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1. 고사枯思
말라버린 생각, 길들여진 머리.

고사枯思는 현대 수많은 정보들 속에 조정되고 있는 현대인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 허구화된 사실과 정보를 급속히 개인의 삶으로 받아 드리고, 인정해 버리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잘못된 진실에 노출되고 세뇌 당하는 현대인의 자아상을 그려 보고자 한다.

2. 김민정 작가와 이명일 연출가의 만남
김민정작가는 2014년 전국민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해무>의 원작자로서 <가족의 왈츠> <십년 후> <나! 여기 있어> <이혈> 등 인간의 심리와 내면에 정통한 다양한 형식의 희곡을 집필 발표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 극작가중 한 명이다.

이명일연출은 그간 자신을 둘러싼 동시대인의 삶과 태도에 관심을 두고 연출과 극작을 동시에 해 온 작가이자 연출가이다. 희곡이 주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자 배우의 몸(Physical Theatre)과 다양한 장르(영상, 음악, 미술 등)를 예술적 재료로 사용하여 그 만의 독특한 무대표현을 구현해왔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 아트 프론티어(AYAF) 연극분야 1기에 각각 선정 되기도 한 김민정 작가와 이명일 연출은 이렇게 유망예술가로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작업을 해 오다, 서로 작업 스타일(내용_극작, 형식_연출)이 맞을 거라는 주변의 추천에 의해 2015년 5월 첫 만남을 갖게 된다. 동갑내기이면서 여성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그들이, 작품속에서 어떤한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주목해 봐도 좋을 것이다.

줄거리

에너지 개발 연구소의 김팀장과 주진우. 회사 근처에서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로 벌써 한 달 째 고립 생활을 하고 있다. 사방은 방사능 노출에 의해 나뭇잎이 말라죽고, 전기 공급까지 끊겼다. 죽은 도시. 그 속에서 그들은, 살아 남기위해 회사의 매뉴얼과 상사의 지시에 따라 쉽게 끝나지 않을 고립의 시간을 견딘다.

그들의 공간에는 그들을 외부의 세계로 연결하는 문이 있다. 그러나 그 문을 열면 죽는다. 김팀장의 믿음에 의해 문은 더욱더 견고한 벽이 되어간다. 신입사원 주진우는 이 상황이 혼란스럽다. 무한히 연장된 시간, 그 속에서 창밖의 풍경은 이상하게도 마른 나뭇잎 외에는 아무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주진우의 눈에는 존재할 리 없는 외부인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정말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일까? 정말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되었나? 더욱 더 혼란스러워진 주진우. 그러나 김팀장은 주진우가 보는 것은 신기루라고 말한다. 의심은 자기를 파괴하는 병이므로 매뉴얼, 규칙, 지시에 따라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매뉴얼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우리는 모두 죽게 된다고.

시간이 흐른다. 한 달 후. 여전히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은 닫혀 있고, 창밖의 풍경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다. 먹을 것은 바닥나고 폭발사고에 대한 기억도 차츰 흐려진다. 그러던 어느 날. 닫힌 문 뒤로 노크소리가 들린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록 강도를 더해 문 저편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 그것은 실존하는 소리인가? 아니면 환청? 혹은 구원자인가? 역시나 신기루일까? 노크소리는 계속되고 김팀장과 주진우는 혼란에 빠져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