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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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넘어선, 그들의 뜨거운 재회 <엠.버터플라이> 김광보 & 김영민
2012년 초연과 2014년 재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연극 가 1년 만에 다시 삼연으로 돌아온다. 뮤지컬이나 연극에서 재연은 종종 있었지만 삼연은 보기 드문 경우이다. 여기에 초·재연를 빛내준 모든 배우들이 총출동하기에 티켓 오픈 전 캐스팅 발표만으로도 큰 화제에 올랐다.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와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의 기묘하고도 충격적인 20여 년간의 관계를 담은 연극 의 총 지휘자 김광보 연출과 2년 만에 다시 르네 갈리마르 역으로 무대로 돌아오는 김영민을 만났다.‘부부는 닮는다’고 옛 어르신들은 말씀하신다. 여기 닮은꼴 관계를 하나 추가해본다. 연출가와 배우도 닮는다. 오랜 시간 무대에서 서로를 지켜보고 응원해왔기 때문일까?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그들은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꼭 닮은 느낌이었다. 부부처럼 닮은 두 사람“모르셨어요? 연출님은 유명한 헤비스모커(골초)에요.”(웃음) (김영민) 그들을 만난 날, 사진 촬영을 앞두고 김광보 연출은 연신 손에서 담배를 놓지 않는다.“원래 한참 동안 금연하고 있었는데 이후로 계속 피게 됐네요. 그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원래 하기로 했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개관이 지연되면서 극장을 부득이하게 바꿔야만 했어요. 머릿속은 하얘지고, 가슴속은 바짝바짝 타 들어가고, 이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지요.(웃음) 요즘처럼 공연을 앞두고는 더욱 자주 피게 되는 것 같아요." (김광보)웃음 가득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된 인터뷰. 웃을 때 반달이 되는 선한 눈매가 꼭 닮은 두 사람은 2005년 로 처음 만나 이후 2010년 , 2012년 그리고 오는 4월 삼연으로 무대에 서는 로 다시 만났다.“연출님을 만난 지 벌써 올해로 꼭 십 년이 됐어요.”(김영민)"십 년 전에는 제가 사실 좀 악동이어서 영민씨를 많이 괴롭혔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첫 공이 끝나고 축하 파티를 할 때, ‘너무 많이 괴롭혔구나’ 싶어서 스스로 민망한거에요. 그래서 파티에 참석 안하고 몰래 도망갔어요." (김광보)"연출님과의 작업이 항상 고마운 이유가 배우로서의 스팩트럼을 넓혀주셨어요. 농담삼아 "영민이가 찌질해"라고 말씀하시다가도 정말 그런 부분을 공연에서 표현해줄 수 있게 해주셨거든요.” (김영민)초연 당시 르네 갈리마르 역에 김영민을 대번에 떠올렸다는 김광보 연출은 "극 중 인물 갈리마르가 찌질한 인간이에요. 영민씨가 생긴 것은 동안이고 말끔하죠, 하지만 가끔씩 보면은 찌질한 모습이 보여요. (웃음) 대본을 읽자마자 영민씨 생각이 대번에 나더라고요. 때도 수명이라고 찌질한 역할을 참 잘 했고요. 영민씨가 표현하는 찌질함은 고급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차원이 다르죠. 잘생긴 배우가 찌질한 역을 할 때 거기서 오는 쾌감이 있는데 그래서 처음에 영민씨를 떠올렸어요."라고 캐스팅 비화를 설명한다. “우리는 원 팀”초·재연 배우들의 전원 캐스팅 비결을 묻자 "초·재연 멤버들 다같이 하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연극열전 허지혜 대표의 제안에 “같이 합시다”라고 대답한 것 밖에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김광보 연출은 재연도 잘 안 하는 편인데 는 삼연이니 특별할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영민씨의 합류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여러가지 스케줄이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를 선택한 것 같아요. 우리 배우들이 다들 의리가 있어요. 내 마음 속의 일 순위의 배우들이 지금 이 작품에 다 모여 있어요. 어떤 작품이든지 ‘같이 하고 싶다’라는 믿음이 가는 사람들이죠.”라며 배우에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작년 재연 때는 영화 작업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많았어요. 이번에 삼연을 한다고 해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작년에 (이)승주와 (김)다현이 공연을 보러 갔는데 진중하고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무대에 있는 그들에게 엄청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죠." (김영민)2년 만에 무대이자, 초연과 재연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 부담감이 있을 법 하지만 김영민의 대답은 기자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물론 오랜만에 서는 무대고 삼연이라 책임감과 부담감이 느껴지지만, 스스로는 '오랜만에 한다'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항상 여기(무대)에 마음이 있으니까요. 초연 때부터 워낙 치열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 것이라 그것에만 충실하고 정직하게 임하면 관객들 역시 놓치지 않고 봐주실 거라고 믿어요.”라며 힘주어 말한다.한 달 후면 다시 관객 앞에 서게 될 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단도직입적으로 김광보 연출에게 묻자 “재연 때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도 그랬지만 달라진 건, 출연하는 배우들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오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초연 때 텍스트에 대한 분석이 심도 있게 이뤄져서 작품에 손 볼 일은 없을 것 같아요."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나 작품에 대한 해석은 초연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하지만 지금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초연과 재연을 할 때 비해서 배우들이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이라고 대답을 덧붙인 김광보 연출, 이에 김영민은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은 사실이죠. (웃음) 배우로서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시간이 더 흐른 만큼 자연스럽게 살아온 시간들이 작품과 인물에 투영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전한다. "다들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어요. 워낙에 서로가 친한 배우들이니까요. 우리 작품의 연습 분위기 중 하나의 흠이라고 한다면 너무 친한게 흠이죠."라고 김광보 연출이 운을 떼자 "그래서 다들 서로를 많이 배려해요."라며 김영민이 답한다. "연습 첫 날 배우들에게 우리는 ‘원 액터’가 아니고 ‘원 팀’이다. 팀을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만큼 우리 분위기가 좋아요. 배우들에게 제가 애교와 투정을 많이 부립니다. 그러지 않으면 배우들이 어떻게 편하게 연습을 하겠어요."라는 김광보 연출의 말에서 팀의 연습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초연과 재연을 뛰어넘는 판타지적인 무대원작이 가지고 있는 현실과 환상,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섬세한 텍스트는 ‘새장’이라는 무대로 형상되어 배우들의 세심한 연기와 함께 관객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초연에서는 새장 자체가 무대 안에 설치되었고, 재연 때는 극장의 조건이 달라져 새장이 들어오지 못했지만 대신 새장의 내부가 보여졌다. 이번 경우에는 어떨까? 김광보 연출은 "무대 디자이너에게 한 마디만 했어요. 초연과 재연에 비해서 더 월등하게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무대를 원한다고요. 지금 디자이너의 머리가 굉장히 아플거에요.”라며 웃는다. 또한 "의상도 많이 보충될 것 같아요. 삼연은 배우들만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고 무대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등 모든 사람이 부담스러워요. 워낙에 이 작품을 사랑해주신 사람들이 많으시니까요."라고 덧붙인다. 또한 무엇보다 이번 시즌은 초연과 재연 배우들이 함께 나오는 새로운 조합에 대한 기대도 크다. "동화씨랑 다현씨랑은 초연 때 해봤고, 성우씨랑은 이번에 새로 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 다른 배우들도 지금은 서서히 맞춰 가는 과정인데 서로의 호흡을 각자 존중해주고 기다려주고 있어요. 특히 이번 공연은 각 페어마다 좀 더 색다른 느낌이 나올 것 같아요. 귀여운 페어, 섹시한 페어 등 근래에 보기 드문 페어의 조합이 탄생하지 않을까요"라며 김영민 역시 배우들의 새로운 합으로 인해 생기는 에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나’이자 ‘당신’이자 ‘나’. 삼 년 만에 다시 대본을 읽어본 김영민은 “스스로 환상을 만들고, 스스로 그 환상에 파묻힌다는 것에 마음이 많이 와 닿았어요. 르네 입장에서 송은 전부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르네는 송의 실체를 알면서도 그것을 망각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죠. 사랑을 스스로 규정해버려요. 그런 지점들이 전 보다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라고 이야기했다. “르네가 송에게 빠져 드는 것은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거에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 부분은 무척 중요하잖아요. 나와 같은 사람이며, 나와 비슷한 사람, 나이자 당신이기도 한, 내가 눈 앞에 있는 거죠.”라며 송에 대한 감정을 설명했다. 처음 희곡을 보고 전율이 일었다는 김광보 연출은 “우리는 보통 ‘부부는 닮는다’라고 하는데 그것은 나의 삶이 상대방한테 투영되고 상대방의 삶이 나한테 투영되면서 서로 비슷해지는 거거든요. 르네가 송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게 아마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그 전부터 르네한테는 환상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환상 속의 인물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을 그 안에 투영시킨 것 같아요. 스스로를 거기에 묶어 버리고 죽을 때까지 그 환상을 깨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라며 이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환상’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공연을 보고 공부하는 관객들 김영민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사랑해주는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작품이 약간 어려울 수도 있지만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지’, ‘저 사랑은, 저 죽음은, 저 애처로움은 뭐지’하는 호기심이 생기면서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한다. 김광보 연출은 여기에 “관객들이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보면서 새장 속에 갇혀 있는 인간, 인간의 내면을 들어다보고 있어요. 그 안에서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라고 하는 ‘사랑’의 한 형태가 보이고, 그것을 각기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요. 르네가 환상에 빠져 결국은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무한 공감과 애정을 보내준 관객들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김영민은 “이 작품은 준비하는 과정이나 무대에서 배우들이 힘이 엄청 드는데 그만큼 관객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초연 때 깜짝 놀랐던 게 공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했는데 교보문고가 가깝잖아요. 교보문고에 있는 희곡집이 다 팔린 거에요. 그때 희곡집을 읽고 공부하고 사인 받으면서 질문하시는 관객들이 참 많았어요.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이유가 관객이 공연을 보고 나서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하는 건데 그런 점에서 의 관객들은 최고에요.”라며 손을 치켜세운다.스스로 만들어 놓은 환상 깨기이번 삼연에서 중점적으로 봤으면 하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김광보 연출은 “초·재연을 거치면서 이 공연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이 공연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 배우들과 제작진의 이번 삼연에서의 가장 큰 숙제에요. 이번 공연에 대해서 관객들이 너그러우시면 좋겠어요.”라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김영민은 “커튼콜 때 관객 분들이 박수를 아주 작게 쳐주셔도 관객들이 전달해주시는 그 느낌을 알기 때문에 힘이 나요. 힘들면서도 보람 있고 무엇인가를 가져 간다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게 되죠. 이번 무대에서도 그 에너지를 받고 싶어요.”라고 활짝 웃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스스로가 르네 갈리마르라고 농을 치는 김광보 연출은 “르네 갈리마르가 어떤 카테고리 속에 스스로 들어가 있는 것처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을 벗어나 싶고 여유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요. 일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그렇기 때문에 나도 그렇고 영민씨도 젊게 사는 거거든요. 남들은 저보고 워커홀릭이라고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주어진 일들 하나하나가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즐기고 있어요.”라고 인사하며 서둘러 연습실로 향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3.16 / 조회 13,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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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는 <엠. 버터플라이> 초·재연을 채웠던 배우들 전원 출연
2012년 초연 및 2014년 재연 당시 큰 인기를 얻은 연극 가 오는 4월 다시 무대에 오른다.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의 대표작인 는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부르시코의 실화를 모티브로 무대화 한 작품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해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와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의 기묘하고도 충격적인 20여 년간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총 지휘에 나서는 김광보 연출을 비롯하여 지난 두 번의 공연에 함께했던 배우 전원이 다시 출연하여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사건의 전말을 전달하는 동시에 극한의 감정 변화까지 선보이는 르네 갈리마르 역에는 초연에서 활약한 김영민과 재연 당시 큰 사랑을 받은 이석준, 이승주를 다시 만날 수 있으며, 남성과 여성의 겉모습뿐 아니라 심리까지 완벽하게 넘나드는 송 릴링 역에는 초연부터 줄곧 자리를 지켜온 김다현과 초연과 재연에서 각각 열연을 펼친 바 있는 정동화와 전성우가 함께한다. 또한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한동규, 빈혜경, 김보정, 이소희도 출연한다. 중극장 무대에서 다시 선보일 연극 는 2월 25일부터 온라인 티켓예매가 가능하며, 공연은 4월 11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하여 6월 7일까지 계속된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연극열전 제공
2015.02.12 / 조회 9,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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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Q&A] <엠.버터플라이> 분장팀에게 묻다
공연을 보고 난 후 생기는 소소한 궁금증들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시간 [현장 Q&A]그 첫 번째 Q&A 주인공은 지난 3월, 재공연이 개막하여 순항 중에 있는 분장팀이다. 는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서 벌어진 실화를 모티브한 기묘한 러브스토리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한 작품 내용도 흥미롭지만 특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자보다 더 예쁜 캐릭터 송 릴링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송 릴링의 입술 색부터, 여름철 피부관리까지 그 궁금증 그대로 분장팀에게 되물었다. 다양한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으며 여기에 여자보다 더 예쁜 송 릴링 그녀의 아름다운 변신 과정은 보너스이다.Q. 남녀불문! 출연 배우들의 피부 서열을 냉정하게 평가해 주세요.피부가 가장 좋은 배우는 헬가 역의 정수영 배우입니다. 나이를 속일 만큼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고 계세요. 그 다음은 송 릴링 역할의 전성우 배우, 김다현 배우입니다. 두 배우 모두 남자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곱디고운 피부결을 자랑합니다.(웃음)Q. 피부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쓰는 관리남, 관리녀는 누구인가요?정수영 배우, 전성우 배우가 특히 피부관리를 아주 철저히 합니다. 공연 시작 전 헤어 손질을 받고 있는 전성우 Q. 극 중간중간에 수정 화장도 하나요?극 중간에는 화장 수정을 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워낙 의상 체인지가 많다 보니 극이 시작되기 전 메이크업으로 끝날 때까지 유지합니다. 송 역할 배우만 2막에서 3막으로 넘어갈 때 분장을 지웁니다.Q. 송 릴링역 배우는 무대에서 화장을 엄청 빨리 깔끔하게 지우는데, 어떻게 지우나요? 3막 시작 전 변신 장면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리무버와 클렌징 티슈로 메이크업을 완전히 지웁니다. 그리고 나서 미스트를 뿌리는데, 뜨거운 조명에 피부가 상하지 않도록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썬미스트 제품을 사용하지요. 비비크림이나 다른 메이크업은 하지 않습니다.남자로 등장하기 전 마지막 메이크업 수정 중인 김다현 Q. 송 릴링의 입술 색이 너무 이쁜데요, 립 제품은 어느 회사의 제품인가요? 송 분장에 사용되는 제품은 맥 A43 제품입니다. 여기에 반짝이는 느낌을 더하기 위해 추가로 립글로즈도 바르고 있습니다. Q. 두 명의 송 릴링을 메이크업 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송이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여성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메이크업과 더불어 헤어에 많은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인모 가발을 사용하기 때문에 매번 손질을 하고, 스타일링을 합니다. 각 배우의 얼굴에 맞게 제작되었기 때문에 스타일링 방법도 약간 다릅니다. Q. 르네 갈리마르가 마지막 장면에서 자결할 때 사용하는 하얀 분의 정체는?바디 페인팅에 쓰이는 아쿠아 물감입니다. Q. 공연 중에 송과 헬가가 피는 담배는 어떤건가요? 냄새가 거의 없고 향이 독특하던데.무대에서 쓰는 담배는 ‘건향초’라는 금연초입니다. 쑥으로 만들어 인체에 해가 없지만 쑥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특징이죠. Q. 마지막으로 전문가가 제안하는 여름철 피부 관리법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여름에는 야외 활동이 많아지기 때문에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날씨가 습하더라도 자외선에 노출이 되면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보습에 특히 신경 써주시면 좋아요.정리: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연극열전 제공
2014.04.24 / 조회 2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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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의도 더욱 살려” 앵콜무대로 돌아온 <엠 버터플라이>
2012년 국내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가 지난 8일 재공연의 막을 올렸다. 는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형을 선고 받은 전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와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 벌어진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김광보 연출을 필두로 초연 무대를 지켰던 김다현, 손진환, 정수영, 이소희에 더하여 이석준, 이승주, 전성우, 유성주, 빈혜경이 새롭게 호흡을 맞춘다. 김광보 연출은 초연과의 차이점의 대해 “초연 때 빠졌던 몇 가지 대사들을 대본의 의도대로 살려냈고, 무대 크기가 달라지면서 외형적으로는 초연 때와 같은 새장의 모습은 포기했지만 그 안의 무대 모습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무대는 새장의 모습도 가지고 있지만 감옥의 느낌과 대나무 숲 같은 동양적인 느낌 등 중의적인 모습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연출자로서 좋은 배우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칭찬을 듣는다면 그것은 함께 한 배우들 덕분이다”라며 배우들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14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르네 갈리마르가 송 릴링을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1막은 초연 배우 김다현이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송 릴링으로 분해 더 농밀한 자태를 뽐내며, 새롭게 합류한 르네 갈리마르 역의 이석준과 호흡을 맞췄다. 김다현은 “재연은 더 좋은 모습,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든다. 이번에는 특히 무대도 바뀌고, 상대배우도 초연과 다르기 때문에 느낌이 다르다” 며 초연과 차이점을 이야기했고 "디테일한 호흡과 눈빛, 감정 변화들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많이 신경쓰고 있다”며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에도 출연중인 이석준은 “평소 겹치기 공연은 지양하는데, 좋아하는 연출가와 제작자를 만났고, 두 분이 할 수 있다고 흔쾌히 대답을 해주셨기 때문에 대본을 보기도 전에 선택한 작품이다”라고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서 밝혔다. 또한 “지금 하고 있는 두 공연 모두 전작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공연을 본 관객 또한 많아서 부담이 된다. 재연 무대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이미지와 더불어 그 이미지를 부수면서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켜야 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힘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2막에서는 김다현과 함께 송 릴링 역을 맡은 전성우가 남성과 여성을 오가며 르네와 갈등하는 순간을 폭발적인 에너지로 표현했으며, 이승주는 극한의 감정변화를 오고가는 르네 갈리마르를 열정적으로 표현했다. 전성우는 “르네에게 여성적으로 다가서기 위해서,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여성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고 있다”며 캐릭터 분석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승주는 “앞으로 더 발전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작품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전체 출연진들 (왼쪽부터 김다현, 빈혜경, 전성우, 정수영, 이승주, 이소희, 이석준, 유성주, 손진환)초연보다 더욱 섬세해진 2014년 는 오는 6월 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3.18 / 조회 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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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적 세상, 그 이면의 이야기 <엠 버터플라이> 이석준, 이승주
오페라 를 보던 프랑스 대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주인공 여인 초초상에게 한눈에 매료된다. 미군 장교와 사랑에 빠져 개종까지 하고 결혼할 정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남자에게 헌신하지만 한낱 유희의 대상이었을 뿐 처참히 버려지는 그녀의 운명. 초초상과 그 배역을 연기하는 미묘한 여인 '송'을 향한 환상은 수십 년 르네를 지배하기에 이르고, 결국 누가 '나비'인지 스스로도 미궁에 빠져버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전 세계 뿐 아니라 2012년 한국 공연 당시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연극 가 막강한 캐스팅과 함께 다시 찾아온다. 자신이 낳은 환상 속에 결국 스스로 갇혀 버린 르네 갈리마르 역의 이석준, 이승주는 동성애, 순종적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의 동경 등 그간 제법 단순하게 정의했던 이 작품의 이면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를 더한다. 과연 마담 버터플라이가 되는 사람은 누구이며 는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던지고 싶은 것일까. 이들의 대화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좀더 깊게 무대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파고들 것이 있는 작품에 끌린다 에 이어 까지 연이어 밀도 높은 연극에 출연하게 되었다. 이석준(이하 석준): 우연의 일치이기도 하지만 내 성향이 그렇기도 하다. 평소에 굉장히 밝은 사람이라 무의식에 반대 성향에 대한 욕구가 큰 것 같다. 작품을 택할 때도 한번에 대본이 읽히는가를 보고, 한번에 쭉 읽혔다가 '이게 뭐지?'하고 다시 봐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작품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작품의 어떤 부분을 더 파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때만 작품을 한다. 얼마 전 공연을 마친 도 그렇게 택한 작품이겠다. 석준: 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공연을 본 사람들은 공연이 끝나면 내가 무대 밖으로 기어 나가겠다며 걱정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힘들다기 보다는 다음 공연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무대 위에 다 쏟아내고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 중에 가장 강하게 밀어 붙였던 것 같다. 커다란 무언가를 얻었던 작품이고, 내 인생의 세 작품 안에 들어갈 작품이다. 배우 이석준 인생의 세 작품은 무엇인가? 석준: 그리고 이다. 이승주의 전작인 국립극단의 역시 농밀한 무대였다. 이승주(이하 승주): 원래 다른 선배님이 준비하시던 배역이라 연습에 늦게 들어가게 되었는데, 처음 대본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모든 연극이 치열하겠지만 이 작품엔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었다. 예전에 사람들이 "제일 아쉬운 게 뭐야?" 라고 물어보면 아쉬운 게 있어도 표현하지 않았다. 치부를 들키는 것 같기도, "그 부분은 못했으니 이해해줘"라고 핑계를 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든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다른 핑계나 이유는 있을 수 없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이 제일 아쉽다고 말할 수 있다. 꼭 한번 더 공연 해보고 싶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석준이 의 이승주를 극찬한 바 있다. 승주: 정말? 감사합니다. (웃음) 석준: 어떤 배우가 일주일 만에 대사를 다 외워왔고, 그리고 잘한다는 이야기를 김광보 연출님께 들었다. 근데 난 내 눈으로 보기 전엔 안 믿는 사람이다. (웃음) 나중에 공연을 가서 봤는데 깜짝 놀랐다. 같이 간 팀이 다들 연습 중이라 초주검이 되어서 몇 번 졸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 승주 씬은 거의 다 기억한다. 너무 잘했다. 이 친구가 표현해 내려는 수많은 것들이 굉장히 재미있게 읽혔다. '와, 저 친구 무섭게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주는 KBS 21기 공채 탤런트이기도 하다. 석준: 그러냐? (박장대소) 승주: 사실 어디 가서 그 이야길 잘 안 한다. 3개월 연수만 받았었고 몇 번의 방송활동도 공연을 좋게 봐주신 감독님이 캐스팅해 주셔서 하게 된 것이었다. 방송이 싫은 건 아니지만 난 연극이 더 좋고 잘 맞는다. 시작도 연극으로 했고 지금도 연극을 하고 있지만 아직 공연 쪽에서 자리잡은 배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방송에서 인지도 있는 배우도 아니기 때문에 탤런트라는 말이 붙을 때마다 스스로 애매한 느낌이 든다. 나중에 정말 인지도를 많이 얻고 나서는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연극,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친(?) 남자와 무섭게 클 배우와의 만남 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마주했다. 승주: 은 두 번 봤는데 처음 볼 때는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두 번째 봤을 때는 너무 좋아서, 정말 너무 좋아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선배님께 문자를 보냈다. 그게 아마 처음 연락 드린 걸 거다.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그걸 넓게 펼치지 않고 응축해서 보여주는 배우들이 있는데, 내가 그걸 잘 못해서인지 그렇게 하는 배우들을 동경한다. 근데 (석준) 선배님에게서 그 모습을 봤다. 공연을 많이 보진 않았지만 유명한 공연들은 많이 보려고 하는데 종종 실망을 하게 된다. 무대 위에 난무하는 그 거짓말들이 난 싫다. 그리고 스스로도 많이 반성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인물 자체가 말하고 서 있고 걸어 다니는 걸 봤다. 너무 좋아서 그 마음을 표현 안 할 수가 없었다. 석준: 그렇게 감동받은 문자가 아니었는데 오늘 감동받네. (웃음) 승주: 그래서 선배님이 굉장히 거친 분인 줄 알았다. 저 역은 본성이 거칠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싶었다. 그래서 원래 내가 조심스러운 성격인데 더 구석에 쭈구리처럼 있었다. (웃음) 그런데 연습을 해보니 완전 다른 거다. 그래서 정말 연기를 잘 하신거구나, 생각하게 됐다. 두 사람 모두 연이어 김광보 연출과 함께 하게 되었다. 석준: 뮤지컬을 할 때도 노래 한마디, 대사 한마디에 감정을 통일시키고 그 밑바탕을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굉장히 집요한 편인데, 연출이 그걸 해 주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배우와 연출이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주지 못하거나 배우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연출, 그런 공연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런 면에서 할 때 굉장히 편했다. 김광보 연출님은 스스로 좋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정말 좋은 거라고 믿을 수 있게 해 줬고, 이상하다 느끼는 부분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믿음을 주셨다. 또 연출님이 굉장히 깊숙이 대본을 파고들면서도 눈으로 봤을 때 흘러가는 게 재미가 없으면 거기에서 브레이크를 건다. 그리고 왜 재미가 없는지를 서브 텍스트를 통해서 계속 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사람들은 글자 하나하나를 다 잡아가는 게 파고드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난 반대라고 생각한다. 극이 잘 흘러가지 않고 재미가 없을 때 파고들어가야 하고 김광보 연출님이 기가 막히게 그걸 딱 집어내신다. 그 순간들을 경험해 보니 이번 작품도 굉장히 잘 해 주실 거라는 철통 같은 믿음이 있다. 승주: 2010년에 를 시작으로 이번이 김광보 연출님과 네 번째 작업인데, 내 프로필의 절반 이상을 같이 한 셈이다. 다른 연출가들과도 작업해 봤지만 그것 조차도 김광보 연출님의 공연을 보고 캐스팅된 경우이다. 그런데 스스로 가장 많은 발전을 하는 건 김광보 선생님과의 작업이다. 내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내 안의 갈증이나 여타의 많은 것들이 채워진다. 처음 작업했을 때보다 지금 더 발전된 배우가 되었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긴 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예전엔 어리석었구나, 하는 생각을 조금씩 하곤 한다. 1, 2년 후면 지금의 나를 그렇게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 때문에 굉장히 많은 것들을 느끼고 싶다. 는 영화로도 익히 알려져 있고, 지난 2012년 공연에서도 크게 흥행한 바 있다. 석준: 사실 이 작품은 내 코드가 아니다. 남자가 내 앞에서 알짱거리는 게 싫다. (웃음) 게다가 영화를 동성애 코드로 봤었고, 역시 현재 대학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동성애 코드가 오묘하게 섞인 작품 중 하나, 스타일리쉬한 연극일 뿐 깊이 있는 무언가를 추구하진 않을 것이란 생각에 공연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대본을 보면서 알게 됐다. 알아갈 수록 좋은 더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된 게, 표면에 드러난 이야기,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 그 밑에 또 어떤 사상이 깔려 있다. 처음 보는 사람, 공연 마니아, 그리고 더 작품 깊이 들어가고 싶은 사람, 세 층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것 그 밑의 이야기가 중요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라면, 는 어떤 작품인가? 석준: 마지막 반전이 여자라고 믿었던 사람이 남자로 전복되는 과정인데, 그 이후에 한번 더 반전이 있다. 오페라 의 이야기에 르네, 송의 이야기가 대입되는데 결국 르네가 마담 버터플라이고, 르네가 마담 버터플라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나를 매몰차게 버리고 간 사람이 되었다는 부분이다. 가치의 전복, 눈에 보여지는 것 이상의 무엇,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맡은 '르네 갈리마르'는 소심하고 나약한, 찌질한 사람이라고 종종 해석되곤 한다. 승주: 대본에 르네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몇 장면이 나오고 성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서양에서 한창 사춘기인 남자가 그런 대사를 한다는 것 자체에서 르네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르네가 찌질한 사람은 아니다. 대사관 직원에다가 정열을 버린 자리에 실리를 선택해 넣은 사람 아닌가. 누군 결혼을 할까 말까,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웃음) 르네는 선택이라는 걸 하지 않느냐. 결코 찌질하지 않은 사람이다. 석준: 처음 르네가 찌질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럼 왜 우릴 선택했지?(웃음)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나는 여자들이 나에게 꼬리칠 만한 남자가 되지 못합니다'라는 대사 때문에 겉모습이 찌질한 남자처럼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다. 르네가 인생의 순간 순간에 찌질한 선택을 하는 것일 뿐이고, 잘못된 만남, 잘못된 선택, 이런 찌질한 선택을 하게 만든 그 사람의 생각, 욕망, 욕망에서 비롯된 뒤틀림 등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이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승주: 볼펜 앞 꼭지를 돌려 빼면 작고 긴 스프링이 있는데 그걸 누르면 스프링이 줄어드는 것처럼 르네에게 일생 어떤 압박이 있었던 거다. 스프링을 누르던 힘은 르네 자신일 수도, 아니면 외부적인 무언가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르고 있던 힘이 없어지면 스프링이 튕겨 나가는데 스프링을 놓게 한 계기가 송이라는 인물이다. 그런데 스프링을 누르고 있던 힘이 클수록 그 힘에서 벗어나게 되면 더 많이 멀리 튀지 않냐. 르네가 바로 그런 사람 같다. 그렇다면 르네는 왜 순간순간 찌질한 선택을 하는 남자가 되었을까? 석준: 단서가 될 만한 장면들이 작품 속에 다 나온다. 청교도적, 기독교적 사고관을 가지게 되어서 여자를 원하면서도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기도, 억제 당하며 살아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심리적으로 치유 받지 못한, 자존감이 높지 않은 사람, 그런 의미로 찌질한 사람이 르네 같다. 이런 단서들을 작품 속에서 찾아내는 재미 때문에 재 관람 비율이 높은 것 같기도 하다. 동양에 대한 환상이 르네가 송에게 매료된 이유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르네에게 송은 어떤 인물일까? 승주: 이미 내가 갖고 있지만, 갖고 싶은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르네 안에 송의 모습이 분명 있고, 그렇기 때문에 송에게 끌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르네는 자신이 그런 모습을 갖고 있는 줄 모를 뿐이다. 반대로 내게 없는 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끌리는 것처럼 르네와 송 사이의 끌림엔 여러가지 면이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 그게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 등과 같은 것들로 단정짓는다면, 내가 그렇게만 표현하려고 할까 봐 일부러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물로서 충실하면 작품의 주제를 물 흐르듯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석준: 승주가 굉장히 중요한 말을 한 것 같다. 르네가 처음 송을 봤을 때가 오페라 공연이니, 송의 동양적인 모습에 먼저 매료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송에게 빠져든 건, 송이 동양적인 여인의 이미지를 뒤엎는 이야기를 할 때였다. 오히려 르네가 서양에서 자랐지만 순종적인 삶을 살았고, 송은 동양인이나 당시 서양인의 자유롭고 진취적인 삶을 산 사람이다. 대본에 '동양 여잔데 서양에서 공부를 했나 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만 보더라 해도 아름다운 외모를 넘어서 알맹이가 채워진 사람으로 르네에겐 보였을 거다. 그런 반대적인 모습이 서로를 끌어당겼다고 생각을 한다. 동서양은 단지 겉모습일 뿐, 그 안의 전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르네의 부인 헬가도 역시 일정 교육을 받은 사람인데 왜 그녀에겐 르네가 끌리지 않는걸까? 석준: 아빠만 잘났던 거 아닌가?(웃음) 부인은 겉의 삶을 즐기는 사람이다. 르네 대사에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게 여자에게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상대방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려면 그가 하는 이야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 소위 아이레벨(eye level)이 맞아야 하는데 오페라 를 봤다고 말해도 헬가는 그거 좋다고 한마디 할 뿐이다. 어느 한 부분의 리듬만 아는 여자라 단 한번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을 거다. 믿고 함께 나갈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축복 송이 르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의 수치심마저 당신의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면의 뜻을 파악하기 이전에 송은 르네에게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여자이고 그런 여자로 인해 르네는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 그려진다. 정말 남자들은 그러한 심리가 있는가? 석준: 그런 말을 하는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배울게 많았고 언제나 든든했던 아빠가 "아빠가 항상 널 지켜줄거야"라고 말할 때 그 이야기를 듣는 아들의 뿌듯함과, 늘 사고를 치고 다녔던 아빠가 그 말을 했을 때 아들의 마음이 다른 것처럼, 헬가가 그런 말을 했을 때와, 감히 내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범접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송이라는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르네의 반응이 다를 것이다. 처음엔 르네가 그 글귀를 읽고 거부감을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한 사람을 짓밟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내 안에 자신감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나에겐 아내(배우 추상미)가 그런 사람이었다. 아내는 인기 절정이었을 때 아무것도 없는 나와 연애를 시작했는데, 나중에 왜 나와 그렇게 오래 만났냐고 물어보니 내 비전을 봤다고 대답하더라. 그런 생각이 고맙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용기다. 아내에게 가장 높이 살 만한 게 자존감이다. 또 아내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언제나 치열하게 준비하는 사람에겐 길이 열려있다고 믿게 된 것 같다. 실제로 아내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내 인생이 달라졌다. 그래서 어떤 면에선 르네라는 인물이 굉장히 이해가 많이 된다. 르네라는 인물, 더 나아가 라는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건 '환상'일 것이다. 두 사람이 가진 환상은 무엇인가. 승주: 지금 가진 가장 큰 환상은 연극하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거다. (웃음) 석준: 정말 불가능한 꿈을 가지고 있구나. (웃음) 승주: 밤마다 머릿속에 그리고 생각하면 어떤 결말이 나지 않을까? 막연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에, 선배님처럼 이뤄질 수도 있고. 같이 무엇인가 이뤄감에 있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존재를 만난다는 건 정말 굉장한 축복 아닌가. 그런 것들을 항상 꿈꾼다. 석준: 20대 때 멋모르고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정도 지나고 나니, 100만원을 버니까 10만원이 부족하고, 1000만 원이 있으면 100만원이 모자랐다. 항상 모자란다. 그걸 채운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여전히 나의 꿈이지만 그건 작품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순간에 도달하는 삶을 뜻한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찾아내지 못하면 10년 뒤의 행복도 못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20대 때 힘들고 괴로웠고 그래서 죽을 결심을 한번 해 봤던 사람이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날 돌아서게 만든 게 무대였다. 좋아하는 거 한번은 해 봐야지, 라는 생각에 밟은 무대는 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았다. 무대에 서면서 아내를 만났고 아이를 가져서 낳았고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무대를 통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무대 위에서 살고 싶고 언젠가 삶의 마무리 역시 무대 위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 디자인: 최주희(honeyneko@interpark.com)
2014.02.10 / 조회 17,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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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M. Butterfly’ 김광보 연출가 인터뷰①
최근 연출가 김광보는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할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작년까지 부산시립극단의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며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 왔다. 임기가 끝날 무렵 그는 미친 듯이 무엇인가에 매진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료됐다. 때마침 운명처럼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 김광보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연이어 맡게 된 엄청난 에너지의 작품들에 대해 “어차피 운명이고, 쉬운 작품은 없더라”고 말했다. 그의 ‘말도 안 되는 행보’의 시발점인 연극 ‘M. Butterfly’(이하 엠나비)에 대해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연극 ‘M. Butterfly’(이하 엠나비)를 비롯해 연극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등 만만치 않은 작품을 연달아 맡으셨어요.작년 11월 말까지 만 2년간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임기를 마치면서 어렸던 시절처럼 ‘미친 듯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우연하게 작년 연말부터 올 초반까지 만만찮은 작품들이 저에게 들어왔습니다. 어떤 작품을 하던 어려운 것이니 이왕이면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전력투구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했습니다. 그 시작이 연극 ‘엠나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초반에 너무 힘을 뺐어요.(웃음) - 이제야 막 전력투구를 하겠다고 하셨는데.(웃음)그러니까요.(웃음) 지금은 고연옥 작가와 함께하는 40분짜리 낭독공연 ‘내 이름은 강’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6월 24일부터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공연합니다. 이후에는 극단 ‘청우’ 작품을 해요.(그는 극단 ‘청우’의 대표다.) 올 초 극단에서 워크숍을 했던 작품인데 반응이 좋았어요. 한국적 각색을 거쳐 ‘12명의 좋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있으세요?제가 미쳤습니다.(웃음) 9월에 극단 ‘청우’ 작품을 또 해요. 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은 작품 중에 ‘그게 아닌데’라는 작품이 있어요. 올해 1월 초에 창작희곡 페스티벌에서 당선된 작품입니다. 낭독공연을 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단막으로 올랐던 공연을 제가 작가에게 장막으로 한 번 써보지 않겠냐고 말했어요. 9월에 정보소극장에서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11월에 하는 ‘드라마틱 칸타타 김구’라는 작품도 제가 정말 재미있어서 하겠다고 했어요. 작곡가가 강준일 선생님이세요. 강준일 선생님의 음악을 들어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해 온 ‘음악극의 결정체’라고나 할까요. 이 작품은 제작 여건이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무조건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제가 좀 돈이 안 됩니다.(웃음)-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으세요?지금 체력적으로 힘든 건 고비를 지났고요. 장인 기질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광보가 왜 저렇게 다작을 하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쉰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직은 에너지가 있는 거겠죠. 그래도 작품 짤 때 겹치게 하지는 않습니다.(웃음) - 연극 ‘엠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연습현장에서 ‘극이 어려워서 관객이 어려워하지 않을까’하고 말씀하셨어요. 막상 공연을 보니 잘 정리가 돼서 생각보다 안 어렵더라고요.(웃음)서울에서 연출 데뷔한 지 딱 만 18년째입니다. 18년 역사상 어려움이 있었던 작품이 딱 두 편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가 ‘브레히트’의 작품이었습니다. ‘와, 이 작가 미치겠구나, 내가 감당이 안 되는구나’ 했었어요. ‘브레히트’는 연극사의 한 부분을 완성한 사람이잖습니까. 그 공력에 밀리더라고요. 두 번째가 연극 ‘엠나비’입니다. 형상화하기가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무대디자인을 5번이나 퇴짜 놨어요. 여섯 번째 무대디자인이 딱 도착했을 때는 거의 공연 초읽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줄타기를 했죠. 무대를 형상화 시켜줄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대에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무대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 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데 결국 해냈어요.이 무대도 조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가 조명디자이너 출신이다 보니 작품 할 때 조명 디자이너에게 잘 못 맡깁니다. 소극장은 웬만하면 제가 하고요. 이번에 같이 하게 된 최형오 디자이너는 조명을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무대에 통합과 분할의 개념이 있다면, 조명도 통합과 분할이 가능해야 하거든요. 조명이 최고예요. 조명이 공간을 분할해 준 것이죠.- 연극 ‘엠나비’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연극 ‘엠나비’에 대한 ‘진실과 오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오해는 초연입니다. 이 작품이 90년대 초 한국에서 초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작품이 동성애에 초점이 많이 갔던 것 같아요. 90년 초에 대학로의 야한 연극이라는 오해를 받았죠.오해 두 번째는 영화 ‘M. Butterfly’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제레미 아이언스’의 깊은 눈을 기억합니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쓸쓸한 눈은 클로즈업이라는 영화적 특성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문제는 영화와 연극 매체의 차별성을 두지 않는 일부 관극 태도입니다.영화와 연극은 다릅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크래쉬’, ‘폭력의 역사’ 등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든 사람입니다. 하지만 영화 ‘M. Butterfly’는 감독의 작품 중 실패한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지요. 우리는 왜 실패한 영화를 두고 호의적일까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제레미 아이언스’이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송 역할을 맡은 ‘존 론’은 어떻게 보셨어요?영화사에서 이 영화의 ‘존 론’을 평가할 때 ‘막대기 같은 여자’라는 평가를 했었습니다. 그만큼 존 론에게도 아쉬운 작품이지요. 우리 작품에서 (김)다현이는 그나마 여자 같고, (정)동화는 여자 같지 않습니다. 르네가 송에게 빠진 건 여성스러워서가 아닙니다. 연극에는 영화에서 삭제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르네가 자신의 전사(前事)를 이야기하는 장면인데요. 르네는 아주 소극적이고, 고등학교 때 섹스 한 번 겨우 해본 별 볼 일 없는 인간입니다. 환상만 잔뜩 가지고 있는 거죠. 르네는 ‘마담 버터플라이’ 공연을 봤을 때 이미 송에게 완전히 반한 겁니다.(웃음) 이상형이라고 할까요. 환상 속에 그리던 사람을 현실에서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 조금 전 르네는 송이 ‘여성스럽기 때문에 사랑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는데.르네가 여성스럽지 않은 송에게 빠진다는 것은 르네가 남성스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송은 여성으로 꾸미고 있지만 남성적인 모습이 존재합니다. 저희끼리는 중성적이라고 말하는데요. 르네는 송을 통해 자신의 남성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바꿔 말하면 동질감을 느끼며 ‘거울 보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송에게 빠져 드는 거죠.(②에서 계속)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5.21 / 조회 1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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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utterfly> 환상을 놓지 못한 남자, 그 파멸에 대해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었던 욕망이 어느 날 갑자기 충족된다면, 그리고 나만 눈감으며 유지 된다면, 이를 외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설령 그것이 환상에 불과하더라도.
는 한 남자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서양 남자가 사랑에 빠진 동양 여자가 실은 남성에, 스파이였다는 이 충격적인 이야기 속엔 자신의 욕망을 차마 놓지 못해, 결국 파멸하는 한 인간의 서글픈 모습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거대한 새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 한 쪽, 한 평짜리 감옥에 갇힌 르네(김영민)는 자신과 자신을 지배한 여인, 송 릴링(김다현, 정동화)과의 만남을 재연한다. 스스로를 조롱하고 낄낄거리며 처음 소개하는 이야기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동양여자에 대한 서양남자들의 환상을 그려놓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작품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건 의미심장하다.
르네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배우 송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매료된다. 그리고 그녀가 서양남자인 자신을 두려워할 수 있단 사실에 호기심을 넘어선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나비부인’의 해군장교 핑커턴처럼, 그녀를 박제한 나비 같이 새장에 가둬둘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하고 결국 “그녀가 박제 나비처럼 자신의 바늘로 몸을 돌렸다”고 믿었을 때 승리감에 도취된다. 송의 실체와 그리고 그 끝엔 파멸이 있다는 걸, 그가 모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영화와는 다른 반전일지라도 그는 사랑이라 믿는 욕망을 끝내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는 동명영화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 작품은 희곡이 먼저였다. 영화 속 제레미 아이언스(르네 갈리마르 역) 같이 멀끔하고 의젓한(?) 프랑스 영사를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연극 속 르네는 어릴 때 따돌림을 당하고, 잘 노는 친구 뒤에서나 존재하는, 평범하고 소심한 남자다. 출세를 위해 연상의 여자와 결혼한 속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경험이 없어서” 몸을 보여주지 않는 송은 신비롭고 우아한데다 동양의 순종을 가진 절대적인 ‘여성’이다. 송이 그에게 환상으로 존재가 확고해 지면서 관계는 역전되기 시작한다. 누가 누구의 나비이고, 누가 누구를 가두어 놓았는지 확연히 드러나면서 충격적인 결말로 달려나간다.
이 작품엔 남자와 여자, 이성애와 동성애, 동양과 서양, 제국주의와 공산주의 등 여러 상반된 개념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편견’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가장 깊숙이 자리잡은 건 르네의 욕망이다. 인생을 건 욕망이 불꽃처럼 타다 흩어졌을 때, 파멸을 맞는 나약한 한 남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심리묘사와 호흡은 이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관문이었을 것이다. 작품의 해설자이자 주인공으로 극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르네 갈리마르’를 연기하는 배우 김영민은 베테랑 배우답게 찌질하면서도, 한 없이 욕망에 순수한 르네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여장과 남장을 오가는 송 릴링 역의 김다현, 정동화의 열연도 흥미롭다. 더블 캐스팅의 묘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역할을 ‘두 배우답게’ 소화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다라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떤 이에겐 세상의 갖은 편견으로, 어떤 이에겐 서글픈 사랑으로, 어떤 이에겐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 다가갈테니 말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ek.com)
2012.05.07 / 조회 12,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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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토리] 연극 ‘M. Butterfly’, 왜곡된 환상과 현실 속 진실은?
연극 ‘M. Butterfly’(이하 엠나비)는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헨리 황’이 쓴 동명의 희곡이 원작이다. 희곡은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잡힌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데이비드 헨리 황’은 이 작품으로 토니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 등에서 수상했다.이번 공연은 극단 청우의 대표 김광보가 연출을 맡았다. 김광보는 이번 작품을 연출하게 된 것에 대해 “연극 ‘엠나비’는 내가 선택한 작품이 아니라 내가 선택당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양식적 측면과 작품의 깊이, 성향 등이 정말 잘 맞았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새벽에 몹시 흥분했었다. 기막힌 작품을 연출하게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국가 비밀 유출을 이유로 감옥에 갇힌 ‘르네 갈리마르’(이하 르네). 그는 감옥 내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을 공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기묘한 사건 속으로 관객을 불러들인다. ? ‘르네’는 외교관 자격으로 중국에서 지낸다. 우연히 본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마담 버터플라이’를 연기하고 있는 ‘송 릴링’(이하 송)을 발견한다. 그는 한순간 그녀에게 빠져든다. ‘송’은 제대로 된 오페라를 만나고 싶다면 중국 오페라를 만나러 오라고 권한다.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르네’는 ‘송’의 권유대로 경극을 보러 찾아간다. 그는 강인하면서도 순종적인 여성 ‘송’에게 매료된다. ? 몇 번의 만남 뒤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드는 두 사람. ? ‘송’을 만난 뒤 남자로서의 힘과 활력을 얻게 된 ‘르네’. 정력적으로 일한 ‘르네’는 부영사로 승진한다. ‘르네’는 당장 ‘송’을 찾아간다. 자신에게 매몰차게 대했던 ‘르네’에게 ‘송’은 차갑게 대한다. 두 사람은 이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 ‘르네’와 ‘송’의 관계는 점점 깊어져만 가는데….연극 ‘엠나비’는 동양과 서양, 환상과 현실, 공산주의와 제국주의 등 대비되는 구조를 통해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진 편견을 드러낸다. 왜곡된 환상과 사랑에 빠진 남자 ‘르네 갈리마르’는 김영민이, 매혹적인 여성성을 연기할 ‘송 릴링’ 역에는 김다현과 정동화가 출연한다. 작품은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4.30 / 조회 1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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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utterfly> 왜곡된 사랑 한복판에 선 두 남자
의 두 번째 무대 (김광보 연출)가 프레스 콜을 갖고 1막을 선보였다. 1막은 평범하다 못해 소심한 프랑스 남자 ‘르네 갈리마르’가 순종적인 동양 경극 배우 ‘송 릴링’을 만나 빠져드는 모습이 과거와 현재, 환상을 오가며 펼쳐진다. 새장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무대 한 쪽, 감옥에 갇힌 르네 갈리마르가 자신의 기막힌 사연을 자조하듯 재연하는 과정은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오가며 진행된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연기하는 경극배우 송릴링을 만나 신비한 그녀에게 성적인 우위를 느끼는 남자, 르네 갈리마르 역은 배우 김영민이 활약한다. 그는 연극의 해설자이자 주인공으로 극의 안팍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우아한 동양여성으로 분했지만 사실 남성인 송 릴링 역은 김다현과 정동화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김다현이 목소리와 외모로 여성스러운 송을 연기한다면, 정동화는 중성적인 매력을 가진 송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남성의 욕망을 꿰뚫고 순종적인 여자로 르네를 조종하는 여장남자의 매력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두 배우는 노선을 같이 한다. 왼쪽부터 정동화, 김광보 연출, 김영민, 김다현 전출연진김광보 연출은 “르네는 송의 묘한 중성적인 매력에 매혹돼, 거울을 보는 듯한 감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두 배우가 나타내는 송은 차이점은 있지만 그 속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 공연의 문구가 ‘나를 속인 건 나의 욕망’이듯, 환상적인 여자를 만나 환상을 쟁취하려고 하지만 결국 송이 르네를 쟁취하고 조종하는 걸 보여준다”며 “영화와는 상당히 많이 다르고, 1막의 대부분은 영화에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르네를 열연하는 김영민은 “이 작품은 남자배우라면 욕심이 날만한 작품”이라며 “감정의 폭이 크고 경쾌함과 무거움도 있는데다 해설자의 입장이라 어렵지만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다현은 “헤드윅에서 여장을 해봤지만 두 캐릭터의 차이는 크다”며 “헤드윅은 예뻐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지만 송은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로 우아함과 섬세함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몸짓 하나 하나에 신경썼다”고 말했다. 정동화는 “처음엔 여장을 하면 예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서 포스터 촬영 날 나도 많이 놀랐고 불안감이 엄습했다(일동 웃음)”며 “섬세함과 우아함을 가진 여인이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 걱정했지만 의상, 움직임 등 여성적인 면을 공부해서 최대한 환상적인 여인으로 변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는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국 배우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탄생한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의 대표작. 1988년 워싱턴 초연 이후 뉴욕 유진 오닐 씨어터에서 777회 연속 상연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토니 어워즈 최고 작품상 등을 수상하면 작품성으로도 인정받았다. 1993년엔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론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는 오는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감옥에 있는 르네(김영민)"전 유명인사입니다. 모두들 제 이야기를 하죠" "나비부인은 동양여성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희생을 그리고 있죠"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송릴링'(정동화) 강렬한 첫 만남 송의 순종성에 푹 빠지는 르네 "전 처음이에요" 송릴링(김다현)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4.27 / 조회 18,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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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utterfly> 두 남자의 충격적인 사랑, 김영민, 정동화
1986년,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라는 남자가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다. 그가 사랑한 중국 경극 여배우가 실은 중국의 스파이인데다가 사실은 남자였다는, 기묘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뉴욕타임즈에 보도된 두 단락 짜리 기사를 접한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엠.버터플라이)를 발표했다. 수년 간 사랑한 여성이 스파이에 남성이었다는 자극적인 이 이야기 속엔 서양의 아시아에 대한 뿌리깊은 오리엔탈리즘, 여성성과 남성성, 이성애와 동성애, 현실과 환상이라는 편견과 이분법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있다.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 복잡미묘한 사랑 한 복판에, 배우 김영민과 정동화가 섰다. 세상 많은 관계 중 하나에 대해 “헤어샵에서 미용사분이 저에게 ‘정말 저 분이 형이세요?’ 묻더라고요.” 막강 동안 김영민 덕분에 겪은 정동화의 미용실 굴욕(?)담에 스튜디오에 한바탕 폭소가 퍼졌다. 사진 촬영 중에도 유쾌한 말로 분위기를 띄우는 정동화와 부드럽게 주위를 아우르는 김영민의 조화는 꽤 잘 어우러진다. 이들이 에서 기묘한 사랑에 빠진다. 여장남자에게 이끌려 파멸을 맞은 ‘르네 갈리마르’(김영민)와 남자이지만 여자로서 르네 앞에 선 ‘송 릴링(정동화)’으로. “난 한 남자가 창조해낸 여자를 사랑한 남자일 뿐”이라고 자조하지만 끝까지 자기 환상에 머문 프랑스 남자 ‘르네 갈리마르’ 역을 찾을 때 김광보 연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배우는 김영민이었다. 이후 2년 만에 오르는 무대. 40회가 넘는 공연을 혼자 소화해야 하지만 베테랑 배우답게 단단하게 르네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연출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출연 결정하는데 고민은 없었어요. 무슨 작업을 하든 집요하게 탐구해서 완성도를 만들어 내는 분이시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저에게 말씀하셨겠지, 생각했거든요.”(영민) 반면 정동화는 ‘송 릴링’ 역을 선택하는데 고민을 거쳤다. 지금까지 그가 연기해 본 적이 없는 여성의 모습을 선뜻 맡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단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아서” 고민 끝에 결정했다. “좀 두려운 생각도 들었어요. 처음에 못할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고요. 하지만 하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것 같았어요. 대단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도전한 게 잘했다 싶어요. 연습하면서 정말 즐겁고 좋은 작품에 참여해서 영광이에요.”(동화) 정동화는 여자로 분해 한 남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팜므파탈로 분한다. 여성적인 행동과 말투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요즘 여자들의 행동을 하나 하나 관찰한다. 손동작이나 말할 때의 표정을 살피며 묘한 매력을 지닌 여성이 돼가고 있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작품 사진촬영을 하며 처음 시도한 송 릴링의 여장 모습이 생각했던 비주얼이 아니었다고. “전 좀 예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장을 하니 트랜스젠더 같더라고요(웃음). (김영민에게) 그렇죠, 형? 그래도 그 점이 작품에 나쁜 영향을 줄 거 같진 않아요. 중성적인 느낌을 잘 살릴 예정이에요.” “동화의 그런 점이 오히려 저희 작품하고 잘 맞아요. 소심하고 내성적인 남자가, 오히려 자기와 반대되지만 은근히 비슷한 성질을 가진 사람에 끌리는 것이니까요 겉으로도 아름답지만 내면에서도 뭔가 나랑 같은 걸 가진 사람이구나, 이런 무의식이 작용하거든요.”(영민) 정동화 처음 여성으로 변모하는데 에너지를 썼다면, 김영민은 극 중 해설자이자 남자주인공 갈리마르로 분한다. 감정의 폭이 워낙 큰 인물인데다 30대부터 60대라는, 세월의 폭도 감당해야한다. “극이 긴 시간을 다루고 있어요. 송과 갈리마르의 사랑이 시작하고 끝나는 시점이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이라 제가 연기하기 괜찮은데, 감옥에 있는 나이는 60대에요. 애매하죠. 그런데 60대를 표현하면 뭔가 좀 진부하고 올드할 것 같아요. 쿨하게 가기로 했어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인간이 인생을 걸고 추구한 욕망에 배신을 당했을 때,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내가 바랐던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말하고 있죠.” 199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환상을 충분히 채워주는 아름다운 동양여성이 사실은 남자에, 스파이였다는 충격적인 반전에 주인공 갈리마르와 함께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연극은 이 보단 한발 더 나아간다. 한 사람이 무너지면, 다른 사람도 무너지는 도미도, 혹은 정복하고 정복당하는 ‘관계’에 대해 파헤친다.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이라는 ‘힘’의 관계도 역설한다. 이 복잡한 심리를 텍스트로 받아 든 배우들 역시 많은 이해가 필요했다. “영화와는 많이 다르게 굉장히 연극적이고, 자유롭고, 시공간을 뛰어넘죠. 갈리마르는 원래 동양적이고 순종적인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송을 만나면서 남성적인 힘을 가지고, 내가 이렇게 가학적인 사람이었구나, 하는 점도 깨달아요. 나중엔 그에게서 여성성도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는 스스로 쌓아놓은 환상에서 나오기를 거부해요. 환상이 깨지는 순간 죽음을 선택하는 거죠. 그게 좀 어려운 부분이긴 한데 연기를 할 때는 인물이 그 순간 가질 수 있는 마음으로 가고 있긴 합니다. 그 안에 있는 심연, 편견에 대해서도 건들면서요.”(영민) 갈리마르가 진행하는 극 속에 등장하는 ‘송’의 심리 역시 정동화에게 풀어야 할 과제였다. “처음엔 극의 후반부에서 갈리마르를 설득하려는 게 사랑인지, 뭔지 혼란스러웠어요. 얼마 전 연출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정리를 했죠. 송은 갈리마르에게 사랑 이상의 관계를 원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영화의 해석을 뛰어넘죠. 대본에는 정확하게 표시되지 않았지만, 송 자체가 작품이 주제와 맞물려 심리가 변한다고 생각해요. 작가 헨리 황이 송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송을 아는 방법으로 헨리 황을 공부했어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동화) "어렵냐고? 재미있는 연극이 될 것"지난 4월 초 연습 현장이 공개된 이후, 아니 캐스팅이 발표되고 독특한 컨셉트 사진이 공개되면서 는 관객들에게 관심작으로 떠올랐다. 무대에 대한 몰입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배우 김영민과 두 송 릴링인 김다현, 정동화에 대한 기대감도 큰 몫을 했다. 두 인물의 사랑이 어느 선까지 표현될 지에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정동화가 답한다. “수위가 높을 것 같진 않아요. 연출님을 이번에 처음 뵙는데, 의외로 대놓고 드러내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감추고 절제하려고 하세요.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는 느낌을 추구하시고. 그렇다고 저희가 더럽길 원하는 건 아니에요. 사실 저는 조금 더 갔으면 하는데. (일동 폭소)” 연습현장이 정동화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정말 전 진지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연기를 하는데, 연출님이 너무 웃기다고, 과할 걸 줄이라고 하신다”라며 진지함과 장난기가 섞인 말을 건넨다. 김영민이 알 것 같은지 웃음 띤 얼굴로 덧붙인다. “재미있어요. 어제도 서로 마주보다가 얼굴을 싹 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다현씨도 똑같이 해요. 그런데 동화가 하면 어쩐지 경쾌한 호흡이 있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조절할 땐 엄격하게 조절하니까, 그게 동화씨의 매력 중 하나죠. 특히 법정 씬에선 송의 매력이 저런 게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지적이에요. 또 하나는 굉장히 정직해요. 연습에서도, 연기할 때도, 일상생활도 정공법으로 임하죠.” 정동화 역시 함께 연기하며 느낀 선배 배우의 매력을 꺼내놓는다. “형은 그냥 잘생긴 게 아니라 소년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피터팬 같아요. 제가 꿈꾸는 이미지가 형한테 묻어나거든요. 다현이 형과 번갈아 가면서 연습을 하는데 두 번 이상 반복해도 매 순간순간 오장육부를 토해내듯이 감정 표현을 하세요. 집중력이 대단하시죠. 여자분들이 형 눈을 보면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남자인 저도 흔들리는데 오죽하겠어요. (영민: 난 유부남이야~)”최근 실전(?)에 돌입한 키스씬에 대해서도 “담배를 피우시는데도 체취와 감촉이 괜찮았다”는 평을 내놓는 정동화에게 “여자 배우와 할 때는 가글을 열심히 했는데 가글도 안 하는 점은 미안하다”는 김영민의 화답이 오간다. 인터뷰 내내 작품에 자신감이 있는 배우들 특유의 여유와 유머가 느껴진다. ‘연극’에 목마른 관객에게도 이들 무대는 즐거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새삼 높아지기도.“어렵지 않고 재미있을 거에요. 굉장히 대중적인 작품이거든요. 인물들의 심리가 정리가 되고 나니까 이젠 설렘이 더 커졌어요. 빨리 무대, 조명과 만나고 싶어서 지금 약간 흥분된 상태에요. 빨리 극장에 들어가고 싶어요.”(동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 경쾌하게 나아가되 후반에 마무리를 잘 하는 것 등을 많이 염두하고 있어요. 갈리마르가 극을 진행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극 전체의 리듬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에요. 작품 열심히 준비했고, 쉽게 풀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보러 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영민)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2.04.23 / 조회 19,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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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Butterfly> 그가 사랑한 건 환상이었을까
연극열전4의 두 번째 작품 가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는 1986년 국가 기밀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무대화된 작품. 프랑스 영사 ‘르네 갈리마르’와 경극 배우 ‘송 릴링’의 20여 년간 기묘한 관계를 충격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날 공개 연습현장에선 신비한 경극배우 릴링에게 빠져드는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영민, 경극 배우 ‘송 릴링’ 역의 김다현, 정동화 등 주요 배역들이 주요 장면을 선보였다. 1막 갈리마르와 릴링의 인상적인 첫만남에서부터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공연 후반부가 공개돼 기대감을 높였다. 인간 내면의 다중적인 감성을 지닌 ‘르네 갈리마르’ 역을 열연하는 김영민은 신비스러운 동양여성에 푹 빠져드는, 평범하다 못해 소심한 남성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김영민은 그 특유의 촘촘한 연기로 소심한 갈리마르와 능청스러운 해설자 갈리마르, 또는 광기에 휩싸인 갈리마르를 펼쳐 주목 받았다. 김광보 연출은 “영화에선 제레미 아이언스가 멋진 남자로 나오지만, 사실 갈리마르는 찌질한 캐릭터”라며 영화와의 차별성 언급했다. 작품 화자이자 주인공 르네 갈리마르(김영민)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정동화) 송 릴링(김다현)김다현, 정동화는 여장남자로 갈리마르를 유혹하는 중국 경극 배우 ‘송 릴링’을 번갈아 연기했다. 여성, 경극 배우, 남성을 오가며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 두 배우는 서로 다른 매력으로 복잡 미묘한 여성, 남성을 연기해 그 파격성에 주목받고 있다. 김광보 연출은 “동양과 서양, 남자와 여자, 제국주의와 공산주의, 현실과 환상의 대비가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김광보 연출 "두 사람의 차이는 무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는 중국계 미국인 작가 데이비드 헬리황의 대표작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이 갖고 있는 편견과 인간의 욕망을 폭넓게 다룬 수작이다. 1988년 워싱턴 초연 이후 뉴욕에서 777회 연속 공연을 기록했고 토니 어워즈 최고 작품상, 드라마데스크 어워즈 최고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1993년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 론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는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4.06 / 조회 18,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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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세기의 러브스토리, 연극 <엠.버터플라이> 공연
연극열전4의 두 번째 작품, 연극 가 오는 4월 막을 올린다.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인 는 1986년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 벌어진 실화를 모티브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해 두 사람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
1964년,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여주인공 송 릴링에 매료된 중국 베이징의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이후 송과 만남을 지속하면서 동서양의 이질감에 혼란스러워하지만 신비스런 송의 동양적 면모에 사로잡히고, 깨닫지 못한 스스로의 남성성을 확인하며 사랑에 빠진다. 그가 프랑스로 돌아간 후 자신을 따라온 송과 15년 동안 동거 생활을 하지만, 그 사이 국가 기밀죄를 범했단 사실을 깨닫게 되고,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1988년 워싱턴 내셔널 씨어터에서 초연 이후 뉴욕 유진 오닐 씨어터에서 777회 연속 상연 기록을 세우는 등 흥행에 성공했으며, 토니어워즈 최고작품상을 비롯, 드라마데스트어워즈,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 수상하며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등의 김광보 연출로 선보이는 한국 공연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오가는 매력적인 송 릴링 역에 김다현과 정동화가 더블 캐스팅 되었으며, 스스로 창조한 환상 속에 충격적인 사랑을 이어온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전노민과 김영민이 함께 나선다.
동양의 신비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전통 음악 방식을 사용했던 과거 공연과 달리 피아노, 기타, 중국 전통 악기 등을 중심으로 한 현대적인 음악과 오페라 음악을 바탕으로 선보일 연극 는 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2.03.20 / 조회 17,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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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철저히 외로운 황노인으로 변신, “운명입니다, 그저, 하는 것이죠”
고립된 한 아이가 바깥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극 에서 오달수(44)는 집 나간 아내에 대한 한을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표하는 인물이다. 처절히 외로운 인물로 생과 사를 넘나드는 반송장이 되어 이승과 저승 어디쯤에 있기도 하다. 스크린에서 보았던 ‘웃음 종결자’의 모습을 기대하면 당황하겠다. 하지만 여기서도 오달수는 다르지 않다. 여전히 깊게 생각하는 진지한 표정이다. 하긴, 희극적 역할에서도 그 스스로 폭소하며 웃음을 이끌어 낸 경우는 없었다. 이것이 연극이나 영화를 가르지 않고 ‘그저 연기를 하는 것’이라는 오달수의 고요하고 치열한 진가다. 작품이 마냥 쉽게만 다가오진 않더라고요. 동이향 작가 작품의 특징이, 언어가 굉장히 다듬어지고 상징적이며 시적이기까지 하죠. 그런데 거기에 속으면 안돼요. 그 안에 무언가가 있겠지만, 보이는 데로 읽으면 되거든요. 그러면 아주 쉽게 볼 수 있어요. 아마 대사들이 완전히 전달되지 않을 땐 ‘어, 무슨 이야기 했지? 어떻게 넘어갔지?’ 의아해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가 없지 않아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구성 면에서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고 시공간도 초월하며 배역이 서로 바뀌기도 하는데요. 그 점이 이 연극에서 빠질 수 없는 것들입니다. 관객 반응을 어떻게 느끼고 계시나요. 많은 것들을 생각하시나 봐요. 아이가 성장해 가는 그런 모습이 보이고 왜 이렇게 되었는가, 생각할 거리가 있으니까요. 관객 반응이 좋은 이유는 아마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인 것 같아요. 따뜻하고, 뭔가 정서적인 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관객을 즐겁게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성기웅 연출과는 첫 작업입니다. 아마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성기웅 연출도 처음일걸요. 조용한 연극, 그런 식의 작품을 해 오다가 이렇게 몸 쓰고 하는 건 처음인 듯 해요. 저희 극단(신기루만화경)의 작품 스타일이 같은 시끌벅적 한 작업들을 해 오다 보니, 이번 작품이 서로서로 자극이 되요. 배울 것도 많고, 서로 많이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동이향 작가의 작품은 처음은 아니시지요? 아주 옛날에 라는 작품을 했는데, 그 때 생각하면 진짜 끔찍하죠.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대사를 쳤으니까, 워낙 어려워서.(웃음) 이 작품은 작가가 스물 두 살 때 썼다고 하니까 기가 막히죠. 이나 다른 동이향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점점 커가고 있고, 아주 좋은 작가임은 틀림 없습니다. 지난 해 유독 영화 작업을 많이 하셨습니다. 원래는 이 연극을 못할 뻔 했죠. 그런데 타이밍이 적절하게 맞았어요. 문제는 영화 촬영이 끝나자마자 2, 3일 만에 바로 연극 연습에 들어가서 체력적으로 좀 후달렸죠.(웃음) 이번 작업 끝나면 몇 주라도 좀 쉬어야 될 것 같아요. 황노인이라는 인물은 집착이 강한 인물입니다. 산 속 깊은 곳에 살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많은 걸 뜻하죠. 속세를 떠난 사람이 아니면, 아주 외로운 인물을 의도했을 거에요. 작품의 때, 장소 등을 봤을 때 아이에 대한 집착도 집착이지만, 이 사람의 외로움도 강하게 보여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에게 힘을 실어, 아이에 대한 집착을 조금 더 강조하고 있어요. 본질적인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 외로움의 길을 고집하는 사람 같더군요. 맞아요, 그렇습니다. 연극 중그간 남편 역할을 맡은 적은 많았지만 아이를 둔, 부성애를 가진 전형적인 아버지 캐릭터는 드물었어요. 이제 슬슬 그런 작품들 들어오기 시작해요. 그 전에는 뭐 사시마가 왔다 갔다 하고(웃음). 아직 때가 아니지 않았을까, 해요. 이제 마흔 중반에 들어서니 그런 역할들을 시작해서, 나중에 맡을 역할은 아버지 밖에 없지 않습니까.(웃음) 많은 배우들이 희극이 더욱 어렵다고 하지만, 정작 배우 오달수는 희극적 이미지가 강해서 비극적인 배역을 선보이기가 더욱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극과 비극에 관한 그 말씀은 통계적으로 나와있는 이야기에요. 또 사실 무대 위에서 릴렉스 되기 위해서는 꽤 많은 경력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희극이 더 어렵다고 말씀 드린 거지요. 이번 연극에서 황노인 역할은 지금까지 저의 이미지와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연극은 약속이에요. 이것도 역시 통계에 나와 있는 이야기인데, 어떤 이미지가 굳어 있는 사람, 그 사람의 다른 이미지에 관객들이 익숙해지는 시간이 약 10분 이라고 합니다. 10분이 지나면 서로 연극에 대한 약속이 이뤄지는 거죠. 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웃을 준비를 하셨다가도 10분쯤 지나면, 아, 저 사람이 어떤 역할이고 어떤 이야기를 하며 심리 상태가 어떤지 파악할 수 있거든요. 그 10분을 버티면 되요. 씬 스틸러, 미친 존재감, 웃음 종결자. 배우 오달수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일단 그런 말 자체를 싫어합니다. 어떻게 씬을 훔치며, 미친 존재감이라는게, 존재를 증명하기도 힘들어 죽겠고만.(웃음) 수식어에 대한 거부반응은 없지만,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애드립이 많지도 않고 표정이나 동작이 크고 과격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연극에서 배우 오달수를 금새 알아차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과찬의 말씀이신데, 그렇게 느끼셨다면 섬세해서 그렇지 않나. 저도 잘 몰랐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어디선가 인터뷰 하신 걸 보니, 저를 굉장히 섬세한 배우다, 라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저는 디테일하게 연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거짓처럼, 연기하는 것 같이 안 보이기 위해서 디테일이 중요하죠. 아주 일상적으로 보여져야 되요. 연기를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해야 한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듣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힘겨워 하는 게 일상이 지루한 까닭도 크거든요. 일상과 같은 연기, 일상처럼 연기가 지루하고 괴로워질 때는 없는지요. 걱정하지 마십쇼. 곧 죽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습니다. 일상을 지루하게 생각하지 마십쇼. 언젠가는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어요. 그 때까지는 뭐, 어쩌겠습니까. 연기가 지루하다 생각이 들면 염세적으로 점차 빠지겠죠. 쇼펜하우어도 죽겠다고 권총 들고 산 속으로 들어간 사람이 늙어 죽었잖아요.(웃음) 그러니까, 운명입니다.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면 되요. 죽고 싶어도 못 죽는 그런 운명이 있습니다. 자기가 타고난 운명. 그냥 하는 거고, 그래서 그냥 가는 거지요. 낭독 워크숍 등 지난 해 극단 신기루만화경이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어요. 10주년 행사를 하려고 했다가 쪽 팔려서(웃음). 이제 10년 되어 놓고 뭘 시끌벅적하게 하나, 됐다, 했지요. 대신 이다 극장에 상주단체로 선정되어서 작년에 참 좋은 경험 많이 했어요. 워크숍을 잘 하지 않는데 여건이 되니 낭독회 등, 수확이 아주 컸습니다. 배우가 아닌 극단 대표로서의 걱정도 있을 듯 합니다. 그렇긴 한데, 짐, 일이라는 건 나누면 되요. 제일 어리석은 사람이 자기 혼자, 혹은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저희 극단은 운영위원들을 두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조언들을 받아서 같이 가는 거지, 내가 대표임네, 완장, 이런 건 별로. 그래서 비교적 좀 편안하게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원래 대표가 종신제였는데 곧 바꿀 생각입니다. 단원들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해 봐야 또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도 대표로서 이 극단을 이끌어 가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좀 더 긴장들 하지 않을까 합니다. 관람 예정인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같이 사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 사람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을 때 굉장히 놀랍고. 어차피 연기하는 거니까. 굳이 새롭다, 그런 거 없이 그냥 편안하게 보시면 될 거에요. 제 역할에 코미디 코드는 없습니다. 허나 다른 도깨비라든지 볼거리들이 풍성합니다. 재미있는 연극이니까 얼마든지 부담 없이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2.21 / 조회 1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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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지고 달님안고> 오달수, “연극, 숨을 곳 없어 더 힘들다”
웃음 종결자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오달수가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대표로 이끌고 있는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2011년 첫 정기공연인 에 웃음기 싹 뺀 반송장 황노인 역이다. 지난 10일 대학로문화공간 이다2관에서 공연을 시작한 는 극작가 동이향의 1997년 작으로, 등의 성기웅이 연출을 맡았다.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숲 속에 살고 있는 황노인은 아내가 도망간 이후 아이에게 집착한다. 아버지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아이는 결국 황노인의 목을 조르고, 순간 눈이 머는 아이와 반송장이 된 황노인에게 꿈결 같은 시간이 펼쳐진다. 세상으로 나가는 길목에 펼쳐진 도깨비 늪 다섯 도깨비들이 이들 주변을 맴돈다. 동이향 작가, 성기웅 연출고립되어 자란 아이가 아버지의 구속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번 작품을 두고 성기웅 연출은 “부모를 잃고 홀로 서는 것이 세상에 나아가는 진짜 성장이 아닐까,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몽환적인 분위기와 현실과 환상의 구별이 모호한 전개를 두고 “오히려 과학적으로 명쾌했다면 작품의 시적인 매력이 사라질 것 같아 두 사이를 조절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도 돋보적인 씬 스틸러로 코믹 매력을 발산한 오달수는 아이에게 집착하는 황노인 역을 맡으며 “울리는 것 보다 웃기는 게 더 힘들지만, 연극 무대 위에선 숨을 곳이 없어 더욱 어렵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적인 언어가 더욱 돋보이는 이번 작품을 두고 “동이향 작가의 작품 언어가 쉽진 않지만, 한편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면 매우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있는 그대로 편안히 감상하는 것이 작품을 마주하는 제일 좋은 방법임을 역설하기도 했다. 황노인의 눈물과 핏물, 표주박, 도리깨질 등이 변한 각기 다른 캐릭터의 도깨비들의 움직임도 독특하다. 연극 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 세상으로 가는 길목, 도깨비 늪의 다섯 도깨비어디를 향해 해매시는가, 황노인(오달수)"너는 절대 이곳을 못 나가""씨름 한판으로 너희들을 날려보내겠다""이게 무슨 냄새야? 구리기로 송장 냄새만한 게 더 있을까?""아버지, 어미가 뭐에요? 저 밖에 뭐가 있어요?"월식이 시작되면 세상은 깜깜해지지.아이는 눈이 멀고 아비는 반송장이 된다지.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2.14 / 조회 10,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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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프리뷰] 한 아이의 독특한 성장담,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
혼돈과 고립 사이에 아이는 불안하다. 깜깜한 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보이는 것이 정말로 없는 것인지 내 눈이 먼 것인지 그 조차도 알 수 없다. 더불어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도 아이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도깨비들이 출몰하고 그에게 장난을 걸어온다. 난장과 혼돈 뿐이다. 그러나 아이는 이 길을 걸어야 한다. 난장과 혼돈의 길, 그 끝에서만이 성장이 가능해 보이므로.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숲 속에는 도깨비들이 사는 늪이 있다. 그 늪을 건너 더 깊숙한 곳에 한 아이가 살고 있다. 아이 곁에 어머니는 부재하고 아버지만 있다. 그런데 아버지란 사람이 이상한 구석이 너무 많다. 아버지로서 존재하고 아이를 보호하기보다 아이에게 집착하면서 산다. 아이를 구속한다. 아이의 아빠 황노인은 마누라가 도망 간 이후로 아이 곁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아버지의 잘못된 욕망과 집착사이 아이는 결핍된 채 깊은 산 속 고립돼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가 그립다. 또한 세상이 궁금하다. 구속과 고립을 벗어나고 싶다. 아이는 드디어 결심한다. 자신을 붙들고 늘어지는 아버지 앞에 아이는 목을 졸랐다. 동시에 아이는 눈이 멀고 길을 잃는다. 그리고 그 곳을 떠나 도깨비 늪으로 들어간다. 그 곳이 이상하고 괴기한 곳이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말한다. 그 것이 아이가 지나야하는 성장의 시간이라고 말이다.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작가 동이향과 연출가 성기웅이 만나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작가 동이향은 확고한 자기세계와 희곡 언어를 구사하며 연극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기대주고, 연출가 성기웅은 연극 ‘삼등병’, ‘조선형사 홍윤식’,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 꼼꼼한 극작과 섬세한 연출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둘이 선사하는 독특한 성장이야기가 어떤 모양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또한 작품에는 명품조연의 원조격 배우 오달수가 아이의 아버지 황노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작품이 국립극장 창작공모에 당선된 희곡을 기반으로 한 만큼 관객들은 세련된 언어 구성과 리듬감 있는 대사, 깊은 변신구조 등 연극만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모호한 배경 아래 펼쳐지는 도깨비, 과부댁 등 캐릭터의 생동감 넘치는 향연들도 기대되는 볼거리다.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오는 2월 10일부터 2월 27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이다.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18 / 조회 1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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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데이 5PM> 복서가 된 배우 오달수
왜소한 몸, 그에 비해 너무 커다란 머리가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부풀리지 않는 연기에 천성적인 코믹 요소를 가진 주시할 만한 배우. 언젠가 그가 출연한 연극을 보고 난 후 쓴 메모를 들춰본다. 꼭 이 작품만이 아니더라도 무대 위에서, 스크린에서 오달수의 존재를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많은 장면에 출연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 한 장면이라도 ‘오달수의 힘’으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7년 전 그 작품에 다시 오달수가 선다. ‘무엇을 시작하기에도, 놓아 버리기에도 어정쩡한 시간, 그런 어정쩡한 인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연극 연습에 한창인 오달수를 만났다. 역시 새로운 영화도 찍고 있다는 그와 어울리게, 무얼 시작해도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을 수요일 한 낮에 말이다. 지워지지 않는 ‘내 향기’ 있을 것 명품조연, 감초배우, 연기파 배우, 오달수를 수식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코믹, 이쪽으로도 많이 부르기도 하고, 다작 배우?(웃음). 일이니까, 제 업이니까, 일단 그것에 대해 말들이 많으면, 이슈가 되는 건 좋죠. 참 기분이 좋았던 적은 예전에 라는 연극에서 50대 경비원 역을 90대로 바꿔서 해 봤어요. 다른 분들은 거의 퇴장 없이 2시간을 무대에서 하셨는데 전 딱 한 장면 나왔거든요. 근데 많이 기억해 주시고, 커튼콜 때 박수도 제일 많이 받고, 분장실에서 구박 많이 받기도 했죠(웃음). 악역을 하실 때도 보면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아직 그런 작품을 못 만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악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떤 악한이라도 자기 연민이든, 남들이 봤을 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든 연민이 있는 거죠. 또 연기라는 게 연기의 질도 중요하고 다 좋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향기, 그 사람이 버리지 못하는, 지워지지 않는 향기라는 게 있거든요. 그 사람만의 향기, 독특함. 뭐, 그런 것들이 좀 풍겨지지 않았을까. 악역을 해도 감독님들이 “뭐, 됐다, 그러면 됐다, 그러시고”(웃음) 물론 제 안에 악한 모습도 있고 선한 모습도 있겠죠. 그러나 선한 모습이 더 많지 않나?(웃음) 제가 함부로 농담 안하고, 말할 때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그래서 아마 그런 이미지를 받으시는 것 같아요. 말을 쉽게 하는 편은 아니시라고요.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1년이 넘었는데, 제가 30대 중반쯤인가, 세배를 드렸는데 그 때 “말을 더듬어라” 그런 덕담을 해 주시더라고요.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정치인들만 봐도 “아, 그, 저, 또..” 그 한마디 한마디에 정말 엄청난 생각이 깔리잖아요.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게 아닐까. 그 때 말씀을 가슴에 새겼었죠. 을 비롯해 연극 등 작가들이 오달수를 배역으로 생각하고 작품을 쓴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작가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웃음). 같이 생활해 봐서인지 딱히 연기 안 해도 되게끔 써 주는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가령 미친 역할도 어렵지 않게 연기할 수 있다는 그런 신뢰?(웃음) 3류라도 좋다, 주변부 인생의 행복에 대해 7년 만에 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올해 극단(오달수가 상임 대표로 있는 신기루 만화경) 운영위원회에서 뭘 할까, 얘기를 하다가 이해제씨가 이 작품에 욕심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초연(2002년) 때 연출가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하기로 했죠. 어떤 면에서 욕심이 났던 걸까요? 초연 당시에는 밑바닥, 주변부 인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그 막차 격이 이 작품이었죠. 해제씨는 그런 느낌을 좀 더 지금에 맞게 세련되게 구성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좀 더 연극적으로, 좀 더 미학적으로. 또 해제씨가 글을 쓰니까, 각색한 부분이나 독백 부분을 보면 좋은 대사들이 참 많습니다. 결말이나 큰 변화는 없지만 많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가 해석 할 때 행복이라는 부분을 놓치고 갔거든요. 구질구질한 우리 일상, 그런 것에 빠졌다고나 할까요? ‘인생이 왜 이렇지?’하고 가는 때와 ‘가장 행복한 한 순간에 죽는 구나’ 이런 마음으로 가는 것과 분명히 다르고, 그런 면에서 울림이 좀 더 강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은 같을지라도 행복이라는 부분을 인식하고 했을 때 묻어나는 늬앙스는 다르거든요. 좀 더 뭉클하다,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대부분이 더블 캐스트네요. ‘스타’가 되셔서 인가요?(웃음) 그건 전혀 아니고(웃음) 좀 버글버글하게, 극단 식구들이 총 출동해서 축제 형식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더블 개념이 아니라 두 개로 팀을 꾸려서 하자, 그런 거죠. 그냥 합니다, 그냥 버티는 거죠. 영화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도 많아졌습니다. 생활의 변화가 있나요? 물질적인 부분 외에는 큰 변화는 아마 없을 겁니다. 연기자는 연기자니까. 연극을 하든 영화를 하든 뭘 하든지 연기자는 연기만 하면 되니까요. 열정으로 시작해도 물질적인 부분 때문에 일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우리가 그네들의 밥을 책임져 주지 못하면서 그 사람들이 꼭 필요한 양식을 얻겠다는 데에 비난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되고, 그들의 선택과 자유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좀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을 때에는 잠깐 와서, 연극을 위해서라도, 연극무대에 와 주면 좋죠, 감사한 거죠. 그래서 연극 배우들이 대중에게 자꾸만 알려져야 된다는 거에요. 참 이런 부분이 조심스런 부분이긴 해요. 1989년에 연극을 시작하고 2000년대 영화를 찍기 전까지 약 10년을 두고 “버티는 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버팀에 가장 컸던 힘과 장애물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힘은 중독성이죠. 나이 서른 먹어서도 엄마한테 만원 짜리 한 장 받더라도, 그 (연기, 무대의) 중독성은 버리지 못할 것 같고. 그게 제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생활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두겠다는 생각을 왜 안 해 봤겠습니까. 배운 게 이것 밖에 없으니까,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아르바이트 식으로 하다 바로 연극을 했으니 20대, 30대를 고스란히 바쳤고, 다른 걸 한다는 게 엄두가 안 나는 거죠. 그냥 연극을 하는 게 가장 안전빵이었어요,안전빵(웃음). 장애라는 것은, 버티지 못하게 하는, 자기 고민이 가장 큰 유혹입니다. 정말 현명한 사람은 ‘아, 내가 배우를 계속해서 되겠다, 안 되겠다’를 빨리 알 수 있는 사람이죠.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감이 턱 생길 때가 있거든요. 거만이나 자만이 아닌, 스스로 배우라는 자긍심을 가질 때가 옵니다. 그런 순간이 분명히 오는 데 그걸 못 버티는 거죠. 배우를 해야겠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그냥 하는 거에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게 진짜 무서운 말이거든요. 어마어마한 말이죠.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도 이건 설명할 수 없어요. 나이 지긋하신 선배들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했을 때, “그냥 해라” 그 말이 이제 조금 이해가 될랑 말랑해요. 신뢰, 철저히 신뢰. 올해로 마흔 둘(1968년 생), 인생의 반을 배우로 살아오셨네요. 아, 그렇네요. 저는 아직까지 감히 배우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하거든요. 근데 언젠가 이윤택 선생님이 희곡 전집을 내신 후에 저희 집으로 보내주셨어요. 그 앞에 싸인 해 주시고 ‘배우 오달수에게’ 이렇게 쓰셨더라고요. 이윤택 선생님이야 말로, 대한민국에서 배우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가장 까다로우신 분인데. 그 글을 보고, ‘아, 내가 배우인가?’ 기분이 묘했어요. 물론 어디 화환 보낼 때는 배우라고 하지만(웃음). 스스로는,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죠. 제가 콤플렉스 많죠, 사투리도 못 고쳤죠, 발음도 안 좋거든요. 이렇게 문제 많은 배우도 아마 드물 겁니다(웃음). ‘신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십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 작품에 대한 신뢰,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시나요? 사람이죠. 철저하게 사람이죠. 제가 무당은 아니지만, 그 사람하고 며칠만 지내보면 이 사람이 어떤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만큼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 없거든요. 관객들만 봐도 그렇죠. 또 작가가 배우를 믿듯, 배우들도 연출에게 전폭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작품이 됩니다, 내 스타일이든 아니든 간에. 무조건 일단 믿고 따라가보는 거죠. 어느 인터뷰에서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잘 안 되는 부분인데. 이제는 제가 좋은 아빠가 되는 게 아니라 걔가 좋은 딸이 되어주고 있다는 거죠. 아들이라면 좀 빗나가도 전 때려서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빗나가면 도리여 반갑고(웃음). 왜냐면 세상을 좀 더 남자답게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좀 엇나가도 반드시 돌아오거든요. 그런 부분이 젤 두렵습니다. 지금은 참 착한 딸이고 좋은 데 사춘기나 이런 것들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참 고민입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이번 작품은, 주변부를 맴도는 3류 복서 이야기이지만, 그리고 노래방 도우미를 나가는 여자와 군대에서 소대장한테 열 받아서 나오는 인간이지만, 어떻게 보면 바닥 인생들의 이야기지만, 가족이 있고, 내가 사모하는 여자가 있고, 형제애도 있고 추억도 있고, 또 복싱하는 행복도 있고, 잔잔한 감동을 받아갈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작품은 어떤 작품이든 감동이 있어야 하거든요. 웃기든 뭘 하든 감동이 없으면 그 작품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09.11.06 / 조회 1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