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슈베르에 투사되어, 연극에 대한 문제 제기, 유년의 기억과 상처, 콤플렉스, 죄의식을 고백하는 자전적 요소들이 담겨 있다. 이러한 작가의 자기 고백은 개인의 내면, 존재에 대한 탐구와 발견이 ‘의무’라는 현실적 강압에 차단되는 인간의 비극적 상황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의무적 희생자들>은 이오네스코가 쓴 1인칭 소설 <의무의 희생자 Une victime du devoir>(1952년 발표)에서 플롯을 따와 1953년에 초연되었고, 1968년에 취리히에서 이오네스코가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의무에 의해 강요되는 개인의 고통과 희생’을 주제로 한 연극적 놀이성이 강한 작품으로 희극성과 연극성이 뛰어난 심리극의 특성을 띠고 있어서 현대극에 대한 단상, 심리학이나 극 이론 차원에서도 많이 거론되고 있는 명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는 작품으로 이번 기회에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인다는 데 그 의미가 깊다. 특히 프랑스 파리 8대에서 <이오네스코의 ‘베랑제’ 사이클에 나타난 비극의 의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딴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박형섭 교수가 적극 추천하고 직접 번역까지 해 이오네스코 작품의 향취를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줄거리
신문을 보거나 뜨개질을 하면서 정부시책이나 시민들의 의무와 그에 따르는 개인의 희생,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논하며 주말을 보내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인 슈베르와 마들렌 부부에게 전 세입자인 ‘말로’를 찾는 수사관이 방문한다. 결국 부부는 수사관의 지휘 하에서 남편 슈베르의 기억을 추적해 말로를 찾는 일에 가담하게 되고, 수사는 슈베르의 내면 여행으로 이어진다. 부부의 신혼 초의 행복한 기억에서 슈베르의 유년 시절 부모님들로 인한 상처, 강박 관념으로 이어지고, 결국 현실을 넘어서서 초월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슈베르의 내면의 여행은 점점 수사관에 의해 강요되거나 제어되어간다. 수사관의 강요는 ‘말로’를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 속에서 폭압적으로 변해가고, 수사관은 슈베르의 구멍 난 기억을 메우기 위해 딱딱한 빵을 슈베르의 입에 쑤셔 넣기 시작한다. “씹어! 삼켜! 씹어! 삼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