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걸·김보람 "선후배? 서로 영감 받는 친구 같죠"
작성일2017.05.29
조회수2,805
국립현대무용단 '쓰리 볼레로' 안무가
2011년 무용수·안무가로 만나 협업
서로만의 색깔로 '볼레로' 재해석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세 명의 안무가가 하나의 주제로 세 가지 안무를 선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쓰리 볼레로’(6월 2~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다. 발레리노 출신 안무가 김용걸(44·김용걸 댄스씨어터 대표), 백업 댄서 출신 안무가 김보람(34·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대표), 안무가 김설진이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소재로 안무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혀 다른 이력을 가진 이들이 한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속사정을 김용걸과 김보람에게 들었다.
△‘볼레로’로 맺은 인연
무용 경력으로만 놓고 보면 김용걸이 셋 중 선배다. 15세부터 발레를 시작했다. 국립발레단을 거쳐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활동했다. ‘한국 발레 1세대’인 셈이다. 현재는 김용걸댄스씨어터를 이끌며 안무가 겸 무용수로 활동한다. 김용걸은 자신을 낮춘다. 그는 “파리오페라발레에서 수많은 안무가를 만나며 받은 영감보다 김보람·김설진을 만나 받은 영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김보람은 1999년 방송 댄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이끌고 있다. 춤을 추는 게 좋아서 댄서가 됐고 자신이 원하는 춤을 추기 위해 안무가가 됐다. 김보람은 “나에게 춤은 일상 같은 것”이라며 “춤의 구분을 짓지 않는 작업을 통해 춤추는 일로 먹고 사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한국공연예술센터의 기획 프로그램 ‘한팩 솔로이스트’에서 ‘그 무엇을 위하여’로 협업했다. 당시 김보람이 안무가를 나섰고 김용걸이 무용수로 출연해 15분간 독무를 펼쳤다. 그때도 음악은 ‘볼레로’였다. 김용걸은 “이 작품으로 나를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볼레로’는 원래 발레를 위한 음악이었다. 라벨이 1928년 발표한 곡이다. 곡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한 번 들으면 귓가에 음악이 맴돌 정도로 강렬하다. 김용걸·김보람이 꼽은 ‘볼레로’의 매력 또한 ‘중독성’이다. 김용걸은 “‘볼레로’는 어떤 곡보다도 춤에 적합한 음악”이라고 말했다.
△37명 함께 춤추고 무용수 개성 살리고
이들이 어떤 색깔로 ‘볼레로’를 재해석한 안무를 펼칠지가 공연의 관전 포인트다. 김용걸의 작품은 제목부터 ‘볼레로’다.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함께 지난해 초연한 작품이다. 여러 악기의 중첩으로 이뤄지는 ‘볼레로’처럼 발레를 기반으로 한 37명 무용수의 움직임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수원시립교향악단 85명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김용걸은 “지난해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에 날려버리게 됐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보람은 지금까지 ‘볼레로’를 소재로 만든 작품만 5~6편에 이른다. 본격적으로 무용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볼레로’를 지겨운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무용을 소재로 한 만화책 ‘스바루’를 통해 ‘볼레로’의 매력에 빠졌다. 2007년 안무가라는 이름으로 막 활동하던 때에도 대학 후배들을 위해 ‘볼레로’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기 했다. 2011년부터 ‘볼레로’에 관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이번 작품의 제목은 ‘철저하게 처절하게’다. 앞으로 더 ‘볼레로’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다. 무용수가 각자 ‘볼레로’를 들으며 만들어낸 움직임을 토대로 김보람이 전체 안무를 꾸몄다. 날 것 같은 움직임에 집중해, 그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 목표다. 김보람은 “자신을 얼마나 표현하고 사는지 집중하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연장선 상에서 무용수들이 각자 표현하고자 무언가를 무대에서 펼쳐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춤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냐”
이들은 앞으로 달라질 문화예술계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용걸은 “지난 9년간 예술이 경쟁의 도구가 됐다”며 “보다 여유를 갖고 예술을 향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람은 “‘개미와 베짱이’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베짱이처럼 예술에 대해 ‘노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춤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춤에 대한 생각은 두 사람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춤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춤은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며 “관객 각자가 나름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춤의 재미”라고 말했다. 또 대선 이후 달라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볼레로’를 소재로 한 무용 공연이 오른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둔다.
“춤의 철학을 묻는다면 ‘힘들고 괴로운 만큼 얻는 게 많다’데서 찾고 싶다. 나는 창작의 고통이 있더라도 관객은 쉽고 편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웃음).”(김보람) “예전에는 춤은 친구라는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춤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점점 알 수 없는 것이 춤이 아닐까 싶다.”(김용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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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세 명의 안무가가 하나의 주제로 세 가지 안무를 선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쓰리 볼레로’(6월 2~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다. 발레리노 출신 안무가 김용걸(44·김용걸 댄스씨어터 대표), 백업 댄서 출신 안무가 김보람(34·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대표), 안무가 김설진이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소재로 안무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혀 다른 이력을 가진 이들이 한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속사정을 김용걸과 김보람에게 들었다.
△‘볼레로’로 맺은 인연
무용 경력으로만 놓고 보면 김용걸이 셋 중 선배다. 15세부터 발레를 시작했다. 국립발레단을 거쳐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활동했다. ‘한국 발레 1세대’인 셈이다. 현재는 김용걸댄스씨어터를 이끌며 안무가 겸 무용수로 활동한다. 김용걸은 자신을 낮춘다. 그는 “파리오페라발레에서 수많은 안무가를 만나며 받은 영감보다 김보람·김설진을 만나 받은 영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김보람은 1999년 방송 댄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이끌고 있다. 춤을 추는 게 좋아서 댄서가 됐고 자신이 원하는 춤을 추기 위해 안무가가 됐다. 김보람은 “나에게 춤은 일상 같은 것”이라며 “춤의 구분을 짓지 않는 작업을 통해 춤추는 일로 먹고 사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한국공연예술센터의 기획 프로그램 ‘한팩 솔로이스트’에서 ‘그 무엇을 위하여’로 협업했다. 당시 김보람이 안무가를 나섰고 김용걸이 무용수로 출연해 15분간 독무를 펼쳤다. 그때도 음악은 ‘볼레로’였다. 김용걸은 “이 작품으로 나를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볼레로’는 원래 발레를 위한 음악이었다. 라벨이 1928년 발표한 곡이다. 곡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한 번 들으면 귓가에 음악이 맴돌 정도로 강렬하다. 김용걸·김보람이 꼽은 ‘볼레로’의 매력 또한 ‘중독성’이다. 김용걸은 “‘볼레로’는 어떤 곡보다도 춤에 적합한 음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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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명 함께 춤추고 무용수 개성 살리고
이들이 어떤 색깔로 ‘볼레로’를 재해석한 안무를 펼칠지가 공연의 관전 포인트다. 김용걸의 작품은 제목부터 ‘볼레로’다.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함께 지난해 초연한 작품이다. 여러 악기의 중첩으로 이뤄지는 ‘볼레로’처럼 발레를 기반으로 한 37명 무용수의 움직임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수원시립교향악단 85명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김용걸은 “지난해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에 날려버리게 됐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보람은 지금까지 ‘볼레로’를 소재로 만든 작품만 5~6편에 이른다. 본격적으로 무용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볼레로’를 지겨운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무용을 소재로 한 만화책 ‘스바루’를 통해 ‘볼레로’의 매력에 빠졌다. 2007년 안무가라는 이름으로 막 활동하던 때에도 대학 후배들을 위해 ‘볼레로’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기 했다. 2011년부터 ‘볼레로’에 관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이번 작품의 제목은 ‘철저하게 처절하게’다. 앞으로 더 ‘볼레로’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다. 무용수가 각자 ‘볼레로’를 들으며 만들어낸 움직임을 토대로 김보람이 전체 안무를 꾸몄다. 날 것 같은 움직임에 집중해, 그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 목표다. 김보람은 “자신을 얼마나 표현하고 사는지 집중하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연장선 상에서 무용수들이 각자 표현하고자 무언가를 무대에서 펼쳐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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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냐”
이들은 앞으로 달라질 문화예술계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용걸은 “지난 9년간 예술이 경쟁의 도구가 됐다”며 “보다 여유를 갖고 예술을 향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람은 “‘개미와 베짱이’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베짱이처럼 예술에 대해 ‘노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춤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춤에 대한 생각은 두 사람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춤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춤은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며 “관객 각자가 나름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춤의 재미”라고 말했다. 또 대선 이후 달라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볼레로’를 소재로 한 무용 공연이 오른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둔다.
“춤의 철학을 묻는다면 ‘힘들고 괴로운 만큼 얻는 게 많다’데서 찾고 싶다. 나는 창작의 고통이 있더라도 관객은 쉽고 편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웃음).”(김보람) “예전에는 춤은 친구라는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춤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점점 알 수 없는 것이 춤이 아닐까 싶다.”(김용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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