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유년시절 우리가 사랑하던 것들은 나이가 들어서 까지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속에 남는다. 우리의 삶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우리의 영혼이 추억의 자리를 더듬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은 나는 나의 마음과 영혼을 채우고 있는 것에 대해 큰 소리로 이야기 할 수 없다. 단지 스스로를 씨 뿌려진 한 겨울의 들판같이 느끼며 봄이 오리라는 것을 예감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 없는 삶은 영혼이 살지 않는 육신과 같다.
사상 없는 자유, 혼돈된 의식과 같다.
삶과 자유와 사상은 삼위일체이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원히 남는다.
그 존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그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완전한 존재에 대해 깨달음이 없으면 인간은 존재와 부재를 분간 할 수 없게 된다. 영원한 존재가 그 모습을 바꿀 때 그것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사라지면서 숭고한 이미지로 되돌아온다.
만약 그 영원한 존재가 잠에 빠진다면 그것은 더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한 꿈을 꾸는 까닭이 아닐까?
영원한 존재란 다시 태어날 때 더욱 위대해 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날아볼까 한다.

줄거리

현재의 어느 날
윤이상은 1967년 납치 사건에 대해 회고한다.
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납치 된 윤이상은 베를린에서 서울로 끌려와 고문과 회유를 당한다. 모진 고문과 극한의 고통 속에서 윤이상은 유년의 아름다운 고향 바닷가와 또 기억들을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버티어낸다. 그것은 꿈처럼 가뭇하다. 윤이상은 한 편의 작품을 구상한다. 끊임없이 그의 귓가로 고향 통영의 파도소리가 들리고, 몽환처럼 꿈처럼 한 사내가 한 여자를 찾아 기억의 통영으로 온다.
그 꿈은 시인 백석의 통영 체류기이다.
백석은 결혼한 몸으로 ‘란’이라는 이름의 이화여전 학생을 친구에게 소개받는다. 그리고 한눈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어느 날 ‘란’은 불현 듯 고향 통영으로 내려간다. 사랑하는 여인을 쫓아 통영으로 내려온 백석은 주막에 기거한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에 의해 백석은 ‘란’을 만날 수 없다.
백석은 사랑의 열병에 시름시름 야위어간다. 또 술에 취해 점점 폐인이 되어간다.
그런 그의 모습을 가엾고 안타깝게 바라보는 한 여자가 있다.
‘천희’라는 이름의 바닷가 삼류 작부다.
천한 자신에게 백석은 가당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를 사모하는 마음은 점점 깊어만 간다.
윤이상에게 가해지는 고문이 심해지자 그는 고통을 잊기 위해 그 꿈들을 작품으로 쓰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