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각 "첫 단독콘서트, 내게는 새로운 도전"

허각을 설명할 때는 그저 '가수'라는 말로 충분하다. 작곡·연주 실력이 있는 것도, 수려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슈퍼스타K'에서 풍부한 감성을 담은 목소리 하나만으로 우승을 거뒀고, '불후의 명곡' 등 뒤이은 무대에서도 오직 '노래' 하나만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줬다.

실제로 만나본 그의 인상은 방송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그의 태도는 솔직했고, 거창한 수사를 곁들이지 않았다. 첫 단독콘서트에 대해 묻자 "잘 안 될 수도 있다"며 현실적인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믿음직한 책임감을 보였다. 그의 첫 콘서트가 어떻게 펼쳐질지, 이후 행보는 어떻게 이어질지 새삼 궁금해지는 만남이었다.

'슈퍼스타 K' 출연 이후 벌써 3년이 지났어요. 그간 자신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지난 3년 동안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답했어요. 인생이 달라졌다, 직업이 바뀌고 삶이 180도 달라졌다고. 그랬는데 3년이 지나고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슈퍼스타K' 우승자에서 가수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 같아요. 아직 모자라고 많이 배워가고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행복해하면서 가수라는 직업에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프로가수로서 활동하면서 노래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나요? 마냥 좋아서 부르던 때와는 다를 것 같은데요.
솔직히 저도 사람이니까 공연을 하다 보면 싫증날 때도 있고, 짜증날 때도 있어요. 근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달라져요. 행복해지죠. 저도 그게 좀 신기해요. 아직까지도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할 때가 가장 좋으니까. 오늘은 좀 쉬고 싶다, 하다가도 막상 무대에 올라가거나 방송을 시작하면 너무 행복해요. 가수가 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노래 부를 때의 기분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매니저에게 항상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내일 당장 내 목에 이상이 생겨서 노래를 못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물론 지금 당장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정말 노래를 못 하게 되면 그 전날까지 무대에서 열심히 노래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무대에서는 굉장히 집중해서 최선을 다 하죠.

'슈퍼스타K'는 요즘도 계속 챙겨 보세요?
전 다 봤죠. 재미있게 봤고, 지금도 보고 있어요. 꼭 우리 시즌뿐 아니라 시즌 3, 4때 나왔던 친구들과도 어느 정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고.

출연자 중 부러운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었나요?
글쎄요. 사람마다 가지각색의 재능이 있기 때문에...굳이 꼽자면 잘생긴 분들의 외모를 좀 뺏고 싶고(웃음) 악기 연주도 부러워요. 요즘 나오는 분들은 다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데 저는 잘 못하니까 그게 제일 부러운 것 같아요. 기타나 피아노를 들고 나올 줄 아는 친구들. 언젠가 저도 할 거니까 기대해주세요(웃음).

그렇지 않아도 악기연주나 작곡을 공부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부터 많이 하셨던데요.
지금은 작사, 글을 많이 쓰고 있어요. 신혼집이 생긴 지 얼마 안돼서 미디 장비를 얼른 구입해야 돼요. 그래서 작곡가 친구들한테 작곡도 배우고 악기도 배워야죠. 근데 제가 바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그럴 시간이 사실 많이 없어요. 만약 공백기가 있다면 바로 배우고 싶어요.

글은 어떤 것들을 쓰나요.
지난 기억들, 그리고 길을 지나가다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것들. 예를 들어 혼자 길을 걷고 있는데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면 생각에 잠기게 되더라고요. 그 때마다 휴대폰 메모장에 생각을 적어두기도 하고. 다 조합해 놓으면 말도 안 되지만, 작곡가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와, 이 부분은 좋아요' 하는 것들이 몇 개씩 있긴 한 것 같아요. 아직은 그냥 막 쓰고 있어요. 영화를 보다가도 떠오르면 적고, 게임을 하다가 생각나면 적고, 그때그때 반짝하고 떠오르는 것들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많이 해야죠. 전 아직 멀었어요. 나이는 이제 서른 줄이 됐는데. 노력해야죠.

다른 가수들의 노래 가사나 책 같은 것도 더 눈여겨보게 되었겠네요.
네. 원래 책 읽는 걸 되게 싫어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어떤 책이든 조금씩 더 보게 돼요. 심지어 화장실 벽에 붙어 있는 글귀에도 눈이 갈 정도에요. 제가 어릴 때 노래를 배운 적이 없다 보니 노래 부를 때의 감정은 100% 가사에 치중해서 나오거든요. 가사를 들었을 때 딱 좋으면 그 노래가 너무 좋아요.


단독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간 전국 곳곳에서 무대에 올라왔잖아요. 무대마다 객석의 분위기도 다 다르죠?
그렇죠. 무대마다 관객들의 수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양하고, 그 분위기에 따라 선곡도 달라져요. 예를 들어 기업 임직원 행사에 가면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많으니까 제가 막 신나게 노래하더라도 (분위기에) 약간 무게감이 있잖아요. 그럴 땐 '불후의 명곡'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김수희 선생님의 '멍에'라든가 '눈물 젖은 두만강'으로 선곡을 바꾸기도 하니까. 어린 친구들이 많은 경우에는 '하늘을 달리다' '1440'을 많이 부르는 편이고, 중장년층 어머니들은 드라마 때문인지 '나를 잊지 말아요'를 굉장히 좋아하시거든요. 이렇게 현장 분위기에 따라서 선곡이 바뀌기도 하고, 그날그날 제 기분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그러니까 좋죠. 행복하죠. 매번 똑 같은 무대가 아니니까. 또 제가 언제 그 자리에 가서 그 분들을 다시 만나겠어요.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정해진 틀에 따라 노래하는 편은 아니에요. 세 곡을 해야 하면 여섯 곡 하고, 대학 축제 가면 분위기가 대단하잖아요. 네 곡 다섯 곡 하기로 했는데 열 곡 할 때도 있고.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을 꼽는다면요.
절대 제 콘서트 장소를 홍보하는 건 아닌데(웃음) 연세대학교 축제를 간 적이 있어요 2만 여명의 관객들이 있었는데 대단했어요. 그분들이 '하늘을 달리다'를 떼창으로 불러주시는데 그 자리에 서 있는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고 행복하더라고요. 물론 무대마다 다 행복하지만, 그 때는 정말 소름이 많이 돋았어요. 얼마 전 드림콘서트에서도 관객 분들이 '1440'을 다 따라 불러주셨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호응을 받을 때마다 너무 좋아요. 그냥 가기 미안하니까 더 하고 싶고,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가요. 매니저한테는 미안하죠. 퇴근시간이 늦어지니까(웃음).

이번 단독콘서트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더 보이스(THE VOICE)' 라는 컨셉으로 보여주는 무대보다는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내가 노래를 함으로써 관객분들이 각각의 노래, 사연,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게끔 하는 무대, '힐링'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컨셉이에요.

음악적으로 새롭게 시도하는 것도 있나요?
사실 저한테는 이 콘서트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죠. 부담감이 굉장히 커요. 결혼식을 하면서도 계속 (결혼식이) 끝나면 콘서트를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한 곡 한 곡 매 무대마다 저한테는 도전이고 새로운 시도에요. 재미있으실 거에요.

연말에 공연이 무척 많아요. 그 중 허각 콘서트만이 가진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게스트가 강하다는 것?(웃음) 농담이고요, 솔직히 장점을 막 꼽을 수가 없는 게, (단독공연을) 해봤어야 말이죠. 제 입으로 막 자랑해놨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해요. 근데 자신은 있어요. 3일 동안 공연 보신 분들이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가실 수 있도록 만들 자신이 있어요. 어느 인터뷰에서도 얘기했는데, 콘서트의 큐시트도 그대로 따라가지 않을 거에요. 저한테는 관객 분들이 듣고 싶은 노래를 불러드리는 게 당연하거든요. 정해진 노래만 딱 하고 끝내기에는 아쉽잖아요. 비싼 돈 주고 보러 오시는 건데. 그게 강점이라면 강점이에요. 보러 오세요(웃음).


이제 데뷔 3년째에요. 앞으로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직업적으로는 계속 노래를 하고 있겠죠. 그건 믿어 의심치 않아요. 제가 싱어송라이터가 돼 있을 거라고는 말을 못 하겠지만, 한 회사의 보컬리스트로서 계속 노래하고 있을 것 같아요. 제 인생에 있어서는 이제 한 여자의 남편이 됐으니 그 때는 아이의 아빠가 돼 있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하고 싶고, 행복해져 있을 것이고. 다 잘 돼 있을 거에요. 에이큐브라는 회사도 점점 더 커져서 지금 제 매니저인 친구가 매니지먼트 회사의 대표가 돼 있을지도 모르죠. 다 잘 돼 있을 거에요.

낙천적인 편인가요?
아뇨. 지극히 현실적인 편이에요. 긍정적이 되려고 노력은 하지만. 근데 많은 사람들이 저를 부정적이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지만, 어떤 일을 할 때는 완전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거든요.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10년 후의 나는 잘 돼 있을 테지만, 당장 내일 아침 목소리가 안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산다는 거죠. 굉장히 현실적인 편이에요.

혹시 노래 말고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노래를 더 해야 돼요(웃음). 가수로서 아직 안 한 게 너무 많아요. 공연도 더 해야 되고. 특별히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은 아직 없어요.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하겠지만 저는 아직 노래에 더 목이 말라요. 이제 데뷔 3년 만에 첫 콘서트를 하는데 다른데 다니면서 소극장이든 .. 규모는 신경 안 써요. 스피커 두개랑 마이크만 있어도. 돌아다니면서 공연도 더 해보고 싶고.. 노래 쪽으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그간 듀엣곡을 여러 곡 발표했잖아요.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를 꼽는다면요.
린 누나 목소리를 되게 좋아해서 린 누나와도 해보고 싶고, 임창정 형, 이승철 형님과도 해보고 싶고…많죠. 기회가 있으면 다 해보고 싶죠. 에이핑크 동생들이랑도 각자 한 명씩 해보고 싶고. 너무 많아요. 노래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콘서트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데뷔한지 3년 만의 첫 단독콘서트인데,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래할 거니까 기대해주시고, 새 노래 나올 때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부를 테니 많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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