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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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버지' vs '우울증 어머니'…누가 더 불행한가
연극 '아버지' '어머니' 교차공연 보니…
프랑스작가 플로리앙 젤레르 대표작
연극계 최초 교차공연 방식으로 선봬
'아버지' 박근형 "배우로서 도전의지 불태워"
'어머니' 윤소정 "행복 잃은 간절...바로 우리 아버지·어머니의 치매와 우울증을 돌아보게 하는 연극 ‘아버지’(왼쪽)와 ‘어머니’가 한무대서 번갈아 공연한다. 치매 아버지를 연기하는 박근형은 “배우는 ‘그 역할에 성공했다 실패했다’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고, 우울증 어머니를 소화하는 윤소정은 “어느 한 장면에서라도 고통·슬픔을 느낀다면 그걸로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 “안느의 남편이라고? 언제부터?” “10년이 다 돼 가요.” 80세의 앙드레는 혼란스럽다. 조금 전까지 분명 딸 안느와 함께 있었는데 다음 장면에선 낯선 여자가 그를 아빠라고 부른다. 앙드레는 치매를 앓고 있다. 간병인 앞에서 전직 댄서였다며 탭댄스의 스텝을 밟기도 하지만 사실 그는 엔지니어였다. 언제부턴가 딸이 간호사가 되고 있던 가구가 없어지는 등 분명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앙드레의 시각에서 보면 어떤 것이 허구이고 진실인지 헷갈린다. 2.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한 여성이 소파에 앉아 있다. 남편에게 “당신 오늘 하루 뭐 했어?”라는 질문만 벌써 세 번째. 남편과 실랑이를 하던 안느의 표정은 아들이 등장하자 금세 화색이 돈다. “널 보는 건 언제나 나의 행복이야. 귀여운 내 아들.” 엄마에게 짜증스럽게만 대하는 아들이지만 그녀의 무한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안느는 자식에게 집착하는 ‘빈둥지증후군’을 앓고 있다. 남편이 떠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고, 이미 떠난 자식을 그리는 과거의 기억에만 집착하고 있다. 어쩌면 현대인에게 치매는 암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런 공포를 치밀하게 다룬 연극 두 편이 동시에 관객을 찾아왔다.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기억과 망각, 편집과 애정을 경계성 치매의 틀 안에서 살펴낸 ‘아버지’와 ‘어머니’다. 국립극단이 배우 중심의 연극으로 도전한 두 작품은 프랑스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대표작이다. 오는 8월 14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계 최초로 교차공연 형식으로 펼친다. 평일에는 하루씩 번갈아 공연하고 주말에는 한꺼번에 두 작품을 올리는 독특한 방식이다. 두 작품 모두 90분 내외의 짧은 극이지만 노령화·치매·빈둥지증후군·우울증 등 현대사회의 사회·심리적 병인을 심도깊게 다룬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연달아 관람하며 두 극을 비교해 보면 작품이 가진 의미가 강력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1인칭으로 느끼는 혼란…‘치매 아버지’ 박근형연극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 ‘앙드레’의 관점에서 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치밀하면서도 재치있게 묘사했다. 한 인간의 기억과 현실이 맞부딪치면서 개인이 소멸해가는 과정을 치매환자의 시각에서 바라봤다. 그는 항상 파자마를 입고 있고, 자신의 손목에 시계가 온전히 있는지 늘 강박적으로 확인한다. 갑자기 모르는 남자가 찾아와 딸의 남자친구라며 조롱하듯 그의 뺨을 때리기도 한다. 이 모든 상황을 앙드레의 시각인 ‘1인칭 시점’으로 그려냈다. 박정희 연출가는 “기억을 상실해가는 사람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파편적으로 흐르게 했다”며 “가구가 하나둘 없어지면서 마지막엔 빈 무대가 되는데 이를 통해 한 인간이 소멸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원로배우 박근형(76)이 앙드레 역을 맡았다. 2012년 ‘3월의 눈’ 이후 4년 만의 연극 출연으로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형은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겹쳐져 나중에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되는 상황에 공감이 간다”며 “앙드레의 혼란스러운 시각을 표현하기 위해 엄청난 연기의 폭을 보여줘야 한다. 배우로서 도전의지를 불태우게 하더라”고 말했다. 연극 ‘아버지’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반복되는 장면 속 고독…‘빈둥지증후군’ 윤소정연극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한 어머니 ‘안느’가 남편과 아들이 멀어져가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감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안느는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아들마저 여자친구를 만나 자신을 떠나는 상황에 처한다. 가족에게 헌신하며 오로지 사랑을 쏟는 것에 자신의 존재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왔지만, 자식도 남편도 이제 곧 떠날 거라는 불안감에 빠져들자 우울과 광기의 경계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이병훈 연출은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마저도 ‘환상이었나’ 할 정도로 어머니의 의식이 점차 붕괴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며 “같은 장면이 반복되기도 하고 전혀 생각지도 않은 어떤 것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극을 보는 관객 스스로가 퍼즐처럼 연결고리를 맞춰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우 윤소정(72)이 빈둥지증후군을 앓는 안느를 연기한다. 윤소정은 “극 중 안느는 평생 남편과 아들을 위해 살아왔지만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즐거움이었다”며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부은 남편과 아들이 자신을 떠나면서 행복을 잃어버린 그녀의 간절함이 가슴에 와닿았다”고 요즘 안느에 빠져 사는 심정을 전했다. 연극 ‘어머니’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7.19 / 조회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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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in] 연극 ‘신의 아그네스’, 기억 속에 슬픔을 지운 수녀 ‘아그네스’
‘아그네스’는 21살의 수녀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이와 기억, 모두를 잃었다. 지난 기억 속에, 자신의 과거 속에 모든 것을 묻은 것이다. ‘아그네스’는 순진무구한 얼굴을 한 채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하얗다 못해 곧 사라질 것만 같은 그 쓰린 웃음 끝에는 핏빛이 서려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리빙스턴 박사’에게 조금씩 꺼내놓는 ‘아그네스’의 눈에는 ‘광기’와 ‘슬픔’과 ‘상처’가 혼재한다. 선과 악의 경계조차 모호한 ‘아그네스’는 어떤 인물일까. 하얀 옷깃에 서린 붉은 순결, ‘아그네스’ ‘아그네스’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색은 ‘흰색’이다. 동시에 순식간에 주위를 덮어버릴 듯한 강렬한 붉은색이 스쳐지나 간다. ‘아그네스’는 태어나면서부터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적 학대와 모멸을 받으며 자랐다. 아무런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그녀는 순수한 ‘흰색’처럼 깨끗하다. 그녀는 어머니와의 비정상적인 생활에서 성에 대한 혐오감을 지니게 된다. ‘아그네스’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수녀가 된다. 어느 날, 원장 수녀는 ‘아그네스’의 방에서 죽은 아이의 시체를 발견한다. 하지만 ‘아그네스’는 자신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깨끗했던 ‘흰색’이었던 ‘아그네스’는 어느새 조금씩 그녀 자신의 피로 서서히 ‘붉게’ 물들어 버린다. ‘아그네스’는 아이를 죽인 것으로 의심받지만 그녀의 순진무구한 얼굴은 하얗기만 하다. 그녀의 삶에 지워진 짐은 ‘아이’와 ‘기억’의 존재를 단순히 잊게 한 것이 아니라, 잠시 잊혀지도록 만든다. ‘리빙스턴 박사’는 천상의 소리로 노래하는 ‘아그네스’를 보며 그녀에게 매료된다. ‘리빙스턴 박사’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아그네스’를 대하며 종교의 기적을 믿고 싶어질 만큼 정신과 의사로서의 객관성을 잃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희곡작가 ‘존 필미어’의 작품이다. 초연 후 브로드웨이와 전 세계에서 꾸준히 공연되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인정받았다. 작품은 ‘아그네스’의 순수함과 광기가 가져온 파장과 진실의 파국을 담는다. ‘아그네스’의 마지막은 어린 시절 불우했던 가정환경과 무지가 가져온 진실의 비극이다. 결국, 그녀의 하얀 얼굴 위에 서린 핏빛은 바로 과거와 현재의 ‘진실’이다. 이 작품은 ‘수녀가 아기를 낳고 살해한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아그네스’ 수녀를 통해 순수함과 광기를 대비시켜 종교와 믿음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원장수녀’와 ‘아그네스’, ‘리빙스턴 박사’ 세 여인의 사이에 벌어지는 치밀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아그네스’를 연기한 배우, ‘선우’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선우의 첫 연극이다. 그녀는 “연극이 처음이고 ‘신의 아그네스’라는 작품이 어려운 작품이라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다. 좋은 작품에 훌륭한 선배님과 같이 무대에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기다려주셨다. 선배님들이 도와주시고 챙겨주셔서 지금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우는 작품 속에서 광기와 순수함이 공존하는 ‘아그네스’를 자신의 모습에 투영시켰다. 커다란 눈망울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아그네스’의 모습은 배우 ‘선우’의 모습과 잘 버무려졌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 함께 출연 중인 윤소정은 “첫 연극에 이 정도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잘 이해하고, 참 열심히 하는 배우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으로 선우는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며 성공적인 연극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글,사진_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0.06 / 조회 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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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연극 ‘신의 아그네스’ 프레스콜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9월 30일 오후 1시 PMC자유극장에서 언론 매체와 블로거들을 상대로 프레스콜을 열었다. 프레스콜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의 전막 시연회와 배우들의 인터뷰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프스콜에는 ‘윤소정’, ‘이승옥’, ‘선우’가 무대에서 열연을 펼쳤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초연 이래로 지금까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작품이다. 미국의 희곡작가 ‘존 필미어’의 대본으로 작품성, 대중성 모두 인정받았다. 작품은 21살의 수녀가 아이를 낳고 살해해 휴지통에 버린 사건에서 시작된다. 출산의 고통으로 기억을 잃은 ‘아그네스 수녀’와 그녀를 보호하려는 ‘원장 수녀’, 그리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리빙스턴 박사’가 등장인물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극계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무대에 선다. 신을 믿지 않는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 역으로는 ‘윤소정’이, 아그네스를 지키려 하는 ‘원장 수녀’ 역에는 국립극단 출신의 ‘이승옥’이, ‘아그네스 수녀’ 역으로는 ‘선우’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으로 ‘리빙스턴 박사’를 세 번째 맡은 ‘윤소정’은 이번 무대에 서는 소감에 대해 “이 나이에 두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건강을 주시고 또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줘서 신께 감사한다. 나에게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라는 작품이 대표작이다”고 말했다. ‘원장 수녀’ 역을 맡은 ‘이승옥’은 “국립극단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하는 작품이다. 관객과 가까이에서 공연한다는 것이 상당히 떨린다. 행복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그네스 수녀’로 첫 연극 도전을 한 ‘선우’는 “연극이 처음이고 ‘신의 아그네스’라는 작품이 어려운 작품이라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다. 좋은 작품에 훌륭한 선배님과 같이 무대에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기다려주셨다. 선배님들이 도와주시고 챙겨주셔서 지금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0.04 / 조회 1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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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뭐볼까] ‘신’과 ‘종교’에 대해 묻는 연극 두 편
‘신’과 ‘종교’에 대해 묻는 연극 두 편이 관객을 찾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현대연극의 고전으로 정평이 난 작품이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신’과 ‘종교’에 대한 논리적 비판과 진심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기독교를 믿고 있는 관객이라면 혹은 종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신’과 ‘종교’의 담론을 이끌어 내는 공연 한 편은 어떨까. 연극 ‘신의 아그네스’10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PMC 자유극장에서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1983년 초연된 작품이다. ‘존 필미어’가 쓴 ‘신의 아그네스’ 대본은 초연 당시 10개월간 무대에 올랐으며, 최다 관객을 동원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순수함 속에 광적인 모습이 내재된 ‘아그네스 수녀’의 이야기다. ‘미리엄 원장 수녀’는 ‘아그네스 수녀’를 신의 가까이에서 보살피려고 한다. 정신과 의사인 ‘리빙스턴 박사’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아그네스’를 구하려고 한다. 작품은 세 여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적과 소통, 그리고 치유를 담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현대연극의 고전으로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는 초대 ‘리빙스턴 박사’로 활약한 ‘윤소정’이 참여한다. 그는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관객석을 휘어잡을 예정이다. ‘미리엄 원장 수녀’ 역으로는 오랜 기간 국립극단에서 활동해 온 원래 연극배우 ‘이승옥’ 출연한다. 마지막으로 ‘아그네스 수녀’ 역에는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에서 좋은 연기를 펼친 ‘선우’가 함께한다. 이번 공연은 고전작품인 만큼 현대적 감각을 채우기 위해 빛과 음악적 요소에 많은 공을 들였다. 2011 연극 ‘신의 아그네스’의 연출을 맡은 이대영은 탁월한 심미적 표출과 감각적인 표현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조명과 음악의 극적 요소를 접목해 과거의 공연과는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10월 23일까지 윤당아트홀에서 공연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 식사’는 대중이 갖고 있는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놓는다. 극중 아무것도 믿지 않는 남자 ‘남궁선’이 예수와의 대화를 통해 주변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는 내용이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 식사’는 의문의 초대장을 받은 한 엘리트 남성이 약속장소에서 자신이 예수라고 말하는 남자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식사를 시작할 때 예수의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던 ‘남궁선’은 깊은 대화를 통해 점차 종교와 주변 인물들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이 작품은 종교적 소재를 무겁지 않게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삭막함과 외로움에 지친 현대 사회의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이 작품은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소설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소설 속에서 예수를 평범한 인간 같은 존재로 해석한다. 소설은 ‘애피타이저-샐러드-메인요리-디저트-커피’ 등 코스요리 순서를 통해 주인공이 기독교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고 재치 있게 드러낸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소설과 함께 기존의 기독교적 시선을 배제하고 논리적 근거로 기독교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의문점을 설명한다. 이번 공연은 영화 ‘물고리 자리’의 감독을 맡았던 ‘김형태’가 연출을 맡았다. 그는 특유의 밀도있는 연출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장면을 선사한다. ‘예수’ 역으로는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최성원’과 신뢰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남윤길’이 출연한다. 드라마와 TV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온 ‘신승환’과 ‘강경덕’은 ‘신’을 믿지 않는 남자 ‘남궁선’으로 참여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08 / 조회 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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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 조각가 권진규의 삶, 무대 위로
한국 근대 조각의 선구자로 불렸으나 작업실 쇠고리줄에 목을 매 52세로 생을 마감한 조각가 권진규의 삶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는 ‘지원의 얼굴’ '손' 등의 테라코타 작품으로 유명한 권진규에게 누군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오는 5월 12일부터 나흘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는 권진규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 준태를 중심으로 한다. 준태와 과거 권진규의 시간, 그리고 현재와 과거가 엮어지는 제 3의 시간 등이 긴밀하게 얽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을 풀어낸다.
권진규의 아뜰리에를 배경으로 가마, 선반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사용되며 소품을 활용한 제의식 구조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오가는 느낌이 연출 될 예정이다.
등 역사 속 인물을 조명해 온 작가 정복근이 쓰고 등의 박정희가 연출을 맡는다. 이호재, 전무송, 윤소정 등 탄탄한 명연기를 선보여 온 배우들의 호흡도 기대할 만 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컬티즌 제공
2011.04.25 / 조회 1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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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이사 온 날 밤 처음 그의 음성을 들었다, 연극 ‘응시’
눈길을 모아 한 곳을 똑바로 바라봄, ‘응시’의 사전적 의미다. 포스터 속 세 사람과 연두색 글씨의 ‘응시’가 어울리지 않는다. 모두 눈길을 모아 어딘가 바라보고 있으나 그들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의 표정에서 풍기는 오묘한 분위기도 ‘응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여자는 웃고 있고, 한 남자는 침울하고, 한 남자는 회피한다. 세 사람의 관계는 무엇이며, 그들이 응시하는 곳은 또 어디인가. 창문 테두리의 명백한 갈색 톤은 포스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창은 꽤 넓다. 창의 너비로 본다면 세 사람은 빛에 반사로 눈부셔야 할 테지만, 빛은 어디에도 없다. 그 대신 오랜 기억을 회상하는 듯 갈색 톤만이 포스터 전체를 비춘다. 색의 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맨 왼쪽 부분을 흑백으로 처리했다. 흑백의 사람은 갈색 톤에 숨 쉬는 두 사람과 대조되며, 더욱 침울하고 암울해 보인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믿을법하다. 사실 세 사람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관록의 배우들이다. 이호재, 윤소정, 전무송! 그들의 무대 위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대가 되는데 저런 색다른 표정이라니, 저절로 이 연극을 ‘응시’하게 된다. 연극 ‘응시’는 현대인들에게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정년퇴직 후 어릴 적 동네로 이사 온 준태가 현실 회피, 환청, 환상 등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각가 권진규의 삶과 작품을 모티브로 박정희 연출가와 극작가 정복근이 만나 제작했다. 관계자는 “정복근 작가와 박정희 연출가의 만남만으로 기대를 만든다. 노련함과 신선함의 만남, 부드러움과 예리함의 조화, 감춰진 힘과 파헤치는 힘의 대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전했다. 2011 서울문화재단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지원 사업, 2011 서울연극제 기획 초청 공연으로 선정된 연극 ‘응시’는 오는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4.18 / 조회 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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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의 변주곡> 예상치 못한 다른 무언가, 그 속에 아름다움이 있었네
베토벤은 왜 자신이 ‘구둣방의 가죽조각’이라며 비하했던 디아벨리의 왈츠곡을 무려 33개의 변주곡으로 탄생시켰을까. 루게릭 병에 걸려 죽음을 앞에 둔 음악학자 캐서린은 왜 베토벤의 ‘33개의 변주곡’ 탄생 배경을 알아내려 했을까.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에 살고 있는 베토벤은 점점 귀가 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 그 중에 악보 출판업자인 디아벨리가 부탁한 ‘변주곡 한 편’도 들어있다. 하지만 베토벤은 한 편에서 머물지 않고 오랜 시간 열정을 쏟아 서른 세 편의 변주곡을 쓰고야 만다. 21세기 뉴욕에서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음악학자 캐서린은 이제 옷의 단추조차 꿰기 힘들 정도로 관절이 굳어간다. 걸음도 쉽지 않아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그녀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 본, 베토벤의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베토벤 하우스로 홀로 향한다.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하는 연극 은 의문에 대한 답 보다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베토벤과 캐서린,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것 외에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행보. 작품은 그들의 걸음이 향한 목적이 아니라 걸음 속에서 발견되는 일상의 단편들에 의미를 담는다. 변주는 하나의 테마곡이 다른 느낌과 방식의 곡으로 변하는 것, 극중 디아벨리가 “베토벤이 푸가를 썼을 리가 없어!”라고 말하듯,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창작이 변주곡이다. 베토벤은 고통스러운 창작의 고통으로 스스로를 내몰며, 모두의 예상을 깨는 서른 세 개의 창작품을 탄생시켰다. 이는 자신을 부수며 예술가의 혼을 따르던 베토벤의 열정이다. 베토벤의 변주곡이 차례로 무대 위에 연주될 때마다 캐서린과 그의 딸 클라라의 관계도 변한다. 재능을 꾸준히 발하지 않고 직업을 바꿔 내내 못미더웠던 딸 클라라의 진심을, 연구를 위해 스스로를 버리는 엄마의 열정을, 서로는 조금씩 깨닫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이들 관계의 변주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더해지면서 이해와 아름다움, 기쁨의 순간들을 창조해 낸다. 작품이 어떤 의문에 대한 정답도 주진 않지만, 극 마지막에 이르면 관객들은 저마다 주관식 답안지를 뿌듯하게 채운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변주곡 33개 중 20여 개의 곡이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된다. 음악에 따라 바뀌는 장면들에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대단히 웅장하게 자리하는 무대가 아름답다. 영상에 투영되는 베토벤의 33개 변주곡 필사본과 수 없이 찢고 버려졌을 악보들로 채워진 벽면은 작품의 무게감에 세련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박지일은 연기 뿐 아니라 그 외형에서도 베토벤의 모습이 물씬 풍기며, 캐서린 역의 윤소정은 연륜이 뿜어내는 짙은 연기의 멋과 밀도를 유감없이 선사하고 있다. 공연 초반 보다 가지를 치고 장면을 매만진 지금, 줄어든 러닝타임을 포함해 관객들이 이해하기에 더욱 자상한 무대가 되었다. 2009년 3월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신작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11.10 / 조회 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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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58]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왈츠, 연극 ‘33개의 변주곡’
연극 ‘33개의 변주곡’은 음표를 오선지에서 해방시켰다. 이미 다섯 개의 줄에서 자유로운 베토벤의 음악이 19세기 오스트리아를 넘어 현재와 만나는 지점, 연극은 그 찰나적 경이의 순간을 부족함 없이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작품에는 베토벤의 위대함에 대한 고리타분한 병렬식 설명과 늘 보아왔던 과장된 광기의 지루한 묘사가 없다. 때문에 그의 이름이 주는 위압감과 기대감에 함몰되는 식상한 안타까움도 없다. 관객으로 하여금 오선지 위를 거닐며 19세기와 현재를, 사람과 사람을, 관계와 이해를 조심스럽게 체험하도록 만든다. 베토벤, 음악학자 캐서린, 그녀의 딸 클라라라는 세 개의 꼭짓점이 있다. 뒤를 돌아 모두를 외면할 수도, 한쪽으로 몸을 돌려 보고 싶은 것만 볼 수도, 정면을 마주하고서 모두를 담을 수도 있는 삼각구도다. 삼각형의 크기는 서로의 체취를 완벽하게 느낄 수 없지만 시야 안에 둘 수 있을 만큼의 거리다. 하나의 꼭짓점에는 개인에게 부여된 삶이 있으며 삶 속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부각되는 인물은 캐서린으로, 연극은 루게릭병에 걸린 그녀가 베토벤 말년의 삶을 되짚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천장까지 솟은 보관대와 그 안에 빼곡히 들어찬 캐비닛은 베토벤이 누구인지, 그를 추적하는 작은 여인 캐서린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가득한 베토벤의 스케치는 사각형 종이를 넘어 영상으로 구현되며 베토벤을 관통하던 멜로디를 소리 없이 들을 수 있도록 만든다. 영상의 효과적 사용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움과 동시에 시각적 웅장함을 선사한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33개의 변주곡’이 늘어져 있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의 신경을 내리친다. 그 한가운데 선 캐서린이 몸서리치게 궁금한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정리방법이 아니라 베토벤이 왜 ‘33개의 변주곡’을 만드는데 집착했느냐다. 베토벤은 왜 자신이 ‘구두 수선공의 헝겊조각’이라고 폄하했던 디아벨리의 왈츠에 그토록 집착했는가.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을 성실하게 그려내는 동안 연극은 33개의 변주곡 더불어 인간을 조명한다. 세 개의 점을 잇는 선은 육체적 거리감이 아니라 정서적 동질감,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 고뇌와 애정의 연결 통로다. 우리, 여배우의 눈물을 기억하다일곱 개의 점이 합일을 이루는 순간 한 개의 테이블이 있다. 그곳은 문서보관소의 소품이고 베토벤의 작업 공간이며 캐서린의 병원 검사대다. 그렇게 소통이 시작된다. 얇은 속옷 차림으로 고독의 추위에 아파하는 캐서린이 베토벤의 등에 기대는 순간, 우리는 어떠한 대사로도 표현될 수 없는 단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예술과 인생의 만남이 이렇게 간단한 포즈 하나로 표현 가능하다는 것은 실로 아름다운 일이다. 현재와 교차되는 시간이 빈번해지는 베토벤의 시대는 그녀와 베토벤, 나아가 관객과 그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린다. 한 무대에 동시 등장하며 같은 소품을 이용하는 과정들은 캐서린과 베토벤이 시대를 넘어 불가능한 우정을 나누었을 거라는, 그러길 바라는 저릿한 감동을 전한다. 차곡차곡 쌓아진 여러 가지 물음은 노력을 배반하지 않을 만큼의 밀도로 삼각형을 채운다. 존재를 증명하는 세 개의 작은 점이 하나가 되기까지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배우의 힘은 대단하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첫 선을 보이게 돼 벅차다며 가슴을 치던 배우 윤소정의 눈물을 기억한다. 중년 여배우의 과장된 카리스마가 아니라 연극에 진실한 배우의 농축된 눈물 한 방울은 거대한 대극장 무대를 잠식시키고도 남는다. 우리를 ‘진짜 베토벤’과 만나게 해준 배우 박지일과 아파서 차가운 딸 서은경, 묵직한 존재감으로 조연 없는 작품을 탄생시킨 이호성, 길해연, 박수영, 이승준 등 배우들의 호연은 대단한 원작보다 위대하다. 일곱 명의 배우 서로가 손을 잡고 왈츠를 추는 마지막 장면, 분명 손끝을 스치는 그들의 인사를 관객들이 느꼈을 거라 믿는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0.21 / 조회 7,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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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이 밝혀진다
귀가 먹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던 베토벤의 말년, 그는 왜 평범한 왈츠곡을 33편의 변주곡으로 만드는데 열중했는가. 음악학자 캐서린의 궁금증으로 연극 은 시작된다. 루게릭 병에 걸린 음악학자가 생의 마지막 열정을 쏟아 베토벤이 작곡한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을 풀어가는 연극 의 막이 올랐다. 영화감독이자 연극 연출가인 베네수엘라 출신의 모이시스 카우프만이 쓰고 연출해 2009년 3월 뉴욕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당시 명배우 제인폰다가 음악학자인 캐서린 브랜트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한 무대. 한국 초연 무대는 연극 등을 통해 섬세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선보인 김동현이 연출을 맡았으며, 연기파 배우 윤소정, 박지일, 이호성이 각각 루게릭 병에 걸린 음악학자 캐서린, 베토벤, 그리고 악보 출판업자 디아벨리 역으로 나섰다. 지난 주 작품의 주요 장면을 공개하기에 앞서 김동현 연출은 “음악에 담아 있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이 베토벤이 찾아낸 것임과 동시에 이 작품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공연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윤소정은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공연 개막에 감격해 하는 동시에 매몰된 광산에 갇혀 있다 극적으로 구출된 33인의 칠레 광부 이야기에 빗대어 “33은 행운의 숫자”라며 인상 깊은 다짐을 보여주었다. 음악 출판업자 디아벨리가 자신의 회사 홍보를 위해 작곡한 왈츠곡을 여러 유명 작곡가들에게 보내 변주곡을 써 달라는 부탁이 사건의 발단이다. 평소 왈츠를 싫어했을 뿐더러 그 왈츠곡에 악평을 더했던 베토벤이 총 33개의 변주곡을 작곡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작품에 대한 비밀은 청력을 상실해 가는 베토벤과 루게릭 병으로 생의 끝을 예감하는 음악학자의 교감, 자신을 아끼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조금씩 이해해 가는 딸 등의 드라마와 함께 한다. 무대 한 쪽에선 연극의 각 장 마다 디아벨리 변주곡이 연주된다. 토니상 무대디자인상을 수상한 스크린을 활용한 암시적인 무대도 독특하다. 연극 은 오는 11월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연극 공연장면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을 탐구하는 음악학자 캐서린(윤소정)아픈 몸으로 베토벤 문서 보관소에 간다는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딸(서은경)베토벤, 과연 그는 왜 맘에 들지 않았던 왈츠 변주곡 작곡에 힘쓰는가?살며 사랑하며, 그것이 행복. 엄마의 간호사(이승준)와 연인이 되는 딸천재와 광인 사이, 베토벤(박지일)베토벤 하우스에서 그녀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엄마를 이해해 가는 딸, 그런 딸을 다시 보게 되는 엄마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 사진: 이민옥
2010.10.19 / 조회 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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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속일지라도> 그 때 그 시절로, 고고!
전무송, 권병길, 김재건, 윤소정, 지자혜, 이재희 등 연극계 중견배우들이 배우 이호재의 이름 아래 한 자리에 모였다. 그와 연극인생을 함께해온 동료, 후배들이 공연을 업으로 살아온 배우 이호재를 위한 특별한 ‘칠순잔치’를 준비한 것. 의 작가 이만희와 연출가 안경모가 대본과 연출로 참여해 멍석을 깔았다. 동문고 꼴통인 사천왕과 수진여고 문학소녀 사인방 등 예비고사 세대들의 학창시절과 좌충우돌 사랑이야기를 담은 연극 에서는 로큰롤, 포크, 1960년대를 대표하는 가요 ‘빗속의 여인’과 다양한 팝송을 만날 수 있다. 사랑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예비고사에 합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은 마치 197~80년대 영화 ‘고교얄개’’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의정부 백바지”, “동문고 독고다이”등 중장년층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있다. 밴드로 변신한 노장 4인방(이호재, 전무송, 권병길, 김재건)의 노래솜씨도 새로운 볼거리다. 이 밖에도 연출가 위성신, 김광보, 양정웅, 김철리, 김동현 등이 카메오로 출연, 매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노장들의 열연을 만날 수 있는 연극 는 오는 6월 2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장면수진여고 문학의 밤, 문학소녀 사인방지자혜, 윤소정, 이재희, 송옥순문학의 밤...이렇게 무서운 밤은 처음이다!우리가 바로 의정부 백바지 푸하하! 니들이 문학의 밤에 갔다왔어?문학소녀 사인방, 아~보고 싶다왠, 문학소녀 타령! 밴드연습이나 해!저희를 그냥 보내주세요!"아가씨들을 괴롭히면 쓰나!"우리는 동문고 독고다이손이 발이 되도록! "또, 전교 꼴등이야"맞을 때도 당당하게, 허리를 굽히지 않는 동문고 독고다이!아, 그 친구들 정말 멋있지 않았니?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2010.06.21 / 조회 9,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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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칠순 헌정공연 '그대를 속일지라도'
배우 이호재의 칠순을 기념해 그의 동료와 후배들이 준비한 헌정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6월 18-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그대를 속일지라도'에는 국내 연극계를 이끌어 가는 쟁쟁한 얼굴들이 이호재를 위해 대거 참여한다. 이번 공연은 특히 이호재를 아끼는 연극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후배 극작가 이만희가 대본을 쓰고 안경모가 연출을 맡았으며, 이호재를 비롯해 전무송, 윤소정, 권병길, 김재건, 송도순, 지자혜, 이재희, 정규수, 이남희, 길해연, 이대연, 권해효 등 배우 20여 명이 무대에 오른다. 배우들은 1960년대 고교시절로 돌아가 교복을 입고 밴드부와 문학소녀로 분해 추억의 학창시절을 유쾌하게 회상한다. 김철리, 강대홍, 최용훈, 이성열, 김광보, 양정웅, 위성신, 송선호, 김동현 등 이호재와 함께 작업한 연출가들도 카메오로 번갈아 출연할 예정이다. 이호재는 1962년 현 서울예대인 연극아카데미에 입학해 이듬해 명동국립극장에서 '생쥐와 인간'으로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동랑레퍼토리극단, 국립극단 등을 거쳐 주요 극단의 무대에서 부드러운 대사와 정확한 연기로 인정받았다.그동안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 '불좀 꺼주세요', '햄릿', '세일즈맨의 죽음', '에쿠우스', '용호상박' 등 15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전무송, 오현경, 윤소정 등과 함께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배우로 활동해왔다.연극뿐만 아니라 '태백산맥',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등의 영화와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MBC '궁' 등의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칠순을 맞았지만 연극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10월 '뱃사람'에 출연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에이미' 무대에 섰다. 내달에는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오장군의 발톱'에도 출연한다.이호재는 "썩 잘한 일도 없는 데 힘을 모아준다니까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며 "그동안 작품만 하다 보니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 못했는데 벌써 이렇게 됐나 싶다. 이번 공연도 그동안에 무대에 섰던 것과 같은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24일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
2010.04.28 / 조회 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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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나를 뒤흔드는 위태로운 관계들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엄마에게 말해, 엄마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엄마가 딸에게 하는 이 이야기에는 불편한 의미가 더해져 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그 일을 엄마의 의지대로 처리하겠다는, 평생 자신을 무겁게 짓눌렀던 그 의미를 딸 에이미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눈에 반해버린, 좀처럼 넘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잡기 위해 딸은 저항한다. 보이지 않는 싸움을 엄마와 시작한 것이다. 속 사랑은 위태하기 그지 없다. 자신만만함 속에 불안함이 쉬지 않고 도사린다. 뱉어버린 말과 행동 속에는 언제나 후회가 머뭇거린다. 잘 생겼지만 고아이며, 결코 실현될 수 없을 것 같은 야망을 가진 자신만만한 청년에게 딸이 푹 빠졌다는 사실에 만세를 외칠 만한 엄마는 없을 것이다. 에스메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딸이 그 놈팽이(?)가 원하지도 않는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더욱. 게다가 방송과 영화의 힘을 내다 본 그 청년은 에스메가 일생 동안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거룩하게 지켜온 연극 무대를 두고 ‘곧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로써 는 뜻이 다른 모녀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신구의 대립,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의 흐름에 시선을 두며 이야기의 너비를 확장하고 있다. 연극 배우인 에스메의 고집, 허영, 그리고 현실 회피와 동반되는 자기 확신은 그녀를 지금까지 무대에 서개 한 원동력이다. 결국에는 자신의 꿈을 보란 듯이 이뤄내는 사위의 모습에 어리석은 노배우의 단면을 비추는게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아니 세 사람은 서로에게 늘 상처를 내게 했던 불편한 논쟁 속에 깔려 있던, 근원의 무언가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해결은 아니다. 머뭇거리던 악수의 손이 이제 막 나가게 될 지 기대를 해 봐도 좋을 단계. 이름만으로 작품을 믿게 만드는 배우들이 모였다.(하지만 작품 역시 배우들을 살리고 있다.) 윤소정은 여전히 뜨겁게 매력적이었으며, 김영민과 서은경은 인정 받는 젊은 배우의 열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연극 배우나 연극을 더욱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심히 동감할 구절들이 많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던 감탄은, 거룩한 세례 의식과 같았던 마지막 장면에서 절정을 이룰 것이다. 연극이 여전히 무대와 관객을 정화하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이곳에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여유 작 제공
2010.02.16 / 조회 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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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연출가 한태숙 “관객을 충동질하고 싶었다”
인간의 음습하고 강렬한 내면을 예리하게 표현해 내며 국내에서 대표적인 연출가로 꼽히는 한태숙. 그가 올해 [이아고와 오셀로]에 이어 [강철]로 관객을 찾아왔다. 여전히 깊숙이 내면을 찌르는 메시지와 여운이 살아 숨쉬어 정통연극에 목말라 하는 관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고 있다. 원래 ‘작품 자랑만 할 거 같아서’ 인터뷰는 잘 응하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번 연극에 대한 그의 심도 있는 해석을 조금이나마 무대 밖에서 내보였다. 그에게선 연출가로서의 고집과 완벽주의가 흘러 나왔다. 제목이 독특하다. ‘강철’은 무슨 뜻인가. 강철은 감옥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연극의 원제는 [Iron]이다. 사실 그대로 직역하자면 ‘무쇠’라고 해야 하지만 무쇠는 강하고 부러지는 성질을 가지고, 강철은 탄력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을 강철로 택했다. 좀 더 면밀히 말하면 강철과 무쇠를 합친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연극은 인물이 만들어 내는 긴장이 크긴 하지만 서릿발처럼 바짝 서기만 한 것도 아니고, 감성적인 면도 있기 때문이다. [강철]은 국내 초연이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3년 전에 이 작품을 처음 봤다. 직접 본 건 아니고 번역만을 봤을 뿐이지만 상당히 끌렸다. 우리나라에도 모녀 드라마가 굉장히 많지만 대부분 멜로드라마가 주종을 이루지 않나. 결국은 서로 용서하고, 결말이 안 날 것 같은 싸움에도 화해하고, 그것을 눈물로 감싸는 연극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가 않았다. 살인죄로 복역중인 엄마를 딸이 찾아오자 관객은 기대한다. 저 여자, 사실은 그럴 여자가 아닐 것이라는, 그래서 딸이 그것을 풀어갈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는 게 이 작품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이 작품을 사회적인 작품이라고까지 했다. 사회 정치적인 부분이 연극 바탕에 깔려 있으면서, 기존의 모성이 아닌 새로운 신종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우리가 떠올리는 모정이 아니라는 말인가. 물론 이 작품 안에도 모정이 있다. 따뜻한 모녀간의 정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무한한 모정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울고 불고 용서하고, 이런 엄마가 아니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근본적인 모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철]는 아가멤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을 떠오르게도 하고 다른 그리스 신화를 떠오르게도 한다. 앞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다룰 때는 이런 시각이 더해져야지 지금의 관객들이 현실감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배우 네 분이 모두 나랑 작업을 했던 배우들이다. 딸 역으로 나오는 서은경씨는 정말 저 친구가 연습 중에 목을 조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할 정도로 집중력을 보였다. 윤소정씨는 연습 중에 이 친구가 무섭다고 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배우에게 불을 지르는 게 대단하다. 여자 교도관으로 나오는 서이숙씨는 [고양이 늪]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준 배우다. 이분은 이 작품을 위해서 20년 동안 길러오던 머리를 짧게 잘라 이미지 변신을 했다. 남자교도관인 손진환씨는 우리가 몰랐던 교도관의 세계와 교도관들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윤소정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웃음). 윤소정씨는…사실 나는 이 작품을 윤소정씨와 하려고 2년을 기다렸다. 윤소정이란 배우는 정형화되지 않은 배우다. 배우는 나이가 들면 안정이 되고, 자기 틀을 갖는다. 그것은 색깔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윤소정씨는 이 틀이란 굴레가 없다. [강철]에서 엄마란 인물은 참 불량하다. 17살 먹은 애, 80살 먹은 음흉한 노인, 아니면 반 미치광이, 혹은 성적 매력이 가득한 사람을 오가는, 꿈틀 꿈틀한 요소가 살아있는 캐릭터다. 윤소정이라는 배우는 이러한 복합적인 캐릭터를, 15년을 감옥에 갇힌 자폐적인 인물을, 살아 숨쉬듯 표현한다. 배우 본인도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집중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배우 윤소정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연출 스타일은 어떻다고 보는가. 배우들을 많이 의심하는 편이다. 잘하고 있는데도. 배우들이 그런다. 나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매너 있게 말하지만 사실 굉장히 마음을 후벼파서, 그 날 설사를 하게 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거나 가슴을 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고. 그러니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 힘들게 하니까(웃음). 아마 연습량도 다른 작품의 3배 정도 하는 거 같다. 하지만 나는 효과적으로 연습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데도 젊은 연출자처럼 강행군을 하곤 한다. 완벽주의인가. 완벽을 지향하지만 작품이 완벽하진 않다. 관객을 충동질하고, 관람 후 망치를 얻어 맞은 것과 같은 작품이 되도록 노력할 뿐이다. [강철]은 특별한 오브제를 쓰거나 탐미적인 방법을 쓰기 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연극을 만들었다. 내가 이런 연극을 참 보고 싶었다. 조용히 이야기 하는데 파장이 긴 연극 말이다. 강철은 묵직하지만 어둡고 침침한 작품은 아니다. 아주 날렵하고 획이 잘 그어진 연극이다. [강철]은 어떤 관객에게 권하고 싶나. 이 작품은 어둡고 깊은 맛이 있지만, 그만큼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맛도 있다. 이러한 점과 배우 윤소정을 보기 위해 주부팬들이 많이 찾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들과 딸들이 많이 봤으면 한다. 과연 딸로서, 아들로서, 나라면 어떨까, 내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반성 같은, 그런 취지가 아닌 본질적인 생각으로. 항상 무게 있는 작품만 맡고 있다. 다른 장르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 그렇지 않아도 다음 작품은 난생처음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 그런데 불안하다. 사람자체가 유머도 없고, 어둡지 않나(웃음).
2007.01.02 / 조회 1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