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오랫동안 관심은 두고 있었지만 선뜩 해보겠다고 나서보지 못한 분야가 우리의 전통연희였다. 그 깊은 호흡과 세월이 녹여낸 해학을 어찌 파악해서 감히 무대에 올릴 수 있으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굿판을 구경 가거나 다른 선배님들의 공연을 보며 감동할 뿐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작년 여름 김유경류 봉산탈춤 전수회에 참가하는 기회가 있었다. 열흘 동안 합숙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탈춤만 추는 프로그램으로 각자 배역을 맡아 봉산탈춤 전 과정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덕분에 살짝 이긴 했지만 배우들 틈에 끼어 춤도 쳐보고 봉산탈춤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눈구멍 밖에 없는 탈을 쓰고 2시간 30분 넘게 탈춤을 춘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끊임없이 드라마가 쏟아져 나온다.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해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 속에 양반을 비웃는 이야기, 노승을 조롱하는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등 관객들이 보며 웃고 울고 속 시원해하며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들어있었다.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이나 이해되지 않는 움직임도 있었다. 저걸 좀 쉽게 풀면 사람들이 참 재밌게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렇게 무모하게 봉산탈춤으로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계획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연희는 마당에서 이뤄졌다. 그것을 혜화동1번지라는 소극장으로 가져온다는 것이 참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대는 관객과의 소통을 기본으로 뒀던 우리 선조들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와 빈 공간으로 연출할 계획이다. 배우들이 10여명인 것에 비해 역할을 30여명 가까이 되고 의상전환 및 탈 쓰고 벗기도 많지만 이것을 모두 노출할 예정이다. ‘ㄱ’자 무대를 그대로 활용해 되도록 시선의 사각이 생기는 공간을 없애 원형의 열린 무대를 구현해보고자 한다.

줄거리

길놀이로 떠들썩하게 배우들이 등장한다. 한바탕 무대가 들썩인다. 곧 사상좌무로 제의가 열린다. 해설자가 등장해 사상좌무의 의미를 알려주며 공연의 시작을 고한다. 제 2과장부터 제 7과장까지 각장의 이야기들을 구현하되 말과 소리를 풀어 관객의 이해를 돕고 장 사이 해설자의 설명을 추가해 연결고리를 이어간다. 그 사이 배우들은 무대 위에 남아 관객과 끊임없이 조용히 소통한다. 제 2장 팔먹중 - 2000년대 한국사회를 흔든 8대 사건의 주인공들을 불러들인다. 제 3장 사당무 - 팔먹중을 쳐낸 후 중간 어우러짐이 이뤄진다. 제 4장 노장무 - 재계와 정치권의 결탁을 노장과 신장수의 회합으로 표현한다. 그들의 부패는 소무의 희생을 야기하고 취발이는 그런 소무를 거둔다. 제 5장 사자무 - 탐욕으로 사자에게 잡혀 먹히는 마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 6장 양반무 - 정치권을 대변하는 양반들을 호되게 골탕 먹이는 말뚝이 제 7장 미얄무 - 미얄과 영감의 이야기를 통해 서민들의 고단하지만 도약하려는 삶을 얘기한다. 마지막 제 7과장이 끝나면 무당이 나와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는 축원굿판을 벌린다. 이후 마지막 정리의 단계인 회심곡을 부르며 극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