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삼등병’, 연출가 성기웅 인터뷰
성기웅은 현재 ‘극단 제12언어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연출가다. 그는 2003년 ‘삼등병’ 초연의 극작과 연출로 평단의 주목을 끌었다. 그 외에도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 ‘소설가 구보씨의 경성 사람들’, ‘해님지고 달님안고’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문학적 감수성과 언어적 상상력을 극작과 연출로 잘 녹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기웅은 스스로 “평소 연극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했다. 연극 ‘삼등병’으로 더 깊어진 연출 세계를 보여주는 연출가 성기웅을 인터뷰했다.
“잘 편집된 영화를 한 편 보는 듯할 것”
보통의 연극보다 세밀하다. 음악이나 조명도 아주 미세한 단위로 짜여 있다. 잘 편집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소극장 연극에서 나올 수 있는 문법이 다 들어있다. 섬세하고 예민한 연극이다.
“연극 ‘삼등병’의 특징은 ‘남성적 언어’와 ‘여성적 언어’의 충돌”
평소에 연극에서 사용하는 ‘말’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다른 연극은 번역 어투가 많다. 대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과 다른 경우도 많다. 연극 ‘삼등병’은 사투리와 군대 특유의 비속어가 많이 등장한다. 실제 언어를 바탕으로 현장감 있는 언어를 사용했다. 주인공은 섬세하고 여성적인 문학 소년이다. 서울 출신이고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다. 군대의 비속어와 욕설 같은 남성적 언어와 주인공의 여성적이고 섬세한 감성적 언어가 같이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80년대생의 군대 이야기, 군필자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
원래는 나의 군 생활을 바탕으로 해서 썼었다. 초연 때는 90년대 군대가 배경이었다. 요즘 세대에게는 시간적으로 좀 많이 지나간 시절 이야기 같아 고민했다. 이번 공연은 80년대생들의 군대 이야기다. 80년대생의 감각에 맞추기가 어려웠다. 시간적인 분위기를 요즘 사람들에게 맞췄다. 극중 주인공은 문학적 감성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아주 아날로그적이고 복고적 감성도 공존한다. 배우들이 모두 군필자라 도움이 많이 됐다. 한번은 군대 ‘제식 훈련’에 대한 장면을 연습했던 일이 있었다. 부대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통일하는 것이 어려웠다.(웃음)
“주인공이 군대 조직에 적응해가는 과정이 관전포인트”
연극 ‘삼등병’의 주제는 군대라는 획일적 조직에 어떤 한 사람이 적응해 변모해가는 과정이다. 주인공은 처음에 군대 조직의 논리를 거부하고 저항한다. 하지만 결국은 조금씩 군대에 순응하게 된다. 그 과정을 유심히 봤으면 한다. 언제 어떻게 조금씩 변해가는지 유심히 보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연극과 소설의 중간 개념, 소설 낭독 공연 준비 중”
올해 두 작품을 더 한다. 현재 주력을 하는 부분은 문학 텍스트를 낭독 공연으로 올리는 거다. 연극과 소설의 중간 개념으로 소설 낭독 공연을 한다. '단편소설 입체낭독‘ 공연을 준비 중이다. 8월 말에는 두 명의 연출가와 현대 한국 소설 낭독 공연을 한다. 내가 맡은 작품은 김연수 소설가의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이다. '과학하는 마음'이라는 과학연극시리즈도 새로운 작품을 10월 말에 할 예정이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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