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본인은 원래 무대디자이너로 연극일을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만든 무대바닥이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늘 해오던 식으로 물감을 이용해 나무 바닥처럼 합판위에 그려서 극장바닥을 채웠다. 그것은 나에게 그림일 뿐이지 진짜 나무바닥이 아니였다. 관객과의 무의식적인 약속일 뿐 그것은 그냥 물감이였다. 관객과의 무의식적인 약속은 어디서 오는가? 배우는 진짜인데 무대는 왜 가짜일까? 그 후로 현실과 연극의 차이점과 유사점에 고민을 해왔다. 그러던 중, 오래 전에 읽은 재미있는 소재가 떠올라 원로극작가께 번안을 부탁 드렸다. 이 이야기는 소재만 취했을 뿐, 장기간의 대본 작업으로 새로운 창작으로 바뀌었다. 그 기간 동안에 작가님과 연출(본인)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에 더 호기심이 끌렸다. 원로작가께서 지어주신 우리 극단의 이름인 "하땅세"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고, 세상을 살펴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젊은 연출가인 본인은 이런 말은 진부하다! 라고 믿으면서 "하늘에서 땅끝까지 세게 간다!!!" 라는 뜻으로 바꾸고 젊은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어간다. 원숙한 예술가(원로극작가)의 여유와 미덕이 젊은 연출가(본인)의 조급함과 절실함이 만나는 것,연극이 이루어지는 극장 안의 배경 공간(약속)이 깨지면서 극장 자체의 물리적 공간으로 바뀌는 것, 삶을 다루는 연극 만들기를 직업으로 하는 본인이 연극을 만들면서 삶과 충돌하는 것을 보여 주려 한다.

줄거리

연극연습실 옆에 붙은 관리실에 희곡작가 정제헌이 찾아온다.그녀는 초라한 관리인이 자신이 연극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실력있는 연출가였다는 걸 기억해낸다. 그녀는 수위에게 존경을 표하고 자신의 작품을 연출해 달라고 부탁한다. 수위는 자기가 맡으면 모두가 고통스러울 뿐이라고 거절한다. 결국 간곡한 부탁에 그 수위는“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작품을 만들겠다” 고 다짐받고 연습에 참여한다. 연습 첫날, 자신감 넘치는 배우 한백을 온갖 수모를 주고 쫒아낸다. 당황한 한백은 욕설을 퍼붓고 연습실을 나가버린다. 나머지 배우들도 당황하고 놀란다. 잠시 후 한백이 들어오자 연출(수위)은 “감쪽같이 속았지! 이렇게 연극은 진짜 같아야한다!” 라고 생생한 경험을 준다. 모든 배우들은 겁에 질려있으나, 다소 모자라 보이는 배우 지망생 길준만이 남아있겠다고 반응한다.그러나 의외로, 연출은 길준만을 쫒아내며 "주관도 없는 순종자는 싫다"라고 한다.그로 인해 남아있는 배우들은 한발짝 다가간다. 연출은 기존 작품은 인원구성이 어렵다면서 배우훈련을 위해 자신의 작품 ‘하땅세’를 연습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제헌 역시 배우로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연출의 작업방식은 치열한 전쟁터를 불사한다. 배우들에게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진정한 연극의 세계에 들어오길 요구한다. 독특한 배우 훈련으로 인해 배우들은 현실과 연기를 구별 못할 정도로 왔다 갔다 한다. 배우들도 자신들의 변화와 경험에 놀라워하며 동시에 두려워한다. 점점 치열한 연습상황은 섬뜩한 상황으로 치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