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기획의도
이 이야기는 작가가 경험한 대학시절 중환자실 간호사를 하다가 이단의 종교에 빠지고 끝내 자살을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기획되었다. 중환자실이 어떤 공간이기에, 어떤 환경이었기에 평범하고 모범생이기만 했던 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그토록 허물어트린 것일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이 있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숱한 죽음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것이 주는 공포 이상의 현실적 고통도 경험한다. 하물며 매일매일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들을 돌봐야하는 상황에서 나약한 한 인간은 무엇으로 버텨야하는 것일까? 그 잔혹한 환경 안에 둘러싸인 나약한 인간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모르핀 과다투여로 환자를 사망하게 한 범죄자가 있었다. 그 사건 기록을 취재하며 재판이라는 형식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도록 극을 구성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주인공 강인수에게 왜곡된 의지를 심었을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면서 죽음과 삶의 문제, 안락사와 고통스런 생명 연장의 문제와 그로 인해 고통 받는 가족의 문제까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삶의 유한함 앞에 자유로운 인간은 없고, 그 유한함 속에서 죽음의 존엄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 지, 그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없었기에 강인수는 범죄라는 방식의 답을 낸 것은 아닌지 가늠해본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늘 죽음을 맞닥뜨리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환경이 어쩌면 나약한 인간들을 대표하는 바로 그러한 실존의 위치가 아닐까? 이 희곡은 그 첨예한 환경에 놓인 인간들의 딜레마를 그려보고자 했다.

○ 주제 및 컨셉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시민사회화 됨에 따라,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웰 빙-잘 먹고 잘 살기’ ‘ 웰 다잉’ 으로 변화 되고 있다.
이번 작품 <호스피스>에서는 최대한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철저히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줄거리

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네 명의 중증환자가 약물과다 투여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범인은 중환자실의 간호사 강인수. 극은 강인수의 재판과정에서 시작된다. 중환자실의 간호사였던 강인수의 동료들과 죽은 환자의 가족들, 전 여자친구, 그리고 부모가 증인으로 재판정에 나와 증언하며 연극이 진행된다. 과거 장면은 현실처럼 극 안으로 끼어들고 재연이 된다. 다른 사람 보다 친절하고 착했던 강인수가 어째서 돌보던 환자 네 명에게 죽음의 주사약을 투여하게 되었을까 그 과정을 쫓아가는 것이 이 희곡의 형식이다. 재판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 강인수가 일하던 곳인 중환자실의 환경과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들을 돌보는 공간 자체의 공포와 심리적 불안에 대해 알게 된다. 늘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같은 병원의 간호사들은 이단의 종교에 빠지거나 약물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그들에게 죽음은 일상이고, 그들을 돌보고 지켜봐야하는 시간 동안 그들의 일상도 파괴되어 간다. 그리고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은 강인수에게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죽은 듯이 연명하며 생을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고통스런 삶을 끊는 것이 나은지. 깨어날 남편의 증오가 두려운 환자의 가족은 강인수에게 제발 남편을 죽여 달라는 간청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강인수의 소년시절의 상처는 중환자실이라는 죽음과 생이 너무나 첨예하게 대립되는 그 세계에서 살인이라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희곡은 만약 당신이 그 상황 속의 강인수였더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죽음의 공포와 고통이 만들어 놓은 한계 상황 속에서 보통의 인간이 이성을 잃지 않고 견딜 수 있을 것인가? 강인수, 그는 괴물인가? 아니면 나약한 한 인간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