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in] 두 늑대의 사랑을 한몸에! 뮤지컬 ‘늑대의 유혹’의 정한경
한경은 시골에서 올라온 순박한 아이다. 요즘 아이들과는 다르게 술을 마셔본 적 없고, 일탈을 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순박한 시골 소녀의 순진함과 당돌함은 맑은 탄산수의 톡 쏘는 향처럼 상쾌하고 시원스럽다. 학교 킹카 해원이 단 한 번의 만남으로 한경에게 반해버린 것도 한경의 ‘당돌함과 시원함’ 때문이다.
뮤지컬 ‘늑대의 유혹’에서 정한경 역을 맡은 김유영은 “뮤지컬 ‘늑대의 유혹’ 속 ‘정한경’은 시골에서 올라온 촌스럽고 어리바리한 여자아이다. 당돌하면서 귀엽고 발랄하다. 하지만 그 안에 모종의 슬픔이 있는 인물이다”고 말했다. 귀엽고 발랄해 보이지만 미묘하게 그녀를 감싼 슬픈 기운이 두 남자를 흔들어 놓는다.
한경은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순박한 한경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두 남자의 대시는 혼란스럽다. 태성은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한경에게 다가온다. 학교에 피자를 들고 찾아온다거나, 살갑게 ‘누나’라고 부르며 한경을 잘 따른다. 해원은 거칠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을 어필한다. ‘너 오늘부터 나랑 사귀는 거다’라며 직접적으로 고백해 온다.
거침없이 다가오는 두 남자 사이에서 한경은 해원에게 더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직접적이고 솔직한 사랑 고백에 흔들리지 않는 소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며 따르는 태성에게도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한경은 해원에 대한 ‘두근거림’을 인정하면서도 태성을 떨치지 못한다.
한경의 이러한 우유부단의 이유는 곧 드러난다. ‘태성’이 한경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성은 한경을 ‘친누나’로서가 아닌 ‘여자’로서 매력을 느낀다. 한경은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동생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젖는다. 배우 김유영은 동생의 마음을 알게 되는 이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2막에서 한경은 태성이 동생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태성은 한경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누나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가 없다. ‘정태성’이 어떤 마음인지 잘 알고 있는 한경은 가슴 아파한다”
‘누나는 내가 동생 같아?’라고 묻는 태성의 간접적인 고백에 한경은 당혹한다. 그녀는 태성을 달래려 애쓰지만, 태성은 더 혼란스러워한다. 한경의 친절이 그에게는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한경은 그런 동생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 사이, 해원은 한경의 곁을 지킨다. 한경은 해원과 점점 더 깊은 사랑에 빠진다. 여자는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사람에게서 안식을 찾는다. 한경이 동생을 찾았다는 기쁨과 태성의 행동에 혼란스러워하는 동안 해원은 그녀에게 큰 의지가 되어줬을 것이다. 한경은 해원에게 기대면서 진심으로 마음을 열게 된다.
한경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촌스러운 아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경에게는 깊은 숲 속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 같은 청량함이 느껴진다. 관객과 극 중 두 남자 모두 한경에게 끌리는 것은 때 묻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상쾌한 바람을 안식처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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