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존재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구현하며 형이상학적인 질문과 동시에 형이상학적인 연극적 양식을 도입하여 극을 만들어내고 있는 극단 풍경이 <하녀들>을 올린다. <하녀들>은 인간의 욕망은 무엇인지, 욕망들은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한, 인간은 그 욕망으로부터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 그린 작품이다. <하녀들>은 극 중 사건에 대한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하녀들이 동반 자살한 사건을 조사했던 형사라는 인물을 새롭게 만들어내었다. 형사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석에 마련된 그의 취조실에서 극을 지켜보기도 하며 ‘마담’으로서 참여하기도 한다. 형사를 축으로 하녀들과 마담은 극의 삼각구조를 이루고, 그들의 욕망은 운명, 죽음, 구원이라는 삼각구조를 이룬다. 마담의 욕망은 하녀들에게 폐쇄된 운명을 부여하고, 하녀들의 욕망은 폐쇄된 운명에서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욕망이 좌절될 때 선택되는 것은 죽음이다. 운명, 죽음, 구원의 구조를 연극적 공간으로 전이 시키기 위해 무대에서는 욕조와 물을 사용한다. 욕조는 뚜껑을 덮으면 제단이나 의자 등으로 변하며 뚜껑을 열면 물이 담겨져 있는 가장 편안하고 은밀한 공간으로 변한다. 물은 정화, 구원, 여성성 등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하녀들>의 공연 양식은 한국 샤먼의 움직임, 진혼 굿의 양식과 카톨릭의 미사 양식을 접목하여 동/서양의 관객이 낯설지 않게 수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내용 역시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아 세계 어디에서나 수용이 가능하게끔 하였다. <하녀들>이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문화와 교육에 의해 포장된 우리들의 숨겨진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이다.

줄거리

Prologue_ 형사가 묘한 인상을 남긴 하녀들에 대한 사건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1장_ 쏠랑쥬(Solangju)의 욕망 : 극중 극
쏠랑쥬(Solangju)와 끌레르(Cler)가 마담의 욕조에서 물놀이를 하며 쏠랑쥬는 끌레르의 역할을, 끌레르는 마담의 역할을 맡아 마담을 죽이는 연극놀이를 한다.
2장_ 하녀들의 욕망, 제의
마담을 죽이고자 하는 음모를 벌이며 뭇슈가 시집을 훔쳤다는 거짓 밀고를 한다. 쏠랑쥬는 “하인들의 왕”이 되어 마담과 동등하게 되려는 욕망을, 끌레르는 “마담”의 영혼과 몸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제의를 통해 분출한다. 뭇슈가 가석방되었다는 사실을 하녀들은 알게 되고 잠시 좌절하나 끝까지 살인 계획을 실행하고자 한다.
3장_ 마담의 욕망 : 극중 극
형사는 마담의 역할을 한다. 마담은 “위대한 사랑은 고통을 통해 완성된다”라는 전제 하에 ‘숭고한 사랑’을 구현하고자 한다. 범죄자가 된 뭇슈를 사랑하는 것은 ‘그녀의 고결함’에 대한 증거이고 그와 고통을 함께 함으로써 ‘그녀의 사랑’은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그녀는 그녀의 사랑을 ‘사랑에 대한 복음’으로 제시하려 한다. 그러나 마담은 하녀들의 이름조차 모르며 성적으로 이용한다. 뭇슈가 가석방이 되어 마담의 욕망은 좌절되고 하녀들은 마담을 살해하고자 하는 계획이 실패한다.
4장_ 끌레르의 욕망, 제의
끌레르와 쏠랑쥬는 자신들이 경찰에 잡힐 거라는 두려움에 다시 연극 놀이를 한다. 연극 놀이에서 쏠랑쥬는 마담을 살해하여 “하인들의 왕”이 되어 사형당하는 것을 상상하며 독백한다. 끌레르는 쏠랑쥬의 욕망을 읽어내곤 스스로 제물이 되어 죽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