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차가운 심장을 지닌 사람만이 살아남는 이 시대의 자화상
물질만이 가치의 판단 기준이 되는 세상. 저마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밀려나면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실패자’의 ‘몸값’이 5억.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어 모든 일이 발생한다. 친구가 친구를 팔아 넘기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 극 중 ‘배덕’이 나라면? 또는 당신이라면, 당신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 세익스피어의 명작 ‘맥베스’를 모티브로 하여, 배신의 무대를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옮겨왔다. 왕위에 대한 욕망은 권력의 근원이자 권력의 결과물인 ‘돈’으로 치환되고, 그 무대가 된 왕궁은 소시민의 작은 아파트 거실. 욕망에 불을 당기는 방아쇠가 된 마녀의 예언은 친구의 ‘콩팥’으로 모습을 달리하였으나, 작전 결행을 앞둔 시점에서 벌어지는 등장인물 간의 팽팽한 심리적 갈등은 관객으로 하여금 한시의 긴장도 늦출 수 없게 한다. 가벼운 웃음이 대세인 공연판에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연극<차가운 피>는 마냥 즐거운 기분만을 선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을 외면한 채 잠시의 환상만을 선사하는 여느 작품과는 달리, 차가운 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암울한 세상을 냉정한 시선으로 담고 있으니.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던지는 작은 비수가 관객의 마음속에 큰 파문을 그린 후, 따뜻한 울림이 되어 돌아오기를 바란다. 극은 비록 비극으로 끝을 맺고, ‘용철’은 신장을 빼앗기지만, 쌓인 눈 아래 씨앗이 녹색 잎을 간직하듯, 차가운 심장을 지닌 그대 마음속에도 따뜻한 온기는 남았음을 믿고 있기에.

줄거리

절친한 친구로 지내온 배덕과 용철이 배덕의 집에서 술자리를 가지고 있다. 소시민으로 큰 난관없이 인생을 살아온 배덕과는 달리 용철은 언제나 배덕에게 의지하고 살아온 인생의 낙오자격이다. 그 둘 옆에 배덕의 아내가 술시중을 거들며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아내가 곁을 떠난 후에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용철은 힐끗힐끗 배덕의 아내의 몸을 훑어보며 술을 마시고 있다. 이 두 친구의 직장 모 기업의 회장은 자신의 아들에게 필요한 용철의 콩팥을 손에 넣게 해주는 대가로 3억을 배덕에게 제시한다. 용철에게도 같은 조건을 제시했으나, 이미 차가운 거절을 당했다. 자신의 콩팥을 노린 회장에게 분개하는 용철, 안정된 기반에 대한 열망으로 3억을 노리는 배덕의 아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하는 배덕. 이들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