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it]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한 남자, 연극 ‘우어파우스트’
독일의 시인 B.브레히트는 “'우어파우스트'는 생명을 가진 작품으로서 독창적인 장르 단편에 속한다. 불완전하다기보다 오히려 불후의 명작이고, 거침없이 스케치한 경이로운 형식이다”고 말했다.
한 남자가 길을 걷고 있다. 아니, 서 있다. 그는 어둠이 잠식한 길고 긴 터널에 엄마와 떨어져 길을 잃은 아이처럼 고개를 떨어뜨리고 서 있다. 그의 뒤쪽 아래에는 환한 빛이 새어나온다. 밝은 빛이 비추고 있건만 그의 얼굴은 좀처럼 알아볼 수가 없다. 그의 앞쪽으로 길고 옅게 들어선 그림자는 긴 터널 한가운데 유일한 동반자다.
연극 ‘우어파우스트’는 괴테의 명작 ‘파우스트’의 초고다. 이 작품은 ‘원형 파우스트’, ‘초고 파우스트’로 불린다. 소설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다. 이 작품은 법학을 전공한 젊은 청년 괴테가 쓴 작품이다. 소설 ‘우어 파우스트’는 괴테의 천재적 감성이 빛나는 작품으로 작품 전체의 연관관계보다는 ‘학자 파우스트의 학문에 대한 절망’과 ‘순진한 처녀 그레첸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은 괴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라 더욱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이 작품의 시놉시스는 파우스트와 주변과의 관계를 위주로 펼쳐진다. 악마 메피스토는 신에 의해 세상에 내버려진다. 악마 메피스토는 학문에 절망한 파우스트에게 다가간다. 동시에 파우스트는 순수한 처녀 그레첸을 사랑하게 된다. 그는 메피스토에게 부탁해 사랑을 이루지만 그들의 달콤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파우스트의 고뇌와 그레첸의 비극 외에도 파우스트와 제자 바그너, 그레첸과 그녀의 오빠 발렌틴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포스터는 전체적으로 검은 바탕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파우스트’를 유혹하는 악마 ‘메피스토’의 시꺼먼 속처럼 거대한 터널은 넓고 거칠다. 남자의 뒤로 비추는 빛은 그의 선과 악을 드러내는 듯 흑과 백의 이미지가 선명하다. 또한,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과 검은 실루엣을 더욱더 극명하게 드러낸다.
포스터 속의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삶의 황금나무는 푸르르다’는 문구도 인상적이다. 소설 ‘파우스트’ 속에서 악마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를 향해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라고 조롱한다. 회색은 이미 죽은 것, 빛이 바랜 것을 의미한다. 메피스토는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이론은 죽었다고 비난한 것이다. 학문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의 비난은 거대한 벽에 부딪힌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메피스토는 학문을 비난하며 ‘삶의 황금나무’만이 푸르다고 말한다. 황금은 영원히 녹슬지 않는 광물이다. 삶에서 녹슬지 않으면서 푸르게 빛을 발하는 것은 ‘살아 있음’이다. 연극 ‘우어 파우스트’ 포스터 속의 검은 음영은 그 찬란한 ‘살아 있음’을 버린 한 남자의 고독한 절망을 말하는 듯하다.
포스터의 아래쪽으로는 ‘다비드 뵈쉬와 정보석의 만남을 주목하라’는 말이 강조돼 있다. 이번 공연에는 다비드 뵈쉬가 직접 공개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선발했다. 파우스트 역에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배우 정보석이 출연한다. 악마 메피스토 역에는 이남희가 캐스팅됐으며, 바그너 역에 정규수, 그레첸 역에 이지영이 참여한다. 그 외에도 김준호, 윤대열 등이 함께한다.
연극 ‘우어파우스트’는 9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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