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유학파 연출자와 기획자 등 대학로 연극 무대에 엘리트 바람을 불러일으킨 극단 떼아뜨르 노리. 그들의 2003년 제7회 정기 공연이었던 「냉정과 열정사이」가 2004년 3월부터 앵콜 공연에 들어간다.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의 연극화, 멀티 씨어터(영화, 연극, 미술의 혼합장르)의 도입, 연극사상 최초 해외 로케이션 촬영 등 숱한 이야기거리를 몰고 왔던 지난 공연은 3주라는 짧은 상연 기간으로 인해 많은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상연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루었던「냉정과 열정사이」는 '평균 객석점유율 90%'라는 거대한 흥행 성과를 나았다. '소극장 객석이 90% 점유되어봐야 얼마나 되겠느냐' 코웃음을 치는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대학로에 위치한 서른 대여섯 개 소극장에 올려지는 수백 가지의 공연 중 매회 50% 이상의 객석을 채울 수 있는 공연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이들은 '앵콜' 이라는 단어를 눈여겨 보는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한차례 검증 받은 공연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과 연극을 같은 시공간 속에 놓고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한 것은 영상세대의 감각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냉정과 열정사이」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주인공이 영상 속에서 이탈라아의 아름다운 도시를 걷다가 동일한 인물이 눈 앞에 놓인 무대 속으로 들어오는 장면에서 스스로 무대의 공간을 넓혀 상상하였고 이러한 3차원적인 무대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또한 관객들은 남성과 여성의 심리를 2권으로 나누어 실은 원작 소설에 비해 연극은 다른 공간에 놓여진 남성과 여성을 한 무대에서 즉각적으로 비교하여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주인공들의 상황을 더욱 애타게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평했다. 물론 음악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영화 '동감'의 음악을 담당하였던 이욱현 씨의 애잔한 배경음악은 연극의 감동을 배가시켜 주었고 OST 제작을 요청하는 관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항나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연극성과 영상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Multi-Theater 장르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냉정과 열정사이」앵콜 공연의 출연진은 '조한철, 전익령, 서은경, 강윤석, 브라이언 리' 로 이전과 변함이 없다.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와 세련되게 다듬어진 연출은 관객의 감동을 증폭시켜 줄 것이다.

줄거리

<블루…남자의 경우>
주인공 준세이의 가슴에는 헤어진 아오이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서른 살 되는 해,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옛사랑 아오이. 그 아오이와 장난처럼 나누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준세이는 할아버지의 장례식도 포기하고, 밝고 명랑한 메미의 사랑도 버리고 두오모로 달려간다. 그리고 아오이를 만나 세월 속에 묻어두었던 사랑을 확인하지만 그러나 두려움과 우울과 회한에 사로잡힌다. 오랜 기다림이었지만 사흘간의 재회를 거쳐 두 사람은 헤어진다. 아오이를 밀라노 행 열차를 태워보낸 후, 준세이는 역 구내에서 결단을 내리고 밀라노 행 급행을 타고 그 뒤를 따른다. 새로운 사랑을 위해…
<로소…여자의 경우>
저녁나절이면 기우는 햇살을 받으며 습관적으로 욕조에 목욕물을 받는 여자가 있다. 한적한 시간이면 엷은 칵테일을 마시며 책을 읽는 여자. 아침, 앙티크 보석 가게에서 첫손님을 기다리며 창 밖으로 오가는 낯익은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여자. 그 이름은 아오이.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르는 목욕물은 따스하고, 어깨를 주물러주는 애인의 손길은 듬직하고 푸근한데, 그녀의 목덜미로 서늘한 고독과 악몽의 그림자가 어린다. 온 젊음과 존재를 바쳐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의 봉인된 옛 추억은 그녀를 어떤 가슴에서도 안식할 수 없는 어둠에 가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