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 전회 공연 전석 매진 기록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가 전회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제2회 늘푸른 연극제로 돌아온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2007년 초연 당시 ‘황혼 연극’, ‘실버 연극’으로 불리며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다.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황혼의 달달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황혼기를 맞이한 세 친구 ‘완애’와 ‘자룡’, ‘다혜’의 우정과 사랑, 희로애락을 담아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무뚝뚝하고 퉁명스럽지만 ‘다혜’ 앞에 서면 수줍은 청년이 되는 ‘완애’ 역에는 55년 차 배우 이호재가 연기한다. 철없고 천진난만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자룡’ 역에는 배우 최용민이, 고단한 삶을 뚝심 있게 이겨나가는 두 남자의 첫사랑 ‘다혜’ 역에는 배우 남기애가 열연을 펼친다.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8월 27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사진 제공_극단 컬티즌강진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7.08.24 / 조회 1,982
-
이것은 '비하인드' <차이메리카>에 대한 이야기다.
고공 성장에 불안해진 경제 안정을 호소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천안문 광장. 그곳을 진압하기 위해 진격하던 탱크 앞에 검은 봉지 두 개를 양 손에 쥔 사내가 선다. 당시 소련(현 러시아)의 최고 지도자였던 고르바초프의 방문으로 각국 취재진이 중국에 몰려온 상태. 뜻하지 않게 벌어진 천안문 사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사내가 막아선 탱크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한다. 이 모습을 목격한 사진 기자 조 스코필드도 빠르게 셔터를 눌러댔다. 는 천안문 사태를 기록한 다양한 영상, 사진들 중 가장 유명한, 일명 '탱크맨'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진 속 남자는 누구이며, 사건 후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들고 있던 봉투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를 궁금해하는 미국 사진 기자 조 스코필드의 탱크맨 추적 과정을, 작품은 따라가고 있다. 제목 '차이메리카'는 중국(차이나)과 미국(아메리카)의 합성어로, 중국과 미국이 상호 협력과 의존 관계를 통해 현재 세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재임을 가리키며 2007년 국제 경제 정책 학술지에 등장한 단어이다. 이를 공연명으로 했으니, 작품은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1989년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중국의 눈부신 성장과정을 한 남자의 역사를 통해 밝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호기심 뿐 아니라 언론인으로서의 성공에도 뜻을 더해 시작한 조 스코필드의 추적 과정에서 우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무참히 희생된 중국인들, 자본과 권력의 노예가 된 언론인들, 중국과 미국의 정치 헤게모니 싸움 등 '차이메리카'의 어두운 이면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조 스코필드와 오랜 우정을 나누는 중국인 지식인 장린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로 관객들을 이끄는 핵심 견인차다. 뜨거운 교육열을 보이고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경제 대국으로 솟아오르려는 중국의 실상이 곧 장린임과 동시에 그는 감시와 검열, 소외와 희생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장린의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의 면면들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것 역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은 이렇게 그늘진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본주의 극치의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일하면서도 2011년 일어난 월스트리트 시위에 참가하는 심리 분석가 테사 켄드릭을 통해 작가는 일말의 희망을 남겨두고자 한다. 시공간을 폭넓고도 밀도 높게 아우르는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작가 루시 커크우드는 7년 간의 준비 끝에 이 작품을 쓴 것으로 알려진다.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 대사 한 마디에 시류와 관점들이 촘촘히 녹아 있어 집중을 잃지 않고 곱씹으면 관극의 묘미가 더욱 커진다. 지적인 작품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비유와 블랙 유머들을 국내 관객들이 쉽게 느낄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다행히 작품은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 동안 막힘 없는 빠른 전개로 관객들을 무대 위로 빨아들이고 있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이 넓게 활용되는 것도 새로운 모습이다. 웨스트엔드 공연에선 극중 시공간을 사각 회전 무대로 분리했지만 한국에서는 무대 위에 넓게 펼쳐내어 미국과 중국, 과거와 현재의 공간으로 구분해 전개한다. 공간 활용이 익숙해지기 전까지 극 초반 관객의 시선이 분산되고 집중력을 흐릴 수도 있겠다. '예외'를 주제로 두산아트센터가 선보인 작품이나,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우리 역시 여전히 '예외'의 존재라는 것에 씁쓸한 여운이 제법 오래 간다. 공연은 오는 5월 16일까지.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5.04.23 / 조회 7,847
-
중년 배우들의 아름다운 하모니 <슬픈 인연> 프레스 리허설 현장
연극 의 작가이자 연출인 김광림 연출가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을 가지고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은 국립극단의 기획작으로 어둡던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네 남녀의 이야기로, 슬픈 시대를 관통해 온 슬픈 인연들의 용서와 화해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 19일 제작진과 배우들은 작품의 전막을 공개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죄의식에 갇혀 자신의 꿈을 접고 살아가는 주인공 백윤석 역에는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신일이 맡았고, 남편에게 한 번도 살가운 사랑을 받지 못했던 백윤석의 처 김순임 역에는 이정은이, 백윤석의 첫사랑이자 카페 첼로의 주인 박혜숙 역에는 방은진과 남기애가 번갈아 연기한다. 또한 백윤석의 친구인 김주삼 역에는 최용민이 출연하며 여기에 류태호, 조윤미, 이종민, 강기둥 등 젊은 배우들이 가세했다. 주인공 백윤석은 아버지를 간첩으로 신고한 젊은 날의 상처로 인해 자신의 꿈을 접고 전파상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파킨스병에 걸린 아내를 간호하며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첫사랑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버지에 대한 죄의식도 점차 극복해 간다.이날 리허설을 통해 강신일은 젊어서 입은 상처에 짓눌려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방은진은 첫사랑 특유의 설렘을 담은 몸짓과 말투로 극의 활력을 주며, 이정은은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사랑에 목마른 아내를 온 몸을 다해 표현해냈다.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색소폰, 첼로, 비올라, 피아노, 하모니카를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며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저마다 서로에게 슬픈 인연일 수 밖에 없는 중년 남녀의 화해와 용서를 담은 은 오는 4월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3.24 / 조회 7,096
-
진실한 소통을 하고 있나요?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개막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무관심과 이기심을 감춘 가족의 모순을 그린 연극 이 지난 8일 개막했다. 이 연극의 제작진은 개막 4일째인 11일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영국 극작가 니나 레인(Nina Raine)이 쓴 은 2010년 영국에서 초연되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청각장애인 빌리와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결여된 모순된 가족의 모습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에서는 의 박정희 연출이 지휘를 맡았고, 남명렬과 남기애가 각각 빌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김준원과 방진의가 빌리의 형 다니엘과 누나 루스를 각각 맡았다. 빌리와 그의 청각장애인 여자친구 실비아는 이재균과 정운선이 연기한다. 연극은 빌리의 가족이 각기 문학과 음악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뽐내며 격렬히 토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신만의 원칙을 가족들에게 강요하는 아버지 크리스토퍼와 추리소설가 어머니 베스,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다니엘과 오페라가수 지망생 루스는 모두 빌리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빌리가 청각장애인인 것을 부정하며 빌리에게 비장애인처럼 듣고 말할 것을 요구한다. 빌리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기심은 빌리가 서서히 청각을 잃어가는 여자친구 실비아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표면 위로 드러난다. 실비아를 통해 수화를 배우고 직업까지 갖게 된 빌리는 자신이 가족으로부터 진정한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한다. 150분간 밀도 높은 연기를 펼친 배우들은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각기 출연 소감을 밝혔다. 남명렬은 이 연극의 원제목이 ‘가족’이 아닌 ‘트라이브스(tribes, 부족)’임을 상기시키며 “가족이라고 하면 보통 따뜻한 느낌을 떠올리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가족도 그저 개개인으로 살아간다. 서로 사랑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자기 방식대로 사랑하고 소통하는 가족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맡은 역할처럼 실제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남기애 또한 “작가가 개인이 가진 배타성을 이야기하고자 ‘트라이브스’라는 제목을 지은 것 같다.”며 “그 의미를 계속 생각하면서 역할분석을 했다.”고 말했다. 에 이어 두 번째로 연극에 출연하게 된 이재균은 선배들 못지 않게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1년 전 이 연극의 대본을 받았다는 그는 “모험이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빌리를 연기하기 위해 수화도 배우고 많은 연구를 했다는 그는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세상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이해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이 아닌 눈과 마음으로 얘기를 하는 법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것 같다.”고 전했다. 빌리의 누나 루스로 분한 방진의는 이번 연극출연에 대한 큰 만족감을 표했다. 그간 많은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해온 그녀는 오페라가수가 되기를 원하지만 재능을 타고나지 않아 괴로워하는 루스의 괴로움과 애정결핍에 상당부분 공감했다고. 방진의는 “평소에 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노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서 루스를 연기하고 고민하는 동안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의 박정희 연출은 “처음에는 이 연극이 청각장애인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할수록 ‘거울 같은 작품’인 것 같다. 그것은 우리네 가족을 비추는 거울 혹은 사회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추는 거울일 수도 있고, 나 자신에 대한 거울이 될 수도 있다.”며 관객들로 하여금 진실한 소통에 대해 곱씹어볼 것을 권했다. 공연은 오는 12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1.16 / 조회 7,795
-
진실로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있나요?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트라이브스> 11월 개막
자신만의 논리로 무장해 쉼 없이 서로의 의견을 쏟아내고 비난, 비판을 일삼는 가족 안에서 청각장애인 막내 아들은 어떤 존재로 자리하는가. 진정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현대 사회인들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는 연극 가 오는 11월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다. 2010년 영국 로열 코트 씨어터에서 초연한 (원제 는 2006년 연극 을 통해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 등에서 '가장 촉망받는 극작가상'을 수상한 젊은 기대주 니나 레인의 작이다. 청각장애인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공동체, 언어, 소통이라는 소재를 가족이라는 형태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노네임씨어터컴퍼니가 공동 제작하는 이번 작품에서, 집안의 가장이자 자신이 알고 있는 언어적 지식을 총동원해 사람들을 공격하는 크리스토퍼 역에 남명렬이 캐스팅되었으며, 그의 아내이자 이기적인 가족 구성원 중에서 유일하게 모든 가족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베스 역엔 남기애가 낙점되었다. 언어에 관한 석사 논문을 준비 중으로 대마초와 항우울제를 수시로 복용하는 큰아들 다니엘 역은 김준원이, 가족 중 유일하게 언어와 관련되지 않은 일을 하는 오페라가수 지망생 루스 역은 방진이가 맡았다. 또한 날 때부터 청작 장애인으로 평생 가족들의 대화 방식에 맞춰 살아오다 여자친구 실비아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찾은 막내 아들 빌리 역은 이재균이, 빌리의 여자친구로 점차 청력을 읽어가는 수화통역사 실비아 역은 정운선이 그려낼 예정이다. 연극 등을 만들어온 박정희 연출과 뮤지컬 , 연극 등 다수의 묵직한 무대를 만들어온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등이 참여한다. 오는 11월 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며 9월 16일 오후 2시부터 프리뷰 티켓 예매가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4.09.16 / 조회 7,079
-
<슬픈연극>, 연기파 배우 강신일·김학선 등 출연
2004년 초연된 후 2005년, 2006년 공연을 거쳐 극단 차이무의 대표 공연으로 자리매김한 이 오는 9월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은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남편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작은 희망에 기대려고 하는 아내의 어느 특별한 하루를 담담하고 잔잔한 어조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2인극이면서도 두 인물의 대화보다는 각각의 독백이 주를 이루는 트윈-모놀로그 형식의 은 두 명의 배우가 마치 관객과 대화하듯이 진행되는 구성으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냄과 동시에 연극적 효과를 더욱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은 3쌍의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대표 연기파 배우 6인이 참여한다. 죽음을 예감하며 아내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남편 장만호 역은 TV와 영화, 연극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배우 강신일, 연극의 여선스님으로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김학선과 2004년 초연 당시 활약한 김중기가 맡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남편을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지고지순한 아내 심숙자 역에는 연극 의 남기애와 김정영, 이지현이 출연한다.민복기 연출의 은 9월 3일부터 11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2014.08.19 / 조회 7,092
-
'시인과 악인, 두 모습의 맥베스가 너무나 매력적' <맥베스> 박해수
"이 계단이야말로 걸려 넘어지든가, 아니면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구나!" 이것은 자신의 야망을 온 몸에 일깨운 맥베스의 대사이며, 동시에 를 만난 맥베스, 박해수의 깨달음이기도 하다. 그간 등 묵직한 작품에서 선 굵은, 강인하고도 안정된 연기로 호평을 받아온 그이지만 나름의 슬럼프를 지나 배우로서의 진일보에 목마름을 깊게 느끼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를 만난 지금 박해수는 기쁘고 가슴이 벅차며 다시 한번 단단한 마음을 먹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잘 해내고 싶고, 또 잘 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 있는 이 배우의 믿음이 의 무대를 견고히 채우고 있다. 시적인 대사, 인간의 결핍과 욕망을 처절하게 드러내는 극한의 이야기로 셰익스피어 비극 중에서도 압권으로 꼽히는 연극 가 오는 8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맥베스, 앞으로 왕이 되실 분, 만세!" 비극의 출구를 단숨에 열어버린 세 마녀들의 이 한마디에 자신의 야망을 일깨우고 거기에 맞춰 충실히 질주한 인간. 하지만 끝내 신 아래 미약한 존재로 스스로 괴로워하며 피를 부르고 피로써 생을 마감한 맥베스의 모습은 지금도 인간들의 우매함이 어느 정도인지 낱낱이 일깨워주고 있다. 고전이지만 현재에 더한 생명력을 내뿜고 있는 작품이 임을 박해수 역시 강하게 인정하고 있었다.왜 맥베스 역할에 캐스팅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스스로도 그 점이 의아하고 궁금했다. 주변에서 말씀하시길 근래 젊은이들한테서 나오기 어려운 외모와 클래식함이 (나에게) 있다고도 하시는데 그래서 캐스팅해 주시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연습하면서 이병훈 연출님 스타일을 보니, 연습에 잘 따라올 수 있고 심성이 착한 사람들을 뽑으신 것 같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함께 수업하며 선생님이 꾸려놓으신 좋은 스타일을 잘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신 것도 같다. '제 나이 답지 않아 보인다'는 이야기와 실제 나이의 박해수 사이에 간극은 있을 것이다. 캐릭터를 표현할 때 이 간극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물론 간극이 있었다. 그간 맡아왔던 배역의 나이만큼 실제로 살지 못했지만, 한편으론 내가 또래들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주변 남자 친구들은 경제적인 부분이나 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난 작품에 대한 생각, 작품 속 삶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서 한편으론 크게 간극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같다. 남자들이 자동차나 전자 기계 등에 대한 욕심들이 많은 반면에 내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욕심은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것, 그리고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것이다. '연극은 현실의 거울'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마 그러한 영향도 있었던 것 같은데, 과거 했던 작품들이 대부분 고전이었고 현대극은 적었다. 고전, 비극이 힘들어도 더 좋고 재미있게 했던 것 같고, 일반적인 사람들을 관찰하는데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도 같다. 이런 부분들에 관심을 좀 둬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현대극도 분명히 내게 필요한 부분이다. 맥베스는 어떤 인물일까. 맥베스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욕심을 가졌다가 다시 나락까지 떨어지는 상황 속에 몰리기도 한다. 정말 다이내믹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남자배우라면 꼭 해보고 싶을 역할이다. 연습하면서 셰익스피어는 정말 천재라는 걸 느낀 게, 맥베스라는 살인자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또 악인으로도 만든다. 시인과 같이 아름다운 말들을 구사하지만 악을 품고 살인을 저지르는 악인이기도 한 맥베스, 그 두 가지 모습으로 인물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다. 연습 과정을 이야기 할 때, '무척 감사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연습하기 전보다 연습하면서 감동이 더 컸다. 좋은 작품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작품이라는 건, 이렇게까지 정말 재미있는 배역이라는 건 몰랐다. 연습을 통해서 깨닫고 느끼는 게 많아졌다. 보이스 코칭, 신체 트레이닝, 움직임 등 최고의 선생님들이 수업을 탁탁탁 진행하셨는데 연출선생님들을 비롯해 한 작품을 가지고 트레이닝하는 그러한 과정들이 너무나 행복했고 그 과정을 통해서 배우들이 변화하니 그것 또한 너무나 감사한 거다. 이병훈 연출이 박해수를 두고 "연극배우의 이상형을 갖고 있었고 그게 어떤 계기를 통해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가 그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연습하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걸 하나 얻었다. 원래 스스로 가지고 있던 대사 조도 있었고 연기 패턴이라는 게 있었는데 (연습) 초반에 많이 깨졌다. 완전히 박살이 난 후에 (웃음) 새 벽돌을 하나씩 쌓았다. 어떻게 캐릭터와 작품에 접근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방법을 연출님이 많이 제시해 주셨는데, 이를테면 예전엔 배역과 내가 맞닿는 정서적인 부분을 먼저 찾았다면, 선생님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다른 방법을 찾게 해 주신다. 그간 아예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되면서 여러가지 시도를 혼용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연습부터 지금까지 연출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만 가지고 가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지금까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해 왔다. 배역이 아닌 작품에 대해 연출이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신의 부재에서 오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게 굉장히 뇌리에 꽂혀있다. 어리석은 욕망 때문에 일은 점점 더 커지고 아내와 사이는 소원해지며, 제일 친한 친구는 죽여야 되고 다른 가족들을 파탄시키기까지 한다. 단순히 누군가를 죽이면 모든 일이 끝날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일이 시작되는 상황, 현명하지 않은 고민들, 결국 쓸쓸히 혼자 남아서 인생이 정말 허무한 것을 깨닫는 모습,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이번 작품에 담겨 있다. 연출님은 이 모든 걸 인간 이야기로만 풀기에 한계가 있다고 하셨고, 그래서 신의 부재에서 오는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들과 결핍, 욕망들에 대한 이야기를 줄곧 하신다. 욕망은 결핍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맥베스의 욕망을 이끌어 낸 결핍은 무엇일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아닐까. 마녀들이 "넌 왕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할 때 '에이, 안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마녀의 예언대로 코우더 영주가 되고 나니 '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말콤(전 왕의 아들)이 후계자가 됐다고 하니 숨겨졌던 욕망이 구토처럼 쑥 나오는 거다. 맥베스 입장에선 자신이 왕으로서 대우받아야 함이 마땅한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그게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욕망은 삶의 원동력이자 삶을 힘들게 하는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런 것 같다. 예전엔 좀 겸손한 척 했는데 (웃음) 나도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어느 순간 내 욕심이 과하다고 느꼈을 때, 그래서 내가 너무 싫어졌을 때가 있었다. 그 때가 서른 살이 됐을 무렵인데, 작품이나 배우로서가 아니라 주변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일의 폭도 커지고 친구들 사이에 간극도 생겼다. 당시 자괴감과 자책감에 빠져 집 밖에 한 달 동안 안 나왔었다. 원래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인데 당시엔 반 우울증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친구들이 계속 집에 찾아와서 이야기도 하고 술도 먹이고. (웃음) 돌이켜보면 그래도 잘 넘긴 것 같다. 지금은 무언가 다시 할 수 있고, 해 보고 싶은 또 다른 욕심의 시작 단계인 것 같다. 맥베스 아내 역의 김소희는 대 선배이자 학창시절 선생님이기도 했다. 항상 바라만 봤고 동경하는 배우이자 선생님이셨다. 하지만 연습이 시작되면 부인으로 (내 안에) 싹 들어오신다. 눈높이를 낮추면서 싹 들어오는 느낌, 정말 신기하다. 연기는 말할 것도 없지만 선생님이 작품을 준비하고 접근하는 면, 인간적인 모습들이 정말 대단하다. '레이디 맥베스'를 타이틀로 내세운 작품이 많이 존재할 만큼 맥베스 부인 역시 강렬한 캐릭터이다. 내가 느끼기에 소희 선생님은 이 작품에서 '레이디 맥베스'가 되길 원하지 않으시고 정말 맥베스의 부인, 그 자체로 섬세하게 작품과 내 안에 들어오신다. 그렇게 나오는 '진짜 레이디 맥베스'의 모습을 정말 느끼고 그래서 더욱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정말 좋은 배우가 되어서 후배와 작품을 하게 됐을 때, 상대방을 정말 사랑하는 눈빛으로 봐 줘야 그 배우의 기운이 싹 올라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소녀 같으시다.부담감이 크겠다. 부담 많이 된다.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보여 줘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관객들도 자신들의 생각으로 칭찬도, 비판도 할 수 있는데 그것과 별개로 이 작품에서 하고 싶은 한 가지, 연출님의 말씀에 따라 변화되는 나를 경험하고 싶고, 지금까지 만들어온 맥베스를 무대 위에서 정확하게 하기만 한다면 정말 만족스러울 것 같다. 내 역량 이상으로 큰 시너지를 내 주시는 분들, 좋은 선배님들이 너무 많아서 눈빛만 줘도 그냥 딱! 온다. (웃음) 비극의 주인공은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다 옆에서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것만 온전히 받으면 되는 거다. 그 욕심이 강해져서 부담이 되지 않기를 스스로 바라고 있다. "맬콤이 왕이 돼? 이거야말로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는데"라는 대사가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는 내가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뛰어넘어야 할 무대라고 생각하고 있다. 선배님들이 넘어가라고 많이 밀어주고 계신다. (웃음) MBC 드라마 , 최근 드라마스페셜 등에 출연해 좋은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 영화 등 다른 장르로 영역을 넓혀도 좋겠다. 그렇게 하고 싶다. 차근차근 하나씩 정말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다른 분야의 맛, 분위기를 알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영화를 하시는 분들은 연극과 같은 연습 과정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하실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떤 상황,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배역을 연구할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조연, 단역으로 영화 두 편에 들어가서 해 봤더니 뭔가 조금 알겠더라. 연기하기 좋은 상태로 자신과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시는데, 박해수라는 배우가 한 역할에 접근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쓸지 궁금하다. 배역에 더욱 가깝게, 완벽하게 접근해 나가는 걸 경험해 보고 싶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3.04 / 조회 15,426
-
셰익스피어 비극의 진수, 연극 ‘맥베스’
2014 국립극단 봄마당의 첫 작품인 연극 ‘맥베스’가 3월 8일부터 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고 시적 리듬이 빼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원작의 강렬함은 이병훈 연출가와 신선희 무대미술가의 손길이 더해져 더욱 깊어진다. 이병훈 연출가는 원작에 충실하며 현대인의 욕망과 무의식을 투영해 연극 ‘맥베스’의 현대성을 극대화 시킨다. 신선희 무대미술가가 이를 도와 현대적이고 보편적인 세계관을 무대로 이끌어낸다. 주역인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 역은 박해수와 김소희가 각각 맡는다. 박해수는 연극 ‘갈매기’, 뮤지컬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등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한 실력파다. 2012년 제48회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과 제4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인간 심연의 깊은 고뇌와 절망에 찬 ‘맥베스’를 강렬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김소희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고곤의 선물’ 등 다수의 작품에서 경력을 쌓은 탄탄한 배우다. 지난해까지 세 차례의 동아연극상(2006년 신인연기상·2009년 여자연기상·2013년 여자연기상)을 석권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훌륭한 무대언어로 위태로운 ‘레이디 맥베스’를 선보일 전망이다. 이들을 비롯해 총 20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국립극단
2014.02.07 / 조회 8,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