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14년 반도체소녀의 변화요소

2010년 초연된 <반도체 소녀>와 달리 이번 공연을 통해 보여 지는 인물들의 모습은 사뭇 달라져 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반도체 소녀에서 찾을 수 있다. 더 이상 그녀는 무대 위를 속절없이 떠도는 가련한 영혼이 아니다. 그녀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하게 다시 살아나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을 전하는 메신저이며, 자신의 비극적인 죽음이 삼성이란 부도덕한 한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닌, 노동자 전체에게 갖는 의미를 새롭게 전하는 강인한 노동자의 모습이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서글픈 현실에서 흔들리는, 죽음을 함께 해준 호스피스 정민과 그의 식구들과 세상의 모두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이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이라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불어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일하다 과로 사 하는 동용의 상황 역시 달라져 있다. 그는 삼성 서비스 센터에서 일하지만, 노조에 가입하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동료 노동자의 모습을 맥없이 바라봐야만 하는 자신의 삶을, 바닥부터 고민하다 흔들리며 방황하는, 어쩌면 그것이 오늘의 다수 노동자의 모습일지도 모를, 그 현실을 대변한다.
교수는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저항하는 살아있는 지식인의 모습이라는 점에 있어 변함없지만 좀 더 일반적인 모습을 갖게 될 것이고 정민, 세운, 혜영의 인물 역시 더욱 우리의 모습을 충실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굳이 이렇게 변화시킨 인물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초연에서 주로 표현하려고 했던 21세기 자본주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 뒤에, 분명하게 숨어있는 또 다른 우리의 자화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새로운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근본적인 모순인 자본주의로 인해, 인간의 삶과 세계에 드리운 칠흑 같은 어둠을 걷어낼 한 줄기 빛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최근, 우리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한 말을 꼽으라면, “그대로 가만히 거기 있으시오!”라는 말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말은 아직도 우리의 현실 이곳 저곳에서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어쩌면 자신도 모른 체 자기의 현실 앞에서 자신의 입으로 누군가에게 내뱉고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분명히 말해야 한다. 우리를 억압하고 착취하며 죽이는 현실과 그런 현실이 지속되길 바라며 거짓말을 해대는 이들의 면상에 대고, “닥쳐!” “제발, 닥치라고!”
그리고 나서야 한다. 오늘의 우리 자신과 미래의 아이들을 위하여.......

줄거리

정민과 세운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남매다.
정민은 동영과의 관계에서 임신3개월을 맞이하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으며,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은 세운은 대학원을 다니며, 연인 혜영의 격려 속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일상은 힘겹지만 작은 희망을 품고 하루를 산다.

그런 정민이 호스피스로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백혈병 말기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젊은 여자를 담당하게 된다. 정민에게 그녀는 단지 환자이며 일일 뿐이다. 그러나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정민도 내적으로 변화를 겪게 된다.

세운은 혜영의 조언으로 평소 자신이 듣던 수업과는 성격이 다른 강의를 듣게 되지만 담당 교수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런 교수가 그에게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들에 세운 또한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민과 세운에게 그들의 일상을 무너트리는 일이 벌어진다.
작은 일상의 안락함을 꿈꾸던 정민과 세운은 이 과정 속에서 각자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정민의 환자였던 반도체소녀는 정민의 자화상이었고, 세운 자신이 비판했던 교수의 말이 사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