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새로운 연극 문법을 찾아가는 극작가 윤미현
최근 평단과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신예 극작가 윤미현은 보이는 현상 그 이면에 숨어있는 어떤 본질을 기발한 역설과 섬뜩한 은유로 표현하는 극작가이다. 작품 전체에 난무하는 비상식과 부조리는 관객을 당황케 하지만 결국 그것이 상징하는 인간본질의 내면을 목도하는 순간 관객은 묵직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특히 [평상] [텃밭킬러] [젊은 후시딘] 등의 작품을 통해 삶의 잔혹함을 희극적 풍자로 예리하게 표현했던 독특한 극작법은 극작가 윤미현을 가장 주목하는 신진작가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현재는 물론이거니와 앞으로의 집필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극작가 윤미현의 이번 신작(新作)은 향후 우리 연극계를 이끌어 갈 작가의 앞날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인간 존재의 숙명적 비루함과 삶의 부조리
연극 [팬티입은 소년]은 도박방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일상을 통해 인간존재의 숙명적 비루함과 삶의 부조리를 깊이 있게 풍자한 작품이다. 도박은 특성상 쉽게 끊을 수 없다며 전망 좋은 이 직업을 대대로 물려주길 희망하고, 애들을 데리고 사기나 치는 학교는 보낼 필요 없다며 11살 아들에게 하루 종일 고양이 잡는 일을 시키는 가족들의 모습은 일견 황당하고 희극적이지만 그것이 은유하는 삶의 잔혹성과 비루함은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을 준다.
빈곤의 수렁속에서 마지막까지 발악하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와 웃음으로 보여주는 이번 작품은 인간의 존재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며 숙명적으로 짊어지게 된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을 깊은 사유로 이끌 것이다.

명품배우들의 연기 향연
이번 공연은 현재 대학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실력있는 배우들이 대거 참여, 작품의 완성에 방점을 찍는다. 개성있는 연기와 풍부한 감성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배우로써의 입지를 튼튼히 하고 있는 전국향, 오민애, 배상돈, 천정하 등이 작품을 이끌고 이미숙, 김장동, 김선화, 김예림 등의 실력있는 젊은 배우들이 가세,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연극은 배우예술이다. 무대 위에서 구현되어지는 요소 중 가장 관객에게 어필될 수 있는 요소는 살아있는 배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관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줄거리

엉덩이 부분에 방석 솜을 덧대서 도박전용 바지를 만드는 오버로크 할머니가 있다. 엉덩이 부분을 아예 뻥 뚫어서 화투칠 때 용변을 봐야 할 때, 바지를 내리지 않고 바로 싸게 해주는 도박전용 바지를 만든다. 도박꾼들이 도박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는 것이다. 그의 아들은 형광등을 수시로 교체한다. 도박꾼들에게 빛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래야 빚이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달려들어서 광명에 빠져 들 수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도박꾼들이 오래오래 화투를 칠 수 있도록 몸보신용 국을 끊인다. 11세 그들의 아들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고양이를 사냥한다. 늘 팬티차림이다. 수박끈에 고양이를 담아오거나 묶어서 질질 끌고 오는 게 아들 (소년)의 임무다.
수선·전파사라고, 입간판을 내 놓은 이 집은 실은 생활에 찌든 사람들이 몰려 들어와 도박을 하는 장소인 것이다. 이곳에 오는 도박꾼들은 거창한 살림살이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아니고. 생활에 찌든 궁핍한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안에서는 바로 눈앞에서 돈이 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현금 박치기. 화투가 끝나면 에누리 없이 돈 계산까지 하는.
이번에 수선·전파사에 몰려든 한 팀은 어쩐지 궁상맞아도 너무 궁상맞다. 머리에 비녀 꽂은 할머니 도박꾼은, 집에 있는 영감이 자신이 소파에 앉아있으면, 자신을 소파로 착각하고 깔아뭉갠다고 한다. 도박판에서 돈을 벌어서 꼭 독립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졌다.
환갑 넘은 도박꾼은 도박을 시작한 이유가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십년 전부터 도박을 해온 환갑 넘은 도박꾼은 밀린 수도세를 내려고 늘 도박을 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십대 중반의 도박꾼이 있다. 이 도박꾼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팔 년 동안 떨어졌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에. 합격은 휴전선을 넘는 것 보다 힘든 일이라고 여기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 둔 인물이다. 그러면서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는 현금 박치기식 도박에 흥미를 갖고 이 일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어쩐지 이 세 사람은 서로 너무 친밀하고, 집 안 사정까지 훤히 알고 있다. 뭔가 꿍꿍이들이 있는 세 인물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목사님이 이곳을 찾아온다. 가랑이가 찢어졌어요, 라고 하면서 수선을 할 것처럼 말하지만. 실은 그게 아니다. 이 목사님은 도박판이 국민계라고 믿고 있다. 한사람씩 바로 눈앞에서 현금을 몰아주는 품앗이 같은 계. 교회에 신자들이 없어 밀린 월세를 해결하고자 이곳을 찾는데.
어느 날 잘 운영되고 있던 이 수선·전파사가 휑해졌다. 고양이 잡는 소년이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뭔가 이상한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