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지난 해 바냐 아저씨에 이어 수원에서 고전의 즐거움 시리즈 2회차로 알렉산드르 니꼴라예비치 아스뜨롭스끼의 ‘지참금 없는 처녀’를 준비하게 되었다. 전 생애에 걸쳐 46편의 희곡을 남긴 작가는 자신의 극작술이 최고의 수위에 도달했을 무렵, 40번째 희곡으로 이 작품을 썼다. 당대 물질만능주의의 현실을 남녀의 결혼을 소재로 하여 종종 비판해 온 작가는 이 작품에서 가난하여 지참금을 가져갈 수 없는 몰락한 귀족 처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통하여 모든 것을 돈으로 판단하는 저열하고 가혹한 세계를 고발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볼가강의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하면서 상인계급의 세계를 현실적이고 타산적인 거래가 깔린 인간관계로 대변하고(또는 조소하면서), 이를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해가는 귀족의, 그래도 남아있는 알량한 낭만주의적 속성과 충돌시켜 비극적 페이소스를 자아낸다. 이미 자본주의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 작가는 당대 사회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계급적 속성을 인물들 속에 낱낱이 부여한다. 그리하여 이 군상들은 누구도 영원히 화합할 수 없고, 또 언젠가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감하게 하는 것이다.

줄거리

볼가강 연안의 상업도시 브랴히모프. 몰락한 귀족 가문의 딸 라리싸 드미뜨리예브나는 일 년 전 떠나버린 연인 세르게이 세르게이치 빠라또프에 대한 상처를 안은 채 지참금도 없이 팔려가듯 관리 까란듸쇼프와 결혼하기로 한다. 그녀의 불행한 결혼에 대해 구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엄청난 지참금을 약속받고 고관대작의 딸과 결혼하기로 약속된 빠라또프가 자신의 재산을 정리하러 이곳으로 온다. 옛 애인의 결혼 소식을 들은 빠라또프는 묘한 호기심과 함께 라리싸와 그녀의 어머니를 방문할 생각을 하는데...

캐릭터

하리따 이그나찌예브나 오구달로바 | 중년의 과부. 우아하면서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대담한 옷차림

라리싸 드미뜨리예브나 | 그녀의 딸, 처녀. 화려하나 고상한 옷차림

모끼 빠르묘븨치 크누로프 | 최근 대사업의 한 사람이며 대 재산가인 중년 남자

바실리 다닐릐치 바줴바또프 | 아주 젊은 청년, 대 상사회사의 대표자의 한 사람, 서구식 옷차림

율리 까삐또늬치 까란듸쇼프 | 청년, 가난한 관리

세르게이 세르게이치 빠라또프 | 항해 중인 명성 있는 귀족, 30세 가량

이반 | 까페의 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