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청춘의 자기고백, 연극 ‘두더지의태양’
담배를 문 채 이를 악 다물고 있는 두더지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한껏 인상을 구긴 두더지는 뭔가 언짢은 일이 있나 보다. 두더지로서는 보기 드물게 코가 오똑하고 고집스러워 보인다. 이 두더지 당장 어디론가 달려갈 기세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앞을 노려보고 있다. 게다가 우악스러운 발모양새로 보아하니 단단히 화가 났나 보다.
두더지가 담배 파이프라니 사치스럽다. 하지만 두더지를 쓱 훑어보자 이 녀석 보통이 아닌 것 같다. 그 옆으로 ‘싸워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문구가 자리하고 있다. 이 두더지 어디론가 싸우러 가나보다. 왜소한 듯하지만 깡다구 있는 생김생김이 누구와 맞붙어도 지지 않았을 것 같은 모양새다. 두더지 발 옆에 선글라스가 날아가고 있다.
사실 두더지 하면 떠오르는 것은 ‘두더지 게임’이다. 두더지는 늘 피해자고 상처받는 존재이다. 여기 극 중 피해자였던 세진이 가해자로 변한다. ‘싸워보지 않고는 모른다!’라는 문구는 한순간에 가해자로 변한 피해자의 이야기인 듯하다. 연극 ‘두더지의태양’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불안하게 흔들리는 두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 즉 왕따를 당하고 있는 세진은 집까지 찾아와 자신을 괴롭히는 인호를 칼로 찔러 죽인다. 우발적인 살인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게 된다. 분노의 찬 세진이지만 자신의 행동이 무섭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한다. 어떻게 할까 고민해봐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궁리 끝에 세진은 자신과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온라인상의 친구 민석에게 도움을 청한다. 채팅으로 알게 된 세진의 유일한 친구 민석은 6년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다. 사회성이 결핍되어 있다. 집 밖을 나오지 않는 아들을 걱정한 아버지는 모 케이블 방송사에 아들의 사례를 제보, 민선은 ‘은둔형 외톨이 실태보고 프로그램’의 취재 대상이 되어 방송사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감시를 받는다.
과연 살인과 감시로 얼룩진 마음의 상처를 이 둘은 어떻게 치유할까. 연극 ‘두더지의태양’은 청소년기의 방황과 그를 둘러싼 가족, 친구, 학교의 관계들과 사회적인 문제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임을 직시하게 한다. 십 대 청소년의 방황과 아픔을 잘 담아낸 이 작품은 오는 12월 10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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