ‘사실의 부정’과 ‘기억의 소멸’이라는 명제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보다
근원적인 ‘실존’에의 질문을 던진다.
<콧수염>은 ‘기억’에 대한 상념이며 ‘실존’ 그것에 관한 숙고(熟考)이다.
줄거리
어느 날 아침, 남편은 아내를 깜짝 놀래주려고 10년 넘게 기른
콧수염을 깎는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는
그녀 앞에서 그는 초조해진다.
아내의 무관심을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아내는 정색을 하고 콧수염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한다. 친구들도 약속이나 한 듯이, 콧수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