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죽음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기에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우연히 한 노사제의 글을 읽었다.
‘죽음의 순간에 곁을 지켜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이라고 운을 뗀 글에서
최후의 순간, 홀로남겨지게 되는 지극히 인간적인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홀로 노후를 보내야하는 은퇴한 사제에 관한 취재를 시작하였다.

신과 함께 있지만 인간이기에 외로울 수 밖에 없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럽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사제의 삶을
식食복사의 시선으로 그리고자 한다.

예수가 자신의 몸과 피로서 세상을 구원했듯이 희생의 세월이 묻어있는 밥은 과연
누군가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이 작품이 따뜻한 한 그릇 밥처럼 외로운 마음에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
어느 누구도 동행이 되어 줄 수 없고, 위로가 되어 줄 수 없는 먼 여행.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떠나는 그 사람에게
편안하게 그 길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만 있다면...
거창한 이유 같은거 없다, 그냥 천천히 가고 싶을 뿐
먼 길을 떠나는 그 사람과 산에 들에 나는 재료들 가지고 밥해서,
30년 묵은 이런저런 추억들 반찬삼아
마지막으로 따뜻한 밥 한그릇 해주고 싶었다.
‘잘 가’라고,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손을 흔들어 주고 싶다.
“입에 맞는 반찬 한 가지라도 더 해드리고 싶었어요.
치매에 걸려 다 잊어도 입맛은 변하지 않는다 잖아요...”

줄거리

사제 생활 은퇴 후 치매를 앓게 된 충현은 영적인 쉼터이자 영혼의 고향인
수도원으로 들어가 여생을 보내려 한다.
30년동안 식복사로 일해온 윤정은 가족 이상의 존재인 충현을 그냥 떠나 보낼
수 없어 자신이 직접 데려다 주고자 자전거를 개조하여 충현을 태우고 수도원
을 향한 둘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치매에 걸린 후 평생 절제하며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식탐이 많아진
충현을 위해 정성껏 밥상을 차려내는 윤정.
아직 헤어질 때가 아니라는 듯 그들은 느리게, 아주 느리게 수도원을 향한다.
시간이 흘러 가을빛이 완연한 어느 날. 충현과 윤정은 초라한 행색으로 어느
시골 집에 들게 된다. 거기서 한 달 동안 그들의 동선을 따라오며 뒤를 캐내던
다큐케이블 pd 혜원과 상권을 만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