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국투어콘서트 케이윌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가는 중"
작성일2012.04.16
조회수11,939
케이윌의 진가가 더욱 드러나는 요즘이다. 유머와 재치, 솔직함을 무기로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가수이기도 하지만, 노래 경영 프로그램에서 대선배님인 패티 김의 지명 콜로 무대에 서기도 하는, MR을 제거하면 흐트러짐 없는 완벽 라이브를 구사하고 있음이 더욱 입증되기도 하는 가창력을 무기로 한 매력적인 보컬로 더욱 단단히 서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말로도 ‘TV든 라디오든 틀면 나온다’며 버라이어티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는 오랜 시간 음악을 갈구했던 청소년, 데뷔 전 ‘김형수’의 모습을 잊지 않았고,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에 서 있는 동안에는 음악에 더해진 책임감도 깊게 느끼고 있는 프로의 모습이었다. 화창한 봄날에 핀 벚꽃이 예쁘다는 다소 여유만만한 기자의 끝 인사에 ‘멋진 30대를 만들어 갑시다’라고 화답하는 케이윌. 생애 첫 전국투어의 서울무대만을 남겨둔 그는, 그 다음의 새로운 무대와 도전으로 내달릴 생각이 여전히 가득하다.
사랑니 뽑은 것이 아직 아물지 않은 것 같다. 노래 하는 데는 지장이 없나?
순간적인 통증이 있을 때 말고는 노래할 때는 모르고 잊게 되어서 더 나은 것 같은데 말할 때 아직 부담스럽다. 다리를 다치면 걸을 때 불편하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뛰면 뛰어지지 않느냐.(웃음)
최근 투표 인증샷에서 보인 마스크도 발치 후 얼굴이 부어서였겠구나.
그렇다. 신비주의? 오버하는 것도 아니었다. (웃음)
요즘 특히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는 듯 하다.
앨범 활동을 계속 하면서 콘서트를 준비했고, 또 콘서트 지방 공연을 시작해서 더욱 그렇다. 휴가를 필요로 하는 정신상태다. (웃음) 이번 주에 그나마 쉴 수 있었는데 딱 사랑니를 뽑아서. (웃음)
첫 전국 투어 콘서트 중이다. 이미 3개 도시(부산, 대구, 대전) 공연을 마치고 서울만 남겨두고 있다.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공연은 많이 했지만 전국 투어는 처음 하는 거라서 무개념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부산이 첫 공연이었는데 생각 보다 많이 안 오시면 어쩌나 전날까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당일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기분 좋은 시작을 했다. 공연별로 지방색이 있다고들 했는데 그런 구분 없이 많이 성원해 주셔서 좋은 추억을 남긴 첫 전국 투어가 된 것 같다.
콘서트 구성이 궁금하다. 후기를 보니 퍼포먼스에 놀랐다는 관객들도 많았다.
공연에서 스물 다섯 곡에서 서른 곡 사이 노래를 하는데, 내가 발라드 가수 이미지이나 일단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하는 것을 준비 단계부터 가장 먼저 생각했다. 공연의 흐름이라는 게 있고, 발라드 곡이라 해도 너무 음악적인 것만 생각해서 네, 다섯 곡 연속으로 부르면 공연 보시는 분들이 집중하긴 힘들 것이다.
대중은 자비가 없고 잔인하다. 내가 관객 입장이 되면 똑 같은 것 같다. 듣고 싶은 노래를 해 주지 않으면 아무리 그 공연이 좋았어도 실망하게 된다. 스티비 원더 공연을 갔는데 ‘포 유어 러브(For your love)’를 안 불러서 그날 밤에 잠을 못 잤다. (웃음)
그래서 큰 공연을 할 때 나의 대표곡들을 당연히 다 불러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몇 년간 활동하다 보니 셋리스트가 제법 되지만, 발라드 곡들이 많다 보니, 아까 이야기한 공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발라드 가수이지만, 우리도 좀 신나야 하지 않나? 그렇지만 단순히 구색 맞추기 식은 싫어서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하기도, 퍼포먼스를 할 때는 제대로 하려 한다.
댄스에 대한 자신감이 과거보다 좀 커진 것 같다.(웃음)
방송과 공연은 다르니까. 콘서트는 아무래도 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오시니까 뭘 해도 성의는 알아봐 주시겠지,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벌써 콘서트를 4년 째 하다 보니 지난 번 무대에서는 했는데 이번에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것 때문에 부담감을 갖게도 되었다.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웃음) 여러가지 많이 준비 했는데, 그간 공연을 해 왔던 것이 자양분이 되어서 부산 공연에서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놀라신 분들도 많으신 것 같긴 하다.
전국 투어 콘서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도는 아니다. 언제부터 계획했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작년부터 나왔고, 크리스마스 공연 전에 해 볼 계획을 세웠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올해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서울 공연은 늘 만석이었고 반응이나 결과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 본격적으로 케이윌이 알려지고 활동하면서 거의 쉰 적이 없었다. 콘서트를 하는 상황에서도 굉장히 바쁘게 다른 일들이 진행되었고, 그런 삶들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전국 투어콘서트는 전혀 다른 공연이라고 머릿속으로 규정짓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눈 앞에 닥치니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
최근 미니앨범 ‘니가 필요해’가 큰 사랑을 받아 콘서트에 탄력이 붙은 것일 수도 있겠다.
밝고 리드미컬한 노래들이 생긴다는 건 앞으로 공연을 많이 하고자 하는 나에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다. 콘서트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을 직접 무대에서 뵙게 되는 자리에서 그런 곡들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 더 좋기도 하고.
운동선수들처럼 활동기간을 나는 시즌이라고 말하는데(웃음) 이번 앨범 발매 후가 정말 제일 바쁜 시즌이었다. TV를 틀면 내가 나왔으니까. 내가 틀어도 내가 나오고, 내가 녹화를 하고 있는데 내가 나오고, 생방을 하고 있는데도 다른 채널에서 내가 나오니까. 그 와중에 콘서트 준비를 해야 하니까 여러가지 상황에서 몸은 정말 힘들었다.
무리한 스케줄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인터뷰 할 때 제일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취미가 뭐에요?’ 하고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이다.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대답을 할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느냐. 이 두 질문들은 아무리 정리를 해 보려고 해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쉴 때 뭐 하는가, 취미가 무엇인가. 쉰다는 건 굉장히 갑작스럽게 오는데 친구들은 직장인들이거나 이미 결혼을 해서 같이 만나서 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TV 봐요, 인터넷에 제 이름 쳐 봐요, 그렇게 말하긴 너무 싫고.(웃음) 건실한 취미를 가져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또 아무리 생각해도 컨디션 관리를 할 수 없는 스케줄이, 나 뿐만 아니라 라이브를 하는 가수들 대다수의 삶이다. 우리나라처럼 라이브 무대에 많이 서야 하는 곳은 없을 거다. 음악 프로그램에만 나가도 리허설을 두 번씩 하니까. 거기에 라디오나 다른 일정도 있으니 하루에도 몇 십 번 라이브로 노래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컨디션 관리가 어렵고 걱정을 늘 많이 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많은 활동들이 그래도 가수 케이윌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엄살이 없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가 아프다고 하면 정말 아픈 것이다. (웃음) 그런데 주위에서는 좀 나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있다. 굉장히 어려운 미션을 성공해 놓으면 더 큰 미션들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투어 콘서트를 감행하고 있다.
늘 공연을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단발로 끝내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있었다. 솔로 가수다 보니 준비한 건 굉장히 많은데, 심지어 옷을 갈아입으려 무대 뒤로 들어가면 그 순간 무대는 비게 된다. 그 때 마다 게스트를 부를 수도 없고, 그래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영상을 찍어서 준비한다. 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이런 것들이 단발로 끝나니까 너무 아쉽고, 장기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 지금 전국 투어 무대는 그간 해 왔던 것을 총 망라하고 더 보완해서 공연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많이 노력했다.
앨범작업은 가수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노래하는 데 있어 대중적인 코드는 난 정말 모르겠다. 앨범을 발표하면서 ‘이 노래는 정말 잘 될거야’라고 생각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다. 그나마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는 정말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뜨거운 반응은 아니지만 천천히 오래 사랑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집 다음에 ‘러브 119’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후 스코어로 따지만 제일 인기를 얻지 못한 곡이 그 노래다. 물론 내 생각대로, 오랫동안 좋아해 주시는 곡이기도 하다.
심지어 ‘가슴이 뛴다’ 경우는 정말 하지 않겠다고 크게 주장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안 하면 어쩔 뻔 했어,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이 사랑해 주셨다.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와 그 당시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 사이에 갈등이 있겠다.
곡 복은 정말 많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불렀던 노래들은 다 좋은 노래들이었다. 심지어 1집 앨범에 수록된 열 곡을 모니터 해 보면 저마다 좋다는 곡이 다 달랐다. 그 때부터 좋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나름 나의 자부심이었다. 작년에 ‘가슴이 뛴다’를 반대했던 건 진지한 노래를 부른지 너무 오래되지 않았나, 했기 때문이다. 내 색깔이 진지한 음악 쪽에 있다면, 이젠 그걸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모니터링 결과 앞으로 밝은 노래가 계속 좋다고 나오면 진지한 노래는 하면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부딪혔던 것 같다.
‘니가 필요해’는 ‘가슴이 뛴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좀 더 남성다운, 좀 더 진지함이 있는 노래라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올 초, 왠지 모르게, 만 서른이 넘어서 그런지, 좀 깊은 노래들에 나의 감수성이 맞춰졌었다. 이번 앨범에 ‘내가 싫다’라는 노래가 있는데, 녹음하면서 펑펑 울기도 했다. 그래서 그 때는 그 노래를 하고 싶었었다.
가창력 면에서는 두 말 할 것도 없는, 탄탄하고도 매력 있는 보이스다. R&B 쪽으로 깊게 파고들 생각은 없는가.
그런 계획, 완전 갖고 있다. 또래 보컬들, 휘성, 태우 모두 엄청난 선배들이지만 비슷한 청소년기에 비슷한 음악을 듣고 자랐던 사람들이고, 그 중에서도 좀 더 음악을 파고 들었던 사람들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나도 그 중에 한 명인 것 같고. 90년대 팝, R&B를 너무나 좋아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내 색깔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눈물이 뚝뚝’을 부르기 전까지 R&B 가수라 부르셨는데 지금은 발라드 가수라고 일컬어 지고 있다. 한국적인 보컬이 됐다고 볼 수도 있겠고, 그래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더 갖췄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하고 싶은 음악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찾아갈 거예요, 가 아니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적인 인지도의 발라드 가수라.
언젠가 라디오에서 팝을 한 곡 부를 때가 있었는데, 니요 곡이었나? 노래 하면서 스스로가 굉장히 어색했었다. 계속 왜 이러지? 하는 생각에 노래를 다 하고도 좀 멍했었다. 김형수일 때는 가요보다 팝이 더 자연스럽고 익숙했는데 케이윌이 된 지금은 왜 이렇게 팝이 어색할까, 하고. 조금 더 프로가 되어간다는 느낌은 분명히 있지만,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욕구는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서른 둘의 나이, 어떤가?
시간이 너무 빨리 가고 있다. 서른 살이 될 때는 너무나 바빠서 시간이 지난 줄도 몰랐는데, 그러다 보니 서른 한 살이 될 때는 정말 안 좋았다. 와, 나 서른 한 살 되는 거야? 그러고. (웃음) 미치겠더라. 그런데 지금은 에이, 모르겠다, 하고 만다. 오히려 나이가 많아질수록 데뷔가 늦어서인지 또래 친구들보다 좀 어리게 보는 것도 있고.
가수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 볼 수도 있는가.
평생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게 모든 가수의 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물론 있다. 그런데 가끔은 ‘내 노래 지금 부르기도 굉장히 어려운데, 과연 언제까지 내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키를 낮춰 부르거나, 그러기는 싫고. 자존심이다. (웃음)
지금은 음악을 대함에 있어 책임감도 있고, 여러가지 부담이 있지만 삶이 좀 여유로워지면 음악을 대하는 내 마음도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그러면 다른 차원의 음악을 할 수도 있겠고, 똑같은 노래를 부르더라도 40대의 케이윌이 부르는 노래는 분명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가수 케이윌이라면, 뭔가 또 다른 이름을 가질 수 있지도 않을까, 하고.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인의 말로도 ‘TV든 라디오든 틀면 나온다’며 버라이어티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는 오랜 시간 음악을 갈구했던 청소년, 데뷔 전 ‘김형수’의 모습을 잊지 않았고,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에 서 있는 동안에는 음악에 더해진 책임감도 깊게 느끼고 있는 프로의 모습이었다. 화창한 봄날에 핀 벚꽃이 예쁘다는 다소 여유만만한 기자의 끝 인사에 ‘멋진 30대를 만들어 갑시다’라고 화답하는 케이윌. 생애 첫 전국투어의 서울무대만을 남겨둔 그는, 그 다음의 새로운 무대와 도전으로 내달릴 생각이 여전히 가득하다.
순간적인 통증이 있을 때 말고는 노래할 때는 모르고 잊게 되어서 더 나은 것 같은데 말할 때 아직 부담스럽다. 다리를 다치면 걸을 때 불편하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뛰면 뛰어지지 않느냐.(웃음)
그렇다. 신비주의? 오버하는 것도 아니었다. (웃음)
앨범 활동을 계속 하면서 콘서트를 준비했고, 또 콘서트 지방 공연을 시작해서 더욱 그렇다. 휴가를 필요로 하는 정신상태다. (웃음) 이번 주에 그나마 쉴 수 있었는데 딱 사랑니를 뽑아서. (웃음)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공연은 많이 했지만 전국 투어는 처음 하는 거라서 무개념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부산이 첫 공연이었는데 생각 보다 많이 안 오시면 어쩌나 전날까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당일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기분 좋은 시작을 했다. 공연별로 지방색이 있다고들 했는데 그런 구분 없이 많이 성원해 주셔서 좋은 추억을 남긴 첫 전국 투어가 된 것 같다.
공연에서 스물 다섯 곡에서 서른 곡 사이 노래를 하는데, 내가 발라드 가수 이미지이나 일단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하는 것을 준비 단계부터 가장 먼저 생각했다. 공연의 흐름이라는 게 있고, 발라드 곡이라 해도 너무 음악적인 것만 생각해서 네, 다섯 곡 연속으로 부르면 공연 보시는 분들이 집중하긴 힘들 것이다.
대중은 자비가 없고 잔인하다. 내가 관객 입장이 되면 똑 같은 것 같다. 듣고 싶은 노래를 해 주지 않으면 아무리 그 공연이 좋았어도 실망하게 된다. 스티비 원더 공연을 갔는데 ‘포 유어 러브(For your love)’를 안 불러서 그날 밤에 잠을 못 잤다. (웃음)
그래서 큰 공연을 할 때 나의 대표곡들을 당연히 다 불러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몇 년간 활동하다 보니 셋리스트가 제법 되지만, 발라드 곡들이 많다 보니, 아까 이야기한 공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발라드 가수이지만, 우리도 좀 신나야 하지 않나? 그렇지만 단순히 구색 맞추기 식은 싫어서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하기도, 퍼포먼스를 할 때는 제대로 하려 한다.
방송과 공연은 다르니까. 콘서트는 아무래도 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오시니까 뭘 해도 성의는 알아봐 주시겠지,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벌써 콘서트를 4년 째 하다 보니 지난 번 무대에서는 했는데 이번에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것 때문에 부담감을 갖게도 되었다.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웃음) 여러가지 많이 준비 했는데, 그간 공연을 해 왔던 것이 자양분이 되어서 부산 공연에서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놀라신 분들도 많으신 것 같긴 하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작년부터 나왔고, 크리스마스 공연 전에 해 볼 계획을 세웠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올해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서울 공연은 늘 만석이었고 반응이나 결과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 본격적으로 케이윌이 알려지고 활동하면서 거의 쉰 적이 없었다. 콘서트를 하는 상황에서도 굉장히 바쁘게 다른 일들이 진행되었고, 그런 삶들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전국 투어콘서트는 전혀 다른 공연이라고 머릿속으로 규정짓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눈 앞에 닥치니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
밝고 리드미컬한 노래들이 생긴다는 건 앞으로 공연을 많이 하고자 하는 나에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다. 콘서트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을 직접 무대에서 뵙게 되는 자리에서 그런 곡들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 더 좋기도 하고.
운동선수들처럼 활동기간을 나는 시즌이라고 말하는데(웃음) 이번 앨범 발매 후가 정말 제일 바쁜 시즌이었다. TV를 틀면 내가 나왔으니까. 내가 틀어도 내가 나오고, 내가 녹화를 하고 있는데 내가 나오고, 생방을 하고 있는데도 다른 채널에서 내가 나오니까. 그 와중에 콘서트 준비를 해야 하니까 여러가지 상황에서 몸은 정말 힘들었다.
인터뷰 할 때 제일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취미가 뭐에요?’ 하고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이다.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대답을 할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느냐. 이 두 질문들은 아무리 정리를 해 보려고 해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쉴 때 뭐 하는가, 취미가 무엇인가. 쉰다는 건 굉장히 갑작스럽게 오는데 친구들은 직장인들이거나 이미 결혼을 해서 같이 만나서 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TV 봐요, 인터넷에 제 이름 쳐 봐요, 그렇게 말하긴 너무 싫고.(웃음) 건실한 취미를 가져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또 아무리 생각해도 컨디션 관리를 할 수 없는 스케줄이, 나 뿐만 아니라 라이브를 하는 가수들 대다수의 삶이다. 우리나라처럼 라이브 무대에 많이 서야 하는 곳은 없을 거다. 음악 프로그램에만 나가도 리허설을 두 번씩 하니까. 거기에 라디오나 다른 일정도 있으니 하루에도 몇 십 번 라이브로 노래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컨디션 관리가 어렵고 걱정을 늘 많이 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엄살이 없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가 아프다고 하면 정말 아픈 것이다. (웃음) 그런데 주위에서는 좀 나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있다. 굉장히 어려운 미션을 성공해 놓으면 더 큰 미션들이 주어진다.
늘 공연을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단발로 끝내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있었다. 솔로 가수다 보니 준비한 건 굉장히 많은데, 심지어 옷을 갈아입으려 무대 뒤로 들어가면 그 순간 무대는 비게 된다. 그 때 마다 게스트를 부를 수도 없고, 그래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영상을 찍어서 준비한다. 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이런 것들이 단발로 끝나니까 너무 아쉽고, 장기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 지금 전국 투어 무대는 그간 해 왔던 것을 총 망라하고 더 보완해서 공연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렇다. 노래하는 데 있어 대중적인 코드는 난 정말 모르겠다. 앨범을 발표하면서 ‘이 노래는 정말 잘 될거야’라고 생각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다. 그나마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는 정말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뜨거운 반응은 아니지만 천천히 오래 사랑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집 다음에 ‘러브 119’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후 스코어로 따지만 제일 인기를 얻지 못한 곡이 그 노래다. 물론 내 생각대로, 오랫동안 좋아해 주시는 곡이기도 하다.
심지어 ‘가슴이 뛴다’ 경우는 정말 하지 않겠다고 크게 주장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안 하면 어쩔 뻔 했어,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이 사랑해 주셨다.
곡 복은 정말 많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불렀던 노래들은 다 좋은 노래들이었다. 심지어 1집 앨범에 수록된 열 곡을 모니터 해 보면 저마다 좋다는 곡이 다 달랐다. 그 때부터 좋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나름 나의 자부심이었다. 작년에 ‘가슴이 뛴다’를 반대했던 건 진지한 노래를 부른지 너무 오래되지 않았나, 했기 때문이다. 내 색깔이 진지한 음악 쪽에 있다면, 이젠 그걸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모니터링 결과 앞으로 밝은 노래가 계속 좋다고 나오면 진지한 노래는 하면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부딪혔던 것 같다.
‘니가 필요해’는 ‘가슴이 뛴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좀 더 남성다운, 좀 더 진지함이 있는 노래라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올 초, 왠지 모르게, 만 서른이 넘어서 그런지, 좀 깊은 노래들에 나의 감수성이 맞춰졌었다. 이번 앨범에 ‘내가 싫다’라는 노래가 있는데, 녹음하면서 펑펑 울기도 했다. 그래서 그 때는 그 노래를 하고 싶었었다.
그런 계획, 완전 갖고 있다. 또래 보컬들, 휘성, 태우 모두 엄청난 선배들이지만 비슷한 청소년기에 비슷한 음악을 듣고 자랐던 사람들이고, 그 중에서도 좀 더 음악을 파고 들었던 사람들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나도 그 중에 한 명인 것 같고. 90년대 팝, R&B를 너무나 좋아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내 색깔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눈물이 뚝뚝’을 부르기 전까지 R&B 가수라 부르셨는데 지금은 발라드 가수라고 일컬어 지고 있다. 한국적인 보컬이 됐다고 볼 수도 있겠고, 그래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더 갖췄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하고 싶은 음악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찾아갈 거예요, 가 아니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팝을 한 곡 부를 때가 있었는데, 니요 곡이었나? 노래 하면서 스스로가 굉장히 어색했었다. 계속 왜 이러지? 하는 생각에 노래를 다 하고도 좀 멍했었다. 김형수일 때는 가요보다 팝이 더 자연스럽고 익숙했는데 케이윌이 된 지금은 왜 이렇게 팝이 어색할까, 하고. 조금 더 프로가 되어간다는 느낌은 분명히 있지만,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욕구는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고 있다. 서른 살이 될 때는 너무나 바빠서 시간이 지난 줄도 몰랐는데, 그러다 보니 서른 한 살이 될 때는 정말 안 좋았다. 와, 나 서른 한 살 되는 거야? 그러고. (웃음) 미치겠더라. 그런데 지금은 에이, 모르겠다, 하고 만다. 오히려 나이가 많아질수록 데뷔가 늦어서인지 또래 친구들보다 좀 어리게 보는 것도 있고.
평생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게 모든 가수의 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물론 있다. 그런데 가끔은 ‘내 노래 지금 부르기도 굉장히 어려운데, 과연 언제까지 내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키를 낮춰 부르거나, 그러기는 싫고. 자존심이다. (웃음)
지금은 음악을 대함에 있어 책임감도 있고, 여러가지 부담이 있지만 삶이 좀 여유로워지면 음악을 대하는 내 마음도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그러면 다른 차원의 음악을 할 수도 있겠고, 똑같은 노래를 부르더라도 40대의 케이윌이 부르는 노래는 분명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가수 케이윌이라면, 뭔가 또 다른 이름을 가질 수 있지도 않을까, 하고.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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