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청춘의 끝자락에 선 허허로운 스물 아홉, 이제 더 이상 치장을 꿈꾸지 않는다!
연극 <철수영희>는 2008년 서울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빛 바랜 청춘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시작과 끝의 경계를 고집하지 않고 철저하게 릴렉스된 그들의 솔직한 모습은 슬며시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킨다. 마음이 텅 빈 듯이 허전하고 허망하고 허탈하기만 한 스물 아홉의 청춘! 이제 더 이상 치장을 꿈꾸지 않는다. 하지만 <철수영희>는 무기력한 청춘을 탓하지 않는다. 오늘을 살아내야만 하는 생존적인 본능은 어느새 뗄 수 없는 단짝이 되어 때론 씁쓸하고 처절하기도 하다. 하지만 <철수영희>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굳은살을 단 칼로 잘라내지 않고 손끝으로 주무르는 섬세한 움직임은 그들만의 다른 무엇이 있음을 슬며시 얘기한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은근한 향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철수영희>는 빛 바랜 꿈이지만 옥탑 방의 팍팍한 일상을 넘어서 한 숨을 돌리듯 웃음을 선사하고 온기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닮은꼴의 작가 김태형과 연출 이종성이 손 잡았다.
밀양연극제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당신의 의미>, <갈비, 집>에 이어 <철수영희>로 작가 김태형과 연출 이종성이 또 다시 함께 작업을 한다. “김태형의 작품은 이종성 연출이 가장 잘 표현한다”라는 것이 그들 주위 사람들 입에서 공공연히 오가는 얘기다. 이들이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은 호흡을 맞춘다는 것을 넘어서 이미 한 호흡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리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포착하는 작가의 작품을 연출은 그들의 감성을 차분하지만 오롯하게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다. 치밀한 구성과 섬세하게 녹아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닮은 꼴의 김태형과 이종성이 <철수영희>를 통해 무대 위에서 차분하게 그리고 진하게 드러낼 것이다.

언제나꽃가게가 만들어내는 창작은 언제나 즐겁다.
작가 김태형과 연출 이종성 그리고 연기하는 배우들은 ‘언제나꽃가게’에서 함께 작업을 하는 한 식구들이다. <철수영희>공연 준비를 위해서만 아니라 이미 긴 시간 동안 작가와 연출, 그리고 연기자로써 창작의 치열함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이다. 그 동안의 땀과 노력, 그리고 창작에 대한 열정은 이제 ‘언제나꽃가게’ 창단 공연 <철수영희>로 무대에 오롯하게 옮겨져 화사한 싱그러움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줄거리

하루에도 수십번씩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서울 신월동의 한 옥탑. 올해 스물아홉인 영희는 이곳에서 10년을 산 토박이다. 봄에 문턱에 들어선 어느 토요일 오후, 반년 넘게 비어있던 옆집 옥탑에 스물 아홉 동갑내기 철수가 이사를 온다. 철수는 이사를 온 첫날부터 영희에게 귀찮게 군다. 영희는 껄렁한 철수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철수는 빨랫줄에 널어놓은 영희의 빨래를 보며 그녀를 상상하고, 영희는 문 앞에 점점 쌓여가는 술병을 보며 철수의 일상을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