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공연] 섬뜩하게 꾸민 무대…허술한 구성은 아쉬워

- 심사위원 리뷰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박병성 심사위원]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추리물의 구조와 강렬한 드라마로 지난해 초연 이후 뮤지컬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 앙코르 공연에서는 무대를 좀 더 큰 곳으로 옮겼으나 세부적인 대사가 다듬어지고 일부 배우들이 바뀌었을 뿐 초연과 큰 차이는 없다.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라첸 슈워츠 박사 저택에 의문의 화재가 발생했다. 박사는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연구조교이자 입양된 아이들의 보모였던 메리 슈미트는 4명의 아이를 구했다. 아이들은 충격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메리가 사라지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사건 발생 12년 후 아이들 중 한 명인 한스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메리와 아이들을 부른다. 그날 저택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블랙메리포핀스’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며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추리물적인 방식을 취한다. 한스에 의해 소환된 아이들과 메리는 현재와 사건 당시를 오가며 진실에 다가간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봉인된 진실은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작품은 상징적인 무대와 조명 처리로 미스터리한 추리물의 느낌을 더욱 고조시킨다. 여러 겹으로 겹쳐진 사각틀과 벽면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선형의 계단모양은 조각난 기억의 파편들, 또는 무의식 속에 봉인된 기억을 암시한다. 한스는 메리가 박사를 살해하고 불을 지른 것으로 의심한다. 그러나 진실은 더 끔찍했다. 박사는 나치의 하수인이었고, 아이들은 최면으로 상처를 극복하려는 실험에 동원된 대상이었던 것이다.

미스터리 구조의 설정은 흥미롭고 봉인된 기억이 풀렸을 때 드러난 사건의 실체는 강렬한 충격을 준다. 문제는 감춰진 진실의 방까지 들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다. 뒤엉킨 시간의 구조 속에서 설정 자체가 모호해졌다. 때문에 이야기의 구조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노래로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가뜩이나 복잡한 설정을 받아들이는 게 어렵다. 추리물은 논리적 전개로 실체를 밝혀가는 재미를 줘야 한다. 그런데 작품은 추리물이라기엔 구성이 너무 허술하다. 모든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할 한스의 태도는 모호하고, 가장 핵심적인 기억이 되살아나는 장면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래서 강렬한 사건의 실체에 다다르기 이전까지는 사전 정보 전달의 미숙으로 관객을 피곤하게 한다. 마치 흥미로운 수학문제를 복잡한 수식으로, 게다가 가끔은 틀린 공식까지 이용해 풀어놓은 느낌이랄까. 스토리 자체가 충격적이기 때문에 어긋난 논리를 바로 세우고 모호한 구석을 분명히 한다면 오래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뮤지컬’ 편집장


▶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 신문 PDF바로보기
▶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2.0
▶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고객상담센터 1666-2200 | 종목진단/추천 신규오픈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