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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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르의 '변신, 그 의미는 '노동력의 상실'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무대에
현대사회 속 노동에 대한 의미
예술가에 대한 고민 엔딩에 담아
6일~15일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연극 ‘변신’의 한 장면(사진=극단 창세).[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자고 일어났더니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변신’은 프란츠 카프카가 쓴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다. 이 이야기를 노동력의 문제로 접근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창세가 6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변신’이다.연출가 신동일의 작품으로 지난해 제28회 거창국제연극제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 배우 안훈이 주인공 그레고르를 연기하고 황위재·정재은·변민지가 그레고르의 가족인 아버지·어머니·여동생 그레테로 출연한다. 지난 5일 같은 장소에서 연 시연회로 작품을 먼저 만났다.먼저 서로 다른 느낌의 두 공간으로 꾸민 무대가 눈길을 끈다. 온화한 느낌의 집 응접실과 건설현장 같은 그레고르의 방이 그레고르의 변신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유일하게 돈을 벌어오는 아들만 기다리는 부모, 매일 반복되는 일에 지친 그레고르, 그런 그레고르에게 힘을 주는 그레타의 이야기가 원작과 비슷한 전개로 펼쳐진다.연극 ‘변신’의 한 장면(사진=극단 창세).다른 점이 있다면 그레고르를 ‘노동자’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가족과 그레고르 사이의 갈등의 원인이 경제적인 이유와 얽힌 점도 원작과 다른 부분이다. 신동일 연출은 “워낙 유명한 고전을 연극으로 올리기 위해선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본주의 시대에서 노동력 상실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작품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원작에 없던 엔딩도 등장한다. 바이올린 연주자를 꿈꾸는 그레타에 대한 이야기로 예술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신 연출은 “현대 사회에서 예술가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며 “지금 시대에 예술이란 작업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안훈은 80분 남짓한 공연시간 동안 아크로바틱한 몸짓으로 그레고르의 변신을 기괴하면서도 슬프게 보여준다. 그는 “그레고르는 삶에 대한 의지가 가족을 향해 있다 벌레로서의 본능과 충돌하면서 결국엔 ‘나’라는 실존을 깨닫는 캐릭터”라며 “심리 표현보다 무의식적인 행동을 찾아가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은 그레고르의 변신에 따른 리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 황위재는 “그레고르의 ‘변신’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같다. 그런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연기하고자 했다”고 털어놨다.정재은은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뒤 아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엄마다. 모성애가 있음에도 아들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양면성을 보여주는 게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변민지는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과 비슷한 마음을 실제로 느껴봤다. 준비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조금 있었다”고 덧붙였다.신 연출은 “카프카의 작품을 연극으로 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인만큼 일반 관객과 방학을 맞이한 청소년과 대학생도 많이 찾아와줬으면 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변신’은 오는 1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공연한다.연극 ‘변신’의 한 장면(사진=극단 창세).▶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1.06 / 조회 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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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테마로 재해석한 카프카의 '변신'
'현대사회의 노동력 상실'로 각색한 작품
주인공 그레고르 여동생도 변하는 이색 설정
내년 1월 6일부터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연극 ‘변신’의 한 장면(사진=극단 창세).[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이 노동을 주제로 한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극단 창세는 내년 1월 6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변신’을 공연한다. 올해 제28회 거창국제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작품이다.연출가 신동일은 ‘현대사회의 노동력 상실’이라는 시선으로 ‘변신’을 새롭게 해석했다. 벌레로 변해 노동력을 상실한 주인공 그레고르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룬다.원작과 달리 그레고르의 여동생 그레테도 변한다는 설정이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 ‘노동력 상실’이란 무엇인지 질문한다.극단 창세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 적재적소에 사용한 영상과 조명, 음향으로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2.15 / 조회 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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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위안부·여배우 성상납 사건의 '아픔과 상처'
극단 고래 창단 작품 '빨간시'
폭력과 상처의 악순환 고민 담아
12월 6일 나루아트센터 개막
게릴라극장으로 공연 이어가연극 ‘빨간시’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과 몇 년 전 일어난 여배우의 성상납 사건 등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다루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극단 고래의 창단작 ‘빨간시’다. 성상납 논란으로 자살한 여배우 사건 이후 두문불출하던 유력 일간지 기자가 저승사자의 실수로 위안부 할머니 대신 저승에 먼저 가면서 깨닫는 이야기로 사회의 폭력·욕망·침묵에 대해 다룬다.작품은 위안부 사건과 여배우의 성상납 사건 사이에서 거대한 힘과 권력에 의해 성적으로 유린당하고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여성의 모습을 바라본다. 역사 속에서 돌고 도는 폭력과 상처의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하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마음을 담았다.제7회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희곡상·작품상·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오는 12월 6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광진구 자양동 나루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어 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1.13 / 조회 2,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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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 연출, 고연옥 작가 다시 뭉쳤다 <내 이름은 강>
등의 탄탄한 화제작을 낳은 김광보 연출과 고연옥 작가가 연극 을 통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작가 고연옥이 써 2012년 초연한 은 '오늘'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부모를 찾아 원천강을 향해가는 도중,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는 역무원, 열매가 맺지 않는 밭을 끝없이 일구는 농부, 더 이상 웃어주는 이 없는 광대 등을 만나는 모습이 펼쳐진다. 의미를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씁쓸한 현대인의 모습을 비춰냄과 동시에 인간의 자만심과 이기심으로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들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시청각디자인상을 수상한 를 비롯해 등을 연출한 김광보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청우에서 신인 배우들과 함께하는 작품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월 26일부터 3월 8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5.01.28 / 조회 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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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에게 답을 얻다, <길 떠나는 가족> 지현준
이윤택 연출, 김의경 작가의 연극 이 2009년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린 이 연극은 순수와 광기를 오가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간 이중섭의 삶을 소, 게, 물고기 등을 형상화한 다채로운 오브제와 함께 펼쳐내고 있다. 일제시대에 유년기를 보내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 화가를 연기하는 것은 어느 배우에게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일 공연장에서 만난 지현준은 그 몫을 충분히 다 해내고 있었다. 올해로 데뷔 11년째를 맞은 지현준은 한때 ‘캐스팅 0순위’ 배우가 되기 위해 즐겼던 술, 담배를 끊고 8년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먼저 잘 살아야 한다.”라는 이윤택 연출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후 많은 작품에서 연륜을 쌓아온 지금, 그는 “이제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비슷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무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공연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는 그에게 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을까.Q 공연이 개막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첫날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달라졌나. 처음엔 긴장감을 갖고 연출님이 짜 놓으신 틀 안에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좀 더 살아있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때그때 다른 배우들과 연기를 주고받다 보면 매일 똑같을 수가 없으니까. 매 순간 살아있으면서도 전체적인 틀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고민 중이다. Q 이중섭을 연기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는 일일 것 같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대본을 읽고 나서 이중섭의 평전을 몇 권 읽었다. 그 때부터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분은 너무 심플하신 분이다. 세상이 보기엔 불우한 인물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나도 처음에는 왜 예술가는 저렇게 살아야 할까, 왜 진짜 좋은 작품을 남긴 사람들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중섭에 대해 알게 되면서 누구든 정말로 그 인물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가 불행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섭이 그렇게 괴로워하고 힘들었던 이유에는 가난도 있지만, 사실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나 예술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열정이 더 컸던 것 같다. 누군가를 미친 듯 사랑하면 그만큼 그리움도 크지 않나. 그는 그만큼 사랑이 너무나 많고 순수했던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엔 힘들게 살았지만, 그렇게 사랑이 많았던 사람만큼 또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어머니와 아내, 자식, 지나가는 하찮은 동물에게까지 모두 사랑을 품었기에 그렇게 살아가셨던 것 같다. Q 연습하면서 가장 고민됐던 부분은. 아이와 같은 시선을 가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연극에도 나오지만, 형이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혼내자 이중섭이 울었다는 일화가 있다. 근데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해서 서러워서 운 것이 아니라, 형이 불쌍해서 울었다는 거다. 누가 나를 혼냈는데, 혼내는 사람의 마음이 아파서 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도대체 그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았던 것인지를 알기가 참 힘들었다. 아마 커다란 일도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하고, 또 아주 작은 일도 굉장히 소중하게 대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게를 잡아먹고 사니까 미안해서 게를 그린다.”는 대사처럼 말이다. Q 그 외에도 와 닿는 대사가 많았을 것 같다. “세상에 환쟁이가 할 일이 뭔가.”라는 대사가 많이 와 닿았다.“하면 할수록 내 그림은 엉터리다, 가짜다.”라는 말도 진심으로 다가왔다. 한창 대사가 잘 안 풀릴 때 ‘그림’이라는 말을 ‘연기’로 바꿔서 읽어봤다. “내 연기는 다 가짜다.” 라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슨 말인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괜히 슬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라는 것이 느껴지더라. Q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어떻게 연습했나. 이영란 선생님( 미술감독)이 먼저 직접 그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주셨다. 이윤택 선생님도 해보자고 하셨고. 처음엔 엄청 부담이 됐다.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으니까. 매일 연습이 끝나면 이영란 선생님의 작업실에 가서 세 시간씩 계속 그림을 배웠다. Q 극중 이중섭이 아이 모습을 한 인형을 여러 번 만나는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연극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중섭이 아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첫째 아들을 잃고 나서부터다. 워낙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나중에 정신이 조금 이상해졌을 때도 아이들과 많이 놀았다고 하더라. 어쩌면 그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Q 데뷔 때부터 이윤택 연출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해왔다. 이윤택 연출은 배우 지현준에게 어떤 존재인가. 선생님은 연극에 있어 내 아버지이자 고향 같은 분이다. 데뷔 초반에 선생님과 함께 하며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다가 얼마간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정말 그립고 목말랐다. 선생님이 그리는 그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는데, 항상 배우로서 그 크기를 다 못 채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컸으니까 이제는 좀 잘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선생님이 나를 되게 잘 아신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때로는 칭찬도 하고, 때로는 약을 올리기도 하면서 숙제를 툭툭 던져주셨다. “이중섭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그런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Q 이중섭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나. 사실 나는 처음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 어쩐지 화도 안 낼 것 같고, 왜소하고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이중섭에게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정 반대의 모습도 있었다는 걸 알려주셨다. 그의 삶 속에도 화가 있고 울분이 있고 장부처럼 우직한 모습도 있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실제로 이중섭이 남덕이(아내)를 때리기도 했다고 하더라. 그런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면 내 연기도 되게 단조로웠을지 모른다. Q 이윤택 연출이 스스로 “배우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연출”이라고 표현했던데, 힘들지는 않나. 선생님과 연극을 하며 선생님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선생님에게 분명 꼬마악동 같은 모습이 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는 대단한 조율능력, 사람과 작품을 보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그래서 혼날 일이 있으면 당연히 혼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의 경우 선생님이 배우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정말 많이 열어주셨다. 지적해야 할 때는 정확히 말씀하시고, 그렇지 않을 때는 특별히 무섭게 하시지 않았다. 모두가 무대에서 살아있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Q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더라. 관객들이 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아가길 바라나. 이 작품은 장면마다 무언가 조금씩 쌓여서 객석에 전달되는 작품이지, 팍팍 강렬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이중섭 선생님도 그렇게 사신 분이고.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공연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관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긴 하는데, 관객들마다 공연에서 받은 느낌이 다 다른 것 같더라. 감동을 받는 장면도 다 다르고. 분명 장면마다 어떤 힘이 있고, 그게 얼만큼이든 객석으로 전달이 되고 있는 것 같다. Q 출연하는 작품이 모두 당시 하고 있던 고민에 답을 던져준다는 말을 했다. 을 시작했을 때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나. 내가 좋아서 연극을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꼈다. 관객들이 평상시 잘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충격을 주는,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텐데 그걸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가 모두 기술력도 뛰어나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아지지 않았나. 아무리 연극이 리얼함을 제공한다고 해도 드라마와 영화를 못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 나는 배우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점에 을 만난 거다. 이중섭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거지. 사실 나도 이중섭처럼 살기는 두렵다(웃음). 그런데 배우로서 적당히 좋은 집에, 어느 정도 명성을 갖고 좋은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해도 뭔가 스스로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돈에 대한 욕심도 많지 않고. 그렇다면 히스 레저처럼 한방 날리고 죽는 게 배우로서 훨씬 값어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 예술가로서 정말 깨끗하고 순수하게 살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공연을 하면서 답을 얻은 거다. 물론 내가 그분처럼 살수는 없겠지. 나는 어차피 다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배워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연극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필 수 있는 힘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그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Q 40~50대에는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되어있길 바라나. 정해진 정체성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현준으로서 사는 모습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내 평상시의 모습이 무대 뒷모습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잘 살려고 많이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무대라는 곳이 좀 이상적이기도 하고, 우리가 평상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곳이지 않나. 그래서 무대에 올라갈 때 항상 한 발 높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좀 비슷해진 것 같다. 특별한 긴장감 없이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물론 좀 더 노력해야겠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배우의 정체성은 어느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지현준이 가진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무대에 서느냐에 따라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정체성이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정해놓지 않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지현준이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긴 하다(웃음). 그런데 제일 먼저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고, 그 다음에 지현준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Q 다른 인터뷰에서 “배우는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던데, 같은 맥락인가. 비슷하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이윤택 선생님이 배우의 단계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게 있다. 처음엔 자기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과 캐릭터, 자신과 상대 배우, 자신과 극장, 세상,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까지 생각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그 순서대로 무언가가 찾아온다. 최근에는 내가 좋아서 연기하는 단계를 조금 넘어서 상대 배우와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된 것 같은데, 이제 세상에 대해 무엇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모노드라마 를 할 때는 관객과의 관계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고, 이번 작품에서는 예술가로서 세상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 세월호 사건도 있지 않았나. 이런 시국에서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지, 그들과 같이 아파할 수 있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그런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고. Q 좋은 이야기지만, 굉장히 이상적이기도 하다. 주위에서 보고 듣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나. 그런 괴로움도 있었다.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사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이제 사랑도 다 식고, 이상도 끝난 시기이지 않나. 그런데 그것도 다 삶의 한 모습인 것 같다. 그걸 극복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안에서 내가 찾아야 할 것들이 또 있는 것 같고. 예전엔 후배들을 만나면 이건 이런 거야, 이렇게 살아야 돼, 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점점 입을 다물게 된다(웃음).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내가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되고. Q 무용, 음악 등 항상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말해왔다. 요즘은 무얼 배우고 싶은가. 오늘 영어 회화 학원을 끊었다. 남들은 스물 한 살, 스물 두 살 때 하는 것들을 이제 하는 거다(웃음). 영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 요즘 다들 한류인데, 연극배우도 언젠가는 한 명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웃음) 한 10년 후 웨스트엔드 같은 곳으로. 요즘 유투브를 통해 영국에서 하는 연극이나 그리스 안무가 등의 작품을 봤는데, 외국사람들과 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그 쪽은 무용수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안무를 해도 연극 같더라. 유럽에 가서 무용과 노래와 연기, 종합적인 예술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80살이 돼서라도.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7.09 / 조회 1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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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대서사시, 조정래 원작 뮤지컬 ‘태백산맥’ 3월 개막
소설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탄생한 뮤지컬 ‘태백산맥’이 3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태백산맥’은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해방 이후 한국전쟁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민족의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2013년 전국 최초로 순천시에서 창작뮤지컬로 제작, 공연됐다. 초연 당시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작품은 1940~1950년대 벌교(전라남도 보성군) 읍내와 당시 빨치산 활동 지역이었던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다. 36년의 방대한 역사를 3시간의 러닝타임으로 압축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원작 소설에서 말하려는 목적을 시각의 편중 없이 대중적으로 해석한다. 뮤지컬 ‘태백산맥’은 소설 속 주요 인물 중 ‘염상진’과 ‘염상구’ 형제를 초점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원작 소설의 큰 흐름을 이어가며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린다. 상당 부분이 노래로 함축되어 있어 생생하고 강렬한 느낌을 선보인다. 작품의 대명제는 화해와 상생이다. 이번 공연을 만드는 위성신 연출가는 마지막 장면을 반공 청년인 ‘염상구’가 공산당원인 ‘염상진’의 주검을 마주하는 것으로 처리한다. 그는 작품에 대해 “관객이 어떻게 이처럼 예민한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화해’와 ‘상생’의 두 단어를 작품에 녹였다”고 전했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주)이다엔터테인먼트
2014.01.21 / 조회 7,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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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 속에 아버지> 운명에 쫓겨 복수의 길 떠난 무사의 끝은?
모든 이들에게 칭송 받던 무사가 어느 날 아침 변솟간에 쳐 박혀 죽은 채 발견되고, 무사 가문에 복수의 숙제를 남겨 놓는다. 치욕스럽게 죽은 아비의 원수를 찾아 길을 떠나는 아들 갈매. 하지만 그는 무사가 되고 싶지도, 그 누구와도 싸우고 싶지도 않다. 올해 국립극단 봄마당 축제의 첫 번째 작품인 연극 가 지난 26일 막을 올렸다. 등의 작가 고연옥이 쓰고, 등을 이끈 강량원이 연출한 이 작품은 중앙아시아 바이칼 호수 지역의 게세르 신화를 모티브로 한다. 하늘의 신이 지상의 악을 제거하기 위해 아들 게세르를 세상에 내려 보내는 것처럼, 처참히 죽게 된 무사 찬솔아비에 의해 그의 아들 갈매가 머나먼 복수의 길을 떠나며 작품은 시작된다. 어머니가 준 원수들의 이름이 길게 적힌 종이를 들고 길을 헤매는 7년의 시간 동안, 갈매는 세상의 인간 군상들과 마주한다. 싸움이 싫으면서 싸움을 찾아 온 그는 마지막으로 도착한 마을에서 잔혹한 왕 검은등을 마주하고 운명의 벼랑 끝에 이르러 물러설 수 없이 검을 빼 들며 자신을 억눌렀던 본질을 깨닫는다. 꿈과 현실의 혼재 속, 점프하듯 공간을 이동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작품에 판타지를 더한다. 쫓거나 쫓기듯 오고 가며 갈매와 부딪히는 무사들은 갈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답한다. 악의 존재 검은등과 그에게 사랑과 복수를 동시에 탐하는 여인 초희, 그리고 강한 자 앞에서 한 없이 충직한 이장, 서장, 목사, 기자 등 전형성을 지닌 인물들의 모습도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둡고 무거운 작품이라 스스로 칭하지도 않는다. “무사는 먹기 위해서라도 싸웠다”며 아들에게 무사의 정신을 강요하는 찬솔아비에게 “먹고는 살겠죠”라고 비아냥 거리며 되받아치는 갈매, 무사 흑룡강과 백호가 “네가 칼이 늦어서, 네가 어린애처럼 넘어져서” 적을 놓쳤다며 허세를 부리는 등의 장면은 극을 더욱 유연하게 한다. 등에 출연해 온 갈매 역의 김영민을 비롯, 검은등, 찬솔아비 역의 김정호, 흑룡강과 백호 역의 윤상화와 박완규 등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를 유감 없이 만날 수 있다. 어둡고 무한할 것 같은 악의 세계 속에 무겁게 칼을 들고 응시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현대의 일면을 마주할 수도 있는 연극 는 오는 5월 12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3.04.30 / 조회 1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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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 속에 아버지> 김영민 “너무 푸르러 어두운 사람, 갈매를 만나다”
긴 활과 빠른 발 놀림, 억, 헉 하는 신음 소리가 너른 연습실을 가른다. 사방을 예민하게 주시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두 무사의 격렬한 부딪힘, 이내 팽팽하게 오고 가는 말들. 왜 우리는 싸워야 하며 무사의 숙명은 무엇인가. 이글거리는 눈빛의 배우들은 장면이 끝난 후에도 작은 행동조차 그 원인을 찾고자 연출자와 질문을 주고 받는다. 국립극단 신작 는 무사에 대한 이야기다. 무사 아버지를 둔 주인공 갈매, 그러기에 자신도 걷게 되는 무사의 길. 하지만 처참하게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나서면서도 칼 한번 뽑아 보지 못하고, 싸우는 것도 싫은 그이다. 작가 고연옥은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길 떠나는 갈매 역에 김영민을 생각했다고 한다. 배우와 캐릭터가 자석처럼 끌려 서로를 빨아들이는 것은 이와 같은 경우일 것이다. “제가 덜 떨어져 보여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웃음) 고연옥 작가도 갈매가 덜 떨어진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지나치게 순수하거나 지나치게 정직한 사람, 자신은 그렇게 살아가는데 바깥에선 바보, 멍청이, 아버지의 원수도 못 갚는 놈, 저런 덜 떨어진 놈, 그런 사람이요.” 지난 해 연극 에서 르네 갈리마르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던 김영민은 연습실에서 보여줬던 아찔하고 절박한 눈빛은 금새 접어 두고 멋쩍은 미소와 함께 담담히 갈매 역을 이야기 한다. “장준환 감독님의 새 영화 ‘화이’를 찍고 있었어요. 촬영이 한, 두 번 정도 남았고 올 가을쯤에 개봉할 것 같아요. 1년 만에 연극이라고 거창하게 말하는 건 좀 그렇고, 20대 때 몇 년 간 작품이 안 들어오고 그래도 왜인지 난 연극을 계속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지금도 그렇고요.” 원수를 찾아 헤매는 갈매의 7년 여정을 담은 이번 작품은 하늘신 히르마스가 지상의 악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들 게세르를 내려 보냈다는 바이칼호수 게세르 신화를 비롯, 꿈과 현실을 오고 가는 장자의 나비 등 신화, 꿈, 현실 등이 뒤엉켜 있다. “작정하고 재미있게 썼다”는 작가의 말에서 재미는 이런 다면적인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스토리 라인은 분명한데 그 안에 세 가지의 꿈이 펼쳐져요. 갈매가 만나는 사람, 세상,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간 꿈에서 발견하는 자신, 아버지와의 화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아요.” 꿈과 현실, 환상을 오고 가는 작품이기에 다양한 연극적 활용, 장치들도 궁금해 진다. 손에서 칼을 놓지 않던 배우들의 모습에선 화려한 액션과 힘을 미리 느낄 수도 있었다. “안무, 무술 연습을 번갈아 하는데 힘들어서 죽겠어요. (웃음) 처음에는 트레이닝 하고 칼 들고, 기본적인 연습을 했는데 그 다음날 촬영이 있었거든요. 종이 한 장 들고 뭘 설명하는 장면인데 손이 부들부들부들…(웃음) 그게 한 열흘 가더라고요. 무술 하는 친구들은 계속 검 가지고 움직여요. 조금이라도 해야 몸에 무리가 없으니까요.” 드라마, 영화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연극 무대에서 만큼의 많은 관심이 따르지 않는 건 그도, 그의 진가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아쉬운 부분이다. “언젠간 되겠죠. (웃음) 열심히만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다음 작업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이런 배우의 고질적인 고민은 누구에게나 다 있다고도 하고요. 지금의 상황들은 잘 됐을 때 더 잘 되기 위한 수련이랄까? 매 작품을 열심히 했을 때 그런 것들이 내 안에 쌓여가고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의 주인공 이름인 갈매의 사전적 의미는 ‘짙은 초록색’이다. “너무 푸르러서 검게 보이는 사람’이라 김영민은 갈매를 생각한다. “너무 푸르러서 세상을 잘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 더구나 무사의 시대에 푸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세상은 결국 그런 사람이, 푸르름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일 것 같아요. 신화의 원형들은 현실과 잘 맞닿아 있어 관객들이 그런 걸 잘 연결해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극의 매력은 이런 걸 통해서 관객과 배우, 만드는 사람들이 같이 세상을 고민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연출님도 그렇고 어떤 정답을 만들진 않으세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열린 연기를 해 보자고 하시죠.” 갈매의 원수이자 사공, 길잡이로 나서는 흑룡강 역의 윤상화와 백호 박완규를 비롯 이번 작품에서는 탄탄한 연기 내공을 선사해 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갈매를 꼭 닮은 김영민의 눈빛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3.04.04 / 조회 1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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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초월한 무사의 여정, 국립극단 <칼집 속에 아버지>
모두가 우러러봤던 무사 아버지가 어느 날 변솟간에 처박힌 채 발견된다.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명예와 무사의 의무인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아들은 길을 떠난다. 단, 그는 단 한번도 칼을 빼 든 적도 없고 무사가 되기도 싫다. 미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무사의 방황이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펼쳐질 연극 가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등의 고연옥 작가가 쓰고,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강량원이 연출하는 이 작품은 바이칼 호수 지방에서 내려오는 게세르 신화를 바탕으로 아비의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난 아들의 7년을 쫓아간다. 꿈과 현실, 신화와 게임의 세계를 경계 없이 오고가며 갈매와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무게로 인해 자신이 원치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 악마적 생각들을 숨기고 사는 이중인격자들을 비롯, 약하고 또 악한 우리네의 모습을 비춰내고자 한다. 어머니의 권유에 못 이겨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나서는 아들 갈매 역에는 지난 해 이후 1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김영민이 나서 황량한 황야를 헤매는 고독한 무사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갈매의 원수이자 그를 신화와 꿈의 세계로 이끄는 무사 흑룡강 역에는 지난 해 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연기상,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모두 휩쓴 윤상화이 맡았으며, 흑룡강의 파트너 무사 백호 역의 박완규 등 탄탄한 연기로 진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배우들이 대거 나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3.03.20 / 조회 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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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립극단 봄마당축제 선정 창작초연작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는 국립극단의 봄마당축제에서 2013년 유일한 창작초연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작품은 고연옥 작가와 강량원 연출의 첫 만남으로 연극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는 고연옥 작가 특유의 언어적 힘과 상징성, 강량원 연출 특유의 동적 이미지로 강렬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갈매는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7년간의 여정을 떠난다. 그의 길은 때로는 유려한 신화의 세계처럼, 때로는 자유로운 컴퓨터 게임 속 세계처럼 변화한다. 무대에는 연극 ‘M버터플라이’ 이후에 1년 만에 연극무대를 찾은 김영민 배우와 2012년 연극 ‘그게아닌데’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동아연극상 등 연기상을 휩쓴 윤상화 배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영원한 에스트라공 박상종 배우 등이 선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19 / 조회 10,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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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1000만 관객 홀린 팩션, 무대에 옮기다
영화 개봉 38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연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는 비운의 군주 ‘광해군’과 똑 같은 얼굴을 지닌 천민 ‘하선’이 대리 임금 역할을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연극. 등의 성재준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에선 이병헌이 열연했던 ‘광해/하선’역에 배수빈, 김도현이, ‘허균’ 역에 박호산, 김대종이 캐스팅됐다. 이외에도 손종학, 황만익, 임화영 등이 캐스팅 돼 극을 끌어간다. 광해(배수빈), 허균(박호산) 하선(김도현), 허균(김대종)지난 26일 가진 프레스콜에서는 정치적 음모를 직감한 광해가 자신과 똑 같이 생긴 천민 하선에게 왕 노릇을 시키고, 궁으로 들어온 하선과 중전(임화영)의 로맨스가 진행되는 장면이 공개됐다. 성재준 연출은 “영화 개봉 전 시나리오를 검토해서 결정한 것이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이라며 “ 같은 경우도 영화가 성공을 하고 기획에 들어갔는데 이번엔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질 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본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개봉 이후엔 이 점은 좀 다르게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많이 수정했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잘 해줘서 사랑받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영화와 다른 부분이 많이 있고, 중간과 엔딩 부분이 달라졌는데 이 점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보람 있다”고 전했다. 왕좌에 앉은 하선(김도현) "중전은 왜 웃질 않소?"광해, 하선으로 열연하는 배수빈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인 줄 몰랐다”며 “지금까지 제가 했던 모든 캐릭터들을 모아 광해와 하선을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럽게 변하는 감정을 순간 순간 연기해야 해서 어렵지만 힘든만큼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도현은 “영화에 없는 장면이 있는데 후반부에 광해의 심정을 말하는 부분이 어렵다”며 “광해의 입장을 알 수 있는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좀 이상합니다" 하선(배수빈)과 중전(임화영)의 데이트 허균 역을 맡은 박호산은 “이번 작품이 그냥 재미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는 오는 4월 2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공연 장면
2013.02.27 / 조회 1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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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비교? 자신 있어요!” <광해, 왕이 된 남자> 배수빈·김대종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저잣거리의 한낱 만담꾼이 기이한 운명에 이끌려 왕이 된다는 이야기로 묵직한 질문과 통쾌한 웃음을 동시에 던진 영화 (이하 )가 동명의 연극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이번 연극은 영화와는 별개로 일찍부터 준비되었던 작품으로, 좀 더 세밀해진 심리묘사와 생생한 현장감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영화에서 이병헌·류승룡이 연기했던 하선(왕과 1인 2역)과 허균을 각각 맡은 배수빈·김대종은 흥행에 대한 부담보다 좋은 작품을 선보이리라는 자신감을 더 많이 내비쳤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밑바탕으로 배우가 되었고 또 작품을 선택해왔다는 이들의 이야기는 연극 가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다. 연극 작품 준비는 작년 3월부터 들어갔다고 들었는데요, 처음 대본 읽으신 후 감상은 어땠나요. 배수빈 : 사실 가 공연된다는 건 미리 알고 있었어요. 영화 시나리오를 먼저 봤는데, 되게 재미있었어요. 영화로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고, 영화가 흥행하리라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했고. 또 이 작품을 연극으로 만들었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올지도 궁금했어요. 영화는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편집을 해서 보여주지만, 무대에선 다르잖아요. 성재준 연출님이 이 작품을 어떻게 연출하실지 기대도 됐고. 또 워낙 좋은 배우들이 함께 하고 있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김대종 : 영화를 통해서 를 처음 접했는데,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판타지가 잘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선이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서 백성들이 품은 한을 풀어주잖아요. 허균도 입장은 다르지만 백성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는 마음은 같고. 또 그때가 선거철과 맞물려서 더 강한 울림이 왔죠. 소극장에서 연극으로 공연하면 또 다른 울림을 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선거가 끝난 지금 보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보실지도 궁금하고. 배수빈 : 에는 철저한 인본주의가 담겨있어요. 우리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인지, (지도자가) 어떤 부분에서 타협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 타협하면 안 되는지 정확히 핵심을 짚고 있는 것 같아요. 시대가 바뀐다고 그런 핵심이 변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인지도 생각해보게 하고. 연극이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고 들었어요. 어떤 부분이 달라지나요. 김대종 : 인물들의 구도, 배치가 약간 달라져 있어요. 박충서가 중심적인 악역으로 나오고, 영화 속에서 살짝 지나갔던 캐릭터가 도부장으로 나오기도 하고. 제일 크게 달라지는 것은 하선의 캐릭터인 것 같아요. 영화에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허균이 하선에게 '당신을 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한 후 하선의 감정변화가 많이 생략된 것인데, 연극에서는 그 부분에서 하선의 고민을 좀 더 집중적으로 보여줘요. 허균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 중이에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는 결국 같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노선,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계속 고민을 하고 있어요.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그 노선을 보여주는 시간이 짧았죠. 영화에서는 쇼적인 면이 많았다면, 연극에서는 캐릭터간의 관계가 더 많이 다뤄지는 것 같아요. 배수빈 : 큰 틀 자체가 달라요. 개인적으로는 연극 가 조금 더 설득력 있지 않나 생각해요. 한 사람의 내면에 더 깊이 있게 들어간다고 할까요? 캐릭터들이 더 세밀해지고 구체화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아요. 또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날 것'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것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다가오는 것이 더 클 수 있겠죠. 영화가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크게 흥행했는데요, 영화와 비교될 거라는 부담은 없나요? 배수빈 : 부담 전혀 없어요. 어차피 배우들이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거든요. 영화와 공연이 가진 매력도 다르고. 어떤 기대를 하고 오시든 무대에서 보시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또 워낙 영화에서도 좋은 배우분들이 열연해주셨지만, 저희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각자 배우들이 쌓아온 커리어나 퀄리티를 봤을 때 전 자신 있어요.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웃음) 배수빈씨가 광해·하선 1인 2역을 맡으셨는데, 두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어떻게 연출될까요. 김대종 : 데이비드 카퍼필드를 수배중입니다.(웃음) 배수빈 : 팬텀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갑자기 나오는?(웃음) 농담이고요, 그런 형식을 차용하고 무대효과 등을 이용할 것 같아요. 연출님의 생각이 뚜렷해서 그 부분은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극중 마당놀이 장면도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요. 배수빈 : 마당놀이의 본질이 관객과의 소통이잖아요. 관객과 최대한 잘 어우러지고 소통할 수 있도록, 신명나는 공연을 한 판 하면서 기쁘게 (공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어요. 영화에서 관객들의 폭소를 터뜨리는 유머가 곳곳에 등장하잖아요. 연극은 어떤가요? 배수빈 : 사실 영화를 보면서 연극적인 요소를 많이 차용했구나, 생각했어요. 병헌 선배의 애드립이나 순간순간 다가오는 현장감에서 그런 걸 느꼈거든요. 연극은 끊김 없이 쭉 가기 때문에 그보다 더 생생한 희곡적 요소들이 곳곳에 살아있어요. 그렇다고 슬랩스틱 코미디을 하는 건 아니고(웃음) 상황 자체로 웃음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김대종 : 아무래도 하선이라는 인물 자체가 웃음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엄숙한 공간에 전혀 긴장감 없는 인물을 하나 던져놓으니까.(웃음) 그간의 인터뷰를 보니 두 분 다 평소 사회·정치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배수빈씨가 출연했던 영화 도 그랬고, 도 정치·사회적인 맥락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것 같아요. 배수빈 : 저는 실제로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사회·정치에 대한 관심이 아니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에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도 번지는 것이거든요.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생각하다 보면 사회·정치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 앞에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 싶고. 그래서 그런 작품들에 마음이 가고. 에서도 '백성들을 돌보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대사가 나오는데, 예나 지금이나 그 맥락은 같은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는 거죠. 김대종 : 저도 비슷해요.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 보니 정치·사회 문제에도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죠. 비슷한 맥락에서 사회적 약자,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제 지론이고. 고리타분한 얘기지만, 학교에서 배운 대로 노력하는 거죠. 예술가가 사회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을 갖지 않으면 고인 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잖아요. 저는 아직 예술가는 아니고 생계형 배우지만.(웃음) 제가 앞에 나서는 투사는 아니지만, 그 사람들의 얘기에 관심을 갖고 표현하는 것이 제가 가진 나름의 의무감 같은 거죠. 배수빈 : 그게 기본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직업인데 그걸 갖지 않고 어떻게 얘기를 하겠어요. 연극 가 관객들에게는 어떤 작품이 되었으면 하시나요? 김대종 : 사실 이야기가 좀 허무맹랑하잖아요. 하선이 왕이 돼서 자기 뜻을 펼치는 모습이 이상적이잖아요. 현실과는 괴리감이 좀 있죠. 그랬다 하더라도 (관객들이) 좀 꿈을 꾸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뻔한 얘기지만 아직 세상은 살만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각자의 내면에도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 전 진짜 얼치기같이 계속 그렇게 살고 싶거든요.(웃음)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관객 분들도 이 연극을 보시고 허무맹랑한 꿈을 많이 꾸셨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결말에서 확실한 답을 주지 않는 것처럼, 저희 작품도 세상은 바뀐다고, 정의롭다고 확실히 말하지는 못할거에요. 그래도 그런 꿈과 고민을 놓지 않고 살 수 있는 원동력을 저희 작품이 드릴 수 있었으면 해요.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힘이 생기잖아요. 배수빈 : 저도 비슷해요. 교훈을 주려는 작품은 싫은데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 좋죠. 사람들은 모두 어떤 현상을 보고 다 각자의 생각을 하는 것이거든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각자의 마음 속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해서 한번씩 다시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살기 좋은 세상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시고. 그게 가장 따뜻하고 예쁘고 좋은 것 아닐까요? 희망하고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잖아요. 일단은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고. 두 분 다 취미가 무척 다양하시죠? 김대종씨는 글, 요리, 뜨개질에 퀼트까지 하신다고. 배수빈 : 저도 취미활동 소소하게 많이 하는데 뜨개질 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굉장히 섬세한 감성을 가진 배우구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게 느껴지거든요. 를 봤는데 거기선 전혀 다른 사람을 연기하거든요. 저 사람의 마음 안에 알알이 박힌 것들을 뜨개질로 승화하는구나.(웃음) 김대종 : (웃음) 배수빈 : 발산을 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절제해야 할 때는 뜨개질로 한 땀 한 땀(웃음)... 사실 그게 중요해요. 자기절제를 안 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이 안 할 수 있는 게 이 직업이거든요. 그걸 적절하게 뜨개질로 승화하는 거죠.(웃음) 저도 한번 배워볼까 생각 중이에요. 김대종 : 얼마든지. 뜨개질은 요즘도 하세요? 김대중 : 요즘 겨울이니까 한창 하죠. 전에 버스에서 뜨개질을 했는데 옆에 앉은 아저씨들이 되게 이상하게 쳐다보셔서(웃음) 까페 같은 데서 해요. 취미를 갖는 걸 되게 좋아해서 뜨개질뿐 아니라 취미 삼을 만한 건 여유가 되면 한번씩 해봐요. 배수빈 : 베스트 신랑감이죠. 연습하면서 '내가 여자라면 결혼할 사람 되게 많구나' 생각했어요. (황)만익이 형도 되게 가정적이고.. 김대종 : (박)호산이형도 나름 되게 가정적이죠.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지.(웃음) 배수빈 : 좋은 남편들이 많더라고요. 집에 일찍 들어가고, 아이 낳았다고 와이프 챙기고. 그런 걸 같이 축하해주고 하는 일들이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 같아요. 김대종 : 로맨티스트들이 많아요. 팀 분위가 전체적으로 로맨틱해요. 하선하고 허균 사이가 좀 로맨틱하다보니까.(웃음) 배수빈 : 저도 경험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주의에요. 어떤 분야에서 경지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왜 저 사람은 여기에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는지 궁금해서 따라 해봤죠. 배우로서는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악기도 이것저것 다뤄봤고. 근데 깊지는 않아요. 요즘은 유일한 취미가 물고기랑 산호를 키우는 거에요. 산호가 예민하고 까다로워서 키우기 어려운데 재미있어요. 전 자연을 좋아하거든요. 나무 키우는 것도 좋아하고. 결국 사랑도 관심인 것 같아요. 노력을 기울이고, 항상 생각하고, 챙기고 신경 쓰는 것, 관심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3.02.04 / 조회 2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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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부풀어 오른다, 무엇이?
힘껏 걷어차인 우 일병의 ‘그곳’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 국가적 행사인 매스게임에서 실수한 그는 부풀어 오르는 그곳 덕분에 국가적 보물로 극진한 보호를 받게 된다. 그 어떤 때도 우 일병 개인의 의사와 존중은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매년 3월 국립극단에서 열리는 연극 축제 ‘봄마당축제’의 올해 첫 작품 은 고재귀 작, 이상우 연출의 . 특히 2007년 이후 5년 만에 이상우 연출이 무대에 올리는 창작 초연작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은 인간을 인격체가 아닌 수단과 가치로만 판단하여 활용하는 이 시대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비꼬고 있다. ‘고환 크기와 인간 행동의 관계에 관한 연구’라는 연출의 짧은 메모에서 출발했다는 은 푸푼 고환과 함께 끌려 다니는 우 일병의 모습을 통해 폭력과 국가 권력에 착취당하는 모습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 마임이스트 남긍호는 주인공 우 일병 역을 맡아 신체 언어를 통해 연극적인 표현의 한계를 넓히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이 어우러진 세계 속에 탈래반, 댄스단, 비온새, 가카, 만화 캐릭터 등이 쉼 없이 교체되며 이야기 속에 관객들은 매스게임 관중, 강의를 듣는 청중이 되기도 하고, 비인격적인 행위를 동조하는 국민이 되기도 한다. 뒤죽박죽 황당한 어제 아니면 오늘의 상황 속에 쓴 웃음을 터트리고야 마는 연극 은 23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3.06 / 조회 8,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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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야> 셰익스피어, 마당놀이를 만나다
해외 고전을 한국적 전통 연희와 접목시켜 온 극단 여행자가 이번엔 셰익스피어의 를 마당놀이 형식으로 선보인다. 2008년 초연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남자배우 11명으로만 구성, 남사당패 놀음을 연상케 하는 무대가 특색. 셰익스피어 희극 ‘십이야’가 ‘남장여자’로부터 비롯되는 얽히고 설킨 사랑의 에피소드라면, 남자배우로만 구성된 이번 무대는 ‘남장여자’ ‘여장남자’의 콘셉트가 뒤얽히며 더 위트 있는 무대로 다가온다. 등장인물 이름은 우리 꽃 이름을 가져와 사용하는 점도 재미있다. 쌍둥이 세바스찬과 바이올라는 ‘청가시’ ‘홍가시’로, 오시노 공작은 ‘산자고’ 섬처녀 올리비아는 ‘섬초롱’. 이외에도 ‘맥문아재비’ ‘꼭두서니풀’ ‘쑥부쟁이’ 등 각종 토종 야생화 이름이 등장해 이목을 끈다. 관객에서 수시로 말을 거는 마당놀이 형식과, 몸으로 풀어내는 신체극 등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한국적 연희판으로 풀어내 유쾌함을 증폭시킨다. 극단 여행자 대표이자 연출 양정웅은 “십이야는 셰익스피어가 비극으로 넘어가기 전 선보인 마지막 희극이지만 의외로 국내에서 공연을 많이 하지 않았다”며 “보편적인 정서를 가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국적으로 만들어 웃음과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남자배우들만으로 극을 이끄는 형식에 대해 “셰익스피어 시대에도 연극은 남자들만 했었다”며 “주인공 홍가시가 진실한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성(性)을 넘어 관객에서 다가가고 싶었고, 남자배우들만 등장해 희극성도 더 살아났다”고 말했다. 는 11월 1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11.11 / 조회 1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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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들> 세상 가장 밑바닥을 지탱하는 사람들
고연옥 작가, 김광보 연출의 12번째 작품 가 10월 7일 개막을 앞두고 리허설 현장을 공개했다. 극의 일부를 선보인 이날 리허설 현장에선 배우들이 꽹과리, 장구 등 타악기와 함께 등장해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불연속적인 장면을 시연해 보였다. 은 ‘뱀신랑 설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극. 뱀신랑 설화는 뱀신랑을 찾아 지하세계로 간 여인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잊은 그를 지상으로 데려오기 위해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에는 함께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는 이 설화에 고연옥 작가만의 현대적 시선과 김광보 연출의 실험이 더해져 독특한 무대를 형상화 하고 있다. 고연옥 작가는 “설화에선 뱀으로 태어난 존재가 엄마나 아내를 데로고 지하세계로 데려간다”며 “지하세계란 어떤 곳일까, 그 경계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해전 강호순 사건 역시 이 작품의 동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며 “연쇄살인, 뱀신랑 설화, 꿈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뱀신랑 설화처럼 는 한 여인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녀는 죽기 직전, 늘 꾸던 꿈을 꾸며 한 남자를 찾아 헤맨다. 열린 연극의 형식을 빌어 불연속적인 장면이 이어지는 것은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 버스, 골목길에서의 사람들은 개연성 없이 진행되지만 하나의 맥락을 아우른다는 게 제작진의 말이다. 김광보 연출은 “고연옥 작가와 작업을 해가면서 점점 무대는 미니멀해졌고,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가 깊어졌다. 그런 작업의 정점은 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의 대본을 보는 순간 열린 연극의 형식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와같은 형식을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고연옥 작가의 대본은 유독 난해하기 때문에 매번 쉽게 써달라고 요구한다”라고 말하기도. 작가는 “매번 반복되는 끔찍한 사건에는 신화성을 가지고 있다”며 “작품에 등장하는 뱀비늘 남자는 이 세상의 수렁을 지탱하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나쁜 사람이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더 안심하고 추락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남자의 구원을 바란다면 우리도 구원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은 10월 7일부터 30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9.30 / 조회 9,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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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담았다,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아놀드 웨스커의 대표작 이 국내 초연 무대를 시작했다. 30여명의 출연진이 선보이는 팀플레이, 대규모 주방무대 등 섣불리 시도할 수 없었던 대형 프로젝트 작품인 은 지난 를 통해 저력을 보여줬던 국립극단을 통해 국내 초연무대에 올랐다. 은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사들과 웨이트리스들이 동고동락하는 대형 레스토랑 ‘티볼리’의 풍경을 담고 있다. “셰익스피어에게 세계는 무대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주방이 세계다”는 아놀드 웨스커의 이야기처럼 이 작품은 주방을 ‘세상의 축소판’으로 그려내고 있다.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들의 모습은 실제 음식 재료가 등장하지 않고 마임, 안무, 소리로만 표현된다. 이를 위해 유명 요리 아카데미의 요리수업과 안무가 정영두, 마임니스트 유진우의 움직임의 협업이 이루어졌다. 작품의 첫 시작을 알리는 활기차고 조용한 아침은 디미누엔도, 바쁜 런치타임은 크레셴도, 런치와 디너 사이의 휴식 시간은 칸타빌레 등 한 편의 교향곡처럼 펼쳐지는 에서는 사랑, 우정, 오해, 갈등 등 다채로운 일상이 모인 ‘우리들의 세상’을 만나볼 수 있다. 아놀드 웨스커의 영업시작 전, 한가로운 키친!웨이트리스와 요리사의 여유~떠나는 사람, 새로온 사람우리도 밥은 먹지요~요리사, 경력은 권력이다바쁘다! 런치타임팀플레이 연극의 진수, 아놀드 웨스커의 은 오는 6월 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5.18 / 조회 1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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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착한 여자> 착하게? 악하게? 어떻게 살고 싶나요?
절대로 작품 속에 관객들이 빠지길 원하지 않는다. 혹여 그럴까 연주자가 등장해 노래하며 깨우고, 사회자가 객석에 끼어들어 질문하며 또 깨운다. ‘정신차려! 이건 현실이 아니야. 다만 현실의 모습을 비슷하게 담은 공연일 뿐이지!’ 극단 여행자의 연극 는 브레히트의 생소화 효과를 접하기 쉽고도 착실하게 실천해 보이고 있다. 무대와 객석 사이를 철저히 분리해, 공연을 보는 관객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마련했다. 인간이 가진 선과 악, 삶을 살아감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매 순간의 선택들. 작품이 담은 주제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원작인 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중국의 사천을 한국 전쟁 이후 서울 변두리 동네로 바꾸었다. 가난한 창녀이지만 착하게 살려는 주인공 순이는, 속고 속이며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헐거운 주머니를 약탈하려는 악인들로 괴로운 날들을 보낸다. 세상살이의 고단함은 착한 사람에게 더한 것인가. 견디다 못한 순이가 타인의 탈을 쓰고 나타나자 사람들의 태도도, 주변의 상황도 바뀌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삶의 불확실한 공식이 이렇게 증명되는 것인가. 북, 드럼,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대들의 연주는 작품의 흥을 돋구기도 할 뿐더러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브레히트 작품을 한결 편안하게 만든다. 공연 연습에 언제나 악기 연주도 들어가는 여행자답게 배우들이 돌아가며 무대 뒤 악사 자리에 앉는 것도 흥미롭다. 재치있고도 또렷한 대사가 반갑다. 사회자로 나서는 물장수 김씨, 건물주 마여사 등 1인 다역으로 변신해 익살스레 웃음을 전하는 정해균을 비롯, 여행자 단원들의 노련한 모습은 이 작품이 2003년 초연 이후 재공연 무대라 해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극단 작은 신화의 단원이나 이번 작품에서 확연히 돋보이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재판관 및 양여사 역의 최현숙도 놓칠 수 없다. 1, 2부로 나뉘어 2시간 넘게 작품이 계속되지만 지루한 감은 전혀 없다. 순이처럼 살 것인가, 강사장처럼 살 것인가, 한판 놀고 나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둘러 앉아 질문과 대답을 나눈다. 대답은 가지각색이다. 브레히트도 서울의 순이도, 사천의 착한 여자도, 누구도 한 가지 대답을 원하는 건 아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코르코르디움 제공
2009.12.24 / 조회 9,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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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굿으로 풀어낸 비극적 드라마
아비를 잃은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의 몸과 마음을 채웠던 슬픔의 기운이 망자의 넋을 기리던 무당 앞에서 갑자기 분노로 바뀐다. 잠시 무녀의 몸을 빌려 내려온 아버지의 혼이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아들에게 토로했기 때문이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한 인간의 몸부림. 의 큰 줄기는 변함 없었으나 가지에는 서낭나무처럼 오색 창연한 샤먼의 조각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극단 여행자는 망루에 떠도는 유령과의 만남 사이에 굿판을 벌였다. 또 다른 상상으로 한국적인 색체를 무대 위에 도입해 온 극단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우연과 필연의 조우를 염원을 담은 간절한 기원으로 풀어낸 것이다. 때나 장소, 인물은 그대로다. 다만 독살당한 아비, 미쳐 떠돌아 죽은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피해가지 않은 죽음의 기운을 진오기굿, 수망굿, 산진오기굿으로 마땅히 받아들이며 달래고 있다. 여기가 덴마크냐, 영국이냐, 혹은 한국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말끔한 현대식 정장을 입은 클로디어스와 거투르드, 트레이닝 복을 입고 뒹구는 햄릿, 철저히 무녀의 복장을 한 여인들 등 ‘하나의 기준’과 ‘하나의 색체’로 무대를 정의하려 한다면, 쉽사리 기준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굿이라는 커다란 반사경을 통해 작품을 들여다보고자 한 것, 이것이 여행자 의 출발이며 매력적인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배경에 그려진 다양한 무속탱화나 무대 위에 깔린 쌀더미는 작품의 의도를 자아내는 데 제 구실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 이외의 무언가가 없어 허탈하다. 3시간 동안 긴장과 이완의 끈은 느슨해 극은 평탄하기만 하다. 절규와 회한, 생사를 넘나드는 깊은 숨을 함께 실어주기에는 고개가 자꾸만 갸웃거려진다. 그러나 오랜 시간 굿과 햄릿을 생각해 왔다는 연출자에게는 분명 이번 무대가 어떠한 단계가 되었을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극단 여행자 제공
2009.11.06 / 조회 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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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귄트> "모험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더욱 다가와"
허풍쟁이 페르귄트가 전세계를 누비며 겪는 모험과 환상의 이야기, 연극 가 곧 한국 무대에 오른다.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작가 헨릭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는 노르웨이 민속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 페르의 인생 여정을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 의문을 담고 있다. 지난 23일 LG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연극 의 연습장면에서는 현대의 시공간으로 옮겨진 페르의 삶이 펼쳐졌다. 원작의 페르와 귀족들 간의 대화는 인터뷰 장면으로, 난파하는 배는 비행기로 바뀌는 등 몇몇 부분에 변화가 되었을 뿐 원작에 충실했다는 연출가 양정웅의 설명이 잇따랐다. 현대와 전통의 결합, 신체 움직임의 활용 등 극단 여행자의 특징들은 배우들의 실제 연주가 더해지는 몽환적인 음악, 커다란 거울이 위치하는 무대 등과 배우들의 앙상블로 풀어질 계획이다. “어렸을 때부터 로망을 갖고 있었던 운명적이고도 직관적인 선택”으로 작품 선택 이유를 말한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 연출은 “시공간을 뛰어 넘어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고전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대사 중 반복되는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 스스로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다는 양 연출은 이 작품이 “극단 여행자와 본인의 삶에서 무언가를 제시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롤과 같은 괴물이 등장하기도 하는 이 작품에 무대를 맡은 임일진 감독은 “무대를 비롯, 분장과 의상도 열려있는 컨셉으로 일상적인 모습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히며 “내가 나를 보는 것과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화두를 무대 끝에 세우는 10m가 넘는 커다란 거울을 통해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그리그가 작곡한 음악 ‘솔베이지의 노래’로도 유명한 이 작품을 두고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엔티크’ 등의 음악을 담당했으며 이번 작품의 음악을 담당하는 장영규는 “그리그의 음악을 잘라 새로운 음악으로 만드는 중”이라고 말하며, “그리그 음악에서 시작하는 것도 있지만, 솔베이지의 노래와 같은 느낌은 안 들 듯”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는 오는 5월 9일부터 16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연극 연습장면 페르의 엄마 오세(김은희)는 허풍쟁이 아들로 인해 마음 고생이 끊이지 않는다.페르를 언제나 기다려주는 여인, 솔베이지(강정임)트롤 왕국을 차지할 속셈으로 초록 여인(박소영)과 사랑을 나누는 페르(정해균)트롤 족과 만난 페르연극 에서는 배우들이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전 세계를 여행하며 페르는 기묘한 일들을 겪는다.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4.27 / 조회 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