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모스크바와 고대 예루살렘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 암울한 현실, 나약하고 비굴한 인간군상에 대한 통쾌한 풍자를 담고 있는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 20세기 초 러시아 문단의 거장 미하엘 불가코프의 대작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공연대본으로 바꾸어 무대화하는 이번 공연은 당시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환상주의적 미학을 우리 시대의 연극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야심찬 시도이다.

러시아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전형이며 완성이라 할 수 있는 불가코프의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660페이지에 이르는 대작인데, 극단 '퍼포먼스 온'은 그것이 시대의 허위의식을 풍자하는 심도 있는 문학적 통찰 외에 수많은 이미지의 몽타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공연의 컨셉은 불가코프의 깊이 있는 문학성과 환상적 연극주의의 결합에 있다. 이 공연은 극단 퍼포먼스온이 그동안 진행해 온 고유의 수행적(performative) 작업의 발전된 과정을 보여주되, 결국 연극적 체험의 원형인 대사, 언어의 치밀하고도 새로운 재현을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

공연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수행적 양식은 이른바 ‘합창연극’ 그리고 미술과 영상 퍼포먼스, 신체행동연기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바, 그동안 극단 퍼포먼스 온이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양식적 실험의 성과를 집대성하였다.

줄거리

소비에트 정권 하의 모스크바에 자칭 흑마술사라는 외국인 교수 볼란드와 그의 일당이 나타나면서 시내에는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볼란드의 예언대로 문학협회의 회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베를리오즈는 전차에 치여 목이 잘려나가고, 일당을 추적하는 시인 이반은 정신병원으로 실려 가고, 바리에테극장의 간부들이 줄줄이 사라진다. 볼란드 일당의 흑마술은 극장에서 돈과 옷, 구두를 뿌리고, 모스크바는 혼란에 빠진다. 한편 정신병원에 수용된 이반의 옆방에는 자신을 ‘거장’이라고 소개하는 한 사내가 살고 있다. 작가였던 그는 예수와 본디오 빌라도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썼다가 문단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좌절하여 사랑하는 연인, 마르가리타를 떠나 자신을 정신병원에 유폐했다. 그가 기억하는 빌라도의 이야기는 꿈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그렇게 <거장과 마르가리타>에는 거장을 둘러싼 20세기 초 러시아의 혼란한 세계와 거장의 작품, 성경에 등장하는 본디오 빌라도의 세계가 병존한다. 그 사이를 왕래하는 존재, 흑마술사이자 ‘악마’인 볼란드는 메피스토펠레스를 연상하게 하는 인물로서 마술과 환상을 도구로 바리에테 극장과 베를리오즈의 아파트 주변의 사람들의 거짓과 허영을 통렬하게 헤집는 흥미롭고도 시끌벅적한 해프닝을 벌인다. 그러다 그의 일당은 ‘거장’의 연인이자 그와 재회하기만을 꿈꾸는 여인 마르가리타에게 손을 뻗치고, 영문을 모른 채 그들과 만난 마르가리타는 마술의 힘으로 하늘을 나는 긴 여행 끝에 결국 그의 연인인 거장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