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집으로 오세요] 유지태 “난 마이너리티 연기자”
큰 키, 왠지 속을 알 수 없을 거 같은 눈동자, 차분하지만 엉뚱한 면도 다분한 성격. 배우 유지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그리고 실제 그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나가서 인터뷰 하는 게 어때요? 담배도 좀 피고 커피도 마시고”라며 애초 인터뷰 장소였던 극장 안에서 성큼 빠져나갔다. 따뜻한 봄 날씨, 세실 극장 앞 계단에 편안하게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니 어두운 극장 안 보다야 탁월한 선택이다.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휴대폰 사진을 찍어도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아 보인다.
유지태는 질문에 대한 답을 길게 하지 않는다. 지난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 제작발표회 때의 모습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게 진짜 그의 모습 같다. 간혹 보여주는 유머와 엉뚱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니 아쉬움을 덜 수 있었다.
“공연 봤어요? 요즘 제 연기가 잘 안 되더라고요” 인터뷰가 시작하기도 전에 그가 출연하고 제작하는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를 봤는지부터 확인한다. 바로 전날 봤다고 하자 “어제는 특히 안 됐는데..”하며 슬쩍 난감해 한다. 사실 이번 그의 연극을 본 관객들은 ‘재미있고’ ‘유머러스하고’ ‘수다스러운’ 그의 캐릭터에 적응해야 했을 지도 모른다. 특히 극 초반 어린 귀신들과 천진하고 재미있게 노는 장면 등은 그가 평소에 영화에서 보여주던 캐릭터와는 상당히 다르고 멀다(‘올드보이’나 ‘남극일기’ 등을 생각해 보라)
하지만 그는 결국 작품의 여러 캐릭터들과 화합하며 재미있고 독특한 연극을 만들어냈고, ‘인우’라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여기에는 처음으로 창작 연극에 참여한 이지나 연출의 힘과 유지태 자신의 열정이 작용했을 거다.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에서 인우 캐릭터가 지금껏 유지태씨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안 하던거 하려니까 재미있다. 귀염떨고 수다떨고…아주 재미있다(웃음).
객석의 호응이 높더라.
그런데 안 높을 때도 있다. 특히 남자관객들은 “쟤 뭐하는 거야”라면서 본다.
인우 캐릭터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
인우는 귀신이기도 하고, 정령, 사자, 꽃집 아저씨이기도 하다. 사실 나도 연기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지 고민 많았다. 이건 리얼리티도 아닌 거 같고…. 그래서 그냥 열어놓고 했다. 그러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다.
배우로서 고생이 많았을 거 같다.
고생보다는 고민을 많이 했다. 될까 안 될까..이런 저런 고민 말이다. 창작이다 보니 각본이 완전히 완성된 게 일주일 전이었다. 그게 좀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내 스스로 무대에 익숙하지 않을 거 같아서 연습을 많이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작품평은 나쁘지 않아 감사하다.
소재가 상당히 독특하다. 귀신, 굿 등이 등장한다.
처음 귀신 소재는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굿은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극을 풀다 보니 등장하게 됐다. 난 원래 예수쟁이다. 예수쟁이가 굿을 소재로 풀다니 재미있는 경험이다(웃음).
한편으로는 나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아이의 간을 먹이려 한다는 자극적인 이야기도 있다.
사실 아이 간 이야기도 나중에 생각해서 넣은 거다. 엄마는 나병에 걸린 아이를 살리기 위해 온갖 발악을 한다. 이러다 보니 위압적인 내용도 등장하고 중간에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 간을 먹으면 나병이 낫는다는 속설을 첨가했다.
이지나 연출은 창작 연극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분과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예전에 이지나 연출의 클로져란 연극을 봤다. 굉장히 감각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굿바디를 보고 너무 좋아서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 우리 스텝 중에도 이지나 선생님 팬이 있어서 함께 하고 됐다. 함께 작업을 해보니 내가 너무 좋아하게 됐다. 시원시원하고 명확하고..굉장히 착한 분이다.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는 [육분의 륙]에 이어 두번째 제작이다. 유지태씨처럼 소위 무비스타가 연극 제작을 하는 게 흔치는 않다.
사실 연극 제작은 고집이나 신념보다는 나의 개발을 위해 하는 거다. 연기를 통해 나를 발전시키고 싶어서다. 제작은 공연계에서 좀 더 나은 시스템을 세우는 데 약간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 말인가.
이런 거 있지 않나. 극장 대관이 어려워서 무대 셋업을 다 못하고 무대에 올린다던가, 연습과정에서 너무 짧은 연습시간으로 공연만을 올리려고 한다던가. 돈만을 목적으로 너무 자주 공연을 올린다던가. 나는 무대 셋업을 조금 길게 잡으려고 노력했다. 기부도 좀 하고..
그래도 이번 공연 인기가 많은데 수익을 기대하지 않나.
수익이 있을까? 아직 초반이라 관객이 많긴 한데….5월에 가면 관객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송에 나가서 연극 홍보는 안 하나.
방송은 영화가 개봉할 때도 잘 안 한다. 이번에 황진이도 방송은 거의 안 할 거 같다. 방송은 영화 작품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가십거리에 집중하는 게 심하다. 연극/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말할 수 있는 매체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됐다.
평소 성격이 어떻다는 소리를 듣나.
이상하다는 소리는 많이 듣는다(웃음). 소심한 게 아닌가 한다. 좀 더 넓게 생각하지 못하는 게 있다. 뭐….내 스스로 마이너적 기질이 강한 걸 보니까 대중적으로 잘 풀리긴 힘들겠다…이런 생각은 든다(웃음).
유지태씨는 이미 대중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나.
앞으로 말이다. 지금은 내 이미지 때문에 사랑을 받아와서 감사 하지만…현재의 마이너적 행동으로는 앞으로 대중에게서 멀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웃음).
그래도 상 받는 영화는 모두 유지태가 나온다는 소리가 있다.
나만 제외하고 상을 받는다(웃음). 내가 아직 받을 때가 아니라서라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나 연극 하는 사람들한테 상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 인정받는 거 보다 생산을 해 내는 게 중요하니까.
향후 연극 제작 계획은 있나
지금처럼 잘 맞아지면 하는거고, 아니면 못하는 거다. 꼭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은 사실 없다.
또 다르게 구상 중인 작품이 있다면.
조선시대 계급 사회에서 선비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선비 자격증을 땄는데 계급사회가 무너져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진다는, 아주 허무한 연극을 올릴까 생각 중이다.
인터뷰 중 그는 자신의 마이너적 기질로 대중과 멀어질 거 같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 그 말대로 그의 현재 동태는 대중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따라가진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정과 솔직함,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욕망이 언제나 그 ‘유지태’로 남아있게 할 거 같다. 거의 확신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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