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수한 영혼이 ‘또라이’로 변신하는 모습, 기대하세요” 배우 윤소호
배우 윤소호는 에메랄드빛의 깊은 바다 같은 남자다. 투명하게 맑은 매력을 간직하면서도 나이가 믿기지 않게 어른스러웠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배우로써 깊이 고민한 흔적이 묻어났다. 기자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도 잊지 않았다. 손승원, 이율 배우의 사전 인터뷰 내용을 꼼꼼히 물어보고 그들과 다른 방향의 답을 줬다.
맑고 순수한 그가 뮤지컬 ‘Trace U’에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있을까. 배우 윤소호에게 물었다.
- 배우 윤소호의 ‘본하’는 다른 배우의 ‘본하’와 어떻게 다른가.
기본적인 틀은 같다. 다른 점이라면, 나는 극 중 본하의 정신적 나이를 좀 더 어리게 잡았다. 같은 경험이라도 어린 나이에 받는 충격이 더 크지 않나. 더 깊은 상처를 보여준다.
뮤지컬 ‘Trace U’에서는 ‘우빈’이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본하’는 가상의 캐릭터다. ‘우빈’은 정해진 틀이 있지만 ‘본하’는 표현의 기준점이 없는 자유로운 캐릭터다. 그래서 배우마다 캐릭터의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으려 노력한다.
- 프리뷰 무대에도 섰었는데, 본 공연에 들어와 달라진 점이 있나?
연출님이 인터뷰에서 “작품이 친절해졌다”고 얘기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좀 더 이해하기 쉬워졌다는 말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연기하기가 쉬워졌다. ‘본하’는 허세를 부리며 멋있는 척 한다. 프리뷰 공연에서 이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해야 했지만, 본 공연에서는 대사를 통해 드러낸다. 표현방식이 달라지다 보니 파트너와의 호흡도 더 부드러워졌다.
-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맡은 캐릭터 ‘순호’는 맑고 사랑스럽다. ‘본하’와의 캐릭터와는 색깔이 너무 다르지 않나. 두 캐릭터를 동시에 몰입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는가.
두 작품을 하기 전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정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함께 무대에 서는 배우들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몰입한다. 지속적으로 대본을 보고 있기도 하다.
다만 체력적으로 힘들 뿐이다. 두 공연 모두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작품이다. 뮤지컬 ‘Trace U’는 이인극이라 극 내내 호흡을 놓지 말아야 한다. 서로에게 계속 집중해야 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등장인물이 많다. 그런데 퇴장을 거의 안한다.(웃음) 무대에 상주하는 캐릭터다. 공연 내내 집중도가 높아 체력소모가 많다.
- 배우 윤소호에 대한 손승원, 이율 배우의 평은 한결 같았다.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 이 작품에서 ‘또라이’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사실 프리뷰 기간 없이 본 공연에 바로 들어왔다면 못 했을지도 모른다.(웃음) 실제로 ‘또라이’처럼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런 캐릭터를 맡아본 적도 없어서 배우 형들, 연출님 모두 걱정했었다. 영화를 보라고 추천해주기도 했다.
프리뷰 공연이 끝나고 나니 좀 더 ‘또라이’스런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지금은 순수함이 깨졌다고 할까.
- ‘순수함이 깨졌다’니, 팬들이 마음 아파할지도 모르겠다.(웃음)
아니, 좋은 의미로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었던 거다. 역할이 좀 더 편해졌다는 의미다. 안 입어보던 옷을 입으면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나. 여기에는 형들의 도움이 컸다.
- 콘서트 형식으로 자유롭게 연기하며 애드리브가 많은 작품이다. 재미있는 상황이 많을 것 같다.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며칠 전, 설날이었다. 극중, 스퀘어 안에서 정신병원을 표현하는 장면이 있다. 대사도 정해진 틀도 없이 자유롭게 ‘미친’ 연기를 하는 거다. 설날이기에 스퀘어 안에서 뜬금없이 세배를 했다. 세배한 후 관객들에게 가서 세뱃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한 분은 돈 없다고 목도리를 주더라. 다른 한 분은 돈을 주섬주섬 꺼내더니 봉투를 건넸다. 세뱃돈으로 받은 봉투를 그대로 준거더라. 놀랐지만 주신 것이니 일단 받아들었다. 무대로 올라와서 열어보니 돈이 꽤 많더라. 마침 대사가 “내가 돈도 많고 잘 생기고 멋진 놈이지”라는 허세 떠는 대사였다. 남의 세뱃돈 들고 돈 많다며 허세 떨고 있으니 웃기지 않나.(웃음) 공연이 끝나고 세뱃돈 봉투는 돌려줬다.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연출한다. 하지만 애드리브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애드리브가 없어도 충분히 좋은 공연 아닌가. 최대한 자제하면서 반응이 좋을만한 것만 터뜨린다.
- 데뷔작인 뮤지컬 ‘쓰릴미’도 이인극이다. 윤소호가 느끼는 이인극의 매력은 뭔가.
이인극은 배우를 훈련시킨다. 물론 많은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작품도 훌륭하다. 하지만 이인극에서는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해 기존의 뮤지컬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맞춰본다. 많이 노력해야 하는 작품이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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