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페미니즘·동성애·차별, 아홉 소녀 '놀이'가 되다
작성일2018.03.23
조회수2,105
극단 프랑코포니 신작 연극 '아홉소녀들'
佛 신예 상드린느 로쉬 작품 국내 초연
"성별 구분과 무관한 인간의 이야기"
내달 8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 무대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이 시작하면 무대 위에 오른 9명의 배우가 옷을 갈아입는다. 남자 배우 3명, 여자 배우 6명이지만 옷을 갈아입은 뒤에는 모두 소녀의 모습이다. 이들이 함께 하는 놀이는 바로 이야기 만들기. 페미니즘·성폭력·차별·비만·동성애·이주민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이 소녀들의 ‘놀이’로 펼쳐진다.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막을 올린 연극 ‘아홉소녀들’은 말랑말랑한 느낌의 제목과 달리 굉장히 독특하고 파격적인 작품이다. 성별 구분 없이 남녀 배우 모두가 소녀를 연기하는 모습이 색다르다. 게다가 배우들에게는 특별한 역할 이름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야말로 ‘연극’이자 ‘놀이’인 것이다.
프랑스어권의 동시대 희곡을 선보여온 극단 프랑코포니가 창단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작품을 국내 초연에 올렸다. 프랑스 신예 극작가·연출가·배우 상드린느 로쉬의 작품이다. 2011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뒤 전 세계에서 공연하고 있다. 개막 전 전막시연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임혜경 극단 프랑코포니 대표는 “10주년을 맞아 기념비적이 될 작품을 찾다 ‘아홉소녀들’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작품이지만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성폭력 문제와 페미니즘 등 최근 한국 사회의 이슈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 흥미롭다. 임 대표는 “1년 전 작품을 결정해 올해 초부터 연습을 해왔다”며 “작품의 내용적인 면에서 지금 연극계의 여러 상황과 연결점이 있는 것처럼 보는 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 중에서 우리도 공감할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남녀 배우 모두가 소녀를 연기하는 것은 작품이 다루는 다양한 주제가 특정 성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극단 프랑코포니의 상임연출가 까띠 라뺑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이를 남성과 분리해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남자 배우가 소녀를 연기함으로써 남성이 여성을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도전이었다. 원작 희곡부터 역할 구분 없이 대사가 써있어 이를 무대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남자 배우들은 소녀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배우 김진곤은 “개인적으로 남녀를 구분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남자라서 여자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최근 연극계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더 그런지는 몰라도 남자로서 여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끝까지 놓지 않고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홍철희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남녀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공감하며 공연을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9년 창단한 극단 프랑코포니는 ‘아홉소녀들’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12편의 프랑스어권 연극을 선보였다. ‘고아 뮤즈들’ ‘단지 세상의 끝’ ‘벨기에 물고기’ 등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다룬 작품을 꾸준히 공연해왔다. 임 대표는 “프랑스는 물론 캐나다 퀘벡 등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곳에서 발표된 작품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왔다”며 “공간은 다르지만 서로 공감할 지점이 있는 작품이 무엇일지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4월 8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열린다. 주한 프랑스문화원 초청으로 원작자인 상드린느 로쉬가 내한해 관객과의 대화, 연극 워크숍 등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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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이 시작하면 무대 위에 오른 9명의 배우가 옷을 갈아입는다. 남자 배우 3명, 여자 배우 6명이지만 옷을 갈아입은 뒤에는 모두 소녀의 모습이다. 이들이 함께 하는 놀이는 바로 이야기 만들기. 페미니즘·성폭력·차별·비만·동성애·이주민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이 소녀들의 ‘놀이’로 펼쳐진다.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막을 올린 연극 ‘아홉소녀들’은 말랑말랑한 느낌의 제목과 달리 굉장히 독특하고 파격적인 작품이다. 성별 구분 없이 남녀 배우 모두가 소녀를 연기하는 모습이 색다르다. 게다가 배우들에게는 특별한 역할 이름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야말로 ‘연극’이자 ‘놀이’인 것이다.
프랑스어권의 동시대 희곡을 선보여온 극단 프랑코포니가 창단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작품을 국내 초연에 올렸다. 프랑스 신예 극작가·연출가·배우 상드린느 로쉬의 작품이다. 2011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뒤 전 세계에서 공연하고 있다. 개막 전 전막시연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임혜경 극단 프랑코포니 대표는 “10주년을 맞아 기념비적이 될 작품을 찾다 ‘아홉소녀들’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작품이지만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성폭력 문제와 페미니즘 등 최근 한국 사회의 이슈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 흥미롭다. 임 대표는 “1년 전 작품을 결정해 올해 초부터 연습을 해왔다”며 “작품의 내용적인 면에서 지금 연극계의 여러 상황과 연결점이 있는 것처럼 보는 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 중에서 우리도 공감할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남녀 배우 모두가 소녀를 연기하는 것은 작품이 다루는 다양한 주제가 특정 성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극단 프랑코포니의 상임연출가 까띠 라뺑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이를 남성과 분리해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남자 배우가 소녀를 연기함으로써 남성이 여성을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도전이었다. 원작 희곡부터 역할 구분 없이 대사가 써있어 이를 무대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남자 배우들은 소녀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배우 김진곤은 “개인적으로 남녀를 구분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남자라서 여자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최근 연극계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더 그런지는 몰라도 남자로서 여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끝까지 놓지 않고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홍철희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남녀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공감하며 공연을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9년 창단한 극단 프랑코포니는 ‘아홉소녀들’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12편의 프랑스어권 연극을 선보였다. ‘고아 뮤즈들’ ‘단지 세상의 끝’ ‘벨기에 물고기’ 등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다룬 작품을 꾸준히 공연해왔다. 임 대표는 “프랑스는 물론 캐나다 퀘벡 등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곳에서 발표된 작품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왔다”며 “공간은 다르지만 서로 공감할 지점이 있는 작품이 무엇일지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4월 8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열린다. 주한 프랑스문화원 초청으로 원작자인 상드린느 로쉬가 내한해 관객과의 대화, 연극 워크숍 등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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