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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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에쿠우스’ 역대 최고 무대 예고
연극 ‘에쿠우스’가 지난 9월 22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했다.연극 ‘에쿠우스’는 지난 3월 이후 5개월 만에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한국 초연 43주년, 극단 창단 58주년을 맞아 극단 실험극장이 단독으로 기획했다. 이번 공연은 극작가 피터 쉐퍼의 원작을 가장 충실히 구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공연을 관람한 관객은 “말들의 움직임이 동물적으로 우아했다”(인터파크 예매자 chris7***), “말을 정말 실제 말처럼 잘 표현해서 너무 감탄했다” (인터파크 예매자 gpwl2***)며 코러스 배우들에 대해 평을 남겼다. 또 다른 관객은 “좋은 원작이 주는 힘이 대단하다”(인터파크 예매자 gang***), “‘EQUUS’라 쓰고 ‘열정’이라 읽는다”(인터파크 예매자 urib***) 등의 후기를 공유했다.배우 손병호는 연속 총 11회 차 무대에 오르며 캐릭터의 감정은 물론 호흡까지 연구해 ‘깨알 디테일’, ‘따뜻한 다이사트’라는 애칭을 얻었다. 배우 장두이는 지난 2일 본격적으로 합류했다.배우 전박찬은 ‘역대 최고의 알런’, ‘가장 완벽한 알런’ 등 매회 수식어를 갱신하고 있다. 이번 ‘에쿠우스’ 공연에 새로 합류한 신예 안승균은 보다 거칠고 본능적인 알런을 선보이며, 광기와 트라우마에 휩싸인 17세 소년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특히, 또 다른 주역으로 꼽히는 ‘일곱 마리의 말’(배은규, 조형일, 이동훈, 신동찬, 이명규, 현익창, 김선진)은 매 장면마다 강력한 에너지를 선사하고 있다.연극 ‘에쿠우스’는 피터 쉐퍼가 실화를 토대로 2년 6개월에 걸쳐 창작한 작품이다. 1975년 뉴욕비평가상과 토니상 최우수 극본상을 받았다. 에쿠우스(Equus)는 말(馬)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말 일곱 마리의 눈을 찌른 17세 소년 알런과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의 이야기를 다룬다.연극 ‘에쿠우스’는 11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사진제공=극단 실험극장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8.10.05 / 조회 3,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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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자들의 'SOS' 사회의 고통 꿰뚫다
극단 고래 신작 연극 '비명자들2'
비명자 통해 사회의 고통 이야기
"사회적 의제 거리감 두고 표현"
30일까지 나루아트센터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많은 소식 중 중 뼈저린 아픔에 공명을 느낀 사건을 하나둘 모아 이야기를 썼다. 이런 아픔이 왜 계속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연출가 이해성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고래와 함께 신작 연극 ‘비명자들 2’(30일까지 나루아트센터)를 선보이고 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존재가 돼버린 ‘비명자들’과 이들을 막기 위한 파사현정연구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좀비와 흡사한 비명자들을 통해 장르영화 같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이슈를 담아 생각할 거리를 함께 던진다. 비명은 고통의 은유다. 고통은 곧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다. 이 연출은 “고통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영감이 하나씩 붙어 ‘비명자’가 탄생하게 됐다”면서 “‘비명은 SOS다’라는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자신의 고통을 도와달라고 타인에게 알리는 비명을 통해 사회의 고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비명자들은 죽음 직전 자신이 고통에 빠진 이유를 이야기한다. 세월호 참사,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학교폭력문제 등 한국사회가 그동안 겪은 수많은 사건·사고가 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관객에게 직접 들이밀지는 않는다. 이 연출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사람들은 이를 피하게 된다”면서 “미학적인 방법으로 고통과 관객 사이에 거리감을 두고 이를 사유할 수 있게 하는 형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안무와 음악의 활용이 눈에 띈다. 안무가 박이표가 배우들과 함께 3개월 동안 함께 연습하며 몸짓을 만들었다.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박석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김성배 등이 라이브 연주로 참여해 현장성을 살렸다. 남명렬·강애심·박완규 등 연륜 있는 배우들과 극단 고래의 젊은 배우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이 연출은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저항하기 위해 연극인들이 광화문광장에 세운 블랙텐트 극장장을 맡았다. 광장에서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 작품을 ‘2017 서울문화재단 공연장상주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선보인다. 극단 고래는 지난해부터 광진문화재단의 상주예술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연출은 “상주예술단체로 한 해 적어도 2편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어 작품에 보다 열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약기간이 1년인데 기간이 조금 더 길었다면 보다 안정적인 작품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목에 ‘2’가 들어간 이유는 이 작품이 3부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3부작 중 2편이 먼저 무대화됐다. 이 연출이 극본을 직접 썼다. 그는 “5년 전쯤부터 초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한 편으로는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해 3부작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현재 1편의 초고까지 나온 상태이며 3편에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자들 2’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이 연출은 “모든 이야기는 3편에서 마무리되겠지만 아직 고통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맺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종 계획은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1편과 3편을 올린 뒤 이를 묶어서 7시간의 연극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그는 “‘비명자들 2’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27 / 조회 2,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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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 일일드라마 '대한민국'을 HD로 비추는 무대
희소성이 무척이나 높은 작품이다. 실제로 연극 무대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실제 거대 기업의 파산 과정을 소재로 했다는 것 뿐 아니라 파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끝도 없는 비리들의 면면을 독특한 무대 언어를 통해 한편의 완성도 높은 극으로 펼쳐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극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도 있지만, 특히나 지금 한국에서 은 마치 일일드라마 '대한민국'을 HD화면으로 보는 것과 같아 더욱 아찔하다. 영국 작가 루시 프레블이 써 2009년 런던에서 초연한 은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미국에서 2001년 일어난 거대 에너지 기업 엔론의 파산 과정을 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의 임원이었던 제프리 스킬링(김영필 분)이 엔론 회장 켄 레이(유연수 분)의 제안으로 엔론에 합류하면서 극은 시작된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지원 당시 '나는 엄청 똑똑하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듯이, 세상 두려울 것 없이 자신감 넘쳤던 제프리 스킬링은 해외 부문 사업 담당 클로디아 로를 제치고 CEO 자리에 올라 엔론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게 만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기업의 부실을 떠넘기기 위해 특수목적 법인을 설립했으며 분식회계, 정경유착 등 온간 방법을 통해 엔론의 주가를 높게 조작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부채와 시장 분석가들의 의구심 등으로 엔론의 적나라한 실체는 세상에 폭로된다. 무엇보다 겉으로 화려하고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기업과 한때 '신 경영의 아이콘'으로 추앙받기까지 한 기업가의 이면이 끝을 알 수 없는 비리로 가득했다는 사실이, 이들이 얼마나 추악하게 '돈'을 목표로 질주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은 미국 이야기만이 아니고, 옛날 이야기도 아님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최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온 국민이 목격하고 있듯, 돈을 향한 인간의 이기심은 그 끝을 가늠하기 두려울 정도이다. 특히 그 결과가 낳은 눈물과 고통의 무게가 더더욱 타인의 몫으로 돌아가는 상황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쉽게 금할 수는 없으리라. 금융 사건이라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법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의 이야기 서술 방식은 활기차다. 때때로 춤과 노래로 묘사되는 상황들과 쥐, 악어떼 등으로 등장해 조롱 받는 어리석은 무리들, '리먼 브라더스'를 배우와 손가락 인형으로 동시에 표현하는 등 곳곳에 유머와 재치가 넘친다. 장면에 따라 객석에 불이 갑자기 켜지거나 서서히 어두워지곤 할 때, 우리는 무대 위 이야기인지, 지금 우리의 이야기인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들에 당황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나열에 급급하지 않고 연극의 언어와 매력을 십분 살려내는 모습이다. 유연수, 김영필, 양종욱, 박윤정 등 배우들은 탄탄하고 유려하게 무대 위를 종횡무진 한다. 자본주의가 문제는 아니다. 왜 우리는 자본주의를 지속하고 있는가, 과연 어떻게 자본주의를 지속해야 하는가, 이 던지는 질문은 그것일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2014.05.13 / 조회 8,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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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 탐욕으로 향하는 자본주의의 말로
'불신시대'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 예술 창구를 통해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자 하는 올해 두산인문극장에서, 기획연극 시리즈 두 번째로 을 선보이고 있다. 은 미국 7대 기업 중 하나로 꼽혔던 에너지 기업 '엔론'이 2001년 거대한 금융사건의 전말을 드러내며 파산한 금융 스캔들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영국의 젊은 작가 루시 프레블이 당시 스물 아홉 살의 나이에 쓰고 루퍼드 굴드가 연출해 2009년 영국에서 초연,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그해 영국 제작자협회가 수여하는 최고 연극상과 이브닝 스탠다드 상에서 연출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발발과 맞물려 더욱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등을 연출한 이수인은 국내 초연을 맡아 "'우리는 왜 돈을 버는가'가 이 작품이 제기하는 또 하나의 화두"라고 지적하며 "자본의 폭주와 시장 만능주의에 기초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어떤 식으로 국민 경제와 그들의 삶을 파탄시키는지 매우 흥미롭고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초연 당시 이브닝 스탠다드가 을 가리켜 '기업판 맥베스'라고 수식한 것과 맞닿는 지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경영자들이 보인 탐욕과 허영의 선택들이 어떻게 기업과 사회 경제에 파국을 몰고 오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번 작품에서, 극단 골목길의 간판 배우인 김영필이 기업의 부흥과 파산을 모두 몰고 온 엔론의 CEO 제프리 스킬링 역을 맡고 있다. 또한 맥킨지 자문 회사의 임원이었던 스킬링에게 입사 제의를 한 엔론의 회장 켄 레이 역은 유연수가, 엔론의 사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클로디아 로 역은 박윤정이 소화하고 있으며 스킬링의 추종자로, 특수목적 법인을 세워 엔론을 건실한 기업으로 위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앤디 패스토우 역에 양종욱도 만나볼 수 있다. 인물들의 탐욕과 허영이 감각적인 음악과 조명의 변화, 과감한 연극적 언어를 통해 블랙 유머로 승화되고 있는 점도 관객들에게 참신하게 다가올 지점이다. 오는 11일 오후 3시 공연 후에는 연출자와 배우들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지난 7일 개막한 은 오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05.08 / 조회 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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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받은 수작 다시 무대에, <과부들> <알리바이 연대기>
연극계의 주요 상을 휩쓸며 평단의 깊은 관심과 애정을 받았던 연극 두 편이 올 봄, 다시 관객들을 찾아온다. 먼저 2012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이 무대에 오른다. 세계적인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작품으로, 와 함께 저항 3부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은 칠레의 군부독재 치하에서 일어난 실종, 고문 등의 폭력에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에 신화적 상상력을 더해 다룬다. 2012 동아연극상 작품상, 2013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 2012년 주요 연극상을 휩쓴 바 있다. 강건하고 숭고한 희생과 저항을 표현하는 여인 쏘피아 역의 예수정,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면이 강한 대위 역의 한명구를 비롯하여 전국향, 이지하, 박완규, 박윤정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초연 배우들 대부분이 다시 참여한다. 3월 14일부터 3월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초연한 는 작품을 쓰고 연출한 김재엽 연출이 자신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김씨 가족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개인의 삶에 파고든 한국 현대사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 2013 제50회 동아연극상 작품상·희곡상을 거머쥐었으며, 이 작품에서 주인공 김태용 역을 소화한 남명렬은 동아연극상 연기상, 2013년 제6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수상하는 등 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불러 일으키며 2013년 주요 연극 상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는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월 24일부터 5월 11일까지는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코르코르디움, 국립극단 제공
2014.03.11 / 조회 9,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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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국가를 넘은 불편한 진실, 연극 ‘과부들’
극단 백수광부의 제47회 정기공연 연극 ‘과부들’이 3월 14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세계적 작가인 아리엘 도르프만의 대표작으로 칠레 군부독재 치하의 비극을 고대 그리스 서사극 형식으로 그린다. 권력으로부터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입을 빌려 신화적 상상력을 더한다.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실주의극이면서도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는 문제적 사건들을 환기한다. 리얼리티와 환상을 동시에 이루어내며 보편적 가치와 진실의 힘을 보여준다. 연극 ‘과부들’은 2012년 초연 후 2년 만에 재연된다. 초연 당시 저항과 의지의 메시지가 담긴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을 바탕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이끌었다. 같은 해 동아연극상 작품상, 한국연극 공연 베스트 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꼽혔다. 이번 공연은 극단 백수광부 대표 이성열 연출가가 지휘봉을 잡는다. 초연보다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더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배우 예수정, 한명구, 전국향, 이지하, 김현영, 박완규, 박윤정, 김민선 등이 출연한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코르코르디움
2014.02.06 / 조회 8,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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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 속에 아버지> 운명에 쫓겨 복수의 길 떠난 무사의 끝은?
모든 이들에게 칭송 받던 무사가 어느 날 아침 변솟간에 쳐 박혀 죽은 채 발견되고, 무사 가문에 복수의 숙제를 남겨 놓는다. 치욕스럽게 죽은 아비의 원수를 찾아 길을 떠나는 아들 갈매. 하지만 그는 무사가 되고 싶지도, 그 누구와도 싸우고 싶지도 않다. 올해 국립극단 봄마당 축제의 첫 번째 작품인 연극 가 지난 26일 막을 올렸다. 등의 작가 고연옥이 쓰고, 등을 이끈 강량원이 연출한 이 작품은 중앙아시아 바이칼 호수 지역의 게세르 신화를 모티브로 한다. 하늘의 신이 지상의 악을 제거하기 위해 아들 게세르를 세상에 내려 보내는 것처럼, 처참히 죽게 된 무사 찬솔아비에 의해 그의 아들 갈매가 머나먼 복수의 길을 떠나며 작품은 시작된다. 어머니가 준 원수들의 이름이 길게 적힌 종이를 들고 길을 헤매는 7년의 시간 동안, 갈매는 세상의 인간 군상들과 마주한다. 싸움이 싫으면서 싸움을 찾아 온 그는 마지막으로 도착한 마을에서 잔혹한 왕 검은등을 마주하고 운명의 벼랑 끝에 이르러 물러설 수 없이 검을 빼 들며 자신을 억눌렀던 본질을 깨닫는다. 꿈과 현실의 혼재 속, 점프하듯 공간을 이동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작품에 판타지를 더한다. 쫓거나 쫓기듯 오고 가며 갈매와 부딪히는 무사들은 갈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답한다. 악의 존재 검은등과 그에게 사랑과 복수를 동시에 탐하는 여인 초희, 그리고 강한 자 앞에서 한 없이 충직한 이장, 서장, 목사, 기자 등 전형성을 지닌 인물들의 모습도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둡고 무거운 작품이라 스스로 칭하지도 않는다. “무사는 먹기 위해서라도 싸웠다”며 아들에게 무사의 정신을 강요하는 찬솔아비에게 “먹고는 살겠죠”라고 비아냥 거리며 되받아치는 갈매, 무사 흑룡강과 백호가 “네가 칼이 늦어서, 네가 어린애처럼 넘어져서” 적을 놓쳤다며 허세를 부리는 등의 장면은 극을 더욱 유연하게 한다. 등에 출연해 온 갈매 역의 김영민을 비롯, 검은등, 찬솔아비 역의 김정호, 흑룡강과 백호 역의 윤상화와 박완규 등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를 유감 없이 만날 수 있다. 어둡고 무한할 것 같은 악의 세계 속에 무겁게 칼을 들고 응시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현대의 일면을 마주할 수도 있는 연극 는 오는 5월 12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3.04.30 / 조회 1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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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 속에 아버지> 김영민 “너무 푸르러 어두운 사람, 갈매를 만나다”
긴 활과 빠른 발 놀림, 억, 헉 하는 신음 소리가 너른 연습실을 가른다. 사방을 예민하게 주시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두 무사의 격렬한 부딪힘, 이내 팽팽하게 오고 가는 말들. 왜 우리는 싸워야 하며 무사의 숙명은 무엇인가. 이글거리는 눈빛의 배우들은 장면이 끝난 후에도 작은 행동조차 그 원인을 찾고자 연출자와 질문을 주고 받는다. 국립극단 신작 는 무사에 대한 이야기다. 무사 아버지를 둔 주인공 갈매, 그러기에 자신도 걷게 되는 무사의 길. 하지만 처참하게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나서면서도 칼 한번 뽑아 보지 못하고, 싸우는 것도 싫은 그이다. 작가 고연옥은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길 떠나는 갈매 역에 김영민을 생각했다고 한다. 배우와 캐릭터가 자석처럼 끌려 서로를 빨아들이는 것은 이와 같은 경우일 것이다. “제가 덜 떨어져 보여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웃음) 고연옥 작가도 갈매가 덜 떨어진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지나치게 순수하거나 지나치게 정직한 사람, 자신은 그렇게 살아가는데 바깥에선 바보, 멍청이, 아버지의 원수도 못 갚는 놈, 저런 덜 떨어진 놈, 그런 사람이요.” 지난 해 연극 에서 르네 갈리마르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던 김영민은 연습실에서 보여줬던 아찔하고 절박한 눈빛은 금새 접어 두고 멋쩍은 미소와 함께 담담히 갈매 역을 이야기 한다. “장준환 감독님의 새 영화 ‘화이’를 찍고 있었어요. 촬영이 한, 두 번 정도 남았고 올 가을쯤에 개봉할 것 같아요. 1년 만에 연극이라고 거창하게 말하는 건 좀 그렇고, 20대 때 몇 년 간 작품이 안 들어오고 그래도 왜인지 난 연극을 계속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지금도 그렇고요.” 원수를 찾아 헤매는 갈매의 7년 여정을 담은 이번 작품은 하늘신 히르마스가 지상의 악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들 게세르를 내려 보냈다는 바이칼호수 게세르 신화를 비롯, 꿈과 현실을 오고 가는 장자의 나비 등 신화, 꿈, 현실 등이 뒤엉켜 있다. “작정하고 재미있게 썼다”는 작가의 말에서 재미는 이런 다면적인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스토리 라인은 분명한데 그 안에 세 가지의 꿈이 펼쳐져요. 갈매가 만나는 사람, 세상,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간 꿈에서 발견하는 자신, 아버지와의 화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아요.” 꿈과 현실, 환상을 오고 가는 작품이기에 다양한 연극적 활용, 장치들도 궁금해 진다. 손에서 칼을 놓지 않던 배우들의 모습에선 화려한 액션과 힘을 미리 느낄 수도 있었다. “안무, 무술 연습을 번갈아 하는데 힘들어서 죽겠어요. (웃음) 처음에는 트레이닝 하고 칼 들고, 기본적인 연습을 했는데 그 다음날 촬영이 있었거든요. 종이 한 장 들고 뭘 설명하는 장면인데 손이 부들부들부들…(웃음) 그게 한 열흘 가더라고요. 무술 하는 친구들은 계속 검 가지고 움직여요. 조금이라도 해야 몸에 무리가 없으니까요.” 드라마, 영화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연극 무대에서 만큼의 많은 관심이 따르지 않는 건 그도, 그의 진가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아쉬운 부분이다. “언젠간 되겠죠. (웃음) 열심히만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다음 작업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이런 배우의 고질적인 고민은 누구에게나 다 있다고도 하고요. 지금의 상황들은 잘 됐을 때 더 잘 되기 위한 수련이랄까? 매 작품을 열심히 했을 때 그런 것들이 내 안에 쌓여가고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의 주인공 이름인 갈매의 사전적 의미는 ‘짙은 초록색’이다. “너무 푸르러서 검게 보이는 사람’이라 김영민은 갈매를 생각한다. “너무 푸르러서 세상을 잘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 더구나 무사의 시대에 푸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세상은 결국 그런 사람이, 푸르름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일 것 같아요. 신화의 원형들은 현실과 잘 맞닿아 있어 관객들이 그런 걸 잘 연결해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극의 매력은 이런 걸 통해서 관객과 배우, 만드는 사람들이 같이 세상을 고민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연출님도 그렇고 어떤 정답을 만들진 않으세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열린 연기를 해 보자고 하시죠.” 갈매의 원수이자 사공, 길잡이로 나서는 흑룡강 역의 윤상화와 백호 박완규를 비롯 이번 작품에서는 탄탄한 연기 내공을 선사해 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갈매를 꼭 닮은 김영민의 눈빛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3.04.04 / 조회 1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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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초월한 무사의 여정, 국립극단 <칼집 속에 아버지>
모두가 우러러봤던 무사 아버지가 어느 날 변솟간에 처박힌 채 발견된다.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명예와 무사의 의무인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아들은 길을 떠난다. 단, 그는 단 한번도 칼을 빼 든 적도 없고 무사가 되기도 싫다. 미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무사의 방황이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펼쳐질 연극 가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등의 고연옥 작가가 쓰고,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강량원이 연출하는 이 작품은 바이칼 호수 지방에서 내려오는 게세르 신화를 바탕으로 아비의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난 아들의 7년을 쫓아간다. 꿈과 현실, 신화와 게임의 세계를 경계 없이 오고가며 갈매와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무게로 인해 자신이 원치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 악마적 생각들을 숨기고 사는 이중인격자들을 비롯, 약하고 또 악한 우리네의 모습을 비춰내고자 한다. 어머니의 권유에 못 이겨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나서는 아들 갈매 역에는 지난 해 이후 1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김영민이 나서 황량한 황야를 헤매는 고독한 무사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갈매의 원수이자 그를 신화와 꿈의 세계로 이끄는 무사 흑룡강 역에는 지난 해 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연기상,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모두 휩쓴 윤상화이 맡았으며, 흑룡강의 파트너 무사 백호 역의 박완규 등 탄탄한 연기로 진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배우들이 대거 나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3.03.20 / 조회 1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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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립극단 봄마당축제 선정 창작초연작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는 국립극단의 봄마당축제에서 2013년 유일한 창작초연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작품은 고연옥 작가와 강량원 연출의 첫 만남으로 연극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는 고연옥 작가 특유의 언어적 힘과 상징성, 강량원 연출 특유의 동적 이미지로 강렬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갈매는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7년간의 여정을 떠난다. 그의 길은 때로는 유려한 신화의 세계처럼, 때로는 자유로운 컴퓨터 게임 속 세계처럼 변화한다. 무대에는 연극 ‘M버터플라이’ 이후에 1년 만에 연극무대를 찾은 김영민 배우와 2012년 연극 ‘그게아닌데’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동아연극상 등 연기상을 휩쓴 윤상화 배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영원한 에스트라공 박상종 배우 등이 선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19 / 조회 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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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금기가 사라지는 순간을 그렸다” 연극 ‘사라지다’
연극 ‘사라지다’가 1월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질문에 초점을 맞춘다. 등장인물은 모두 여성이다. 등장인물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정서를 그리고 이를 통해 관객의 성찰을 이끈다.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작품, 연극 ‘사라지다’의 연출가 이해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 가지로 꼬집어 말하기 애매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말하자면, 우리 삶의 단면을 통해 드러나는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나는 누구인가. 사는 것이 뭔가. 여기는 어딘가’ 이에 더해 연극 ‘사라지다’는 경계와 금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 일반과 이반, 삶과 죽음에는 경계가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 경계를 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 금기에서 불행과 행복이 파생된다. 과연 그 경계와 금기가 온당한 것인가. 보편에 속하는 이들이 보편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비난과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묻고 싶다. 무대에는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이혼녀 등의 ‘보편에 속하지 않는’ 이들이 등장해 서로에게 노골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관객들이 진정한 ‘삶’과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연출가가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행복의 기준은 누구나 다르다. 서로의 행복을 인정하고 바라봐 주면서 ‘다 함께 행복해지자’고 말하고 싶다. 나 혼자만의 행복을 바라고 지키다가는 서로 피폐해지고 불행해진다.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너의 행복을 내 것인 듯 바란다면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 ‘정상’의 범주는 무엇이라고 보나. 내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정상이 무엇인가’이다. 내가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인 정상이라는 것이 타당한가. 과연 그 경계를 구분 지을만한 기준이 있는가. 모두가 다 소중한 존재들인데 왜 한쪽은 정상이라 구분 짓고 다른 쪽을 차별하며 사회적 폭력을 행하는가. 이 모두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 여성에 대해 다룬 계기가 있나? 이 작품의 초고 작업을 2007년에 했다. 그 시기는 세상의 반쪽인 ‘여성’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 시기였다. 전형적인 남성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가, 여성성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내 사유의 범위가 인간전체로 확장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 연출할 때 주력한 점은? 가장 주력한 점은 배우들의 연기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지만 연극 ‘사라지다’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살아있었으면 했다.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주도록 배우들과 많은 소통을 했다. 겉으로만 보기에는 작품의 주제가 어렵게 보일 수 있다. 처음에는 배우들도 대사에서 드러나는 철학적 성찰에 쉽게 다가서진 못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들은 주제를 받아들이고 이해했다. 배우들이 완전히 받아들였기에 무대에서 어렵게 표현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교감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 -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이야기해 달라. 트렌스젠더인 말복이 신정에게 ‘왜 여자를 사랑하니?’라고 묻는다. 신정은 말복에게 ‘너는 왜 여자가 되고 싶니?’라고 질문한다. 서로에 대한 질문을 통해 둘은 상대를 이해한다. 이 장면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벽을 허물어 소통과 교감을 이루는 순간이다. 나는 이 교감의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도 일상에서 누군가와 진정 교감되는 순간이 행복하지 않은가. - “마음을 열고 만나고 싶다” 공연에 오셔서 마음을 열고 편하게 보시는 게 좋다. 재밌으면 웃고, 눈물도 흘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생각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보다는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타인에 대한 애정과 시선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행복을 함께 빌어주길 바란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1.09 / 조회 9,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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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it] 경계의 모호함, 연극 ‘사라지다’
낡은 듯한 해묵은 종이 위에 빨간 입술 같기도 하고, 낙엽 같기도 한 문양이 남겨져 있다. 몇 개의 글자만이 서성이는 빈 여백과, 낙엽 같은 입술을 머금은 종이의 낯빛이 쓸쓸해 보인다. 붉고 검은 자욱들이 어울려 농도 짙은 이음새로 만들어낸 ‘사라지다’라는 글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걸까. 작품은 금기처럼 여겨져 왔던 세상의 다양한 경계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된다. 연극은 경계에 서 있는 다섯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사회가 만들어낸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이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오가는 트렌스젠더 말복,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신정, 결혼과 이혼의 경계에 서 있는 상강,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동지, 행복과 우울의 경계에 선 청명, 삶과 죽음 사이에 선 윤주까지 성격과 사연도 모두 다양하다. 포스터의 입술 같기도, 낙엽 같기도 한 문양은 그 형상의 ‘모호함’으로 연극 ‘사라지다’의 상징성을 잘 드러낸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경계 안에서 그 경계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경계들은 모르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서로 충돌하며 생기는 갈등 때문에 실제로는 모호한 것들이 많다. 작품은 세상이 ‘비정상적’이라고 불러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경계가 ‘낙엽과 입술 사이’에 선 문양처럼 모호한 것임을 보여준다.연출가 이해성은 “가장 쉽게 사유와 성찰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은 정서를 통한 감동이다. 어떤 이야기가 내 정서를 울릴 때, 그것이 가슴으로 툭 떨어지면서 깊이 있는 사유까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사유는 머리에서만 맴돌다 끝이 난다. 정서를 통해 들어가야 오래 내 안에 머물게 된다. 연극 ‘사라지다’는 의도적으로 감상적인 코드, 감정의 흐름을 많이 넣었다. 연극계가 감성적인 이야기를 폄하하는 면이 있는데, 그 편견도 깨보고 싶었다. 정서를 동반하지 않은 철학보다 마음을 울리면서 이끌어내는 철학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채워질, 연극 ‘사라지다’연극 ‘사라지다’는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의 2012 시즌 마지막 작품이다. 연극 ‘고래’, ‘살’, ‘빨간 시’ 등의 이해성이 쓰고 연출한다. 이해성은 이번 공연을 통해 30대 중반 여성들의 성과 사랑, 아픔과 치유에 대해 담는다. 다섯 명의 여자가 펼치는 솔직한 수다 뒤로 진한 감동을 담는다.이번 공연은 50: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다섯 명의 여배우가 출연한다. ‘여자’ 역으로는 관록의 연기를 선보일 중견 배우 강애심이 함께한다. ‘동지’ 역은 황세원이, ‘신정’ 역은 박윤정이 맡는다. ‘청명’ 역은 우수정이, ‘상강’ 역은 김원정이 출연한다. ‘윤주’ 역으로는 황은후가 출연한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무대에 오르는 만큼 탄탄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연극 ‘사라지다’는 중년의 트렌스젠더가 등장한다. 이 역은 연기 인생 35년 최초로 여장 연기에 도전하는 박용수가 함께한다. 박용수는 이번 공연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정서를 열연할 계획이다. 여자들의 수다에 들어서는 남자 역은 김동완이 출연한다.연극 ‘사라지다’는 12월 29일부터 2013년 1월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무대에 오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2.17 / 조회 3,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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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여인들,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과부들’
극단 백수광부의 제41회 공연 ‘과부들’이 2012년 6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HanPAC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 ‘과부들’은 HanPAC 한국공연예술센터 공공지원시리즈의 하나로 2012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극 ‘과부들’은 시와 소설, 희곡으로 다양하게 변주해 온 세계적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과부들’을 원작으로 한다. ‘죽음과 소녀’, ‘경계선 넘어’와 함께 저항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하는 원작은 남미의 군부독재 치하에서 일어난 실종과 의문사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연극 ‘과부들’은 마을의 여인들이 강가에 떠내려온 시체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군대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가운데 마을의 남자들은 모두 실종되고 시골 마을에는 여자들만이 남아있다. 여자들은 군대에 의해 끌려가 생사를 알 수 없는 남자들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러던 중 강을 따라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시체 한 구가 떠내려오고, 군대에 의해 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잃은 쏘피아는 시체가 자신의 아버지라며 소유권을 주장한다. 작품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신화적 상상력을 더해 보편적 가치와 진실의 힘을 보여준다. 70년대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실주의 극인 동시에 모든 시대와 국가의 문제적 사건들을 환기한다. 과거 역사의 불편한 진실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현재의 ‘나’와 ‘나의 나라’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번 작품에서는 섬세하고 깊은 내면연기를 펼쳐온 예수정이 8년 만에 극단 백수광부와 만나 ‘과부들’의 숭고한 희생과 저항을 표현하는 여인 쏘피아를 연기한다. 배우 한명구는 현실적인 성격의 대위로 분하여 극도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여기에 전국향, 이지하, 박완규, 박윤정 등 배우 27여 명이 함께 깊이 있는 서사극의 무대를 채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4.30 / 조회 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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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촌 막장 인생에도 봄은 올까? 연극 ‘878미터의 봄’
‘제1회 벽산희곡상’ 당선작으로 선정된 ‘878미터의 봄’이 3월 20일부터 4월 8일까지 남산예술센터의 2012년 시즌 두 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878미터의 봄’의 작가 한현주는 2011년 시작된 ‘벽산희곡상’의 첫 번째 수상작가이다. 2010년 ‘우릴 봤을까’로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작품을 올려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878미터의 봄’은 작가가 그간 보여주었던 내면적 성찰에서 비롯된 글쓰기에서 벗어나 ‘내’가 아닌 ‘사회’로 확장되는 시선의 변화를 보여줄 예정이다. 작가와 호흡을 맞추는 류주연 연출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2007)’, ‘기묘여행(2010)’, ‘바람이 분다(2011)’ 등의 작품에서 단단한 감성과 조용한 카리스마를 보여줬으며, 2010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의 무대디자이너를 맡은 여신동 무대디자이너는 상반된 시공간의 대비와 디테일을 살린 오브제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소설가 구보씨의 1일’로 2010년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 수상, 뮤지컬 ‘모비딕’으로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을 수상했다. 연극 ‘878미터의 봄’은 탄광과 카지노,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광산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십칠 년 전, 탄광에서 일어난 가스 폭발 사고로 준기의 아버지 용만이 죽고 준기는 동네를 떠난다. 폐광촌에는 카지노가 들어서고, 준기를 좋아했던 우영은 딜러가 그들의 동창인 동구는 형사가 된다. 한편, 피디가 된 준기는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기 위해서 다시 동네를 찾지만 동네는 예전 모습이 아니다. 탄광의 관리주임이었던 우영의 아버지 근석은 치매에 걸렸고 용만의 동료였던 기철은 카지노에서 게임 중독으로 폐인이 돼 있다. 연극 ‘878미터의 봄’에는 ‘안티고네’, ‘벌’ 등의 작품에 출연한 박윤정, 대한민국 연극대상과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강애심을 비롯해 김동완, 김종태, 박상종, 이종윤, 이주원, 신용숙 등이 참여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9 / 조회 8,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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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삶을 들여다 보다’, 깊이 있는 연극 두 편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보는 깊이 있는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벌’은 어느 마을에서 벌어지는 3일간의 이이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는다. 이번 무대는 뮤지컬 ‘벽 속의 요정’, ‘피맛골연가’, 연극 ‘하얀앵두’ 등의 배삼식 작가의 신작이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대학로 초연을 마친 뒤 강남으로 자리를 옮겨 공연 중이다. 신과의 대화 속에서 ‘삶’에 대한 위로를 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삶’을 담은 연극 한 편이 보고 싶다면 이 작품들은 어떨까.“사람과 생명의 이야기”연극 ‘벌’10월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이 배삼식 작가의 신작인 연극 ‘벌’을 공연한다. 배삼식 작가는 연극 ‘3월의 눈’, ‘벽 속의 요정’, ‘하얀 앵두’ 등을 썼던 작가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첫 공동제작 작품이다. 연극 ‘벌’은 ‘꿀벌의 구제역’으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에 착안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품은 벌의 전염병이 돌고 있는 어느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3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대 사회의 인간이 무너뜨린 자연에서 사라져 가는 토종벌을 소재로 내용이 펼쳐진다. 배삼식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생명의 순환 속 모든 생명과, 고통, 치유를 전한다. 이번 공연은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연극 ‘벌’의 오디션은 서류 심사를 통과해 한 명씩 심사위원들 앞에 서서 5분 정도의 오디션을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으로 진행됐다. 오디션은 개인 대사 읽기 및 장면 구성, 개인 안무를 포함해 그룹별로 동선과 장면 구성까지 과제로 주어졌다. 연극 ‘벌’에 참여한 배우들은 오디션장부터 인물과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최적의 배우들이다. 연극 ‘벌’의 초연에는 ‘조영진’, ‘최현숙’, ‘강진휘’, ‘정선철’, ‘박윤정’, ‘이봉련’, ‘서미영’, ‘김슬기’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는 배삼식 작가와 연극 ‘하얀앵두’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적 있는 ‘김동현’ 연출가가 함께한다. 또한,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예술하는 습관’, ‘디 오써’ 등의 무대를 선보였던 무대디자이너 ‘여신동’이 작업에 참여한다. “‘산다는 것’을 위로하다”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11월 27일까지 윤당아트홀 1관에서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의문의 초대장을 받은 한 중년 남성이 약속장소에서 자신이 예수라고 칭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영화 ‘물고기자리’로 알려진 감독 김형태가 첫 연극 연출을 맡았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일반 사람이 기독교에 대해 품고 있는 의문점들을 짚어낸다. 예수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가 겪었던 다양한 일들을 관객에게 들려준다. 특히, 기독교 신자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종교의 어긋난 부분,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비교해 다른 점, 같은 점 등을 설명한다. 이 작품 속에서 예수는 천천히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해 독자를 이해시킨다. 이 연극은 기독교에 대한 비판과 진심을 함께 담아냈다. 또한, 종교적 소재를 무겁지 않게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삭막함과 외로움에 지친 현대 사회의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이번 공연에는 A팀, B팀, C팀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A팀은 초연부터 함께해온 ‘최성원’이 ‘예수’를 맡고, ‘김도신’이 ‘남궁선’을 맡는다. 그 외에도 ‘김수정’, ‘김건우’, ‘이미선’이 출연한다. B팀은 ‘예수’ 역에 ‘남윤길’, ‘남궁선’ 역에 ‘강경덕’이 출연한다. 두 사람은 초연부터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이다. ‘박지현’, ‘이창호’, ‘김수정’이 이들과 함께한다. C팀은 ‘정태야’가 ‘예수’를, ‘김선혁’이 ‘남궁선’을 연기한다. C팀에는 ‘김아름’, ‘최우준’, ‘홍이주’가 참여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0.13 / 조회 1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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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태어나고, 살고, 죽어가는 모든 생물의 아픔을 담다
구제역으로 한창 세상이 떠들썩 했던 지난 해, 소뿐만 아니라 집단으로 죽어가는 생명이 또 하나 있었다. 낭충봉아부패병. 꿀벌들의 구제역으로 불리며 벌의 애벌레가 썩어 죽는 이 전염병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왜 모든 존재는 병들어 가는가. 존재 자체가 기적인 이 세상에서 그 기적은 왜 소멸해야만 하는가. 작품의 모티브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에서 호흡을 맞춘 배삼식 작가, 김동현 연출이 신작 연극 을 준비 중이다. 소중한 생명의 한 종인 토종벌의 죽음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벌의 전염병이 돌고 있는 마을에서의 3일을 담고 있다. 지난 22일 명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에서 배삼식 작가는 “전염병으로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우리나라의 벌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삶을 시작해야 하는데 병들어 죽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벼랑 끝의 몰린 벌들의 무리가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같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이 세계는 무의미하고 목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세상을 우리가 어떻게 견뎌야 할 것인가, 이 작품의 이야기는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말기 암 환자인 온가희를 비롯, 통풍 환자, 벌침 앨러지, 도박중독증, 만성신부전증, 향수병 등 저마다의 고통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등장하는 이번 작품을 두고 김동현 연출은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물이 태어나서 살다 죽어가는 이야기, 그 안에서 완성될 수 없는 사랑을 담은 이야기로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배삼식 작가한 여자에게 벌이 내려 앉으면서 환상의 시공간이 펼쳐지기도 할 은, 전 장의 이야기 확장, 다음 장면의 전조 등을 위해 활용되는 막간극을 비롯, 프롤로그, 에필로그가 어우러진 독특한 구조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동현 연출“죽음 이후의 세계가 더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 생각하지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살아있다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고 공백이 아주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벌이 내려 앉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결핍과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이해와 사랑할 수 있는 시공간이 될 예정입니다. 소위 말하는 연극적 드라마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막간극을 통해 더 풍성하게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작품의 준비를 위해 배우와 스텝들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며 양봉 체험을 하기도 했으며, 안무가 안은미가 참여, 벌의 생동적인 움직임 표현을 담당한 연극 은 오는 10월 13일부터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9.26 / 조회 9,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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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 조각가 권진규의 삶, 무대 위로
한국 근대 조각의 선구자로 불렸으나 작업실 쇠고리줄에 목을 매 52세로 생을 마감한 조각가 권진규의 삶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는 ‘지원의 얼굴’ '손' 등의 테라코타 작품으로 유명한 권진규에게 누군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오는 5월 12일부터 나흘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는 권진규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 준태를 중심으로 한다. 준태와 과거 권진규의 시간, 그리고 현재와 과거가 엮어지는 제 3의 시간 등이 긴밀하게 얽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을 풀어낸다.
권진규의 아뜰리에를 배경으로 가마, 선반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사용되며 소품을 활용한 제의식 구조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오가는 느낌이 연출 될 예정이다.
등 역사 속 인물을 조명해 온 작가 정복근이 쓰고 등의 박정희가 연출을 맡는다. 이호재, 전무송, 윤소정 등 탄탄한 명연기를 선보여 온 배우들의 호흡도 기대할 만 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컬티즌 제공
2011.04.25 / 조회 1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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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이사 온 날 밤 처음 그의 음성을 들었다, 연극 ‘응시’
눈길을 모아 한 곳을 똑바로 바라봄, ‘응시’의 사전적 의미다. 포스터 속 세 사람과 연두색 글씨의 ‘응시’가 어울리지 않는다. 모두 눈길을 모아 어딘가 바라보고 있으나 그들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의 표정에서 풍기는 오묘한 분위기도 ‘응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여자는 웃고 있고, 한 남자는 침울하고, 한 남자는 회피한다. 세 사람의 관계는 무엇이며, 그들이 응시하는 곳은 또 어디인가. 창문 테두리의 명백한 갈색 톤은 포스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창은 꽤 넓다. 창의 너비로 본다면 세 사람은 빛에 반사로 눈부셔야 할 테지만, 빛은 어디에도 없다. 그 대신 오랜 기억을 회상하는 듯 갈색 톤만이 포스터 전체를 비춘다. 색의 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맨 왼쪽 부분을 흑백으로 처리했다. 흑백의 사람은 갈색 톤에 숨 쉬는 두 사람과 대조되며, 더욱 침울하고 암울해 보인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믿을법하다. 사실 세 사람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관록의 배우들이다. 이호재, 윤소정, 전무송! 그들의 무대 위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대가 되는데 저런 색다른 표정이라니, 저절로 이 연극을 ‘응시’하게 된다. 연극 ‘응시’는 현대인들에게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정년퇴직 후 어릴 적 동네로 이사 온 준태가 현실 회피, 환청, 환상 등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각가 권진규의 삶과 작품을 모티브로 박정희 연출가와 극작가 정복근이 만나 제작했다. 관계자는 “정복근 작가와 박정희 연출가의 만남만으로 기대를 만든다. 노련함과 신선함의 만남, 부드러움과 예리함의 조화, 감춰진 힘과 파헤치는 힘의 대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전했다. 2011 서울문화재단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지원 사업, 2011 서울연극제 기획 초청 공연으로 선정된 연극 ‘응시’는 오는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4.18 / 조회 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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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이 빠지는 연극 ‘뉴보잉보잉’ vs ‘라이어 1탄’
웃음 폭풍이 몰아친 강남은 관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할 연극 ‘뉴보잉보잉’과 ‘라이터 1탄’이 강남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이 두 작품들은 윤당아트홀(관장 고학찬)과 동양아트홀에서 각각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공연 중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뭘까. 그 매력을 지금부터 알아보자. ▶60만 관객을 기절시킨 웃음 핵폭탄, 연극 ‘뉴보잉보잉’▶~2011.01.02▶윤당아트홀 바람둥이 성기의 시간표에 비상이 걸렸다. 성기가 동시에 만나고 있는 세 명의 스튜어디스가 스케줄이 꼬여 한 집에 모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성기와 그의 친구 순박한 시골청년 순성, 가정부 옥희까지. 과연 성기는 어떤 방법으로 세 여자 이수, 지수, 혜수의 시선을 따돌릴 수 있을까? 연극 ‘뉴보잉보잉’은 코믹극의 대가 마르꼬까블레띠가 만들어낸 완벽한 대본과 흥행보증 수표 손남목의 뛰어난 연출력이 더해져 8년 동안 최다관객 동원을 신화를 이룬 작품이다. 또한 모두의 보편적인 관심사 사랑을 주제로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가며 결국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찾아간다는 내용으로 모든 연인들에게 즐거운 사랑과 소중함을 전해주고 있다. 공연관계자는 “전혀 다른 두 남자 성기와 순성, 그리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명의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한숨을 코미디로 확 날려버렸으면 한다”고 전했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는 연극 ‘뉴보잉보잉’은 윤당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대한민국 최장기 흥행 연극 ‘라이어 1탄’▶~2010.08.29▶동양아트홀 연극 ‘라이어’는 제목에서 보이듯 거짓말로 뒤덮인 한 남자의 좌충우돌 하루를 그린다. 주인공 존 스미스는 두 부인을 두고 이중생활을 하는 남자. 그는 어느 날 가벼운 강도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을 무마시키고자 존은 간단한 거짓말을 하고, 이 작은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연극 ‘라이어’는 좌충우돌 인물들의 속도감 있는 추적과 반전이 거듭되는 무대, 기막힌 상황과 대사들이 더해져 잘 만들어진(well made) 연극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간단히 상황을 무마하려 한 작은 거짓말이 계속 부풀어나 진실이 거짓처럼 되어 버리는 상황은 관객에서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공연관계자는 “우리 삶을 단편적으로 내포하고 있으며 일상에서 있을법한 상황을 기발하게 무대화한 ‘라이어’를 통해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보는 즐거움과 재미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널리 전파해 온 연극 ‘라이어 1탄’은 오는 8월 29일 동양아트홀에서 만나 볼 수 있다.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8.20 / 조회 22,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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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40] 욕망의 집요한 시선, 연극 ‘안티고네’
우리는 사각 철창 안에 내던져진 안티고네를 본다. 철창우리 혹은 이종격투기장을 연상시키는 무대는 철저하게 억압돼 있고 완벽하게 노출돼 있다. 이는 모든 대립과 갈등을 원초적인 날것의 느낌으로 극대화시킨다. 미화의 여지가 없다. 폭력에 노출된 여배우의 몸을 가릴 것은 걸치고 있는 실오라기 천뿐이다. 잔인하다. 들판의 고양이처럼 헝클어진 안티고네는, 그러나 스스로 갇히길 원한다. 2010년 한국에서 부활한 안티고네는 여전히 놀라웠다. ‘죽으면 죽으리다’라며 왕 앞에 나섰던 성서의 어느 여인처럼 작은 떨림조차 없다. 우리가 인터넷 쇼핑몰의 미로에서 길을 잃어 정처 없이 방황하고 다이어트에 온 힘을 쏟을 때, 이 여인은 사랑하는 오라버니의 시신에 흙을 덮어주고자 하는 사소하면서도 위험한 행위에 생을 걸었다. 가장 사적이고 시민적인 그녀의 요구가 왕 크레온의 권력에 부딪히자 곧 거대한 모래바람이 인다. 숨이 막히고 눈이 따갑다. 안티고네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적 욕망으로 공동체를 배반하고 국가를 뒤흔들고 있으며, 크레온은 국가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한 가족의 가치와 권위를 희생시킨다. 따라서 두 입장 모두 타당하며 또한 유죄다. 그리스신화의 교훈적 내력이 그러하듯 안티고네 역시 현대 사회에서도 유의미하다. 아직도 공적인 논리와 기준, 요구가 사적인 욕망을 쉽사리 억누른다. 그러나 ‘국가와 개인의 갈등’이라는 단순명료한 정의로는 그녀의 발조차 어루만지기 힘들다. 안티고네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부활할 때마다 여러 모습으로 변주돼 등장한다. 자유와 신념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오만한 여인이 되기도 한다. 이 연극은 난무하는 해석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다만 처절한 혈투의 현장을 그대로 노출하므로 생생한 갈등을 마음껏 ‘구경’하도록 놔둔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출발한 이 구경이 온 몸을 휘감는 차가운 뱀의 혀로 바뀔 때, 그래서 소름이 돋을 때 무대는 파국을 맞는다. 연극은 폭력적이다. 관객에게도 그렇고 배우에게도 마찬가지다. 폭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시선에 있다. 연극 ‘안티고네’의 배우들은 숨을 곳이 없다. 지워지지 않는 기록을 만들어내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불편한 상황에 대해 배우들은 어떠한 불만도 내뱉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을 바라보는 관객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우리 역시 생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각인시킨다. ‘또 안티고네냐’고 묻는 관객들에게 ‘안티고네가 끊임없이 부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당신에게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 시선을 받아들이느냐 외면하느냐는 관객의 몫이다. 극단 백수광부답다. 관객의 상상 안에서 놀기를 거부한다. 역동적인 공연은 배우들의 땀을 관객이 흡수하도록 만든다. 공연에 생동감을 더하는 다양한 악기 연주는 모두 배우들의 몫이다. 그들은 주인공이자 관객이고 인간이자 음악이다. 연극 그 자체다. 그것을 보란 듯이 증명해 낸 배우들의 얼굴에는 서로의 땀과 침, 눈물이 가득하다. 소극장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선보였다. 그러나 상승 후 내려갈 줄 모르는 감정의 그래프는 배우와 관객이 함께 싸우고 지치도록 유도했으나 파국의 충격을 오히려 반감시키는 아쉬움을 낳았다. 글_뉴스테이지 이영경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강일중 제공
2010.07.15 / 조회 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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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사드> 배우 남명렬, “연극은 무언가를 제시해 주는 일”
우연히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이 배우를 만난다면, ‘아, 적어도 헛걸음을 한 건 아니구나’하고 안심해도 좋다. 또, 일부러 날짜를 꼽아가며 열심히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이 배우를 만난다면, ‘오늘 만큼은 가볍지 않은, 작품의 밀도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로 무대에서 선 지 올해로 16년. 코믹하거나 혹은 잔잔하거나, 또는 강하거나 진한 모습으로 서 온 그이지만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믿을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이다. 연극 의 사드로 돌아올 연극 배우 남명렬의 이야기다. 연극 가 벌써 올해 네 번째 작품입니다. 대학 연극 동아리 100회 기념 공연을 올 초에 연출도 하고 배우도 하고. 그것까지 하면 , , 까지 벌써 다섯 작품이네요. 지난 번에는 좀 무리하긴 했죠. 끝나고 4일 후에 이 들어갔거든요. 굉장히 고민스러웠고 개인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요.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도.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을 하게 되면 혹여 전 작품의 캐릭터나 공연하는 유형이 뒤에 하는 작품에 스며 나온다든지, 그러면 저 사람은 대사만 달리하고 똑같이 한다고 너무 쉽게 비교할 수도 있죠. 또 둘 중 하나라도 완성도 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무리하니까 작품 망치지” 이런 얘기도 들을 수 있고요. 다행히 둘 다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아서 작품 끝내고 두 달 간 맘 편히 쉬었습니다. 는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작품은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올 중반기에 서울시극단에서 해서 올 해 같은 작품이 두 번 공연되는 셈이네요. 한 10여 년 전에 작은 극장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마라와 사드만 나오는, 많이 각색된 2인극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 때는 무슨 이야기 하는 지 잘 몰랐는데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아, 이런 얘기구나, 하고 있습니다. 작품 같이 하자는 제안은 올 초에 받았고, 아르코극장 기획공연으로 작년 말에 이미 공연이 결정되어 있었죠. 서울시극단에서 그 후에 작품이 결정 되었는데 여기 연출가에게 자기네들이 먼저 해도 되겠느냐 연락이 왔었대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작품이 어떻게 올려지는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잖아요. 이라는 작품을 할 때, 일본 배우와 연출가가 만든 작품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두 작품을 교토아트센터에서 차례로 공연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는 한국에서 다 연습해서 그 친구들 공연 이틀 후부터 공연하는 식으로. 그런데 일본 공연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만든 것과 너무 다른거죠.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연기 패턴, 무대도요. 관객들도 저번에 저 공연을 봤는데 이번엔 이 작품을 보고 비교해 본다던가. 물론 예술행위에서 어느 게 더 좋고 나쁜 건 있을 수 없겠죠. 하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 호감을 느끼는 것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원작 그대로를 풀어낼 예정인가요? 되도록 피터 바이스란 작가가 쓴 것을 다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유럽 배경이다 보니, 프랑스 대혁명이라든지, 상징적으로 압축된 유럽 역사의 이해랄까, 알아듣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좀 차지 한 것도 있지만요. 10여 전엔 힘들었지만, 지금 ‘아, 이런 이야기구나’하고 이해하신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같은 작품도 인간과 삶에 대한 작품이지만 개인의 일상들이 나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는가 등의 미시적인 관점이라면, 는 역시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평소 이야기 하는 삶의 문제에서 좀 삭제된,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 내에서는 반드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생기고, 그 사이 불평등이 존재하죠. 그 부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논쟁, 과연 무엇이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자기 철학에 대한 주장이 이 작품에 들어 있어요. 자칫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데, 물론 그런 거대담론은 있지만 굉장히 실제하는 어떤 것을 쉽고 적나라 하게 이야기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며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걸까’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연극이 아닐까, 합니다. 리얼리즘 작품은 작품에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동화해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 작품은 그런 경우와는 다르죠. 관객들이 이 작품과 어떻게 호흡하길 원하십니까. 브레히트 이전까진 일반적인 리얼리즘 연극들에서처럼 철저한 동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형식이었고 그것이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어차피 무대 위에서 하는 건 연기다, 근데 왜 실제처럼 하느냐’라고 했고 관객이 극에 몰입될 만하면, 이것이 연극이라는걸 보여줬죠. 하지만 그렇게 딱 중간에 깨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완벽히 동화되도록 만들어야 되요. 그렇지 않으면 깰 이유가 없는 거죠. 이 작품도 상당 부분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무대 위의 상황이 진짜 우리네와 똑같아’가 아니라 ‘아, 저런 게 있을 수 있구나’하고 그 이외의 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지금 상태에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그렇게 몰입하다 중간에 탁! 깨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음악이나 다른 배우들의 움직임, 광기 등을 많은 사용하려고 합니다. 맡으신 ‘사드’는 어떤 인물인가요? 현재 사드 후작은 가학변태성욕인 사디즘에 대한 걸로 제일 많이 알려져 있죠. 그가 오랫동안 감옥에 갇힌 것도 그 때문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표피적인 부분만 우리들이 인식하고 있기도 해요. 그는 사회를 바라보고 인간을 바라볼 때 왜 허울을 가지고 보느냐, 깊이 개인으로 들어가고, 들어가면 결국 사람에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밖에 남지 않는다고 주장했어요. 사회를 바라볼 때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혁명과 싸움이 거듭되는데, 실제로 민중이 행복했던 경우가 있느냐, 없다는 거죠. 마라가 사회혁명을 이야기 했다면 사드는 개인의 혁명을 이야기 한 거에요. “너 자신을 분명히 바라 봐라”고요. 진지한 작품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때문일까요? 지금까지 해 왔던 작품 중에 좀 골치 아픈 작품들이 많았어요(웃음). 만 해도 연습하는 내내 핵물리학 공부시간이었죠. 이전에 했던 이런 작품들 때문에 사실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지적일 것이다’라고(웃음) 생각하시기도 하고. 그런 작품 준비할 때 연출이나 이런 사람들이 저를 많이 떠올리나 봐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게 저의 경쟁력 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적어도 일정 부분 저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이잖아요. 관객들에게, 책으로도 몇 번을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저를 통해 3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물론 모든 작업이 성공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런 능력을 조금 가지고 있다면, 그건 희열이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무척 코믹하고 평범한 역할을 한 경우도 많아요. 그 당시에는 “계속 이런 이미지로 굳어지면 어떻게 해?”라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요. 연극 비 전공자로 평범한 직장인에서 30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하셨습니다. 큰 계기가 없지 않고선 힘든 일 아닌가요? 밖에서는 제가 별 충격적인 일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보일 테지만, 여러가지 과정들이 좀 있었어요. 근데 제 자신을 들여다 보면 사소한 일은 굉장히 신경 쓰고, 좀스럽고?(웃음) 그런 편인데 큰 일을 겪으면 오히려 우왕좌왕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하고 굉장히 차분하게 해결하는 편이에요. 제약회사 영업부에 한 6년간 있었는데, 그 생활 자체가 좀 인간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속성상 목표액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에요. 이건 너무 싫어, 싫어,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일단 그만 두고 보자, 했죠. 연말 보너스가 당시 250%였는데 그건 놓칠 수가 없어서(웃음) 12월 31일에 딱 그만 뒀어요. 그러고 나서 뭘 할까, 하다 연극을 했던 게 제일 재미있었다고 깨달은 거죠. 직장 생활하면서도 대전에서 지속적으로 연극하는 사람들과 교류도 있고 공연도 했거든요. 여럿이 함께 창단한 극단도 있고 하니 대전에서 연극을 시작했고, 우연히 서울 공연 단체가 같이 공연 해 보자고 해서 서울로 오게 되었어요. 서울 데뷔작이 이윤택 극본, 채윤일 연출의 이었는데 굉장히 인기가 있었죠. 뭐가 뭔지 모르고 했던 터라 스스로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서울에서 작업을 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연습 기간, 공연기간도 차이가 났고. 좀생이라는 고백은 의외인데요.(웃음) 옛날 보다는 덜해졌지만, 좀 ‘파르르’하는 성격이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입사할 때 아버지가 “명렬아, 넌 그 파르르한 성격을 좀 죽이고 살렴” 그런 말씀까지 하셨죠(웃음). 지금은 참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그런 내면을 숨기기 위해서(웃음). 앞에 해야 될 일을 그냥 놔두고 있질 못해요. 밥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해 놔야 하고, 집에서 대본이나 책을 볼 땐 주변을 정리해 놔야지, 너저분하게 있으면 자꾸 신경 쓰여서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거죠. 아들이 저랑 성격이 달라서 그런 걸 좀 머리 아파해요(웃음). ‘커피프린스 1호점’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연극작품에 출연한 것 보다 드라마 한 편의 여파가 크긴 크죠. 영화나 TV 등의 매체는 파이 자체가 크잖아요. 큰 파이에서 한 쪽만 떼어도 그 조각이 큰데, 연극은 파이 자체가 작기 때문에 전체를 다 먹어도 큰 조각 하나보다 작을 거에요. 단지 나는 어느 매체에서 할 때 내 자체의 활용도가 있느냐, 그 차이지요. 매체가 다를 뿐 하는 일은 같은 일이잖아요. 물론 매체에 적절한 변화된 연기는 해야겠죠. 요즘은 크로스오버가 많은 시대이고 오히려 대중 매체 스타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극이나 뮤지컬 쪽으로 오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러나 연극이 내 성장의 분명한 토양이 됐고, 어쨌든 연극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정체성이 흔들리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연극에 잔뼈가 굵다가 다른 매체에서 활약하게 되도 적어도 두 달은 연극에 할애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정동환 선배 같은 경우는 TV 작품을 그렇게 많이 해도 1년에 두 편 이상씩 연극을 하잖아요. 그런 것이 롤 모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학로에서 16년, 배우 남명렬이 가진 지금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인생 목표가 있어요. ‘가늘고 길게 살자’(웃음). 때때로 있는 듯 없는 듯, 그런데 어느 날 보면 ‘어? 있네!’(웃음). 그래야 스스로에게도 스트레스가 덜하고. 나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매년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나와 같이 한 것이 실망스럽지 않다고 매번 인식되는 삶이 반복되는 것. 그리고 나이에 걸맞는 삶의 모습을 하는 것, 그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그 나이의 얼굴이라는 것이 계량화 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50대의 얼굴, 그것이 되고 싶은 거죠. 아저씨가 되고 싶진 않아요. 지금 현재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유행하는 사고, 책, 삶의 패턴, 이런 것들에 대해서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난 예술가니까. 김아라 연출이 어느 자리에서 “배우를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돼, 또 다른 하나의 인간 유형으로 봐줘야 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래요. 도덕적이면서도 반 도덕적이어야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감성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걸로 인해서 훨씬 더 많은 영감을 갖게 되고 다른 개인들에게 더 큰 영감과 삶의 활력, 새로운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거든요. 또 평소의 내 삶을 닦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 있으면 자신의 평소 모습이 정말 다 드러나거든요. ‘나’라는 재료를 가지고 다루기 때문에 재료가 구축해 내는 배역은 반드시 차이가 있습니다. 30대 초반에 선택했던 삶이 지금 이 순간까지 좋은 선택이었다, 라고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며 살고 싶은 꿈이 언제나 있죠.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 장소: 브라운 팩토리
2009.09.28 / 조회 11,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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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미스토리> 미스토리로 남은 미스테리
세 지역의 줄기가 맞닿아 삼도봉(三道峯)이라 불리는 국내 몇 곳 중 경상북도 금릉군과 전라북도 무주군, 그리고 충청북도 영동군이 만난 삼도봉이 그 대표로 꼽힌다. 실제 각 지역 사람들은 서로의 화합을 위해 기념탑도 세웠다지만, 여기 세 남자와 사연 있어 달려온 한 남자는 이곳 양곡창고에 불을 질렀다. 삼도봉의 미스토리가 미스터리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문제는 훨훨 타오른 신식 양곡창고가 아니라 그 곳에 있던 머리 없는 시체다. 현장에 있다 용의 선상에 오른 네 명의 남자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딱 한 구절이 다르긴 하다) 진술서를 내 놓자 형사는 머리가 복잡해 온다. 과연 누가 범인인가. 연극 의 핵심은 진술에 있다. 형사는 읽는 사람 생각하여 나름 입을 맞춘 이들의 무용(無用)한 진술서를 버리고, 한 명씩 불러 사건을 재현하게 한다. 극 속의 극, 상황을 인지하기 위한 한 편의 소시오 드라마가 펼쳐진다. 무대 뒤쪽에 세워진 취조실 이면거울에 쓱쓱 줄을 그어 미곡창고 내부가 서고, 몇 덩이의 빵은 토막난 시체로, 널부러진 천은 ‘미국쌀포데’로 변한다. 공연에 앞서 관객과 배우 사이 제4의 벽을 둔 태초의 약속에 더하여 또 하나 극적 약속이 생겼고, 그 사이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익살이 폭소를 만든다. 극에 톡톡한 양념을 치는 것은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를 대표하는 각 인물들의 정신 없는 사투리들이다. 2007년 창작희곡 공모전 가작을 수상한 신예 김신후의 작품이지만 현란한 대사를 자랑하는 고선웅 각색의 특징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쉼 없이 쏟아지는 말의 속도와 그사이 빈틈을 찌르는 각 도의 생경한 단어들이 맛있다. 이 작품의 미덕은 이러한 언어가 단순한 말장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풍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쌀은 한국 농촌의 비통함을 토로하는 주요 소재로 사용되어 제목의 ‘미’는 쌀(米)을 뜻하기도 사건이 뚜렷이 밝혀지지 않는 상황(아닐 미)을 동시에 비춰낸다. 정작 본 제목은 로 아름답지 않은 상황 속에서 형사로서의 근성을 버리게 만들 정도로 푸근하고 뜨끈한 아름다움을 베어내고 있으니 세 가지 만남이 삼도봉에서만 있는 게 아닐지니. 하지만 이런 언어적 묘미가 작품의 초심을 흔드는 위험함도 보인다. 시체의 ‘대가리’를 찾으며 윗‘대가리’들을 향해 방망이질 하는 등 곳곳에 말의 재치가 있으나 현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를 풍자하며 관객을 짜릿하게 하는 촌철살인의 맛은 없다. 각 지역 사투리는 얽히고 설키어 종종 흐름에 쓸려간다. 물음표 가득한 마지막 장면에 탄식을 내뱉을 관객은 적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에 즐거워하는 것은 허리를 받치는 탄탄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넉살 좋게 풀어가는 베테랑 배우들, 재미에만 머물기를 거부하는 이들의 시도가 돋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좀처럼 드문 묵직하고 색깔있는 웃음을 만난 것은 분명 반가운 일 아니겠는가.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2.19 / 조회 16,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