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카, "나는 사실 K팝 팬. 특히 인디씬에 관심 많아"
작성일20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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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는 열정적인 한국인들 때문
Q. 한국을 자주 찾는다. 계속 오게 만드는 한국만의 매력이 있나
솔직하게 대답하자면 관객과 팬들 때문이다. 한국의 관객은 내가 여태껏 공연한 중 가장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관객 중 하나다. 그리고 그렇게 음악에 모든 것을 맡기는 듯한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매번 서울에서 공연했을 때 놀라웠던 것은 공연이 늘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일찍 끝나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항상 서울에서 했던 공연은 강렬하고 진지했다. 그리고 늘 행복한 곡만 하는 것도 아닌데, 조금 무거운 노래를 할때에도 그 진지하고 강렬한 느낌은 공연 내내 지속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한국의 관객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한국인들은 굉장히 정이 많고 따뜻하다. 그래서 비록 한국에 아는 사람이 많이 없더라도 늘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친구를 만들기가 쉬운 것 같고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Q. 어떤 점이 한국 팬들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하나. 한국 언론은 당신을 제2의 프레디 머큐리, 조지 마이클이라고 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혹시 그런 점이 작용했을까. 특히 한국 사람들은 프레디 머큐리를 정말 좋아한다.
사실 프레디 머큐리 팬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프레디 머큐리와 비교되는 것은 분명 내 커리어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와 종종 비교되는 부분은 내가 멜로디에 중점을 둔 팝 음악을 만든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를 치면서 작곡을 하고 클래식 음악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실 나는 프레디 머큐리와 굉장히 다르지만 내가 작곡하고 작사하는 곡들에서 그와 비슷한 부분을 많이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내 음악을 규정하자면 팝 음악이긴 하지만, 여러 장르의 스타일을 조금씩 섞은 음악이다. 그리고 내 노래 중에는 피아노 선율에 무게를 실은 팝 노래가 많은데 특히 한국 팬들은 이런 멜로디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덧붙이자면 나는 ‘빛’과 ‘어둠’이 같이 공존하는 노래를 자주 작곡하고 또 경쾌한 멜로디 밑에 어딘지 모를 슬픔이 깔려있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한국 팬들은 이런 부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내 음악의 어떤 부분이 한국 팬들을 사로잡았는지는 확실하게 대답하기 어렵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뿐이다.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를 진심을 담아 팬들에게 선보인다면 아마 나의 진심이 그들에게 닿지 않을까.
Q. 최근 활동을 보면 에너지가 넘치는것 같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랑스의 더 보이스(The Voice)와 이탈리아의 엑스팩터(X Factor)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기도 하고, 누나와 항상 계획해오던 디자인 스튜디오도 열었다고. 영화 <주랜더>에 출연한 것으로 안다. 왜 그렇게 바쁘게 사나
나는 사실 전혀 바쁘고 싶지 않다. 나는 안 바쁘게 살려고 노력한다. 바쁘게 사는 것의 반대의 삶을 살고 싶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는 건데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나는 그저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고, 많은 염소와 양들 사이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글쎄, 왜 바쁠까. 알다시피 나는 굉장히 유별난 커리어를 갖고 있다. 내 커리어에는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또 그것들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운이 좋게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많은 관객들에게 공연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월드 투어를 돈다. 그렇기 때문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인터넷의 힘에 크게 의존하는 요즘 시대에 음악이 얼마나 유행의 변덕에 민감한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나의 이야기와 내가 누구인지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TV에 출연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조금 더 대담해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 일일이 신경 쓰면 결국엔 창의성이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바쁘게 지내는 것에 대해 덧붙이자면 나는 늘 일하느라 바쁘지만 그게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너무 즐겁고 그건 정말 큰 행운이자 특혜인 것 같다. 이러한 행복함을 느끼는 건 앨범작업을 할때나, 곡을 쓰거나, 아니면 누나와 디자인할때 등 모든 일에 적용된다. 기본적으로 나는 일하는 게 늘 즐겁다. 그리고 <주랜더>에 대해 말인데, 현장 사진이 몇 장 나온 것으로 나온 걸로 알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출연하지 않는다. 나는 벤 스틸러를 친구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이번에는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Q. 예전 인터뷰를 보니 책을 낸다고 하던데. 내용은 '존 말코비치 되기' 같은 내용이라던데 인간의 정체성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나.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존 말코비치 되기'와 비슷한 내용은 절대 아니다. 미카가 백명있다고 생각해보았나? 맙소사 끔찍하다. 아무튼, 맞다. 나는 요즘 책을 쓰고 있다. 그리고 사실 지난 열흘동안 혼자서 조용히 글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몰골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책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정체성을 찾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내 자신에 대해 쉴새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질색이다. 글을 쓰는 것은 곡을 쓰는 것과 많이 비슷했다. 그리고 내용은 주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누군지 조금씩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재미있는 책이다. 굉장히 친밀하고 비현실적이고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책이다. 별로 길지 않은 책이다. 그리고 내용 중 한국에서 생기는 일도 있다! 참고로 책의 제목은 ‘다이어리 오브 액시덴털 옵티미스트(A Diary of Accidental Optimist)’이다.
Q. 정체성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최근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느끼는 바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레바논 출신이고 파리와 영국을 오가지 않았나. 거기서 느끼는 어떤 외로운 정서가 정체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을 것도 같다. 어떤가.
나는 단 한 번도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다. 애초에 소속감이 없었는데 어떻게 외로울 수 있나? 내 생각엔 처음부터 어느 한 곳에 소속되어 있다고 늘 생각하다가 어느 날 그곳에서 떨어져서 다시는 그곳에 못 돌아가게 되는 상황이 오면 오히려 그 때 정말 우울하고 외로울 것 같다. 나는 처음부터 아무곳에도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음악, 미술, 그리고 글쓰기를 시작한 것 같다. 이런 창작활동을 통해 나는 내 안의 소속감과는 다른 정체성을 찾은 것 같다. 나는 내가 어느 한 곳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러 도시와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느끼고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자신을 여행자라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여행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9년째 만나는 사람 있어…성정체성이 그 사람을 정의하지 않아
Q. 당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관심도 참 많았다. 스스로를 규정짓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한 건가. 그렇다, 지금도 유효하다. 내 성 정체성에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벌써 9년 동안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내 성 정체성 질문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성 정체성이 곧 그 사람을 정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성 정체성으로 어느 한 사람을 규정한다는 건 너무 간단한 사고방식인 것 같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굉장히 복잡한 건데 이걸 단순히 ‘이 사람은 이런 취향이니 이렇다’ 라고 일반화시킨다면 흥미로운 사람을 절대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으로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 것이고 그리고 인간미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답답한 사고방식이고 엄청난 손해인 것 같다. 요즘 세대의 사람들은 꼬리표를 달거나 규정짓지 않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알아갈때 그 사람을 규정짓기보다는 최대한 그 사람의 인간적인 면을 좀 더 알아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Q. 한국은 성 정체성 관련해서 그렇게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당신의 노래가 사랑받는다는 건 좀 놀라운 부분이 있다. 일부 소수의 사람들은 노래의 완성도나 메시지 자체보다는 그 사람을 보고 노래에 대한 좋고 싫음을 결정할 때가 있으니까. 앞선 질문과 다른 관점에서 당신의 노래가 메시지와 상관 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일단 내 음악에는 어느 한 메시지라기 보다는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부분을 찾기가 쉽다. 나 같은 사람이건, 나와 다른 사람이건. 그리고 내 콘서트에 오면 나이, 성별, 취향을 불문하고 여러 제각기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음악으로 하나되어 한자리에 함께 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 내 공연은 늘 바뀔때가 많고 나는 이런 예측불가한 공연을 하는 것이 좋다. 나는 관객들의 에너지로 공연을 하고, 관객과 함께 소통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늘 공연을 할 때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이런 진심이 닿으면 포용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나는 늘 음악을 통해 포용과 이해를 사람들의 내면에서 북돋고 일깨워주고 싶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자랑스럽다. 그리고 공연을 할때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늘 많은 영감을 받는다. 앞으로 공연할 한국 투어도 그래서 많이 기대된다.
Q. 아리아나 그란데, 퍼렐 윌리엄스 등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음악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앞으로 예정된 공동 작업이 있다면? 혹시 한국 뮤지션(또는 아티스트)중에도 함께 하고픈 사람이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뮤지션들과 공동 작업을 일부러 찾지는 않는다. 그냥 작업하다가 다른 뮤지션과 공동작업을 하게 되면 한다. 일부러 함께 작업하려고 하면 별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지 않다. 나는 사실 K팝 팬이다. 그리고 특히 한국의 인디씬에 관심이 많다. 한국의 인디씬에는 많은 열정과 활동이 있는 것 같아서 좋다. 그래서 나는 2016년 안에 한국에 최소 일주일에서 2주간 머물며 작업하고 한국에서 음악을 만드는 것은 어떤지 알아가고 싶다.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이번 년도에 꼭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당신처럼 음악적 재능이 탁월하거나 남들에게 인정받는 정도의 재능은 없지만, 재능이나 현실적 조건과는 별개로 음악과 예술을 동경하는 이들, 하지만 꿈과 현실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조언 바란다.
꿈은 현실보다 늘 힘들 것이다. 그래서 사실 오히려 꿈이라기보다는 악몽과 가까운 것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 더 가까울 것이다. 단지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꼭 가슴 속에 있는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불씨가 정말 뜨겁고 굳세다면, 아무것도 당신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동시에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너무 사리거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 예술 쪽에서 뮤지션, 작가, 가수 등 이와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경로는 정말 많다. 정말 이 업계에 일부분이 되고 싶다면 참여할 수 있는 방법과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다른 방향으로도 이 분야에서 창의적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음악과 예술계에서 자리를 잡고 싶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잘난 척 하지 않는 것이다.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은 늘 자신의 에너지를 본인의 예술적 정체성을 찾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작업물을 비판하는데에 쓴다.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늘 역효과를 내고 이런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이 업계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행동은 본인의 예술성이나 신뢰성을 높이지 않는 다는 것을 젊은 뮤지션들은 알아야한다. 오히려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여러 시도를 해보고 많은 것을 배워나가는 것이 신뢰성을 높인다. 이러한 행동은 당신에게 통제권을 줄 것이고, 독립심을 키워줄 것이며 또한 가장 중요한 다른 사람과는 다른 독창성과 독특함을 찾아줄 것이다. 그리고 늘 신선함을 찾는 음악계에서 이런 독창성은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사진: 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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