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음악극 ‘수궁가’, 대중음악으로서의 국악 들려주고 싶다”

국악과 대중음악의 경계에서 누구보다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밴드 ‘고래야’다. 고래야는 옛 고(古), 올 래(來), 끌어당길 야(惹)의 의미로, ‘옛것으로부터 시작해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을 모두 끌어당기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이다.


최근 이들은 7월 13일(토) 하남문화예술회관 소극장(아랑홀)에서 공연될 이미지 음악극 ‘수궁가’의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미지 음악극 ‘수궁가’는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콘서트’라는 동시대적 감수성을 더한 작품이다. 익숙한 줄거리를 콘서트형 국악으로 즐길 수 있게 해 대중성을 가미한 것이다. 연주자들은 연주를 통해 배역을 연기하고, 보컬은 구성지고 시원한 소리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지난 6월 21일 오후, 전통과 대중 사이 절묘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고래야의 퍼서켜니스트 경이에게 이미지 음악극 ‘수궁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악, 대중음악으로서 들려주고 싶다”


고래야는 많은 관객에게 낯선 이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낯설다고 외면하기엔 만만치 않은 내공을 쌓아온 팀이다. 총 여섯 명의 고래야 팀원들은 2010년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대회를 준비하면서 처음 만났다. 대회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다. 현재 함께하고 있는 멤버로는 밴드의 리더이자 기타를 맡고 있는 ‘옴브레’, 보컬 ‘권아신’, 대금?소금?퉁소 등의 피리 종류를 다루는 ‘김동근’과 거문고?양금의 ‘정하리’, 퍼커션의 ‘경이’, ‘김초롱’ 등이다.


경이는 이 멤버가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21C한국음악 프로젝트’라는 창작국악 경연대회를 나가기 위해 모였다”라며 “전통음악을 전공하던 학교 선후배들이 먼저 의기투합해서 멤버를 모집했다. 이후 홍대 쪽에서 음악활동을 하던 옴브레와 내가 합류하면서 기존의 창작국악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음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활동 경력도 다양하다. 이들은 신진국악콘테스트 ‘천차만별 콘테스트’ 대상을 수상하며 국악계와 대중음악계를 포괄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1년에 CJ 아지트의 ‘Tune UP! 뮤지션’으로 선정됐다. 2012년에는 KBS2TV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TOP밴드2에 출연해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16강에 진출했다. 벨기에의 월드뮤직페스티벌 ‘Sfinks Mixed’에 초청공연을 떠나 유럽투어를 하기도 했다. 올해는 3월에 첫 번째 정규앨범 ‘Whale of a Time’을 발매한 뒤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고래야는 ‘Korean Folklore Music’(한국 민속 음악)을 추구한다. 옛 것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동시대 한국사회에 살아있는 장르로서 ‘코리안 포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다. 경이는 “많은 사람들이 낯설게 느끼는 국악 장르지만 대중음악으로서 살아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며 “아프리카나 남미의 전통음악은 현재도 살아있고 끊임없이 변한다. 그들이 그렇게 발전하듯 우리도 한국 음악을 기반으로 삼아 계속 변화하고 살아있는 음악을 추구하려 한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지만 방향성은 잃지 않으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미지 음악극 ‘수궁가’ 
전통과 대중의 경계를 깨다!


고래야가 이미지 음악극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장르를 선택한 것은 ‘마리온 스코바르트’라는 프랑스 연출가의 힘이 컸다. ‘마리온 스코바르트’는 고래야의 콘서트를 보고 먼저 이미지 음악극을 제안했다. ‘수궁가’를 가지고 현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제안이었다. 경이는 “‘마리온 스코바르트’는 고래야의 음악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콘서트 같은 극을 원했다. 우리도 그의 생각에 흥미를 느껴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2012년에 초연한 뒤 ‘마리온 스코바르트’는  프랑스로 돌아갔다. 그 후로는 이유진 작가와 함께 작품 수정을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변정주 연출이 합류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전했다.

 
이미지 음악극 ‘수궁가’는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접해봤을 ‘수궁가’를 바탕으로 한다. 병든 용왕을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거북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동시대 현대인의 모습을 담는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는 전래동화라는 점이 난관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경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장점이나 부담이었던 것 같다. 최대한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하면서 동시에 의미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큰 어려움이었다”고 전했다.


이미지 음악극 ‘수궁가’는 판소리와 음악이 적절하게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보컬 권아신은 보컬이자 소리꾼 해설자로 극을 이끌어간다. 연주자들은 악기소리를 들려주며 동시에 연기를 펼친다. 경이는 “이미지 음악극 ‘수궁가’는 음악극, 판소리, 마당극, 콘서트가 모두 들어있는 공연이다”라며 “그만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즐거운 콘서트를 보러 온다는 마음으로 와서 즐기시고 가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저희 멤버들 중에도 고래야를 하면서 처음 전통음악을 접했던 멤버가 있다. 고래야를 하면서 멤버들이 연주하는 국악기의 소리에도 호기심도 많아졌고, 전통음악에 대한 애정도 많이 생겼다. 사실 한국인이라 해도 전통음악 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많지 않다. 나는 그 낯설음이 새롭고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의 유명 연주자들이 내한을 하면 기대하고 공연장에 가듯이 한국의 전통음악 공연도 즐거운 호기심을 가지고 본다면 점점 매력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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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플레이夢 예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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