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주제들을 주로 다뤄온 예술집단 페테가 오랜만에 남녀노소 모두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망우리 만복이는 1차 세계대전 후 사람들의 황폐해진 정신과 삶을 위로하고자 집필되어 퓰리처상을 영예를 수상한 체이스 여사의 ‘하비’를 우리의 정서와 현대적 감각에 맞춰 번역·각색한 작품이다. 망우리 만복이는 2007년도에 워크숍 초연(혜화동일번지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바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이기도 한 망우산. 이곳은 죽은 이들의 고요한 무덤 주변으로 조깅을 하는 이들의 삶의 생기가 넘치는 곳이며, 죽은 이들이 흙이 된 땅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마시며 좀 더 살려는 이들이 걷고 달리는 경계의 공간이다. 연극은 이 망우산 아래의 망우리에 사는 표달수를 중심으로 하루 동안 펼쳐지는 소동을 다룬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정신병자 표달수와 그의 도채비 친구 만복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유쾌하고도 엉뚱한 소동의 끝을 좇다 보면 관객들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자문해 보게 될 것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태도에 대해 유쾌하게 되돌아보는 감동의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

조선 태조가 묘자리를 잡은 후 이 산에 올라 ‘이제 근심을 잊었다’고 한 데서 유래한 이름 망우리(忘憂里). 이곳에 사는 행복한 사내 표달수는 도채비 친구와 늘 동행한다는 망상 증세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중시하는 누나 표진숙은 자신의 외동딸 오지예의 미래를 위해 동생을 정신병원에 가두려 한다.
표진숙은 동생을 데리고 아차산 중턱에 자리 잡은 정신병원을 찾아가 그의 증상을 상담의사에게 설명한다. 그런데 동생을 감금한다는 자책감에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는 표진숙을 살피던 의사는 그녀를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동생 대신 병동에 감금되는 신세가 된다. 이후 이 착오가 밝혀지자 병원 원장 박광남 박사는 엄청난 분노를 표하며 자신이 직접 병원을 떠난 망상증 환자를 찾아내고자 망우리를 수색하는 소동을 벌인다. 박광남 박사가 병원을 비운 사이 표달수가 정신병원에 다시 나타난다. 표달수는 엉뚱하지만 온화한 성품과 행동으로 병원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또한 환상 속의 존재라고만 생각했던 그의 도채비 친구는 기묘한 영향력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뒤늦게 병원에 돌아온 박광남 박사는 만복이의 엄청난 능력을 알게 된다. 그는 표달수에게 정신질환치료제 MK-55를 주사하여 만복이와 떼어놓은 후 자신이 그 도채비를 차지하고자 한다. 그 주사는 꿈과 낭만, 그리고 인간미가 넘치는 표달수를 평범한 속물로 만들어버리게 할 약이다. 남다르지만 인간미 넘치고 아름다운 동생 표달수의 모습을 보아왔던 누이 표진숙은 이제 난처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