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폭력에 대한 기억으로 사랑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한 사람.
그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조차 더듬어가며 도덕적 요구를 내세우지 않고 자기를 응원해줄 사람을 찾고 있다. 현실에서는 부정하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오직 자신만이 연민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연민은 사랑이 아니다. 그래서 비극이다.
이 비극을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가 어쩌면 ‘나’라고 느껴지기 전까지는.
그가 불러내는 기억은 현실과 과거, 환영까지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고통스럽게도, 도와줄 방법이 없는데 그 소리가 자꾸 들린다. 사랑해달라고......
그의 말을 옮기며 내 마음을 담아본다. 무대에서도 객석으로 전해지길 바라며.
“.....타협할 일 없다 그래.”
이해할 수 있도록 얘기해줄걸. 아니다. 때론 타협하지 않는 것이 이기는 거야.
“.....곱사등이 유전자가 자슥 새끼헌티 가면 나는 무슨 죄여.”
부모가 베풀어주지 않았던 것을 언젠가는 베풀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버려.
나조차 그 기대에 부응하리라는 희망도 갖지 마.
“내가 사람이여?”
난 엄마도 아니야.....
“가지 마소.”
화가 나서 하는 말이 아니야. 절박하고 간절해. 가지 마.
“.....사막에 살지 않게 하믄 될 것인디.....”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는 사막, 인생이 사막일 수도 있어. 견뎌야하는데. 제발.

줄거리

어느날,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 이대준은 경찰서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는다.
소매치기를 하다가 걸렸다는 아버지를 데려가라는 전화다.
오래전에 헤어진 아버지를 집으로 데려온 그는, 자신이 만든 방에 아버지를 가둔다.
그리고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어 나가기 시작한다.
대준은 곱사등이로 태어났다.
대준의 어머니는 그런 그를 낳고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을 했다.
대준의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어린 대준을 학대하고,
대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대준은 자신이 초로기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대준의 아버지는 그런 대준과 함께 살아야 함을 알고
대준의 집에 드나들던 타투이스트에게 대준의 상태를 알리고 방문을 부탁한다.
타투이스트는 대준의 집으로 와서 대준의 등에 문신을 새겨 넣는다.
엄마의 빨간구두가 대준의 불룩한 등에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