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출가 이해제의 공연을 만나는 즐거움에 또 한 번 푹 빠지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소재의 연극으로 늘 우리에게 재미와 기대를 안겨주는 연출가 이해제의 <설공찬전>이 정보소극장에 이어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2009년 3월,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앵콜 공연을 갖는다. 흥미로운 소재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연극 <설공찬전>은 쉬우면서도 재기 발랄한 연극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다. 연출가 이해제가 만드는 <설공찬전>의 즐거움에 또 한 번 빠져보자.

금서를 만나는 새로운 해석
극단 신기루만화경은 논란을 일으켰던 <로빈슨크루소의 성생활>에 이어 연극 <설공찬전>으로 또 하나의 금서에 도전한다. <설공찬전>은 1511년 채수가 지은 고전소설로 저승에서 돌아온 설공찬이라는 인물이 사촌동생의 몸을 빌려 현실정치를 비판한다는 내용으로 조선 최초의 필화 사건을 일으킨 소설이다. <설공찬전>은 당시의 정치 상황을 해학과 풍자 넘치게 표현한 작품이지만, 지금 보아도 유효한 내용으로 2009년의 현 정국이 개탄스럽다면 꼭 한 번 봐야 할 공연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만날 수 있는 <설공찬전>
최초의 한글소설을 새롭게 각색한 <설공찬전>은 한국적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작품으로 템포감 있는 극 전개와 연기력으로 무장한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연극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특히, 설공찬과 설공침의 극과 극의 인물을 연기하는 정재성은, 연기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 하여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저승에서 내려온 설공찬 강령기
연극 <설공찬전薛公瓚傳>은 저승에서 내려온 귀신 설공찬의 강령기다. 아버지에 대한 못 다한 효를 행하기 위해 사촌동생의 몸을 빌려 관직에 오르려 하지만 현실의 부정함을 깨닫고 부패한 사람들의 몸 속을 넘나들며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설공찬이 여러 사람의 몸을 드나들며 시원하게 내뱉는 대사들은 관객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최초의 한글소설 <설공찬전>
설공찬전
<설공찬전>은 채수(蔡壽 : 1449~1515)가 지은 고전소설이다. <설공찬환혼전 薛公瓚還魂傳>, <설공찬이>라고도 부른다. 실록(實錄)의 기록에 따르면, 1511년(중종 6), 사헌부에서는 이 이야기를 '윤회화복지설(輪廻禍福之說)’로 매우 요망(妖妄)한 것으로 여겨 문자로 베끼거나 언문으로 번역하여 읽는 것을 금했고, 그 결과 모두 거두어 태웠기 때문에 한문 원본이 전하지 않는다. 어숙권(魚叔權)의〈패관잡기 稗官雜記〉에서는 이 작품의 이름을 〈설공찬환혼전 薛公瓚還魂傳〉이라 하고, 주인공 설공찬이 남의 몸을 빌려 몇 달 동안 저승에 머물면서 들은 이야기와 자신의 원한을 자세하게 적은 내용이라고 했다. 국문 필사본은 이문건의 〈묵재일기 默齋日記〉 제3책에 적혀 있는 것이 1997년에 발견되었는데, 이 국문본도 13쪽까지만 남아 있다. 이 작품은 귀신 또는 저승을 주요 소재로 하여 현실정치를 비판한 내용이다.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설공찬전>과 채수의 고소설 <설공찬전>
연극 <지리다도파도파 설공찬전>은 고소설 <설공찬전>의 단순한 각색을 넘어 새롭게 재탄생 시킨 작품이다. 고소설 <설공찬전>이 귀신이 강림하여 저승에서 머물면서 들은 이야기로 현실을 비판한 이야기라면, 연극 <설공찬전>은 원작이 앞부분밖에 없어 이야기의 전개를 알 수 없는 것을 권력문제로 주제를 설정하여 원작의 공백을 메꿈은 물론 인물과 사건 역시도 새롭게 창작해 낸 작품이다. 설공찬, 설공침, 설충란, 설충수, 김석산이라는 인물들 외의 인물들을 만들어내며 불의한 권력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원작에서 대부분 저승 소식만을 들려주고 있다면, <설공찬전>에서는 이승으로 돌아온 설공찬이 권력욕에 눈먼 세상에 대한 경고를 하는 데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줄거리

충란은 유배지에서 어린 나이에 죽은 아들, 공찬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의 동생 충수는 어떻게든 충란의 마음을 돌려 다시 조정에 들게 하고, 자신의 아들 공침도 관직을 얻을 수 있도록 갖은 수를 써서 설득한다. 거기에 딸의 간택을 추선하는 오매당 부인도 함께 거든다. 그러나 충란은 세상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이미 입을 닫은 지 오래다.공찬은 일찍 죽은 자신의 불효로 식음을 전폐하는 아버지를 보며 다시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이승에서의 스무 날을 얻는다. 아버지가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마음먹은 공찬은 공침의 몸에 들어간다. 충수는 마침 정익로 대감이 곧 송계팔경 유람 행차하게 되리라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주술사를 불러 공침의 몸에서 공찬의 혼을 쫓겨내려 하던 충수는 공찬이 공침의 몸으로 관직을 얻겠다고 하여 함께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아버지 충란은 그런 공찬이를 외면하기만 한다. 정익로 대감이 충란의 유배지로 찾아오는 날, 공침의 몸에 든 공찬은 기량을 발휘해 문답을 하며 대감의 눈에 차려 하지만, 이내 권력의 속성과 그로 인해 입을 닫아버린 아버지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정익로 대감을 향한 주위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차라리 한 판 미쳐보리라 결심한 공찬, 이 몸 저 몸 돌아다니면서 금기를 깨뜨리는 언행을 저지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