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듣던 도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3대 발레음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름답고 우아한 무용극 <백조의 호수>가 처음 나올 당시에는 그 진가를 인정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 시대 사람들에겐 편견이 존재했습니다. 사람들은 <백조의 호수>를 난해한 작품으로 여겼고 매우 혹독하게 평가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차이코프스키가 두 번 다시 발레 음악을 작곡하지 않겠다고 했을까....
하지만 <백조의 호수>는 발레음악의 지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물론 다른 어떤 발레 무용극 보다 우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국악을 듣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당대의 평가가 그러하듯 우리에게도 국악에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악은 느리고, 지루하고, 나이 든 어르신들만 좋아하는 아주 오래되고 옛 것이라는 편견.
하지만 국악은 옛 선인들의 희노애락이 쌓여서 만들어진 나라의 일기장 같은 것입니다. 거기엔 빠른 장단도 존재하고, 그 시대 젊은 청년들이 즐겨 불렀을 노래들도 많습니다. 그걸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백조의 호수>라는 명작을 한국형뮤지컬로 만들고자 했을 때 눈길이 간 건 마왕의 딸로 아주 짧은 시간 등장하는 흑조 오딜로라는 존재였습니다. 왜 항상 왕자의 사랑만을 기다리는 오델로만이 사랑 받을까. 왕자의 사랑을 쟁취하고자 했던 흑조는 늘 어느 귀퉁이 미세한 존재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이 극은 시작되었습니다.

주목받지 못했던, 아웃사이더 존재들의 힘이 합해져, 재조명된 이 이야기가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보는 이들의 가슴 한켠에 아주 조금 오래 남아 있길 바랍니다.

줄거리

배경 설명
기원전 3세기, 20개 부족이 모여 이뤄진 유랑국.
밖으로는 적국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고 안으로는 백성을 걱정하는 철의 여왕의 통치로 나라가 평온하다.
하지만 율법이 통하지 않는 음막골 마왕의 횡포가 때때로 나라의 안위를 위협한다.
이에 유랑국은 백성들을 공포에 떨게 한 마왕과 마녀를 물리치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삼는다.

시놉시스
제 1막 흑조의 사랑
악명 높은 음막골의 마왕의 무남독녀 딸 윤은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갔다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왕자 후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윤은 왕자의 따뜻함과 친절함에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을 숨긴 채 그와 친구가 된다.
마왕은 왕자를 믿었다가는 언젠가는 배신당할 거라고 경고했지만 이미 윤의 마음은 왕자 후에게 빼앗겼다. 이에 마왕은 딸에게 제안을 하나 한다. 만약 왕자의 19번째 생일을 맞아 여는 성대한 생일 축하연 전에 왕자의 마음을 얻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로 축하연에 가게 해주겠다고.
윤은 왕자와 영원히 행복해 할 날을 꿈꾸며 신부 후보로 들어간다.

제 2막 백조와 사랑에 빠진 왕자
한편, 후는 왕비에게 며칠 뒤 열리는 무도회에서 신부감을 정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어머니가 골라 준 여자와 사랑도 없이 결혼을 해야 하는 현실을 한탄한다.
윤은 그동안 자신을 도와준 연희와 함께 왕자에게 할 고백을 준비한다. 윤은 후에게 호수가에서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며 그를 호수가로 초대한다.
하지만 자신의 딸 윤이 왕자의 사랑을 얻게 될까 불안해진 마왕은 유랑국 성으로 들어오고 이를 안 윤은 연희에게 자신 대신 후를 붙잡아 달라고 부탁한다.
연희는 호수가에 서 있는 후를 붙잡으려 했지만 후는 오히려 연희가 자신의 운명의 여자라 생각하고 첫눈에 반한다.
멀리서 후를 지켜보기만 했던 연희 또한 가까이서 왕자를 보게 되자 그 모습에 첫눈에 반하게 되고 두 사람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입맞춤을 하게 된다.
후 왕자에게 고백할 날 만을 기다렸던 윤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상처받은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으리라 다짐한다.
한편, 연희의 마음을 얻은 후는 궁으로 돌아와 왕비에게 연희와 혼인하겠다 선언한다.

제3막 사랑을 잃은 윤, 다시 마녀가 되다
사랑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윤은 후 왕자와 연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고 두 사람의 혼례식을 막기 위해 연희게 저주를 건다.
그녀는 낮에는 백조로 밤에는 인간으로 변하는 윤의 저주에 걸려 후 왕자의 진실한 사랑으로 마법을 풀어주길 눈물로 기다린다.
윤의 저주에도 후 왕자가 백조로 변해버린 연희의 모습까지 사랑하자 그녀는 왕비에게 찾아가 연희가 사실은 사람이 아닌 백조라는 사실을 흘린다. 연희를 며느리로 맞으려던 왕비는 신부로 윤을 맞아야 한다며 왕자의 사랑을 반대한다.
그동안 윤은 다시 후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윤은 연희와 후가 만나지 못하게 훼방을 놓고 연희에 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듯 온갖 악행을 일삼는다.
왕자는 왕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축하연에서 자신의 신부를 직접 선택하겠다고 선언한다. 왕자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도 연희를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했고 연희도 왕자가 자신을 찾아 주기만 하면 분명 마법이 풀릴 거라고 믿는다.
축하연 당일, 윤은 아버지와 함께 연희로 위장하고 참석한다. 미리 연희가 입을 의상을 알고 있었던 후는 윤을 연희로 착각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한편, 윤에게 옷을 빼앗기고 성에 갇혔던 연희는 왕자가 윤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뒤늦게 윤에게 사랑의 맹세를 했다는 사실을 안 왕자는 윤의 간절한 매달림에도 다신 나타나지 말라며 그녀를 뿌리치고 연희에게 간다.
후는 연희를 잡기 위해 호수가로 뛰어갔지만 그녀는 이미 좌절감에 빠져 호수로 몸을 던진 뒤였다. 충격에 빠진 후 역시 연희와 함께 몸을 던지려 하지만 그때 윤이 막아선다.
윤은 제발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울며 매달리지만 이미 연희에게 마음을 뺏긴 후는 이 세상에서 함께 할 수 없다면 다음 생애에서 함께 하겠다며 몸을 던지려한다.
사랑하는 왕자가 죽는 걸 차마 볼 수 없었던 윤은 자신이 대신 호수가로 몸을 던진다. 마법이 풀린 연희와 후는 진실한 사랑을 맹세하며 성으로 향한다.
하지만 마법을 걸었던 윤은 결국 자신이 사용한 저주가 되돌아와 낮에는 흑조로 밤에는 사람으로 변하는 마법에 걸린다. 사람들은 새까맣고 못난 흑조를 향해 돌을 던진다.

캐릭터

윤 (흑조) | 사랑에 빠진 마녀
유랑국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이자 적국보다 더 무서운 음막골 마왕의 무남독녀 외동딸. 주술로 사람들을 시름시름 앓다 죽게 만들기도 하는 악명 높은 마녀.
풀 한포기 나지 않는 나지 않는 어둠 가득한 음막골 성에서 아빠와 단 둘이 산다. 그녀의 손만 닿으면 식물들은 모두 죽었고 사람들은 돌로 변했다. 그녀의 악명 높은 명성에 아무도 그녀와 친구가 되려 하지 않아 제대로 된 친구 한번 사귀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삐뚤어졌다. 가난한 이들의 먹을 것을 돌로 만들고 사랑하는 두 연인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어둠이 무서운 이들에게 귀신을 불러들여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그때 유일하게 자신을 겁내하지 않는 유랑국의 왕자 후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비록 왕자는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했지만 친절했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녀는 왕자 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순해졌고 왕자와 혼인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왕자에게 윤은 그저 친구일 뿐이었다.
호수가에서 첫눈에 연희에게 청혼을 하고 그녀를 신부로 맞겠다고 선언했다.
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졌고 사랑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 뺏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다짐했고 다시 주술을 일삼는 마녀가 되었다.
윤은 저주가 풀리면 그 저주가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 온다는 걸 알면서도 후 왕자와 연희의 혼례를 막기 위해 그녀에게 낮에는 백조로, 밤에는 사람으로 변하는 저주를 건다.


연희 (백조) | 마녀의 저주에 걸린 아가씨
그녀는 태초부터 아름다웠다. 그녀가 한번 웃으면 세상의 꽃들은 활짝 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세상엔 사랑이 절실한 사람도, 배고픈 사람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가슴 아파할 일도 없다고 믿었다.
왜 사람을 미워해야 하는지, 왜 사랑을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건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후 왕자의 마음을 얻고 싶어하는 윤의 노력이 안쓰러워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도왔지만 후 왕자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본의 아니게 배신을 하게 된다.
윤의 앙갚음으로 낮에는 백조, 밤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주술에 걸렸지만 한번도 윤에게 맞서거나 스스로 마법을 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후 왕자가 자신의 저주를 풀어줄 날만을 눈물로 기다리고 있다.


| 윤과 연희의 마음을 동시에 얻은 왕자
20여개 부족이 모여 만든 유랑국의 후계자. 백조 사냥이 끝나면 보위를 이을 예정.
유랑국이 건국된 이래 만백성의 사랑과 존경을 가장 많이 받고 자란 왕자.
밖으로는 전쟁의 위협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안으로는 공포로 발길조차 끊긴 음막골의 마왕으로부터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잘생긴 외모와 몸에 베인 친절함으로 여자들이 잘 따라 종종 바람둥이라고 오해를 사지만 알고 보면 일편단심 순정파.
윤의 말을 듣고 간 호수가에서 만난 윤희에게 첫눈에 반해 혼인을 선언하다.
윤의 계략속에서도 연희와의 사랑을 지켜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착한 그녀와 혼례를 앞두고 친구같던 윤이 자꾸 눈에 밟힌다.


호위무사 성주 | 항상 윤의 그림자처럼 그녀 곁에 있다. 말도 없고 움직임도 없어 가끔 사람들이 성주의 존재를 잊을 때도 있는 병풍 같은 남자.
유일하게 윤이 마왕의 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를 가슴 깊이 사랑하는 남자.
윤이 저지르는 악행을 도와주며 그녀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난다.


마왕 | 갖고 싶은 건 뺏고, 미운 건 짓밟고 마음을 얻고 싶으면 군림하라고 딸에게 가르쳤다. 딸에게 유독 혹독하고 차갑게 대하지만 실상 딸 밖에 모르는 딸 바보다. 마녀와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걸 알고 딸을 말리려 했지만 결국 딸은 상처받아 돌아와 마왕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는 연희의 저주가 풀려 자신의 딸에게 되돌아올까 전전긍긍하며 왕자와 연희의사랑을 계속 방해한다.


여왕 | 후의 모후, 유랑국의 21대 국왕. 손이 귀한 왕실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나 일찍이 보위를 이어받은 철의 여왕.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답게 아들의 혼례에도 극성이다.
제대로 된 신부를 만나야 막강한 왕권이 유지된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