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극계의 든든한 기대주, 동이향 연출의 <해님지고 달님안고>
독특한 어휘들의 조합과 낯선 음색으로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동이향 연출이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를 무대에 올린다.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2007년 국립극장 창작공모 가작 당선작으로, 세련된 언어 구성과 리듬감 있는 대사, 변신이 가능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연극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 받은 작품이다. 언제나 작가주의적 시선으로 세상을 다르게, 낯설게 표현하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동이향 연출의 작품에 기대가 간다.

현대적으로 변신한 신화의 세계
한 아이의 성장담과 도깨비들의 유희는 꿈을 꾸듯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환상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신화의 세계는 긴 세월의 시간 동안 우리가 만들어낸 역사와 이미지들의 조합이다.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거대 신화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성장과 파괴, 기쁨과 두려움 등 인류와 함께 한 원형을 그려보고자 한다. 2011년에는 성기웅 연출이 연출을 맡아,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감성과 말로, 풍부한 감각이 넘치는 한국적인 이미지의 작품을 만들었다면, 2013년 동이향 연출의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같은 텍스트를 통해,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다. 21세기에 만나는 도깨비의 이미지를 그려내며, 현대적이며 미니멀한 공간에서의 놀이와 두려움 등을 표현하려 한다.

연극만이 줄 수 있는 재미, 유희성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의 가장 큰 미덕은 연출에 따라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2011년의 토속적이고 전래동화 같았던 성기웅 연출의 작품을 2013년 동이향 연출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인간의 기억 속에 있는 근원적인 기쁨과 고통의 모습인 도깨비가 현재에 등장을 한다면’ 으로 시작한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미니멀한 무대 디자인과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놀이적이고, 육체적인 이미지화를 거친 도깨비들은 황노인과 아이와 함께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극의 재미를 이끌어갈 것이다. 또한, 2011년 초연과 2013년도의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도 큰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팀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공간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에는 현재 가장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젊은 스텝들이 모두 모여 무대를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특히, 감수성 풍부한 음악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싱어송 라이터 한희정 등이 참여하여, 몽환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의 도깨비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줄거리

이 작품은 한 아이의 성장담이다.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숲속, 도깨비들이 사는 늪. 그 도깨비들보다 더 깊숙한 숲속에는 마누라가 도망간 후 아이에게 집착하며 사는 황노인과 에미가 그립고 세상이 궁금한 아이가 있다. 어느 밤, 집을 뛰쳐나온 아이는 황노인에게 잡혀 도로 집으로 돌아가다 황노인의 목을 조르게 되고, 그 때부터 아이는 눈이 멀고 황노인은 반송장상태가 되는 꿈결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도깨비 중 적도깨비는 정을 통하던 과부댁이 아이를 원하자 이 눈 먼 아이를 과부댁에게 선물한다. 그러나 과부댁과 아이는 서로가 너무 낯설다. 과부댁은 결국 적도깨비로부터 도깨비방망이를 빼앗아 수없이 많은 아기들을 만들어내지만, 그 아기들은 곧 숨이 끊어지고 만다. 화가 난 도깨비들은 과부댁을 도깨비늪으로 끌고와 반송장 상태의 황노인과 억지 혼례를 치르며 취해가고, 적도깨비는 과부댁에 관한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몸부림치다 도깨비 주문으로 자신과 과부댁의 몸을 맞바꾼다. 그러자 다른 도깨비들이 이 주문을 따라 하며 내가 너이고 네가 곧 나인 물아지경의 난장을 벌이는데, 그때 월식이 일어난다. 오랜 세월, 월식의 밤에 용이 승천하기를 기다려온 낡은 도깨비는 아이의 몸을 용의 제물 삼아 늪으로 던진다. 아버지 황노인과 몸이 뒤바뀐 아이는 늪으로 한없이 가라앉아가며 죽음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을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