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놓쳐선 안 될 새로운 전통의 시작
정구호와 국립무용단이 만난 파격과 혁신의 무대!

무대 위 드리워진 4개의 화폭, 그 위로 그려지는 고고한 선비의 기개
전통 춤사위의 본질만 남기고 군더더기는 버렸다. 무용의 거장 故 최현의 군자무를 모티브로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 윤성주가 안무한 <묵향(墨香)>은 극도의 절제미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모던한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전통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화제작이다. 문인화의 대표격인 사군자를 무대 위에 형상화하여 세상의 오탁(五濁)에 물들지 않은 선비의 도와 인품을 함축적이고 고아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서무와 종무를 비롯하여 사군자의 매·난·국·죽으로 나뉘는 각 장은 이들이 상징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을 통해 세상을 보는 군자의 시선을 담는다. 순백의 표면 위에 펼쳐지는 다양한 이미지들은 군자의 미덕과 선비의 정갈한 마음을 담아내며 혼탁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철학적 사색의 시간을 던진다.
무대 위로 흐르는 산조와 우아한 정가의 선율에 귀 기울이며 한 폭, 한 폭 그림처럼 무대 위로 번져가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과거 선비들의 멋과 더불어 일상을 벗어난 여유도 함께 담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줄거리

一장 : 서무 (序舞)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장으로 남자 무용수 12명이 선비 춤을 선보인다. 거문고 중모리에 첼로의 중저음이 평행적 밸런스를 이루며 묵향의 시작을 알린다.

二장 : 매화 (梅花)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릎 쓰고 제일 먼저 피어나는 꽃 매화. 아무리 춥고 배고파도 향기만을 팔지 않는다고 해 매화를 조선시대 여인들의 절개에 비유하기도 했다. 2장에서는 여성 무용수의 춤이 펼쳐진다. 맑고 깨끗한 '정가'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매화의 고고함을 강조한다.

三장 : 난초 (蘭草)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퍼트리는 난초. 난초를 그리고 있는 선비의 자태를 우리 춤으로 선보이고자 한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4중주연주로 중중모리의 독특한 하모니를 만들어 냄으로써 난초의 외유내강(外:가야금, 內:거문고)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四장 : 국화 (菊花)
늦가을의 추위를 이겨 내며 피어나는 국화는 꿋꿋함의 상징이다. 4장은 품위 있는 여성이 풍기는 무게감을 여성군무로 표현, 우리 춤의 중후한 멋을 발산한다. 해금의 중저음만을 사용, 진양조의 해금산조 선율로 무대의 깊이를 더한다.

五장: 오죽 (烏竹)
모든 식물들의 잎이 떨어진 겨울에도 푸른 잎을 계속 유지하는 대나무. 곧게 자라나는 특성이 있어 선비의 기개를 상징한다. 이 장에서는 2~3미터가량 되는 대나무 장대를 들고 추는 남성군무를 선보인다. 두 개의 대금으로 대금 산조의 자진모리를 연주하여 곧은 대나무 속 내재된 유연성을 표현한다.

六장: 종무 (終舞)
전체를 마무리하는 종무는 사계절 자연의 조화와 군자정신,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이치를 군무로 표현한다. 음악은 가야금 고수의 휘몰이 장단과 바이올린의 스킬 연주의 복잡한 하모니를 통해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 속의 평정을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