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돌아온 거미, “이제는 더 진하고 깊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겨”

R&B를 바탕으로 본인만의 독특한 색깔을 그려온 가수 거미가 두 번째 미니 앨범 <사랑했으니..됐어>를 가지고 4년만에 돌아왔다. 그 동안 드라마 OST에서만 간간히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좀 더 대중과 친밀하게 호흡하길 원하는 거미와 이번 앨범에 대해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30대가 되어 좀 더 진하고 깊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하는 거미는 천생 가수다.
 
Q. 4년 만에 미니 앨범을 가지고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먼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요.
일본에서 두 장의 미니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했고, 한국에서는 드라마 OST, 프로젝트 앨범 및 콘서트 등으로 바쁘게 지냈어요. 음악 작업 외에 개인적으로 쉬면서는 운동을 좋아해서 헬스를 하거나, 산에 가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워낙 걷는 걸 좋아해 시간이 나면 이곳 저곳 다니면서 걷곤 해요.

Q. 정규앨범으로 발표하려고 했었던 노래들이 있었는데 포기하고 다시 작업을 했다고 들었어요.
요즘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은 가수에게만 소장하는 의미가 된 것 같아요. 정규 앨범이든 미니 앨범이든 오랜만의 앨범으로 팬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벅차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수록곡 하나하나에 애정을 듬뿍 담아 준비한 앨범이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에요.

Q. 이번 미니 앨범은 자켓 사진만 보더라도 평소가 우리가 알던 거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데요. 이번 <사랑했으니..됐어>는 어떤 앨범인가요?
<사랑했으니..됐어>는 여섯 색깔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에요. 이별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애잔한 곡들부터 사랑을 통한 행복한 감정들을 담은 밝은 곡들 등 여러 가지 장르가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은 구성이 매력적인 앨범입니다. (웃음)

Q. 음악적으로 이 전 앨범과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그동안 보여드렸던 앨범과 크게 다른 시도를 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다만, 곡의 분위기에 따라 표현법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죠. 예전에 느꼈던 사랑이나 이별에 관한 감정이 달라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래의 표현법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Q. '사랑했으니..됐어'를 타이틀곡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저와 호흡이 잘 맞는 김도훈 작곡가가 만든 곡에 오랜 친구 휘성이 만든 가사를 붙인 '사랑했으니..됐어'는 이 한 곡을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앨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곡이에요. 이별을 덤덤히 표현한 가사와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기승전결을 고루 담은 멜로디가 잘 어우러지고,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한 그런 상반되는 이미지가 함께 느껴지는 곡이라서 타이틀로곡으로 선택했지요. 노래 자체는 슬프지만 절규하거나 울고 싶지 않았어요.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한 곡이에요.

Q. 이별 노래들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본인 노래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어떤건가요?

모든 노래가 애착이 가지만 저랑 가장 닮아 있는 곡을 꼽는다면 ‘기억 상실’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 대부분의 곡들이 사랑 이야기라 공감이 가지만 ‘기억 상실’이란 곡 속의 주인공은 견딜 수 없이 아파하고 무너지기도 하는 등 이별을 아프게 느끼는 모습이 저와 닮아 있는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에 자작곡 ‘사랑해주세요’는 개인적으로 축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워낙 축가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제 노래를 부르자니 이별 노래가 많아서 축가로 부를 수 있을만한 사랑 노래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사랑해주세요’를 만들게 되었어요. 굉장히 아름다운 사랑 노래인데도 결국은 눈물이 나는 분위기의 곡이 되어버리긴 했어요. (웃음)


Q. JYJ 박유천 씨가 ‘놀러가자’ 피처링을 해주셨는데요. 함께 작업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이 곡은 다른 친한 남자 가수한테 주려고 했던 곡인데, 자기는 안 어울리겠다고 해서, ‘내가 불러야겠다‘ 생각한 곡이에요. 노래에 달콤한 보이스의 남자 나레이션이 필요해서 유천씨에게 제안을 드렸고 그 당시 드라마 <쓰리데이즈> 촬영으로 바쁜 중에도 흔쾌히 응해주셨죠. 그런데 유천씨와 같이 녹음실에서 노래를 듣다가 여자와 남자가 함께 부르는 멜로디를 같이 입혀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그래서 나레이션 뿐만 아니라 피처링 작업까지 함께하게 되었죠. 정말 유쾌한 작업이었어요. (웃음)

Q. 앨범 발매 전에 새로 둥지를 튼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하는 청음회를 열었는데, 노래를 들어본 식구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주던가요?

우선 전반적으로 노래가 좋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웃음) 가수 분들은 음악적인 느낌에 관한 부분들에 얘기해 주셨다면, 배우 분들은 딱 노래를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과 같은 예술적인 부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했죠.

Q. 2003년에 데뷔하여 이제는 10년이 넘은 탄탄한 경력의 중견가수에요.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20대와는 사뭇 다른 감성을 느끼실 것 같은데요.

30대가 되어서 감성의 큰 변화가 있다기보다는 20대 때 표현했던 감성들보다 좀 더 진하고 깊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변화인 것 같아요. 이 전에는 감정 변화에 각박했다면, 이제는 마음을 좀 놓게 되는 것 같아요.

Q. 지난 5월에 <불후의 명곡> 가족특집에 어머니와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 외모뿐만 아니라 어머니에게 재능을 많이 물려 받으신 것 같아요.
워낙 외모도 닮았고, 엄마께서 노래를 잘하세요. (웃음) 그런 재능을 물려주셔서 전 너무 감사하죠. 데뷔 때부터 어머니와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불후의 명곡>을 통해 어머니와 소중한 추억이 생겨서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엄마와 함께 또 무대에 서고 싶어요.



Q. 다음 달에는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요. 어떤 무대를 보여줄 예정인가요?
이번 콘서트는 ‘어쿠스틱’이란 테마로 꾸며질 예정이에요. 사실 어쿠스틱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설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돼요. 아무래도 저의 목소리가 더 가깝게 들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Q. 혹시 노래 말고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새로 옮기신 소속사에는 연기자들이 많은데요. 연기에 도전 하고픈 생각은요?

영화라는 콘텐츠가 참 매력적이라고 느끼곤 해요. 좋은 기회가 된다면 연기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노래도 연기의 일종이고, 연결된 예술 분야 인 것 같아요. 솔직함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라면 한번 해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콘서트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어쿠스틱한 느낌으로 가득한 공연으로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 드릴게요! 7월 19일에 만나요.

글: 강진이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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