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양득] 사랑, 그 알 수 없는 안타까운 이름이여

열길 물속보다 더 알 수 없는 사람 마음 중에서도 가장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이 ‘사랑’에 대한 감정이다. 타인은 물론 자기 스스로도 사랑의 감정을 인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 어려운 사랑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은 그 많은 사랑 중 ‘사랑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함께할 수 없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설경구, 송윤아 주연의 2006년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많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정작 사랑임을 깨닫지 못했던 두 남녀의 스토리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두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한 곳을 바라보는 ‘사랑’, 그것은 멀고도 험한 영원불멸의 숙제다.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 연출 변정주
- 사랑임을 알고 있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들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은 사랑을 확인하고도 함께할 수 없는 안타까운 두 남녀의 이야기다. 말이 좋아 ‘안타까운’ 이야기지, 사실 내막을 알고 보면 제대로 엽기적이고, 제대로 오금저리는 비밀이 숨어있다. 남자에게 살인을 일삼아 온 여자는 아무리 달콤하다 하더라도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다. 게다가 두 번이나 결혼을 한 이력이 있는 여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소심한 노총각과 연쇄살인범 이혼녀의 사랑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이 받아질 수 있는 것은 바로 모든 것을 치유하는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우습게 보이기는커녕 서로 사랑을 알고 있음에도 함께 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랑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은 기존 무대에서는 찾기 힘들던 기발하면서도 모던한 무대세트와 잘 갈고 닦아진 극본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현재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은 오는 5월 17일 까지 공연되며, 이후 5월 30일부터 신촌 더 스테이지(The STAGE)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영화> 사랑을 놓치다(2006) - 추창민 감독/ 설경구, 송윤아 주연
- 왜 몰랐을까, 그게 사랑이었다는 것을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10년간 친구로 지낸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서로의 속마음을 감춘 채 친구로 지내온 두 남녀의 이야기를 느리고, 잔잔하게, 혹은 약간은 촌스럽게 풀어냈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속에서도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의 실체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이 사람이다 싶을 때 잡지 않으면 손 안의 모래알처럼 부서져 나가는 사랑. 어쩌면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사랑을 사랑으로 알지 못한 감정에 서툰 어른 아이들의 눈물나게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렇기에 작품을 더더욱 ‘한 곳을 바라보는’ 사랑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추창민 감독은 멋을 더하지 않은 현실적인 이야기로 더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웃음과 안타까움, 무심한 듯 애끓는 마음이 곧 우리의 마음인 것은 아닐까. 시간이 지나서야 사랑인 줄 알게 되는,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나서야 그 사람이 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됨은 실체 없는 사랑에 대한 미련을 풀어놓을 수밖에 없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