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대담] 뮤직 페스티벌을 다니는 이유
지난 주말,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 열린 송도 달빛축제공원은 하나의 거대한 찜질방 같았다. 한 발짝 뗄 때마다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렸다.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으로 햇볕을 가리고 연신 부채질을 했다. 그러나 얼굴을 찌푸리고 짜증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 더운 날씨에도 웃고 뛰게 하는 것일까. 음악이 좋다면 시원한 실내에서 이어폰을 꽂아도 된다. 현장이 좋다면 실내 콘서트장을 이용하면 된다. 이 여름, ‘굳이’ 해가 내리쬐는 야외로 뮤직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이유를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참가자에게 들어보았다.
대담 일시 : 2016년 8월 13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현장
대담자 : 김현범(서울, 30, 이하 ‘김’), 이수정(서울, 27, 이하 ‘이’), 홍연희(서울, 26, 이하 ‘홍’)
Q. 언제부터 페스티벌에 관심을 가졌나?
홍 :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올해로 10년 차다.
이 : 그렇게 오래됐나?
홍 : (이 씨에게) 그쪽도 그리 짧지 않다.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났는데,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나지 않았나.
이 : 아니다. 그것은 콘서트였다. 내가 페스티벌에 입문한 시기는 2013년이다. 그 전에는 특정 가수를 잠깐 좋아해 그 가수가 나오는 콘서트나 페스티벌을 다녔을 뿐, 페스티벌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김 : 2013년이면 나와 입문 시기가 비슷하다. 나는 회사를 다닐 때부터 페스티벌을 다니기 시작했다.
Q. 그동안 어떤 종류의 페스티벌을 다녔나?
홍 : 거의 락 페스티벌만 다녔다. 오늘 열린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을 포함해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을 특히 많이 다녔다. 이 두 페스티벌이 한국 락 페스티벌의 양대산맥이다.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도 갔다. 특정 페스티벌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좋아하는 밴드가 나오는 페스티벌을 간다.
김 : 나는 입문 이후로 울트라뮤직페스티벌 코리아(이하 ‘UMF’)를 매년 갔다. 특별히 EDM 장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단지 재밌게 놀 수 있으면 간다.
이 : 나도 UMF를 좋아한다. 그런데 작년에는 메르스 때문에 못 갔고, 재작년에는 졸업 시험 때문에 못 갔다. 2년 모두 정말 좋아하는 라인업이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올해는 벼르고 별러서 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DJ가 헤드라이너라 안 갈 수 없었다.
홍 : 나도 이번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 그랬다. ‘Weezer’가 나왔기 때문에 안 올 수 없었다.
김 : 페스티벌 자체도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뮤지션의 등장 유무도 페스티벌을 가고 안 가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홍 : 장르가 제일 중요하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곧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니까. 나는 브릿팝, 인디 팝 같은 얼터너티브 락을 좋아한다. 펑크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라디오헤드, 마룬5, 위저, 뮤즈 등이다.
김 : 나는 신나는 노래면 다 좋다. 그래서 재즈를 별로 안 좋아한다. 또 페스티벌 내내 긴 시간 동안 듣기 때문에 헤비메탈처럼 너무 강한 노래는 귀가 아파서 좋아하지 않는다.
이 : 나는 EDM을 좋아해서 이외 음악은 별로 들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와서 인디밴드와 얼터너티브 락 밴드의 음악을 들어보니 이것도 아주 좋다. 페스티벌은 내가 듣지 않던 장르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되는 것 같다.
Q.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많은 ‘대상’ 중 왜 ‘페스티벌’, 그것도 ‘야외 페스티벌’인가?
홍 : 음악이든 분위기든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다.
김 : 야외에서 노래들으면서 맥주 마실 수 있어서다.
이 : 김 씨가 정답이다.
홍 : 맞다. 그것은 실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 똑같은 음악을 똑같은 맥주를 마시면서 들어도 그 느낌이 안 난다.
김 : 오늘처럼 피부가 익을 것처럼 햇볕이 따갑더라도 야외가 좋다. 다 함께 땀을 흘리고 다 함께 하늘을 보고 다 함께 몸을 흔들다 보면 나를 가두던 문이 열리는 느낌이다.
홍 : 오늘처럼 더울 수도 있지만, 비가 폭포처럼 쏟아질 때도 있다. 몇 년 전 페스티벌에 갔는데 정말 비가 억수같이 왔다. 우비를 입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땅은 진흙탕이었다. 그래도 그 비바람을 뚫고 노래하고 춤추는데, 그만큼 시원했던 때도 없다. 물론 지금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지만.
Q. 일명 ‘솔플’이라고 불리는 ‘혼자 페스티벌 가기’에 대한 생각은?
홍 : 밥도 혼자 먹고 영화도 혼자 보지만 페스티벌은 혼자 못 다니겠다. 페스티벌은 혼자 오면 재미가 없다.
김 : 공감할 사람이 없어서 재미없을 것 같다.
이 : 나는 9월에 열리는 ‘아카디아 코리아 2016’에 혼자 갈 예정이다. 예전에 콘서트를 혼자 가봤는데 별로 좋고 싫고가 없었다. 동행이 있으면 오갈 때나 중간에 쉴 때, 무얼 먹을 때 심심하지 않고, 음악에 대한 감상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지만 혼자 가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과 더 어울릴 수 있다는 것 등이다.
홍 : 그것도 그렇다. 그리고 정작 음악에 맞춰 춤출 때는 혼자 있거나 동행이 있거나 별 차이가 없다. 다들 경계 없이 신나게 몸을 흔드니까. 그 순간을 함께한다는 것이 모두를 동행으로, 친구로 만드는 것 같다.
Q. 국내 페스티벌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김 : 해외 페스티벌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가기 편하다는 것 아닐까. 일단 비행기를 탈 일이 없으니까.
홍 : 그중에서도 서울 도심에서 하는 페스티벌은 특히 좋다. 교통편이 편한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만 해도 다닐 만 하다. 하지만 국내 페스티벌도 교통편이 엉망인 곳이 많다.
이 : 라인업도 좀 아쉽다. 티켓값을 생각했을 때 해외 페스티벌이 국내 페스티벌보다 라인업이 좋은 편이다. 물론 비행기값을 생각하면 감지덕지지만. UMF 유럽이나 투모로우랜드를 보면 ‘이게 가능한 라인업인가’ 싶을 정도로 라인업이 좋아서 늘 부럽다.
김 : 페스티벌마다 입장 규칙이 까다로운 것도 좀 더 편하게 바뀌면 좋겠다. 개인이 지참할 수 있는 물품에 대한 제한이 많은데 가방 맡기는 곳은 혼잡해서 이용하기 힘들다. 페스티벌 장 내의 푸드트럭만 이용해야하는 것도 불만이다. 좀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페스티벌 매니아로서 한 마디.
홍 : 올해도 신나게 놀다 가고 싶다.
김 : 더 늦기 전에 놀고 싶다. 놀 수 있는 마지노선이 3년 정도 남았다.
홍 : 페스티벌을 즐기는 데에 마지노선은 없다고 생각한다.
김 : 홍 씨는 마흔 되서도 다닐 것 같다.
이 : 여러분과 함께 할 날이 아직도 많이 남은 듯해 기분이 좋다.
그들은 무더운 여름을 짜증의 대상이 아닌 ‘뜨거운 해방’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다음주에도 또 다른 페스티벌에 참가한다고 한다. 그들의 여름을 응원한다.
이수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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