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리뷰] 지란지교를 꿈꾸며, 연극 ‘아트’

유안진 시인은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하게 맞장구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친구에 대한 바람을 시로 풀어냈다. ‘나는 이런 친구였던가?, 나에겐 이런 친구가 있나?’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냉철하고 차분한 피부과 전문의 수현, 다혈질로 쉽게 흥분하는 대학교수 규태, 수현과 규태의 사이에서 중재자 역을 하는 성격 좋은 덕수가 있다. 친구 수현이 세계적인 화가 앙트로와의 ‘흰색 바탕 위에 흰색 선이 있는 흰색 그림’을 구입했다. 서울, 어느 즈음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2억 8천이란다. 과연 나는 함께 즐길 수 있을까? 배가 아플까? 이 하얀 ‘판때기’ 예술작품 한 점으로 인해 세 남자는 유치찬란한 ‘말꼬리 잡아 비꼬아 빈정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판때기’에 관한 진지한 평은 해체주의니 네덜란드 화풍이니를 넘어, 급기야 경제적 계급의식까지 튀어나오는 상황이 되지만 이건 껍데기일 뿐이다. 세 남자의 우정과 은근한 기싸움, 자존심 대결 등에 관객은 정신이 없다. 결국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서운함이 깔려있다.

 

연극 ‘아트’에선 덕수가 수현과 규태에 실망해 뛰쳐나갔다가 돌아와야만 했던 이유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장면이 있다. 이로 인해 ‘판때기’이야기로 다소 진지해 늘어질 뻔한 극의 초반 분위기가 반전되며 활력을 준다. 연극은 여자 셋이 모인 것 못지않은 오히려 그 이상의 파급력으로 남자들의 수다를 보여준다. 세 명의 배우들에겐 역대 멤버였던 만큼 그간 쌓아온 연륜과 내공으로 인물 간의 대립 장면 등에서 여유와 무대에서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관객은 친구를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 연극 ‘아트’는 사람의 관계가 늘 변하는 것처럼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정의 다양함을 만날 수 있다.

 


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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