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나는 바람>은 원작자 욘 포세의 신노르웨이어에서, 사이몬 스테판의 영어버전 <I am the wind>를 거쳐 우리말로 번역되었습니다. 원작의 언어와 지금의 언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모르지만, 말로 공유할 수 없는 그 본질은 똑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너무나 많은 말들 속에 오히려 소통하지 못하고 어긋날 때가 많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개인과 다수가, 다수와 다수가.

공연에서 단 한 번도 불려 지지 않지만 두 등장인물의 이름은 '한 사람(One)'과 '다른 사람(The other)'입니다. 'Another one'이 아니라 'The other'를 사용할 때, '다른 사람'은 '한 사람'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을 뜻하는 말이 됩니다. 우리 모두는 한 사람인 동시에 다른 모든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확실한 꿈을 꾸는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다른 사람'입니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네루다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다." <나는 바람>이 하나의 긴 시라면, 한 사람의 마지막 선택은 은유로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은유가 여러분 각자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랍니다.

줄거리

<나는 바람>은 바다로 떠난, 혹은 돌아온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여행을 끝내고 여행을 시작한다. 엉성하게 오고가는 둘의 대화는 점점 갈수록 자신들이 느끼는 것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두 사람은 멀리 있는 섬과 바다를 보고 떠난다. 배를 잠시 묶고 눈앞에 보이는 바위와 바다를 즐기고 술 한 잔을 하고 바깥바람에 허기를 느끼고 같이 음식을 먹고 그리고 다시 떠난다. 그러나 그뿐이다. 두 사람은 같은 것을 보지 않고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고 같은 말을 하지 못한다. 끊어지는 말과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여행은 서로 다른 길을 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하나로 만나게 된다.

<나는 바람>은 바다로 떠난 두 사람이 들었던, 말했던, 그리고 움직이며 만들어낸 모든 소리가 들어있는 기록이다. 소리들은 말로,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랜 침묵과 포즈 속에서 말로 전달할 수 없었던 진실을 드러내게 된다. 여행을 떠난 사람이 결국 깨닫게 되는 놀라운 진실. 내가 들은 모든 소리와 내가 본 모든 것들은 결국 나라는 것을.

캐릭터

한 사람 | 먼 바다로 나가서 바람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

다른 사람 | 한 사람에게 인생의 소중함을 설득하고 납득시키려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