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뭐볼까] 올가을 즐거운 사색에 빠지게 하는 연극들
올가을 즐거운 사색의 시간을 마련하는 깊이 있는 연극들이 관객을 찾아간다. 안톤 체홉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벚꽃동산’, 인간관계와 종교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잘 알려진 이강백의 작품 ‘북어대가리’도 무대에 오른다. 올가을에는 가벼운 코믹물이나 연애물보다는 깊이 있는 연극들을 곱씹듯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안톤 체홉의 20세기 대표 희곡!
연극 ‘벚꽃동산’
10월 1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안톤체홉의 4대 희곡 ‘세 자매’, ‘갈매기’, ‘바냐 아저씨’에 이은 마지막 작품 ‘벚꽃동산’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1904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담은 20세기 대표 고전희곡이다.
이 작품은 고전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성을 공유하고 있다. 제정 러시아 말기를 배경으로 무너진 계급사회 위에 새롭게 자리한 ‘돈’이라는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전통의 가치가 오직 경제논리에 의해 벌목되고 마는 잔인한 현실과 시대착오적 착각에 빠져 사는 인물들을 비판한다.
벚꽃동산의 여지주 라네프스카야는 5년간의 파리생활을 청산하고 벚꽃동산에 돌아오지만 농노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경매 처분될 위기에 놓인다. 상냥하고 너그러운 라네프스카야의 인품에 과거 농노시절에 위로받았던 신흥재벌 로빠힌이 별장지 임대를 제안한다. 하지만 라네프스카야와 그녀의 오빠 가예프는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이 담긴 벚꽃동산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아 제안을 거절하고, 결국 벚꽃동산은 경매에 붙여지게 된다.
이번 공연에는 국내 유명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뮤지컬, 연극, TV 브라운관 등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 정동환, 최용민을 비롯해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헤드윅’의 이석준, 뮤지컬 ‘광화문연가’, ‘형제는 용감했다’의 박호산이 출연한다. 또한, 뮤지컬 ‘닥터지바고’, ‘번지점프를 하다’의 전미도와 함께 김태훈, 우현주, 정수영, 정승길, 권지숙, 이재인, 신용진, 박채원, 황이건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의 연출은 ‘세 자매’, ‘갈매기’에 이어 3번째로 체홉과 만나는 오경택 연출이 맡았다.
예수님과 근사한 저녁 하실래요?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오픈런, 윤당아트홀 2관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예수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출간 당시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 식사’는 예수와의 대화를 통해 주변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의문의 초대장을 받은 한 엘리트 남성이 약속장소에서 자신이 예수라고 말하는 남자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애피타이저-샐러드-메인요리-디저트-커피’ 등 코스 요리의 순서와 맞물리는 두 남자의 대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원작 소설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를 쓴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현대 사회의 인터넷과 자극적인 문화 사이에서 대화만이 유일한 소통이라고 생각해 작품을 집필했다.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로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한 그는 이후 ‘예수와 함께한 가장 완벽한 하루’와 ‘예수와 함께한 직장생활’을 통해 종교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소설의 내용을 연극으로 표현하기 위해 섬세한 손길을 더했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삭막함과 외로움에 지친 현대 사회의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창고 속에서 반복되는 우리 삶의 의미
연극 ‘북어대가리’
9월 6일부터 5월 6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
연극 ‘북어대가리’는 1993년 초연 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이강백의 작품이다. 고집스러운 ‘성실주의’와 현실적인 ‘적당주의’ 사이의 대립, 떠나는 자와 남아있는 자의 대비를 ‘창고’라는 공간을 통해 표현한다.
연극 ‘북어대가리’의 무대에서 창고는 현대사회의 단면이다. 실제로 반듯반듯한 상자로 가득 둘러 쌓여있는 무대는 관객을 숨 막힐 정도로 압도한다. 수십 년간 창고 밖의 삶은 생각해보지 못한 채 창고지기 일에 몰두하는 자앙과 창고지기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기임은 거대한 창고에 하나의 부속품처럼 똑같은 작업을 매일매일 반복한다. 관객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빈껍데기만 남은 무능력한 현대인의 모습을 목격한다.
‘북어대가리’는 같은 환경 속에서 대조적인 인생관을 지닌 두 인물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나생문’, ‘심판’, ‘고곤의 선물’ 등에서 탄탄한 연출력과 감각을 선보이며 주목받아온 구태환 연출이 맡아 원작의 연극적인 상상력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작품에는 2010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상, 2010 동아연극상 수상한 박완규, ‘오이디푸스’, ‘꿈속의 꿈’ 등에 출연한 김은석, ‘리어왕’, ‘백범김구’ 등 연극과 영화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종구, 신인 박수현 등이 출연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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