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뺑뺑뺑 되풀이 되는 한국사 
그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영수와 영희의 윤회.
영수와 영희는 그 질기고 질긴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오늘 아침 서울의 지하철, 영수와 영희는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마주 서있다. 
영수와 영희는 
바로 나와 당신이다. 

<달나라 연속극> <로풍찬 유랑극장>에 이은 달나라동백꽃 창단공연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김은성 작가, 12명의 배우가 선보이는 한국사 변주곡

동아연극상 희곡상, 두산 연강예술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마저 휩쓴 연극 <목란언니>의 작가 김은성이 2년만에 내놓은 신작 <뺑뺑뺑>이 ‘달나라동백꽃 창단공연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남산예술센터의 낭독공연으로 먼저 선보인 <뺑뺑뺑>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풀어내는 새로운 방식과 리듬감 있는 전개'로 호평을 받았다. 
질곡한 지난 시대의 삶의 모습을 동요와 대중가요, 슬로건, 사투리를 통해 외치고 노래하는 12명의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영수와 영희로 변신을 거듭한다. 12명의 영수와 영희가 들려주는 다른 듯 같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한국 역사의 변주곡이 지금, 이곳에 울려퍼진다. 

줄거리

2014년 현재.
서울 강남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 영수는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가족과 함께 자살한다.
죽은 영수 앞에 갓난아기 영희가 찾아온다.
영희는 영수가 가난한 유학생 시절이던 20년 전,
비행기티켓을 얻는 대신에 김포공항에서 뉴욕까지 에스코트했던 입양아임이 밝혀진다.
미국에서 비극적으로 삶을 마쳤던 영희는 영수에게 비행기를 다시 한국으로 돌리라며 절규한다.
 
  “그때 왜 내 손을 놓았어? 다시 이 손을 잡아줘.
  찾아줘! 돌려줘! 열어줘! 뚫어줘!
  이 철벽을! 이 장막을! 이제! 이제 이 손을 잡아줘!”

이때 시베리아횡단열차가 그들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온다.
열차 속으로 빨려든 영수와 영희는
1937년 12월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송되고 있는 조선인들이 되어 다시 만난다.
영수와 영희의 길고 긴 ‘뺑뺑뺑’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후 영수와 영희는 현재, 과거, 미래를 넘나들며 인천공항, 서울역, 부산항, 월남파병선, 노래방, 윤락가, 고공농성장, 강남 과외방, 휴전선, 구한말 왕궁, 뉴타운 철거촌, 탑골공원 화장실, 남한산성, 한국전쟁 직후 환도열차, 단군신화의 동굴에서 오늘아침의 지하철까지
한국사 이면의 다양한 공간들 속에서 악연의 고리를 이어간다.
기러기아빠와 조기유학생으로, 상경처녀와 동생으로, 제주도 4.3피해자들로, 파월장병과 그의 어머니로, 위안부 소녀와 그녀를 팔았던 그의 아버지로, 윤락객과 윤락녀로, 고공농성자와 사복경찰로, 소대장과 이등병으로, 국방군 장교와 인민군 부역자로, 상이용사와 독립군으로, 전쟁고아와 기자로, 때로는 원수가 되어, 때로는 혈육이 되어 시대와 시대를 오가며 되풀이되는 그들의 비극적 만남.
뺑뺑뺑, 돌고 도는 우리 역사의 질곡 속에서
이제 영수와 영희는 그 질기고 질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오늘 아침 서울의 지하철.
영수와 영희는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마주 서 있다.
영수와 영희는 다름 아닌 바로 나와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