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Circle Mirror Transformation(이하 CMT)은 뉴욕과 런던의 연극계가 주목하는 신예작가 애니 베이커(Annie Baker)의 최신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9년에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뉴욕타임즈를 비롯하여 평단에 의해 크게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그 해 미국의 최고 신작품상(Obie Awards for Best New American Play)을 수상했다. 이후 2013년 로열 코트 시어터(Royal Court Theatre)에 의해 재상연되어 마찬가지로 큰 갈채를 받았다.
이 작품은 5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마을 주민 체육관에 모여 6주에 걸쳐 각종 소소한 방식의 드라마 액팅 기초 훈련을 하는 모습을 극화한다. 원(Circle) 모양으로 둘러 앉아 자기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서로에게 비추는(Mirror) 이들의 6주간의 훈련은 사소한 순간의 경험들이 실은 얼마나 종종 삶의 결정적인 의미를 연쇄하고 변모(Transformation)시켜가는 지를 그린다.
이 극의 가장 큰 특징은 극적이거나 예술적인 흥분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극은 언변이 화려하지 못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관객을 휘어잡을 웅변적인 대사는커녕 도리어 겸연쩍은 침묵의 순간과 불명료한 문장이 극의 전반을 지배한다. 특별히 작품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 침묵의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침묵의 순간들은 때때로 무척 서정적이며 동시에 명상적인데, 이 짧은 순간들은 곧 파악하기 어려운 삶의 진실을 일별하게 하는 영원의 순간이 된다.
우리 극단이 이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쨰는 이 작품의 신선함 때문이다. 서구 드라마의 최신 동향에 대한 막연한 갈증을 느끼고 지난 여름, 우리 극단의 한 친구가 런던에서 이 작품을 직접 관람한 것이 공연 기획의 씨앗이 되었다. 그러나 애니베이커의 본 작품은 현재 아직 국내에 출판물로 응결된 번역본이 없다. 그리하여 국문학과 영문학을 학부와 대학원에서 전공하는 우리 극단의 전 구성원들이 모든 문장들을 함께 검토하며 번역을 완성하였다.
둘째로 우리가 이 작품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작품이 극화하는 내용과 우리 극단이 실험하는 창작방식과의 흥미로운 접점 때문이다. 우리 극단은 권위 있는 한 사람이 창작 과정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방식, 즉 연출 중심의 창작 방식 대신 모든 참여자가 극에 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기하는 집단 창작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같은 창작 방식은 특히 CMT의 특수한 성격에 잘 맞는데, 이 극은 소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간, 행위, 목표의 일치에 기반을 둔 직선적인 플롯의 원칙을 빗겨나, 영미의 평론가들이 종종 일컫듯, 체호프 극과 비견될만한 다수의 인물이 그리는 풍경화에 가까운 구조를 지닌다. 그리하여 창작 방식 또한 한 명의 독보적인 카리스마적인 감독 대신 배우들이 배우이자 동시에 창조자로서 공동 협업하는 방식이 이 극에 보다 더 적합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CMT는 아직 국내에 소개된 바 없는 영미 연극의 최신 동향을 일별하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며, 연출 조연출 주요 스태프가 모두 사실상 동등한 예술적 참여자로서 극에 대한 같은 무게의 애정과 책임의식을 가지는 우리 극단의 집단 창작 방식은 CMT특유의 구조를 가장 잘 극화할 수 있다.

줄거리

버몬트 주의 작은 마을 셜리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에서 ‘성인을 위한 연극 수업’이 개설된다. 강사인 마티를 비롯하여 마티인 남편인 제임스, 목수인 슐츠, 뉴욕이 지겨워 이곳으로 온 테레사 그리고 뮤지컬 배우와 수의사의 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고등학생 로렌이 수업을 위해 매주 한번 커뮤니티 센터에 모인다. 각자 매우 다르면서도 미묘하게 닮은 이들은 마티의 지도 하에 다소 생소한 연극 수업을 함께하는데….

캐릭터

로렌 | 16세. 아일랜드 출신의 아버지와 레바논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배우가 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수의사가 되고 싶어한다. 다소 색다른 마티의 수업 방식에 처음에는 불만을 가진다.

테레사 | 35세. 답답한 뉴욕에 질려 단란하고 작은 마을인 셜리로 옮겨왔다. 원래 배우였던 그녀는 직업도 마사지 전문가로 바꾸며 완전히 새로운 삶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연인인 마크와 이별했다.

마티 | 55세. ‘성인을 위한 연극 수업’을 이끄는 강사. 커뮤니티 센터의 운영 감독을 맡고 있으며, 연극 수업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맡고 있다. 현재 제임스의 아내이기도 하다. 우호적이며 다정한 성격이다.

슐츠 | 48세. 이혼남. 목수이며 황금빛 태양과 구름 형상이 달린 의자를 주로 만든다. 다소 눈치가 없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서툴다.

제임스 | 60세. 현재 마티의 남편이며, 알코올 중독자였던 전처와의 사이에서 딸 하나가 있다. 호남형이며, 지성적이다. 현재 셜리의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관계에 있어 능숙해 보이지만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