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또 한편의 1930년대 경성 이야기
<깃븐우리절믄날>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소화10년) 서울(경성)을 배경으로 그 시절 젊은 예술가들의 교유와 그들을 둘러싼 연애사건을 다루었다. 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은 <조선형사 홍윤식>,<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을 통해 종래의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충돌하는 모습을 그린 바 있다. <깃븐우리절믄날>에서는 그런 모던한 문화가 화려하게 꽃을 피워가는 30년대 중반, 그 중에서도 1935년을 배경으로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소설가 구보 박태원과 시인 이상을 중심으로 거기에 친구 정인택, 카페 여급 권영희가 더해져, 세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벌어졌던 실제의 연애사건을 바탕으로 그들의 복잡했던 내면 세계와 그 시대 경성을 보여준다.
명랑과 우울이 교차했던 식민지 청년 예술가들의 복잡한 내면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2등 국민, 가난한 글쟁이일 수 밖에 없었던 조선 최고의 엘리트였던 그들은 낮이면 영화관 은막에 흐르는 서양을 동경하거나, 카페의 외국 이름의 조선 여급들을 상대로 수작을 벌이는 게 고작인 신세들이었다. <깃븐우리절믄날>은 그렇게 명랑과 우울이 교차했던 당시 젊은 예술가들의 모습을 통해 조선에 대한 애착과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 혹은 콤플렉스가 공존했던 그들의 복잡한 정신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옛 서울말을 바탕으로 한 복고적이면서도 참신한 언어연극
<깃븐우리절믄날>은 연극적인 장치나 효과들을 동원하기보다 그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 자체의 재미와 아름다움에 집중한다. 그들의 작품 속에 살아있는 아름다운 옛 서울말을 되살려내는 한편, 모던한 세태와 풍속을 반영하는 새로운 말들, 그리고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까지 거기에 더해져 얽힘으로써, 독특한 시대극이자 풍부한 문학성이 도드라지는 참신한 언어연극을 경험할 수 있다.
줄거리
시간 : 1935년 봄으로부터 1936년 정초까지
공간 : 경성 시내 이런 저런 건물의 옥상들
1935년 봄
[1] 구보와 이상
구보와 이상이 만나 구보가 새로 발표한 소설을 놓고 티격태격한다. 여느 때보다도 더 우울한 표정의 이상은 그러다가 옛 여인 금홍과 새 여자 영희 사이의 번민을 말한다.
[2] 구보와 영희
오랜만에 만난 영희는 구보의 결혼 생활에 대해 묻는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한대 구보가 영희에게 수작을 걸고 데이트를 청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여름
[3] 구보와 인택
지면을 얻기 위해 매일신보사를 찾았던 구보가 거기서 근무하는 친구 인택과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4] 구보와 이상
정인택과 권영희의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온 밤의 이상과 구보. 이상은 정인택의 음독자살기도 사건이 정인택과 권영희가 벌인 일종의 연극이었다고 말한다. 정인택에게 마음이 기운 권영희의 변심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둘이 벌인 연극이었다는 것이다..
가을
[5] 구보와 영희
이제는 남의 부인이 된 권영희와 구보가 우연히 화신백화점 옥상에서 만난다, 부부생활의 곤란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도 하는 두 사람.
겨울
[6] 구보와 인택
정인택은 구보의 문학 강연을 들으러 온 길이다. 신혼의 단꿈에 행복한 정인택은 이제 작가로서 인정을 받고자 애쓰고 있다. 두 사람은 당시의 조선 문학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든다. 또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되돌아보며 감회에 젖는다. 그러다가 인택은 영희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진정한 것이었는지 호소한다.
구보는 인택과 영희 부부의 행복을 빌어준다.
1936년 1월초
[7] 구보와 이상
마지막으로 구보는 정인택에게 건네주었던 다량의 수면제에 대해 묻는다. 이상은 그 약이 구보가 의사인 숙부로부터 얻어다 주었던 것이라 말한다. 구보는 그 약의 정체를 알고 실소한다.
캐릭터
박태원 | 너그럽고 공정하며 좀처럼 화를 않내지만, 결코 바르거나 건전하지만은 않기에 매력적인 인물
권순영 | 세 남자의 사랑을 받는 1935년 모던걸
이상 |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혹은 밉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