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송용진 & 신예 배다해, 우리의 <셜록홈즈>
작성일2011.07.15
조회수21,390
<헤드윅><치어걸을 찾아서> 송용진이 홍대클럽과 어울리는 ‘도발’을 생각나게 하는 남자라면,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으로 이름을 알린 배다해는 한적한 홍대까페와 어울리는 ‘여유’를 생각나게 하는 여자다. “누군가에게 내 노래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공통의 꿈을 가진 송용진, 배다해. 13년 차 뮤지컬 배우 송용진과 이제 막 발걸음을 시작하는 신예 배다해의 목소리는 “작품 선택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을 때 <셜록홈즈> 대본을 받았고, 많은 고민 끝에 이 작품에 합류했다”는 이야기로 목소리를 모았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정신적, 육체적 압박을 받고 있지만 “느낌이 정말 좋다”는 두 남녀의 자신감에, <셜록홈즈>에 대한 믿음이 더해졌다.
정직한 관록, 13년 차 뮤지컬 배우_송용진
바람 잘날 없다. 뮤지컬배우, 연출가, 인디레이블 해적 대표, 락밴드 쿠바 보컬, 조기축구 FC라온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송용진은 튼튼한 뿌리에서 출발한 수 많은 가지를 갖고 있는 남자다.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셜록홈즈> 연습하고, 연습 끝나면 쿠바앨범, 솔로앨범 녹음작업 하러 가요. 내년 2월에 시작하는 <치어걸을 찾아서> 2탄도 준비하고 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축구 하러 가고, 킥복싱도 하고…. 벌여놓은 일이 많아서 잠을 못 자요.”
<셜록홈즈>. 지난 1월에 끝난 <라디오스타>이후 6개월 만에 시작하는 작품이다. 계획됐던 영화촬영 일정이 미뤄지면서 송용진에게 예기치 않은 ‘휴식’이 주어졌다.
“<라디오스타>가 끝날 때까지 한 달을 쉰 적이 업었어요. 계속 공연 강행군이었거든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시기에 찾아온 휴식 덕분에 공연을 보는 눈도 더 깊어졌어요. 6개월 만에 다시 시작하는 공연을 고민할 시기에 <셜록홈즈> 작품이 들어왔어요.”
<셜록홈즈> 작품 제안을 받은 송용진의 첫반응은 “왓(what)?”이었다. ‘셜록홈즈’라는 이름만 친근할 뿐 처음 들어보는 제작사, 연출, 그리고 ‘창작초연’이라는 타이틀이 ‘부담백배’로만 다가왔기 때문.
“<셜록홈즈>면 당연히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고 생각했는데 “창작뮤지컬이에요”라고 하니까 “왓?” 이라는 말 밖에 안 나왔어요. 처음 들어보는 제작사, 연출님, 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6개월 동안 공연을 쉬고 하반기 공연에 대해서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던 상태여서 꼼꼼하게 대본을 봤는데 ‘아, 일단 제작진을 만나보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구미를 당겼던 건 시즌제 뮤지컬이라는 거에요.”
<셜록홈즈>는 첫 시즌을 시작으로 앞으로 삼 년간 ‘잭더리퍼와 셜록흠즈’, ‘루팡과 셜록홈즈’등 현재 캐스트를 중심으로 한 시리즈 형식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말 열심히 만들어 놓은 캐릭터를 바로 다른 배우들에게 보내야 한다는 점이 창작초연의 아쉬운 점” 이라는 송용진에게 시즌제 뮤지컬 <셜록홈즈>는 ‘송용진 이름을 걸고 필사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됐다.
“작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연출’이에요. 연출이 누구냐에 따라서 작품의 방향이 아주 많이 달라지거든요. 노우성 연출님을 정말 베스트로 꼽고 있어요. 작품에 대한 이해도, 커뮤니케이션 과정들이 전부 마음에 들고 앞으로도 계속 작업하고 싶은 연출이에요. 처음엔 의심을 많이 했어요(웃음). 그림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자꾸 제 의견을 물어보니까 ‘뭐지? 머릿속에 그림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부터 들고, “음악 어때요?, 장르가 뭔가요?”하고 물으면 “뮤지컬 같아요” 이렇게 대답하니까.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반신반의, 걱정으로 시작한 <셜록홈즈>. 연습이 거듭되면서 걱정은 설레임에서 작품에 대한 확신으로 변했다.
“배우가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게 하고,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연출가에요. 그래서 계속 저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줬던 거죠. 음악이 정말 좋아요. 뮤지컬 넘버가 한 곡씩 나올 때마다 배우들이 다같이 기립해서 “대박, 대박” 이랬어요. 오프닝 곡만 15분인데 그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관객들은 이 작품에 빠져있을 거에요. 그 동안 창작초연을 많이 한 편인데 <형제는 용감했다>를 했을 때만큼, 그 보다 더 좋은 느낌이 와요.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에요. 어디 가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 아닌데, 정말이에요.”
꽂히면 미치는 사람. “잘할 수 있는 부분은 100% 지점에 도달하려고 하지만, 내 몫이 아닌 부분은 모르는 부분, 하지 않는 부분으로 남겨둔다”는 것이 배우 송용진과 유일무이 범죄 사설 자문 탐정 홈즈의 닮은 점이다.
“상상을 많이 해요, 엉뚱한 상상. 제가 만드는 뮤지컬이 ‘이상한 뮤지컬 시리즈’잖아요. 어떤 일을 하든 남들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 ‘송용진’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을 할거에요. 퍼포머, 제작자, 연출가 그 어떤 위치에 있는 ‘기존의 것들과는 다르게’가 제 목표에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늘 도전하고, 상상하는 ‘드리머’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영화감독의 꿈, “사춘기 시절, 송용진을 위로해줬던 그룹 ‘들국화’ 노래처럼 누군가를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는 꿈”까지. 단 한번의 게으름도 없이, ‘도발’, ‘열정’으로 내달려온 관록의 배우 송용진의 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정직한 시작, 뮤지컬배우 도전 배다해
바람 잘날 없다.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그룹 ‘바닐라루시’ 활동, 팀 탈퇴, 열애설. 이름을 알리고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그녀는 혹독한 세상의 부침에 맞서야 했다. 약해 보이지만 “진실이 아닌 것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는 배다해. 그녀는 당찬, 뮤지컬 신예다.
“솔직히 말하면 뮤지컬에 관심이 없었고,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없었어요. 그냥 잘해서 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집중도도 높아야 하잖아요. 제가 장기전에 약하거든요. 그런데 ‘셜록홈즈’라는 말을 듣고 ‘어?’하고 반짝했어요. “배다해 배우를 믿는다, 믿고 따라와 봐라, 만들어주겠다”는 연출님 말에 바로 함께하기로 했죠. 전 저를 믿어주는 사람을 저버리는 건 못하거든요. 첫 날 대본리딩을 한다고 하는데 ‘대본리딩이 뭐지? 연기를 하는 건가?’ 베테랑 배우분들 사이에서 위축 그 자체였어요.”
“이 정도 수준인 줄 몰랐다”를 깨닫게 해준 첫 연습. “친언니랑 연습 녹음한 걸 들으면서 몇 시간을 웃었다”는 그녀는 ‘생각보다 더 어려운’ 뮤지컬 연습에 입술을 꽉 깨물 수 밖에 없었다.
“루시 역할을 위해서라도 연습실에서 말을 아꼈거든요, 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드리면 루시에 집중을 못할 것 같아서. 가장 두려웠던 건 ‘매 순간 평가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었고, ‘지금 내가 어떻게 보여질까’에 전전긍긍했어요. 상대 배우 분이 “여기서 널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사람은 없다,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알고 보니까 제가 없을 때 “배다해가 뮤지컬이 처음이니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자”고 미리 이야기를 나누셨대요. 정말 고맙죠.”
연습 후에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는 것에 익숙했던 성악과 출신, 가수 출신인 그녀에게 ‘무방비상태로 다른 배우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과제였다.
“엇, 이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좌절의 순간이 올 때마다 ‘노래만 부르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연습실에서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 분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변화된 모습, 발전된 모습을 보이면 더 크게 격려해주셔서 (웃음) 점점 재미를 느꼈죠.”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로 설명되는 루시는 사랑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여자다.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에요.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는 친구고, 루시가 느끼는 내면을 채우지 못한 남자를 감싸주고 싶은 모성본능은 저도 느껴봤거든요. 다 퍼주면서도, 사실은 사랑 받고 싶은 게 여자의 심리 잖아요. 밤에 자기 전에 ‘루시는 어떤 기분이었을까’를 항상 생각해요. 무서운 게 한 번 몰입을 하면 잠이 들 때까지 거기서 헤어나오지를 못해요. 루시의 감정이 잠잘 때까지 이어져서 계속 슬퍼요.”
“성악을 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장난 아닌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그녀는 자유를 원했다. 그리고 성악대신, 각자의 음악색을 낼 수 있는 장점을 살려 클래식 전공자들로 이루어진 ‘바닐라루시’로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27년을 평범하게 살았는데 연예계에 들어오면서부터 모든 게 시작이었어요. 기다림을 배웠고, 예기치 못한 오해를 받고. 일이 잘 풀렸다가 다시 어그러졌다가…. 좌절의 시기가 많았는데 기다리니까 때가 오더라고요. 때가 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지금은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몸에서 사리가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배다해는 자신의 열애설, 솔로 활동을 위해 그룹을 탈퇴했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아”하고 말했던 것이 “어”, “허”하고 바뀐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배웠다.
“열애설은 제가 조심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풀고 싶은 오해는 ‘바닐라루시’ 탈퇴와 관련된 이야기에요. 전 정말 솔로로 활동할 생각이 없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객원보컬 이야기가 나오고 일이 진행이 되고 있었어요. 제가 알았을 땐 이미 모든 게 결정이 됐던 상황이라 되돌릴 수 있는 부분이 없었어요. ‘바닐라루시’ 활동맵에 집중한 상태라 솔로로 나와서 제가 당장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없었는데 제가 솔로활동을 위해 나온 것 처럼 되니까 마음이 많이 아팠죠. 그 시기에 정말 믿었던 사람이 저를 이용하려던 일도 있었고. 모든 게 한꺼번에 터졌어요. 정말 힘들 때 가족들과 제 팬들이 “진실을 보려고 하지 말고, 진심을 보려고 하세요”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됐어요. 그래서 견딜 수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진심은 통할 거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세상에 ‘훅’하고 나타난 것 같았던 배다해에게서 수 많은 생채기가 만들어낸 ‘뚝심’이 느껴졌다. “싸이 콘서트에서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며 ‘나도 저 무대에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는 그녀는 튼튼한 무대 욕심도 갖고 있다.
“공연을 즐기면서 보지를 못해요. 객석에서 다른 사람의 공연을 보고 있다는 게 슬퍼요. 나도 빨리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킬앤하이드> 김선영 배우의 무대를 보면서 처음으로 기립박수를 쳤던 기억이 나네요. ‘아, 뮤지컬은 정말 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도 같이 했어요. (웃음)”
이제 시작. 뮤지컬배우 배다해의 첫 작품 <셜록홈즈>의 과실은 천천히, 달콤하게 익어가는 중이다.
“일주일 휴가를 얻어서 뉴욕에 갔었어요. 브로드웨이 <오페라의 유령>을 보는데, ‘저기는 내 자리다’는 생각 밖에 안 들던데요. (웃음) 성악적이지 않은 소리로 대중들이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노래하고 싶어요. ‘브로드웨이, 그리고 한국 <오페라의 유령> 무대에 서는 게 제 꿈이에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디자인: 김서연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직한 관록, 13년 차 뮤지컬 배우_송용진
바람 잘날 없다. 뮤지컬배우, 연출가, 인디레이블 해적 대표, 락밴드 쿠바 보컬, 조기축구 FC라온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송용진은 튼튼한 뿌리에서 출발한 수 많은 가지를 갖고 있는 남자다.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셜록홈즈> 연습하고, 연습 끝나면 쿠바앨범, 솔로앨범 녹음작업 하러 가요. 내년 2월에 시작하는 <치어걸을 찾아서> 2탄도 준비하고 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축구 하러 가고, 킥복싱도 하고…. 벌여놓은 일이 많아서 잠을 못 자요.”
<셜록홈즈>. 지난 1월에 끝난 <라디오스타>이후 6개월 만에 시작하는 작품이다. 계획됐던 영화촬영 일정이 미뤄지면서 송용진에게 예기치 않은 ‘휴식’이 주어졌다.
“<라디오스타>가 끝날 때까지 한 달을 쉰 적이 업었어요. 계속 공연 강행군이었거든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시기에 찾아온 휴식 덕분에 공연을 보는 눈도 더 깊어졌어요. 6개월 만에 다시 시작하는 공연을 고민할 시기에 <셜록홈즈> 작품이 들어왔어요.”
<셜록홈즈> 작품 제안을 받은 송용진의 첫반응은 “왓(what)?”이었다. ‘셜록홈즈’라는 이름만 친근할 뿐 처음 들어보는 제작사, 연출, 그리고 ‘창작초연’이라는 타이틀이 ‘부담백배’로만 다가왔기 때문.
“<셜록홈즈>면 당연히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고 생각했는데 “창작뮤지컬이에요”라고 하니까 “왓?” 이라는 말 밖에 안 나왔어요. 처음 들어보는 제작사, 연출님, 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6개월 동안 공연을 쉬고 하반기 공연에 대해서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던 상태여서 꼼꼼하게 대본을 봤는데 ‘아, 일단 제작진을 만나보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구미를 당겼던 건 시즌제 뮤지컬이라는 거에요.”
<셜록홈즈>는 첫 시즌을 시작으로 앞으로 삼 년간 ‘잭더리퍼와 셜록흠즈’, ‘루팡과 셜록홈즈’등 현재 캐스트를 중심으로 한 시리즈 형식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말 열심히 만들어 놓은 캐릭터를 바로 다른 배우들에게 보내야 한다는 점이 창작초연의 아쉬운 점” 이라는 송용진에게 시즌제 뮤지컬 <셜록홈즈>는 ‘송용진 이름을 걸고 필사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됐다.
“작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연출’이에요. 연출이 누구냐에 따라서 작품의 방향이 아주 많이 달라지거든요. 노우성 연출님을 정말 베스트로 꼽고 있어요. 작품에 대한 이해도, 커뮤니케이션 과정들이 전부 마음에 들고 앞으로도 계속 작업하고 싶은 연출이에요. 처음엔 의심을 많이 했어요(웃음). 그림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자꾸 제 의견을 물어보니까 ‘뭐지? 머릿속에 그림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부터 들고, “음악 어때요?, 장르가 뭔가요?”하고 물으면 “뮤지컬 같아요” 이렇게 대답하니까.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반신반의, 걱정으로 시작한 <셜록홈즈>. 연습이 거듭되면서 걱정은 설레임에서 작품에 대한 확신으로 변했다.
“배우가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게 하고,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연출가에요. 그래서 계속 저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줬던 거죠. 음악이 정말 좋아요. 뮤지컬 넘버가 한 곡씩 나올 때마다 배우들이 다같이 기립해서 “대박, 대박” 이랬어요. 오프닝 곡만 15분인데 그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관객들은 이 작품에 빠져있을 거에요. 그 동안 창작초연을 많이 한 편인데 <형제는 용감했다>를 했을 때만큼, 그 보다 더 좋은 느낌이 와요.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에요. 어디 가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 아닌데, 정말이에요.”
꽂히면 미치는 사람. “잘할 수 있는 부분은 100% 지점에 도달하려고 하지만, 내 몫이 아닌 부분은 모르는 부분, 하지 않는 부분으로 남겨둔다”는 것이 배우 송용진과 유일무이 범죄 사설 자문 탐정 홈즈의 닮은 점이다.
“상상을 많이 해요, 엉뚱한 상상. 제가 만드는 뮤지컬이 ‘이상한 뮤지컬 시리즈’잖아요. 어떤 일을 하든 남들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 ‘송용진’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을 할거에요. 퍼포머, 제작자, 연출가 그 어떤 위치에 있는 ‘기존의 것들과는 다르게’가 제 목표에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늘 도전하고, 상상하는 ‘드리머’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영화감독의 꿈, “사춘기 시절, 송용진을 위로해줬던 그룹 ‘들국화’ 노래처럼 누군가를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는 꿈”까지. 단 한번의 게으름도 없이, ‘도발’, ‘열정’으로 내달려온 관록의 배우 송용진의 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정직한 시작, 뮤지컬배우 도전 배다해
바람 잘날 없다.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그룹 ‘바닐라루시’ 활동, 팀 탈퇴, 열애설. 이름을 알리고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그녀는 혹독한 세상의 부침에 맞서야 했다. 약해 보이지만 “진실이 아닌 것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는 배다해. 그녀는 당찬, 뮤지컬 신예다.
“솔직히 말하면 뮤지컬에 관심이 없었고,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없었어요. 그냥 잘해서 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집중도도 높아야 하잖아요. 제가 장기전에 약하거든요. 그런데 ‘셜록홈즈’라는 말을 듣고 ‘어?’하고 반짝했어요. “배다해 배우를 믿는다, 믿고 따라와 봐라, 만들어주겠다”는 연출님 말에 바로 함께하기로 했죠. 전 저를 믿어주는 사람을 저버리는 건 못하거든요. 첫 날 대본리딩을 한다고 하는데 ‘대본리딩이 뭐지? 연기를 하는 건가?’ 베테랑 배우분들 사이에서 위축 그 자체였어요.”
“이 정도 수준인 줄 몰랐다”를 깨닫게 해준 첫 연습. “친언니랑 연습 녹음한 걸 들으면서 몇 시간을 웃었다”는 그녀는 ‘생각보다 더 어려운’ 뮤지컬 연습에 입술을 꽉 깨물 수 밖에 없었다.
“루시 역할을 위해서라도 연습실에서 말을 아꼈거든요, 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드리면 루시에 집중을 못할 것 같아서. 가장 두려웠던 건 ‘매 순간 평가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었고, ‘지금 내가 어떻게 보여질까’에 전전긍긍했어요. 상대 배우 분이 “여기서 널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사람은 없다,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알고 보니까 제가 없을 때 “배다해가 뮤지컬이 처음이니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자”고 미리 이야기를 나누셨대요. 정말 고맙죠.”
연습 후에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는 것에 익숙했던 성악과 출신, 가수 출신인 그녀에게 ‘무방비상태로 다른 배우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과제였다.
“엇, 이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좌절의 순간이 올 때마다 ‘노래만 부르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연습실에서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 분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변화된 모습, 발전된 모습을 보이면 더 크게 격려해주셔서 (웃음) 점점 재미를 느꼈죠.”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로 설명되는 루시는 사랑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여자다.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에요.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는 친구고, 루시가 느끼는 내면을 채우지 못한 남자를 감싸주고 싶은 모성본능은 저도 느껴봤거든요. 다 퍼주면서도, 사실은 사랑 받고 싶은 게 여자의 심리 잖아요. 밤에 자기 전에 ‘루시는 어떤 기분이었을까’를 항상 생각해요. 무서운 게 한 번 몰입을 하면 잠이 들 때까지 거기서 헤어나오지를 못해요. 루시의 감정이 잠잘 때까지 이어져서 계속 슬퍼요.”
“성악을 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장난 아닌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그녀는 자유를 원했다. 그리고 성악대신, 각자의 음악색을 낼 수 있는 장점을 살려 클래식 전공자들로 이루어진 ‘바닐라루시’로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27년을 평범하게 살았는데 연예계에 들어오면서부터 모든 게 시작이었어요. 기다림을 배웠고, 예기치 못한 오해를 받고. 일이 잘 풀렸다가 다시 어그러졌다가…. 좌절의 시기가 많았는데 기다리니까 때가 오더라고요. 때가 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지금은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몸에서 사리가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배다해는 자신의 열애설, 솔로 활동을 위해 그룹을 탈퇴했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아”하고 말했던 것이 “어”, “허”하고 바뀐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배웠다.
“열애설은 제가 조심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풀고 싶은 오해는 ‘바닐라루시’ 탈퇴와 관련된 이야기에요. 전 정말 솔로로 활동할 생각이 없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객원보컬 이야기가 나오고 일이 진행이 되고 있었어요. 제가 알았을 땐 이미 모든 게 결정이 됐던 상황이라 되돌릴 수 있는 부분이 없었어요. ‘바닐라루시’ 활동맵에 집중한 상태라 솔로로 나와서 제가 당장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없었는데 제가 솔로활동을 위해 나온 것 처럼 되니까 마음이 많이 아팠죠. 그 시기에 정말 믿었던 사람이 저를 이용하려던 일도 있었고. 모든 게 한꺼번에 터졌어요. 정말 힘들 때 가족들과 제 팬들이 “진실을 보려고 하지 말고, 진심을 보려고 하세요”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됐어요. 그래서 견딜 수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진심은 통할 거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세상에 ‘훅’하고 나타난 것 같았던 배다해에게서 수 많은 생채기가 만들어낸 ‘뚝심’이 느껴졌다. “싸이 콘서트에서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며 ‘나도 저 무대에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는 그녀는 튼튼한 무대 욕심도 갖고 있다.
“공연을 즐기면서 보지를 못해요. 객석에서 다른 사람의 공연을 보고 있다는 게 슬퍼요. 나도 빨리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킬앤하이드> 김선영 배우의 무대를 보면서 처음으로 기립박수를 쳤던 기억이 나네요. ‘아, 뮤지컬은 정말 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도 같이 했어요. (웃음)”
이제 시작. 뮤지컬배우 배다해의 첫 작품 <셜록홈즈>의 과실은 천천히, 달콤하게 익어가는 중이다.
“일주일 휴가를 얻어서 뉴욕에 갔었어요. 브로드웨이 <오페라의 유령>을 보는데, ‘저기는 내 자리다’는 생각 밖에 안 들던데요. (웃음) 성악적이지 않은 소리로 대중들이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노래하고 싶어요. ‘브로드웨이, 그리고 한국 <오페라의 유령> 무대에 서는 게 제 꿈이에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디자인: 김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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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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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11.07.20
배다해님..처녀작..기대됩니다. 앞으로 승승장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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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님 2011.07.19
시즌제 뮤지컬이라ㅋ 특이하고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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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11.07.19
넬라판타지 또 듣고 싶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